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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문학·설화

[가을의 영상시] '목마와 숙녀' (1955) - 박인환 작, 박인희 낭송

잠용(潛蓉) 2015. 10. 14. 10:42

"木馬와 淑女" (1955)
(시작/ 朴寅煥 1955)
(낭송/ 朴麟姬)

(목마와 숙녀/ 일러스트 권신아 작)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生涯와
木馬를 타고 떠난
淑女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傷心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少女는
庭園의 草木 옆에서 자라고
文學이 죽고...
人生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愛憎의 그림자를 버릴 때...
木馬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孤立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作別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 보아야 한다.

燈臺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未來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木馬소리를
記憶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意識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靑春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人生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낡은 雜誌의 表紙처럼 通俗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소리는 궛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1955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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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의 생과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1882~1941)는 영국의 여류 소설가로 '의식의 흐름'을 파악하는 기법으로 인간 심리의 가장 깊은 내면을 추구하는 작품을 쓴 작가이다. 그녀는 제2차 세계 대전 때 허무주의적인 분위기 속에서 불안과 강박 관념에 시달리다 결국 템즈 강에서 투신자살하고 만다. 시인은 아마도 6·25 전쟁으로 인한 폐허 속에서, 버지니아 울프가 느꼈던 심정에 깊이 공감하고 있었을 것이다. 전후(戰後)의 상황에서 느꼈을 절망감과 허무감, 더 나아가서는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심경을 떠올렸을 것이다. 결국 이 시는 버지니아 울프가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허무와 애상의 정조를 띨 수밖에 없다.



작가 박인환(朴寅煥, 1926~1956)
시인. 강원 인제 출생. 1946년 "국제신문"에 '거리'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1949년 김수영·김경란 등과 함께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이라는 5인 공동 시집을 발간하여 모더니즘 시 운동의 주역이 되었다. 전후에는 죽어가는 모든 것에 대한 슬픔을 허무와 절망의 시각으로 그려 냈다. 시집으로 "박인환 시선집"(1955)이 있다.
(출처/ 다음백과)


[시낭송] 목마와 숙녀 박인희


[시낭송] 목마와 숙녀 박인희


목마와 숙녀 : 박인환 / 시낭송: 김태근)


>(박인환- 목마와 숙녀/ 시낭송 설연화)


[시낭송] 목마와 숙녀 - 박인환 / 낭송: 고은하


(목마와 숙녀 HOON SOUND)


(목마와 숙녀: 박인환 / 시낭송: 김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