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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음악

[탐방] '선심(禪心)에 젖은 불음(佛音)' - 노래하는 비구니 범조스님

잠용(潛蓉) 2015. 12. 21. 11:27

[사람들] 선심(禪心)에 젖은 불음(佛音)
인물탐방 / '노래하는 비구니' 범조스님

□ 글: 남동화  


  

 

 

◇ “일회뿐인 이 생 얼마나 소중합니까? 부처님을 찬양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해서 그렇지 모든 것은 부처님의 축복 속에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 마음에 부처님의 따뜻한 숨결을 전해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찬불가를 부르게 되었지요. 사람들의 가슴과 가슴을 이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노래이니까요.” 올해 51살의 나이라고는 하나 그리 믿어지지 않으리만치 청아하고 보드라운 음성으로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는 <노래를 부르는 비구니> 범조(梵早)스님.


살랑이는 봄바람에 명주실 타레가 사르르 풀리듯 그렇게 잔잔하면서도 걸림 없는 목소리로 찬불가를 부르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8년전, 그러니까 스님의 세수 43세가 되던 해부터였다. 일찍이 출가인연이 있어 20대 초반에 출가한 스님은 주로 선방을 돌며 수도의 생활을 하다가 한때는 뜻하는 바가 있어 포교당(충남 천안)을 8년간 운영한 적도 있다. 그러다가 입지(立志)가 서고 불혹(不惑)의 나이가 넘은 나이에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원래 잦추고 태어난 아름다운 목소리에 부처님의 공덕을 담아 사람들에게 전해 보라는 주위의 권유도 있었고, 또한 스님이 뜻하는 바도 있었기에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노래로써 포교하는 것이 몇 백 마디의 설법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현재 찬불가 1·2·3집을 내고 올해 안에 제4집을 낼 계획을 갖고있는 범조스님의 찬불가를 들어본 이라면 다 그렇게 느끼겠지만 스님의 찬불가는 밝고 잔잔하며 때로는 경쾌하다. 그러면서도 그다지 무겁지 않은 가곡 풍으로 주로 작곡가 길옥윤씨가 노랫가락을 붙여준 곡들이다.

 
“제 노래는 대부분 길 선생님이 가락을 붙여 주셨습니다. 일반 대중들이 쉽게 부르며 대중들의 가슴에 와 닿는 찬불가를 불러야겠다고 생각하고, 적당한 작곡가를 찾던 중 길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지요. 대중적이면서도 종교적인 색채가 돋보이기 위해서는 완전한 가곡풍이기보다는 반가곡풍(쎄미 클라식풍)의 노래가 잘 어울리는데 길 선생님은 그런 류의 노래를 잘 지어주십니다.”


‘이루어 주소서’ ‘생명의 빛’ ‘종소리’ 등 스님의 노랫말에 노랫가락을 붙여 준 것 뿐만 아니라 대부분 범조스님의 노래는 길옥윤씨 작곡으로 되어 있다. 그만큼 두터운 인연을 맺고 노래를 해온 길옥윤씨는 노래를 인연을 해서 만났지만 지금은 스님과 신도의 관계를 맺고 있다. 결혼하고 오랫토록 자식이 없어 걱정이던 길옥윤씨가 범조스님의 기도 덕택에 예쁜 딸을 얻고부터 불교에 귀의하고 스님을 생명의 은인처럼 받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스님의 노래를 하는 대형무대엔 반드시 길옥윤씨가 섹소폰을 불며, 혹은 피아노 반주로 스님의 노랫가락을 맞춰준다. 주로 자신이 머물고 있는 정릉 산기슭 조그만 절인 법천사(法泉寺 성북구 정릉 4동 산1번지. TEL914-4200)에서 노래연습을 한다는 스님은 노래를 부르기 전에는 반드시 선(禪)을 한다. 선은 바른 행을 위한 건초전이며, 항상 기분이 좇은 평정심을 유지해 주기 때문이다.

 
“선을 한다거나 절(拜)과 염불을 하는 것은 바로 지혜를 닦는 행위이며, 축복 속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노력입니다. 이러한 기도를 통해서 푸른 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찬란한 태양이 온 누리에 가득한 것처럼, 완전무결한 대자비가 완전하게 가득한 적멸의 즐거움을 보게 되는 것이지요.”

스님의 말씀은 확실히 그러하리라는 확신이 온다. 온 생명 온 세계는 부처님의 자비하신 은혜 속에 감싸여 있기에, 모든 중생은 부처님의 은혜로운 공덕을 받고 태어났으며 은혜로운 공덕을 받아쓰며 생활하기에, 온 중생은 모두가 일찍이 축복받은 자이며, 일찍이 거룩한 사명을 안고 이 땅에 태어나서 거룩한 삶의 역사를 열어가고 있기에 그것을 본 사람은 그 사실을 기쁨으로 말하고 전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아름다운 음성을 가진 이라면 노래로써, 팔에 힘이 오른 이라면 글이나 혹은 그림으로써, 또는 온 몸으로써··· 그 넘치는 기쁨을 나타내 보이지 않고는 참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범조 스님은 이른 새벽 참선을 하다가 선열(禪悅)이 가득차 오를 때면 그 흐름을 노랫말로 적기도 한다.

 

지혜의 빛이여 생명의 빛이여
비추어 주소서 중생의 마음에
부처님이시여 부처님이시여
당신의 빛 속에 우리를 영원히 살게 하소서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자비의 빛이여 생명의 빛이여
비추어 주소서 고해의 세상을
부처님이시여 부처님이시여
당신의 빛으로 세상을 밝게 하시옵소서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범조 작사 · 길옥윤 작곡 ‘생명의 빛’>

 

혹여 노랫말의 내용을 모른다 할지라도 아름다운 음성과 가락은 인종과 국경을 초월하여 사람의 가슴에 전해지기 마련이다. 그 가운데 특히 종교음악은 그 감동의 전달이 훨씬 빠르고 짙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찬불가는 포교에 최우선 되며, 특히 이러한 곡들을 스님들이 불렀을 경우에 그 감동 또한 깊이를 더해주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은 범조스님이 얼마 전 일본 요코하마에서 있었던 국제적인 모임에 초대되어 찬불가를 불렀을 때 더더욱 깊게 느낀 사실이었다고 한다. 무슨 말뜻인지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을 외국인들이었음에도 스님의 노래를 듣고 감동했다며 눈물까지 흘리는 것을 보고는 그렇게 느꼈다고.


“어려운 경전 말씀은 읽을 수 있는 사람과 전할 수 있는 사람이 한정되지만 찬불가는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가릴 것 없이 누구나, 어느 장소에서나 부를 수 있는 것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찬불가를 부르며 이를 보급시켰으면 합니다. 그 가운데 스님들, 특히 많은 비구니 스님들이 찬불가를 부를 수 있길 바랍니다. 똑같은 찬불가라도 비구니 스님이 불렀을 때 그 감동의 깊이를 더해주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앞으로는 기회가 닿는 대로 후배양성에도 힘을 기우리고자 합니다.”


스님의 또 한 가지 소원은 부처님의 4대 성지를 순례하며 발원한 것이기도 하지만 부처님의 일대기를 노래로 불러보고자 하는 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많은 시간과 정진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지만 이 생에서 꼭 이루어 보고자 하는 일 중의 하나다. 그러면서 항상 기도의 시간을 놓치지 않고 하는 발원이 있다. 출가한 그 날부터 속가의 어머니가 하루도 쉬지 않고 “우리 범조스님이 만인의 눈에 꽃으로 우러르게 하소서”하고 발원하듯 스님 또한 “나를 보는 자의 마음이 편안해지도록 허여지이다”하는 발원을 잊지 않는다.


그리고 남이 봐서 “저 사람은 정말 잘돼야 할텐데···” 하는 마음이 들도록 자신의 언행을 흩뜨리지 않고 하는 일에 신명을 다한다. 참아도 참아도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일이 있을 때에는 오히려 부처님을 더욱 간절히 찾으며, 부처님을 찬탄하고, 끊임없이 밀려오는 고통의 반복을 씻기 위해 기도와 염송과 염원을 쉬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분별심을 놓아버리고 부처님전에 절하다 보면 모든 갈등과 고통은 사라지고 결국은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임을 알고 오히려 모든 이들이 잘 되길 축원해주게 된다는 것이다.


“변재천녀가 미묘한 말과 음성을 내듯 본래 갖추어진 갖가지 아름다운 목소리에 부처님의 공덕세계를 담아 부처님을 찬탄하고, 찬탄하다 보면 온갖 기쁨과 창조의 힘이 덧붙여지고, 사람들 가슴가슴마다 부처님의 지혜의 빛 자비의 빛이 전해질 것입니다. 너도나도 다함께 부처님의 빛을 받고 부처님을 찬탄하는 노래를 부르는데 그 자리가 불국정토가 아니고 어느 곳이 불국정토이겠습니까?” 스님의 말씀대로 불국정토, 극락세계는 멀리 있지 않으리라. 온 하늘, 온 땅, 모든 허공 가득히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는 아름다운 목소리가 끝없이 울려퍼지는 것을 생각하며, 스님의 노래 ‘법고 둥둥’을 소리 내어 불러본다.

 

부처님 법 닦은 나라 그 모양이 어떠한고
백성은 다 충신이요 아들 딸 효자로다
악귀가 물러가고 신선이 모여드니

우순풍조하고 국태민안하다
어허 기쁜지라 지화자 좋을시고
법고 둥둥 울려라 법고 둥둥 울려라

 

부처님 법 닦은 나라 그 모양이 어떠한고
산 모양 들 모양도 얼굴이 변하고
날짐승 길벌레도 악심을 씻었으니
현세 즉 극락이라 이 아니 보국이랴
어허 기쁜지라 지화자 좋을시고
법고 둥둥 울려라 법고 둥둥 울려라

(원효 작사 · 길옥윤 작곡 ‘법고 둥둥’)
 
<출처: 월간불광 186호 1990년 4월>

 

(범조 스님 찬불가 메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