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서울시향 떠나겠다"… 내년 공연 지휘도 취소 (종합2보)
YTN | 2015/12/29 16:06
부인 불구속 입건에 이사회 재계약 보류하자 결심 굳힌듯
30일 마지막 공연… "진실 밝혀질 것"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결국 서울시향을 떠난다. 정 예술감독은 29일 정오께 최흥식 서울시향 대표를 만나 사의를 밝히고 서울시향 단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예술감독을 그만두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 예술감독은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저는 이제 서울시향에서 10년의 음악감독을 마치고 여러분을 떠나면서 이런 편지를 쓰게 되니 참으로 슬픈 감정을 감출 길이 없다"며 "제가 여러분의 음악감독으로서의 일을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최흥식 대표는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더는 서울시향과 같이 할 수 없다는 의사가 확고했다"며 "서울시향 입장에서는 할 수만 있다면 100번이고 설득하겠지만 정 감독이 단호하게 단원들에게 편지까지 보낸 상황에서 어떻게 할 수가 있겠느냐"고 밝혔다. 특히 정 예술감독은 재계약 여부와 관계없이 당초 청중과의 약속을 위해 그대로 하기로 했던 내년 9차례의 정기공연 지휘도 모두 취소하고 오는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예정된 서울시향 '합창' 공연을 끝으로 지휘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이에 따라 정 예술감독의 재계약은 이제 사실상 불발된 것으로 보인다. 오는 31일로 계약기간이 끝나는 정 예술감독은 지난 8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예술감독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서울시향과 서울시의 설득 끝에 다시 한번 예술감독을 맡기로 했다. 그러나 재계약안 의결을 위한 서울시향 이사회를 하루 앞둔 27일 정 감독의 부인 구모 씨가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도록 서울시향 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로 이달 중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사실이 알려지고, 28일 이사회에서 재계약안이 보류되면서 서울시향을 떠나기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 예술감독은 단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지난해 12월 박 전 대표의 직원 성희롱·막말 논란 이후 이어진 정 감독과 직원들을 둘러싼 각종 시비와 경찰 조사 등 일련의 상황에 대해 일일이 거론하며 부당함을 토로하면서 이 문제를 사임의 주된 이유로 거론했다. 정 예술감독은 "제게 음악보다 중요한 게 한 가지 있으니 그것은 인간애이며, 이 인간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여러분과 함께 음악을 계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향의 경우처럼 전임대표에 의해 인간으로서 당연히 받아야 할 인간의 존엄한 존재로서의 대접을 받지 못한 17명의 직원들을 돕는 것"도 '인간애'의 문제라며 "지금 발생하고 있고, 발생했던 일들은 문명화된 사회에서 용인되는 수준을 훨씬 넘은 박해였는데 아마도 그것은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도록 허용될 수 있는 한국 사회상을 반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비인간적인 처우를 견디다 못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렸는데 이제 세상은 그 사람들이 개혁을 주도한 전임 사장을 내쫓기 위해 날조한 이야기라고 고소를 당해 조사를 받고, 서울시향 사무실은 습격을 받았고 이 피해자들이 수백 시간 동안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아왔다"며 "수년 동안 제 보좌역이자 공연기획팀 직원인 사람은 그녀의 첫 아기를 출산한 후 몇 주도 지나지 않는 상황에서 3주라는 짧은 시간에 70시간이 넘는 조사를 차가운 경찰서 의자에 앉아 받은 후 병원에 입원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것은 제가 여태껏 살아왔던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서울시향 단원 여러분이 지난 10년 동안 이룩한 업적이 이 한 사람의 거짓말에 의해 무색하게 되어 가슴이 아프다"며 "하지만 거짓과 부패는 추문을 초래하지만 인간의 고귀함과 진실은 종국에는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향은 일단 정 예술감독의 결정을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고 당장 내년 1월 9일을 시작으로 정 예술감독을 대신할 대체지휘자를 찾는 등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정 예술감독의 후임 지휘자 선임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고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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