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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의 눈] 외국인의 시선으로 본 한국문화 몇 가지

잠용(潛蓉) 2016. 1. 30. 15:36

외국인의 시선으로 본 한국문화 몇 가지

중앙일보 비정상의 눈


"문화의 차이도 서로 이해하면

즐거운 추억과 경험이 된다"


제임스 후퍼
(산악인)


이번 연말연시에는 영국에 계신 부모님이 우리 부부가 사는 호주까지 와서 성탄절과 새해 전날을 함께 보내고 떠났다. 2014년 결혼한 뒤 처음으로 부모님과 함께 보낸 명절이다. 이 때문에 나와 부모님, 한국인 아내는 국제결혼 커플이 겪는 독특한 문화 차이를 경험하게 됐다. (...)


아내는 몇 달 전부터 시부모를 대접할 식단을 짜는 등 ‘좋은 며느리’가 될 준비를 했다. 하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난 시아버지가 손수 커피를 내려 가져다주고, 점심용 샌드위치를 담은 도시락가방을 만드는 것을 보고 오히려 얼떨떨해했다. 한국식 ‘며느리’의 할 일을 잘 알지 못하는 내 부모님은 설거지며 쓰레기 분리수거, 빨래 등 모든 일을 나눠 맡았다. 덕분에 아내는 처음 해 보는 어마어마한 양의 성탄절 음식을 쉽게 준비할 수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옷이 젖은 부모님이 이를 말리려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바지를 벗고 거실을 왔다 갔다 하며 옷을 널었다. 비가 자주 오는 영국에선 이런 경우가 다반사라 내겐 익숙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 부모님이 다시 영국으로 돌아간 뒤 나는 아내와 마주 앉아 그간의 일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그때야 나는 평범한 영국인 시부모의 행동들이 아내를 당황하게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지난해 성탄절에 장인·장모가 오셨을 때 나도 예기치 못한 경험들을 했던 것처럼 말이다. 이런 문화적 차이와 어려움을 극복하고 맞아서 그런지 새해가 더욱 각별한 느낌이다. 2016년 새해에는 어떤 새로운 일을 겪게 될지 벌써 설렌다.

[출처] 중앙일보 [제임스 후퍼의 비정상의 눈]


"비판과 조언은 큰 차이가 있다"



다니엘 린데만
(화제 인물)


한국에선 일이 잘못됐을 때 “왜 이렇게 못해? 바보야”라고 직접 혼내는 경우, “이거 잘 못하시네”라고 점잖게 놀리는 경우, “그 사람 봤어? 진짜 못하더라!”라고 다른 사람들이 듣는 데서 비난하는 경우 등이 종종 있는 것 같다. 특히 셋째의 경우, 적은 사람 앞에서 이런 말을 듣는다면 괜찮을 수도 있겠지만 수많은 사람 앞에서 이런 비난과 놀림을 받았다면 당사자는 상당히 불편하고 창피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 한국인들은 ‘우리’나 ‘정’과 같은 개념 때문에 이런 말을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앞으로 함께 더 발전하고 더 성장하자는 각오로 쓰는 것 같다. 다만, 서양인에게 이런 말을 할 경우 달리 받아들일 수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서양권에서는 이런 직설적인 비판을 잘 하지 않기 때문이다. 잘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먼저 잘하는 부분을 언급한 다음에 좀 더 개선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덧붙이는 문화가 있다. 서로 상대방을 존중하는 문화다. 그래서 외국인에게 “너 되게 못하더라”라고 얘기하면 쉽게 상처받는 것은 물론 그 말을 한 사람과 사이가 멀어질 수도 있다.


어디서 들은 이야기로

한 나라를 판단해서야..


한국에선 일이 잘못됐을 때 “왜 이렇게 못해? 바보야”라고 직접 혼내는 경우, “이거 잘 못하시네”라고 점잖게 놀리는 경우, “그 사람 봤어? 진짜 못하더라!”라고 다른 사람들이 듣는 데서 비난하는 경우 등이 종종 있는 것 같다. 특히 셋째의 경우, 적은 사람 앞에서 이런 말을 듣는다면 괜찮을 수도 있겠지만 수많은 사람 앞에서 이런 비난과 놀림을 받았다면 당사자는 상당히 불편하고 창피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 한국인들은 ‘우리’나 ‘정’과 같은 개념 때문에 이런 말을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앞으로 함께 더 발전하고 더 성장하자는 각오로 쓰는 것 같다. 다만, 서양인에게 이런 말을 할 경우 달리 받아들일 수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서양권에서는 이런 직설적인 비판을 잘 하지 않기 때문이다. 잘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먼저 잘하는 부분을 언급한 다음에 좀 더 개선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덧붙이는 문화가 있다. 서로 상대방을 존중하는 문화다. 그래서 외국인에게 “너 되게 못하더라”라고 얘기하면 쉽게 상처받는 것은 물론 그 말을 한 사람과 사이가 멀어질 수도 있다.


한국에선 일이 잘못됐을 때 “왜 이렇게 못해? 바보야”라고 직접 혼내는 경우, “이거 잘 못하시네”라고 점잖게 놀리는 경우, “그 사람 봤어? 진짜 못하더라!”라고 다른 사람들이 듣는 데서 비난하는 경우 등이 종종 있는 것 같다. 특히 셋째의 경우, 적은 사람 앞에서 이런 말을 듣는다면 괜찮을 수도 있겠지만 수많은 사람 앞에서 이런 비난과 놀림을 받았다면 당사자는 상당히 불편하고 창피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 한국인들은 ‘우리’나 ‘정’과 같은 개념 때문에 이런 말을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앞으로 함께 더 발전하고 더 성장하자는 각오로 쓰는 것 같다. 다만, 서양인에게 이런 말을 할 경우 달리 받아들일 수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서양권에서는 이런 직설적인 비판을 잘 하지 않기 때문이다. 잘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먼저 잘하는 부분을 언급한 다음에 좀 더 개선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덧붙이는 문화가 있다. 서로 상대방을 존중하는 문화다. 그래서 외국인에게 “너 되게 못하더라”라고 얘기하면 쉽게 상처받는 것은 물론 그 말을 한 사람과 사이가 멀어질 수도 있다.


◇ 5분쯤 지나 기사분은 다음 질문을 던졌다. “어디서 들은 이야기인데, 독일 친구들은 한 명이 음주운전을 하면 다른 친구가 그 친구를 경찰에 신고한다는데 사실이냐”는 내용이었다. 나는 황당해하며 “독일은 인구가 8000만 명이나 되니까 그런 사람이 행여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한 번도 그런 일이 있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택시기사는 “내가 알기에는 독일 사람들은 규칙을 잘 지키지만 냉정하고 정과 의리가 별로 없다고 누구한테 들었다”며 면박을 줬다.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 ‘누구’의 말만 믿고 정작 독일 사람인 내가 눈앞에서 하는 말은 믿지 않아 답답했다.


그날 만난 택시기사가 말한 ‘어디서 들은 이야기’는 지극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 사람에 대한 선입견을 만들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어떤 나라에 가든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다 있게 마련이다. 독일인이든, 한국인이든 사람은 다 똑같은데 문화라는 껍질만 좀 다를 뿐이다. 진실이 아닌 ‘누구한테 들은 이야기’를 믿고 한 나라 사람을 편견의 눈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입견이 사라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진실은 아니지만 귀가 솔깃한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입견을 갖지 않으려면 다른 문화에 대한 공부와 사람 사이의 교류가 필요하다. 다른 문화에 열린 사회일수록 진실에 더욱 가까워진다.

[출처] 중앙일보 [다니엘 린데만의 비정상의 눈] 


자식이 아버지께 진심을 전하는 법은...


Mark Tetto

(기업인)


얼마 전 미국 집에 갔을 때 아버지와 의견 차이로 몇 분간 논쟁을 벌였는데 결국 내가 완전히 틀렸고, 내 태도가 아버지께 상처를 드렸음을 깨닫게 됐다. 사과하고 싶었지만 “죄송합니다(I’m sorry)”라는 말 정도론 턱없이 부족했다. 그 순간 갑자기 사과의 절을 하고 싶어졌다. 그것만이 내 마음을 표현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느껴졌다. 물론 절은 미국 문화에 없기 때문에 아버지도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실화가 바탕이라는 한국 영화 ‘파파로티’에서 음악 선생님 상진은 조직폭력배 장호를 아들처럼 거둬 오페라 가수가 될 수 있도록 모든 위험을 감수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장호는 이탈리아행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돌아서서 스승에게 큰절을 올린다. 이는 많은 말을 대신한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선생님은 저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셨습니다” “죄송합니다”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존경합니다” 등등….


미국 결혼식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것으로 한국 결혼식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 신랑·신부가 부모님께 올리는 큰절이다. 한국 친구 결혼식에서 이를 처음 봤을 때 “아, 이것이 바로 내가 아버지께 드리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바로 그 말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식의 큰절은 이렇게 말한다. “오늘의 나는 당신 덕분에 있는 것입니다.” 그 뒤로 결혼식에서 이 장면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 머나먼 한국 땅에서 살며 아버지께 가장 드리고 싶은 것이 아들의 진심을 담은 큰절이다.

[출처] 중앙일보 [마크 테토의 비정상의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