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용의 타임머신... 영원한 시간 속에서 자세히보기

미술·공예·조각

[반구대 암각화] 소중한 문화유산… 비만 오면 물 속에

잠용(潛蓉) 2016. 3. 28. 11:15

'50년 자맥질' 반구대 암각화, 영구 보존대책은 없나?
연합뉴스 | 입력 2016.03.28. 06:11
 
"가변형 물막이 오래 버텨야 10년…. 대곡천 수위 낮춰야"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천변에 있는 반구대 암각화는 한반도 동남해안에 살았던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이 생생하게 기록돼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고래와 상어, 거북 등 바다동물과 사슴, 호랑이, 산양 등 육지동물을 묘사한 그림은 물론 사람이 작살로 고래를 잡거나 활을 들고 사슴을 쫓는 모습 등 300여점의 회화가 너비 8m, 높이 5m의 절벽에 새겨져 있다.


↑ 장마로 물에 잠긴 반구대 모습 / 한국관광공사



↑ 물이 빠진 대곡천 반구대 모습 /연합뉴스


↑ 대곡천변 절벽. 변색하지 않고 나무가 없는 부분에 암각화가 있다.


↑ 암각화가 새겨진 부분 /연합뉴스


↑ 암각화 탁본 /연합뉴스


지난 25일 오전 반구대 암각화에서 100m쯤 떨어진 전망대에서는 그림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망원경으로 암각화를 살피자 몇몇 동물이 또렷하게 보였다. 전망대에서 만난 문화해설사는 "반구대 암각화 위쪽을 보면 절벽에 풀이 자라고 있는데, 풀이 없는 지점까지는 침수된다고 보면 된다"면서 "반구대 암각화를 잘 보려면 7∼9월 수위가 낮은 날 해가 질 무렵에 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구대 암각화는 1971년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반구대 근처에 있는 천전리 각석을 조사하던 중에 주민들의 제보로 발견했다. 문제는 암각화가 세간에 알려지기 전인 1965년 사연댐이 건설돼 1년 중 5∼8개월은 수면 아래에 잠기고, 나머지 기간은 외부에 노출된다는 점이었다. 물에 잠겼다가 드러나기를 반복하는데 따른 풍화작용과 사람들의 불법 탁본으로 훼손된 반구대 암각화는 1995년 국보로 지정됐지만, 이후에도 별다른 보존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2003년 울산시가 서울대에 연구용역을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사연댐 수위 조절, 수로 변경, 차수벽 설치 등이 거론됐으나 어떤 안도 채택되지 못했다.


2007년부터 문화재청과 울산시, 학계가 참여하는 대책회의와 공청회가 열렸지만 암각화가 침수되지 않도록 영구적으로 댐 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문화재청과 식수 확보를 위해 댐 수위를 낮출 수는 없고 아예 생태제방을 쌓아 물길을 돌리자는 울산시의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그 사이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을 포함한 '대곡천 암각화군'은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다. 결국 문화재청과 울산시는 2013년 6월 가변형 임시 물막이(카이네틱 댐)를 세운다는 데 합의했다.가변형 물막이는 건축가 함인선 씨가 제안한 방안으로, 길이 55m, 너비 16∼18m, 높이 16m인 반원형 임시 제방이다.


이 가변형 물막이는 지난해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2015년 3월 기술검증평가단 회의에서 실내 모형실험과 외부에서의 기술 검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설치 일정이 순연됐다. 평가단이 요구한 실내 모형실험은 작년 12월 15일 1차 테스트에서 실패했고, 4월에 2차 테스트를 진행한다. 모형실험이 성공하면 올해까지 외부에서 또다시 실험을 시행하게 된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임시방편일 뿐인 가변형 물막이를 건설하는 데 집중하느라 근본적인 보존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지난 50년간 '자맥질'을 반복해온 반구대 암각화의 훼손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미술사학자는 "가변형 물막이는 반구대 암각화 바닥에 구조물을 마련해야 하는 데다 설계가 완벽해도 절벽에 균열이 일어나면 물이 샐 수밖에 없다"면서 "물막이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는 효용성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가변형 임시 물막이가 성공을 거두더라도 10년 정도만 버티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뒤 "대곡천의 유로를 변경하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어렵기 때문에 사연댐의 수위를 낮추는 것 외에는 보존 대책이 없다"고 덧붙였다. [psh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