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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공예·조각

[미인도 위작논란] 권춘식씨 '그렇게 작은 그림은 안그렸다'… 위조 부인했는데, 이번에 다시 시인

잠용(潛蓉) 2016. 4. 28. 09:31

권춘식 "천경자 화백 '미인도', 내가 안 그렸다"
연합뉴스 | 2016/03/03 15:33

 

권춘식씨 /연합뉴스TV


"그렇게 작은 그림 그린 기억 없다… 천 화백에게 죄송"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위작 파문이 인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과거 자신이 그렸다고 주장해 온 권춘식(69) 씨가 입장을 번복했다. 권 씨는 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1978년 위작 의뢰자에게 3점을 그려줬는데, 검찰 수사 과정에서 내 스스로 미인도와 착각해서 말한 것 같다"며 "이때 '내가 직접 그렸다'가 아니라 '그린 것 같다'고 여지를 뒀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관련 사건을 다룬 방송 취재를 접하다 보니 미인도의 크기가 매우 작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림이 낯설었고 그렇게 작은 그림을 그린 기억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검사가 복사본을 보여준 것 같은데 국립현대미술관 것(미인도)도 내가 한 걸로 뭉뚱그려 말해서 그렇게 된 것 같다"며 "옛날 사건 중 생각나는 게 그것밖에 없었고, 언론의 동정을 받고 싶었다고나 할까"라고 말을 이었다.

 

문제의 미인도[위] 본인 그림을 부인하고 사망한 천경자 화백 빈소[아래]

 

권 씨는 문제의 미인도를 "내가 그린 게 아니다"라고 거듭 확인했다. 그는 기존 주장을 번복한 배경으로 "내가 생각한 대로 스스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방송에 위조범으로만 나오니 부담이 됐다"며 "그간 논란에 시달렸는데 이제 그만 (논란을)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천 화백의 유족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느냐는 질문에 "문제를 만들고 혼선과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천 선생에게도 어쨌든 항상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권 씨가 스스로 미인도의 위작 사실을 부인함에 따라 지난해 10월 천 화백 사망 이후 다시 가열된 미인도 파문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권 씨는 물론 당시 검찰 수사의 신뢰성마저 근본적으로 의심을 받게 된 상황이다. 이와 관련, 권 씨에 대한 수사를 담당했던 최순용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공개 강연에서 "최소한 내 개인 생각은 그때 권 씨의 태도나 진술, 그 사람의 실력으로 봐선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며 "위조된 게 맞다고 본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천 화백의 차녀인 김정희 미국 메릴랜드주 몽고메리대 교수는 지난 2월 이 작품을 소장한 국립현대미술관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자 "유족으로서 법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친생자 확인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jsk@yna.co.kr]

 

[단독] “미인도 내가 그려…" 화랑협회 압박에 또다시 번복
동아일보 l 입력 2016-04-28 03:00:00 수정 2016-04-28 03:00:00

 

위작범, 변호인단에 진술서 제출… 3월엔 “내가 그린 것 아니다” 해놓고
천경자 화백 차녀 등 유족… “저작권 침해” 현대미술관을 고소

지난해 8월 작고한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본인이 위조했다고 했다가 최근 이를 번복해 위작 시비 논란을 증폭시켰던 위작범 권춘식 씨(69)가 “국립현대미술관에 보관된 미인도는 내가 그린 게 맞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진술을 문서로 내놓은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권 씨는 25일 ‘위작 미인도 폐기와 작가 인권 옹호를 위한 공동 변호인단’ 앞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 보관된 미인도는 내가 그린 것이라는 의견에 변함이 없다. 화랑협회 관계자들의 강권에 압박을 느껴 말을 번복한 것”이라는 진술서를 공증까지 받아 제출했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원본을 보지 않고 그린 것은 맞지 않느냐’는 화랑협회 관계자들의 일부 항의에 마지못해 말을 달리한 것일 뿐 여전히 그림을 직접 그렸다는 입장은 그대로다”라고 해명했다. 권 씨는 지난달 초 모 일간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내가 그린 그림이 아니며 1999년 당시 검찰 수사 과정에서 미인도 위작 여부 확인을 요구받았을 때 수사에 협조하면 감형받을 수 있을까 싶어 시인했고 여러 위작을 만들어 확신이 없는 가운데 그렇게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1991년 위작 논란이 제기된 ‘미인도’는 2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실체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1999년 당시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은 고서화 위작범 권 씨를 수사하다가 “미인도를 위작했다”는 자백을 받았으나 천 화백의 서명 부분을 위작한 사인위조죄가 당시에는 이미 공소시효가 완료돼 기소를 하지 못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화랑협회 등 미술계는 작품 자체가 권 씨가 위조했다는 1984년 이전인 1980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돼 있었고, 위작 시비 이전에 나온 ‘도록’에 실렸던 점을 들어 권 씨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천 화백 본인이 “내가 낳은 자식을 몰라보겠느냐”며 위작임을 주장해 지금까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천 화백의 차녀인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교수(63) 등 유족은 27일 ‘미인도’ 위작 논란과 관련해 국립현대미술관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과 학예실장 등 관계자 6명을 저작권법 위반과 허위공문서 작성,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공동 변호인단은 “국립현대미술관은 그림 입수 당시에도 심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위작 미인도 전시와 인쇄물 배포로 이득을 취하는 과정에서 작가의 동의를 구한 바 없다”며 “저작자가 아닌 사람을 저작자로 표시하는 것은 명백한 저작권 침해이며 사자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한편 천 화백과 그의 두 번째 남편인 고 김남중 전 전일그룹 회장 사이에서 태어난 김 교수는 자신을 법적 자녀로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2월 18일 서울가정법원에 제출해 현재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천 화백의 막내아들인 고 김종우 씨의 아들도 함께 소송을 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