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어린이ㆍ청소년 행복지수 OECD 꼴찌…
5명중 1명은 자살 충동
[연합뉴스20] 2016-05-03 20:51:33
[앵커] 모레는 어린이날이죠. 아동·청소년은 우리나라 미래를 짊어질 새싹이자 희망입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회원국 중 가장 불행하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정선미 기자입니다.
[기자] 즐겁게 풀밭을 뛰노는 아이들의 밝은 미소. 그러나 이 미소가 점점 사라지고, 불행한 아이들이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7천9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어린이와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82점, 조사 대상인 OECD 22개 회원국 중 꼴찌였습니다. 지난해 19위를 기록했다가 다시 곤두박질친 것입니다.
주관적 행복지수는 어린이가 스스로 생각하는 행복 정도를 OECD 평균 100점과 비교해 점수를 낸 것입니다.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스페인으로 118점, 오스트리아와 스위스가 113점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반면 캐나다, 체코 등은 한국과 함께 80점대에 머물렀습니다. 심지어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5명당 1명꼴로 자살 충동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살 충동을 경험한 적 있다고 답한 비율은 초등학생은 17.7%, 중학생 22.6%, 고등학생 26.8%에 달합니다.
연구소는 아이들이 행복의 조건으로 성적이나 경제수준보다 화목한 가족을 꼽았고, 부모와의 관계가 좋으면 자살 충동도 줄어든다고 설명했습니다.
<염유식 / 연세대학교 교수> “우리나라 어린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를 위해서는 성적이나 부모의 경제적 지위보다도 부모와 좋은 관계를 갖는 것이 더 중요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최악의 출산율에 그나마 세상의 빛을 본 아이들에게 웃음을 되찾아주는 일은 가정과 사회, 국가의 영원한 과제입니다. 연합뉴스TV 정선미입니다.
한국 청소년 행복지수 다시 OECD 회원국 중 꼴찌
한겨레ㅣ2016-05-02 20:55ㅣ수정 :2016-05-02 21:54
불행한 한국 청소년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보고서
성적보다 부모와 관계가 영향
5명 중 1명은 자살충동 경험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공부가 엄청 많아 버거워요.”
고등학교 2학년 최새하(18)양은 자살충동을 느껴본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평소 행복감 또한 별로 느끼지 못한다. 친구들도 비슷하다. 나이가 들수록 돈이 중요하다고도 생각한다. “옷 사고 싶은데 돈이 없을 때가 많아요. 학용품 가져가야 하는데 못 가져갈 때도 있고요.” 우리나라 청소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5명 중 1명은 자살충동을 경험했고 나이가 들수록 ‘돈’을 행복한 가정의 조건으로 꼽았다.
2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염유식 교수(의료사회학)팀이 발표한 ‘2016 제8차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 연구’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82점으로 조사 대상인 오이시디 회원국 22개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주관적 행복지수란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의 정도를 오이시디 평균(100점)과 비교해 점수화한 것이다. 연구팀은 지난 3~4월 전국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 학생 7908명(초등학생 2359명, 중학생 2538명, 고등학생 3011명)을 대상으로 학교생활 만족도, 행복감, 건강 상태 등 행복지수를 조사했다.
우리나라는 2009년 첫 조사 이후 2014년까지 60~70점대를 기록해 6년 연속 최하위였다가 지난해 90.4점(19위)으로 처음 꼴찌를 면했다가 다시 최하위로 주저앉았다. 올해 주관적 행복지수는 스페인이 118점으로 가장 높았고 오스트리아·스위스가 113점으로 그 뒤를 이었다. 한국과 비슷한 국가는 캐나다(88점), 체코(85점) 등이었다. 자살충동을 경험한 청소년도 해마다 늘고 있다. 자살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올해 고등학생이 26.8%로 지난해보다 2.8%포인트 증가했다. 중학생(22.6%)과 초등학생(17.7%)도 각각 3.1%포인트와 3.4%포인트 많아졌다.
청소년은 성적이나 경제 수준보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행복감을 느꼈다. 성적이 똑같은 중간 수준이더라도 아버지와 관계가 좋으면 75.6%가 삶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반면 아버지와 관계가 나빠지면 만족도가 47.7%로 떨어졌다. 경제 수준이 상위더라도 어머니와 관계가 나쁘면 49%만이 행복하다고 말했지만 관계가 좋으면 81%가 삶의 만족감을 표했다.
그러나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행복의 조건으로 ‘돈’을 꼽는 청소년이 많았다. 행복의 조건으로 초등학교 4학년은 돈(4%)보다 화목한 가족(37%)을 선택했지만 고등학교 1학년은 화목한 가족(21%)과 돈(20%)을 엇비슷하게 꼽았다. 이후 고등학교 2학년 때 돈(21%)이 화목한 가족(17%)을 앞질렀고, 고등학교 3학년 때는 그 격차가 더 벌어졌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감사와 그리고 행복한 청소년
새전북신문ㅣ2016년 05월 02일 (월)
작년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이 쓴 ‘솔로강아지’라는 책이 폐간됐다. 이 시집의 시 중 ‘학원가기 싫은 날’이라는 시가 모 언론사에 알려지면서 사회적 비난이 일었고, 출판사에서 전량 회수하여 폐기처분하게 됐다.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시는 “학원에 가고 싶지 않을 땐, 엄마를 씹어 먹어, 삶아 먹고 구워 먹어” 등의 내용이다. 이 시에는 B급 호러 물에나 나올 정도의 그림까지 버젓이 붙어 있었다. 사람들은 이 시 한편을 읽고 온갖 비난을 쏟아 냈다.
‘불편함’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것은 이 시의 저자인 초등학생, 그것도 여자 어린이의 동심이라고 생각했던 기성세대의 기대를 벗어났기 때문이란 해석도 있었다. 이 어린이는 엄마를 죽이고 싶은 것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이 시집 전체를 본 사람이라면 절대로 그런 이야기는 할 수 없다. 학원교육의 병폐를 극단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는지, 우리 사교육의 힘겨움이 사랑하는 엄마를 죽이고 싶을 만큼 이 어린이에게는 힘겨운 일은 아니었는지 반문하고 싶다. 아직도 동시집을 폐간할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단면이 불편하기만 하다.
OECD국가 중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자살률은 1~2위를 다툰다. 청소년들에게 많이도 불행한 사회라는 지표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를 높여야 한다는 여러 정책과 활동들이 나타난다. 최근 여성가족부의 관련기관에서 청소년행복캠페인을 추진한다는 공문이 청소년관련 기관시설로 전달된 모양이다. 슬로건은 ‘감사 나누기, 행복 더하기’다. 얼핏 보면 좋은 문구다. 그런데 추진배경 및 목적에 가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감사 나눔 생활화를 통한 대한민국 청소년의 행복 증진이라며, 청소년 인성교육을 재구조화 선도한다는 배경도 함께 붙어 있다. 이 기관의 주요과제 중 청소년 인성함양을 위한 100만인 감사운동을 전개하는 일에 한 부분이다. 관련 앱을 활용하여 하루에 3명에게 감사메시지를 보내서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를 올린다는 캠페인이다.
종교단체나 관련 기관에서 이러한 캠페인을 한다면 동의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국가 기관에서 청소년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 관련 하부 기관시설에 메시지 3개 보내기 운동을 진행한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기성세대들이 이 사회에 청소년들에게 입시와 경쟁 등 살기 어려운 환경을 제공한 이후에 너무 힘들어 자살도 하고 행복지수 최악이라고 하니, 그래도 어린 너희들이 감사함을 느끼면 행복지수 올라간다고 이야기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너무 불행해서 자살하려는 이에게 ‘감사’해 보라고 하면 행복해 지나?
최근에 교육부가 만들어 낸 청소년 성폭력 대처법은 더욱 가관이다. “이성 친구와 단둘이 집에 있을 때: 단둘이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친구들끼리 여행 갔을 때: 친구들끼리 여행가지 않는다”, “채팅 중 직접 보고 싶다며 만남을 제안할 때: 낯선 사람과 채팅은 가급적 삼간다”, “지하철에서 성범죄를 당했을 때: '가방끈을 길게 뒤로 멘다', '실수인 척 (가해자) 발등을 밟는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데이트 비용을 많이 사용하게 되는 남성 입장에서는 여성에게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원하게 마련이다"라는 문구도 있다. 데이트 비용을 여자가 내지 않으니 성폭력의 원인을 제공한다는 건가? 청소년들의 성폭력은 이정도 수준이면 해결된다는 건가? 수많은 유해환경의 근본은 모두 만들어 놓고서는 그저 너희들은 어리니 보지도, 듣지도, 알려고도 하지 마라? 뭐 이런 이야기는 아닌가?
초등학생의 ‘솔로 강아지’라는 책이 문제가 되어 폐간 된 이유도, 국가 기관에서 청소년인성함양을 위한 100만인 감사운동을 전개한다며 감사 메시지를 지속해서 보내야 한다는 캠페인도, 교육부의 성폭력 대처법이라고 웃기지도 않는 대처법을 제시한 이들에게서 공통점이 하나 있다. 청소년들은 철저히 대상화 할 수 있는 존재로 본다. 이들에게 청소년들은 사회적 근간의 본질적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주체가 아니다. 시키면 시키는데로 행하는 대상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기성세대의 말에 철저히 복종하는 대상이지 그 이상의 이유와 가치를 깨달아야 하는 존재는 아닌 모양이다.
우리 청소년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이미 여러 연구에서 검증 됐듯이 경제수준이나 학업부담, 미래에 대한 고민, 화목하지 않은 가정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학업부담의 경쟁체계, 극단화 되는 경제의 양극화에 대한 문제 해결 방안, 가족이 해체되는 사회적 환경의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적 노력은 못할 지언정 인성 운운하며 감사 메시지를 돌리라고 하는 게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 최근 아동청소년 관련 한 연구를 마감 지었는데 아동, 청소년들과 관련 전문가들의 행복이란 ‘신뢰관계’에 있다는 내용이 주요한 요지로 나타났으며, 지역사회가 청소년들에게 친화적이 되어 행복해 지기 위해서는 결국 그들이 그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로 참여하는 과정이 핵심이었다. 대상이 아닌 참여의 주체로서 함께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우리보다 청소년들의 행복지수가 높은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의 청소년 교육과 활동의 핵심은 참여를 중심으로 하는 시민성(citizenship)에 있다. 영국 청소년들이 필수과목으로 공부하는 ‘시민교육’에서 청소년을 시민으로 인식하고 “시민은 공동체 구성원이고 소비자이며 평생학습자이면서 납세자이고 유권자이고 노동자라로 규정하면 그 어떤 역할도 빠져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우리 청소년들은 시민인가? 기성세대가 시키면 시키는 데로 하는 생각 없는 ‘아이들’인가? [정건희/ 청소년자치연구소장]
[국민만평-서민호 화백] '우리나라 좋은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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