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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 미국 팝가수 '밥 딜런' 수상… 한국사회에 던지는 고언

잠용(潛蓉) 2016. 10. 14. 22:06

문인들, 밥 딜런 노벨문학상 수상에 '분노 혹은 환호'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6-10-14 15:53:15 송고|2016-10-14 18:09:34 최종수정

 

밥 딜런 ©AFP= News1

 

미국의 대중음악인인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에 대해 문인들과 누리꾼들의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신선하다" "문학의 영역의 확장이다"며 환호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시와 노래가 공통적인 요소가 있다 해도 엄연히 다른 장르다" "문학애호가로서 모욕받은 느낌이다"는 분노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위원회는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밥 딜런을 선정했다.

 

115년의 노벨문학상 역사상 최초로 문학인이 아닌 대중음악인에게 상을 준 이 결정은 '노랫말도 문학이 될 수 있는가' '문학이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까지 제기했다. 수상자 발표 후 노벨상위원회의 사무총장 사라 다니우스는 "우리는 정말 밥 딜런을 위대한 시인으로 보고 상을 주는 것이다. 그는 밀턴과 블레이크까지 올라가는 위대한 영국 전통 속의 위대한 시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밥 딜런이 음악인이지 시인은 아니지 않느냐"는 질문에 "2500년 전에 활동한 고대 그리스의 호머와 사포를 우리는 아직도 읽고 있다"면서 "그들의 작품은 자주 악기와 함께 공연됐고 책으로 기록되어 (지금까지) 잘 살아남았다. 우리가 그들의 시를 즐기는 것처럼 밥 딜런도 시인으로 읽힐 가치가 있다"고 잘라 말했다.

 

◇ "영감을 주는 결정" vs "문학과 음악은 달라"
하지만 한림원의 설명과는 달리 세계의 문인들과 문학애호가들 및 음악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음악인인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을 자격과 수준이 되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게 타올랐다. 영국의 소설가 살만 루시디는 "딜런의 수상이 기쁘다"며 "그의 가사는 학창시절 그의 앨범을 처음 들은 후부터 평생동안 내게 영감을 주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 '트레인스포팅'의 원작자인 스코틀랜드 소설가 어빈 웰시는 자신의 트위터에 "'음악'팬이라면 '음악'을 사전에서 찾아보고 그런 다음 '문학'을 찾아 봐라. 그리고 비교·대조해보라"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노벨문학상 단골후보인 미국의 소설가 조이스 캐롤 오츠는 노벨상위원회의 결정을 '영감을 주는 결정'이라고 표현하면서도 "그 기준(시적 가사)이라면 비틀즈 생존멤버들이 더욱 뛰어나다"고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현했다.  밥 딜런은 수상 발표 후 현재까지 아무 의견을 내지 않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그가 2013년 프랑스 최고의 명예인 '레종 도뇌르' 상을 수락한 것으로 비추어 이번 노벨문학상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시에 대한 통념 깨야"vs "미적 감각이 모욕당한 느낌"
국내 문인들 사이에서도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 찬반 입장이 맞서고 있다. 문학평론가인 오길영 충남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뜻밖의 즐거움이다. 문학의 경계를 넓히고 우리 시대의 문학이 무엇인가를 되묻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시인이자 희곡작가인 김경주 역시 "글쓰기의 영역에서도 소리의 결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느낄 수 있는 기회"라면서 "시를 특정 장르에 갇혀 바라보는 관점을 깰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시와 노래가 공통점이 있다고 해도 장르간의 차이가 엄연히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정호승 시인은 "시와 노래가 원래 한몸이긴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시에는 멜로디가 내재해 있을 뿐이다. 역으로 멜로디를 위한 글(가사)이 그대로 시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소설가 김곰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사는) 연주음과 따로 놀 수 없고 시간 길이의 한계도 받아야 하는 조건상 시만큼 훌륭하기는 어렵다"면서 "이건 세계문학계가 난데없이 당하는 봉변이요, 어떤 이들은 모욕으로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문학의 확장이라고 본다해도 노벨문학상이 왜 하필 밥 딜런에게 주어지는 지 의문을 제기하는 문인도 있었다. 오혜진 문화비평가는 "스웨덴 한림원(왕립과학원의 별칭) 할배들이 되게 짖궂고 덜 지루한 발상을 한 건 맞다"며 "문학 경계를 유연하게 만들겠다고 이미 권위가 확보된 다른 장르의 고전에 그 상을 줘버리는 건 좀 그렇다"고 비판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신선한 발표였다"는 호평이 많았지만 "한림원은 내년엔 옷을 통한 상징적이고 창조적인 표현을 했다고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인 '돌체 앤 가바나'에 상을 줄 지도 모른다"고 비꼬는 누리꾼도 있었다. 또다른 누리꾼은 "수상 소식을 듣자 밥 딜런의 팬임에도 실망감이 몰려왔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뿌리박고 있는 미(美)가 모욕당한 느낌"이라며 참담한 심경을 표현했다.[ungaungae@]


"훌륭한 문학" "어이없는 결정"… 밥 딜런 노벨상 시끌
[JTBC] 입력 2016-10-14 20:46

 

 

[앵커] 어제(13일) 나온 노벨 문학상 발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죠. 미국의 대중가수 밥 딜런이 수상자로 결정되면서인데요. 노벨상위원회는 왜 밥 딜런을 선택했을까요? 권근영 기자입니다.
[기자] "얼마나 많은 귀가 있어야 사람들의 울음을 들을 수 있을까." 1960년대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시절, 밥 딜런은 반전 운동의 기수였습니다. 딜런의 감성적인 노랫말은 마치 한 편의 서정시처럼 대중의 마음을 파고 들었습니다.

-Knocking on Heaven's Door

"난 서서히 죽어가고 있어요. 엄마, 내 총들을 땅에 꽂아 줘요. 이젠 이 총들을 쏠 수 없으니까요." 반전과 평화의 음유시인으로 불린 딜런은 그래미상 평생공로상을 비롯해 아카데미상, 그리고 퓰리처상까지 받았습니다.

노벨상위원회는 딜런의 노랫말을 '귀를 위한 시'라고 평가하며 문학상을 주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발표 이후 전세계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딜런의 노랫말은 훌륭한 문학작품"이란 평가도 있지만, "노벨상위원회가 어이 없는 결정을 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안나 노스는 "밥 딜런은 노벨문학상이 필요없지만, 문학엔 노벨상이 필요하다"고 꼬집었습니다.

-My Back Pages

"선과 악, 나는 이걸 아주 분명히 정의해, 의심 없이. 그땐 정말 늙었는데, 지금 난 더 젊어." 현재 미국에서 음악 축제에 참가 중인 75살의 현역 가수는 남들의 시선에 상관없이 자신의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노벨 문학상’ 밥 딜런이 들려준 노래와 시와 메시지
경향신문ㅣ2016.10.14 20:48:00 수정 : 2016.10.14 20:48:41

 

스웨덴 한림원이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미국 가수 밥 딜런(75)을 선정한 것은 파격이다. 원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 등 문학가가 아닌 수상자가 배출되기는 했지만 대중가수가 노벨 문학상의 주인공이 된 것은 115년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무엇보다 시·소설·희곡 등 전통적인 문학작품이 아닌 노랫말을 시로 평가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 때문에 뉴미디어에 밀려 글이 힘을 잃어가는 이 시대에 순수문학의 마지막 보루인 노벨 문학상마저 대중성에 무릎을 꿇은 것이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아직도 엄청난 깊이의 내공을 쌓은 문학가가 즐비한데, 대중가요의 가사에 노벨 문학상을 빼앗겼다는 자괴감의 표현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고대 그리스의) 호메로스와 사포도 공연을 위한 시를 썼다”면서 밥 딜런의 가사를 ‘귀를 위한 시’라 표현했다. 호메로스가 “가장 좋은 노래는 사람들의 귀에 새롭게 울리는 노래”라 하고, 플라톤이 대표적인 서정시인 사포를 ‘10번째 뮤즈(예술·문학의 여신)’로 꼽은 것을 두고 한 말이다. 밥 딜런의 가사는 한림원의 설명대로 “위대한 작품들의 샘플집과 같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노벨 문학상이 엄숙주의를 버리고 문학의 경계를 넓히는 시대 변화의 신호탄으로도 읽힌다. [사설]

 

'자유와 저항'을 노래한 가수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
한국일보ㅣ2016.10.14 20:00 수정 : 2016.10.14 20:00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대중가수가 상을 받는 것은 노벨상 역사에서 처음이라고 한다. 문학의 개념을 넓히고 형식의 한계를 허물었다는 긍정적 반응과, 문학에 대한 몰이해이자 테러라는 부정적 반응까지 전 세계가 그 파격성에 놀라는 모습이다. 문학의 범위와 경계에 대한 논의가 의당 이어져야 할 테지만 그와 별개로 밥 딜런에 의해 문화사의 새 지평이 열린 것만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노래 전통 속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했다”거나 “그의 노래는 ‘귀를 위한 시’”라는 스웨덴 한림원의 설명은 밥 딜런의 가사를 단순한 노랫말이 아니라 작품성과 표현력이 뛰어난 문학으로 보고 있음을 말해 준다. 밥 딜런이 ‘노래하는 음유시인’이라 불리고 노벨문학상 후보로 자주 거론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실제 그의 가사는 여느 음악과 차이가 크다. 가령 두 번째 앨범 ‘프리윌링 밥 딜런’의 수록곡 ‘블로잉 인 더 윈드’는 “얼마나 많은 포탄이 날아다녀야 영원히 금지될까”라며 전쟁 반대의 메시지를 전한다. 밥 딜런은 자신이 항상 정치적 의도로 노래하는 것은 아니라 했지만 그의 음악은 1960년대 민권운동과 반전운동에서 청춘의 저항정신을 대변했다. 밥 딜런은 당대 최고의 그룹 비틀스의 변화를 이끌고 멀리 한국의 청춘까지 들끓게 했으니 국경을 초월한 저항 정신이자 시대의 대변자라 할 만하다. 훗날 기독교 원리주의와 내면화에 빠져 실망을 주기도 했지만 반항과 자유, 사랑과 평화를 노래한 공로는 외면하기 어렵다.

 

밥 딜런의 수상은 한국 대중음악에도 시사하는 바 크다. 상 받는 것이 궁극의 목표가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음악적 성취가 높으면 세상의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정형화한 리듬과 사랑 일변도 노랫말에서 벗어나 인간과 사회를 성찰하고 증언한다면 어떤 장르든 감동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일로 노벨문학상이 근엄함을 벗어 던진 것이라면, ‘한국의 밥 딜런’이라는 한대수가 김수영문학상이나 대산문학상을 수상하는 장면을 떠올리는 강정 시인의 상상력이 현실화하는 것도 기대할 만하다.

 

안타깝게도 지금 한국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자료가 공개돼 충격에 빠져 있다. 반전과 저항, 자유와 평화를 노래한 가수가 노벨문학상을 받아 세상을 놀라게 하는데 우리는 반대로 문화의 저항정신을 제거하려 한다니 웃음거리가 아닐 수 없다. 밥 딜런의 수상을 부러워만 할 게 아니라 문화의 다양성과 저항정신을 인정하고 격려해 주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1960~1970년대에 내면이 형성된 이들에게 “밥 딜런의 가사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의식의 하나로 남아 있다”는 브라이언 랭 전 세인트앤드루스 대학 총장의 말이 귓전을 때린다. 밥 딜런은 1960년대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암살과 베트남전쟁 등 혼란기에 빠진 미국 사회를 웅얼거리듯 읊조리는 창법으로 고발했다. 대표곡인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는 “…흰 비둘기가 모래밭에 잠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바다를 건너야 하나. 얼마나 더 많은 포탄이 날아가야 영원히 쏠 수 없게 될 수 있을까”라며 전쟁 반대의 메시지를 서정시로 전한다. 이 같은 밥 딜런의 노랫말은 전 세계 반전 및 평화 운동에 기여했고, 한국의 학생운동에도 영향을 끼쳤다.


반전과 평화를 부르짖은 밥 딜런의 1960년대 외침이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한 것은 불행이 아닐 수 없다. 50여년이 지난 지금도 세상이 여전히, 아니 오히려 더 전쟁과 테러로 반목하며 대치하고 있는 현상은 그의 노래와 시를 더욱 가슴에 새기게 한다. “계급장을 떼주세요. 엄마, 내 총들을 땅에 꽂아줘요. 길게 드리워진 먹구름이 내려오고 있어요. 천국의 문을 두드리고 있어요.” 밥 딜런의 1973년 발표작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는 지금도 전쟁 없는 천국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리고 있다. [사설]


밥 딜런 노벨문학상… 한국사회에 던지는 고언
노컷뉴스ㅣ 2016-10-14 14:18

 

밥 딜런(사진=소니뮤직 제공)

 

미국 대중가수 밥 딜런의 노벨상 수상 소식이 한국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와 겹쳐지면서,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우리나라 권력자들의 비뚤어진 시선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강하게 일고 있다. 스웨덴 한림원은 13일(현지시간) 밥 딜런을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위대한 미국 음악의 전통 내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냈다"는 것이 선정 이유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는 14일 "(밥 딜런의 수상은) 문학이 조금 더 넓은 자양분을 얻었다는 점에서, 문학의 자장이 넓어졌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다가온다"고 밝혔다.김 교수는 "밥 딜런을 '음유시인'이라 부르는데, 이 점에서 오히려 문학의 원류에게로 노벨문학상이 돌아갔다고 봐야 한다"며 "정식으로 문학 교육을 받은 것이 아니라 젊은 시절부터 기타와 하모니카를 들었던 음유시인 밥 딜런이 수상한 것은 합당한, 오히려 가장 고전적인 문학에 상을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밥 딜런의 수상은 문학이 좁혀진 것이 아니라, 본래의 길을 찾으면서도 넓어졌다고 본다. 그의 수상을 환영하면서 국내에서도 대중가요 장르에 대한 인식 변화가 확산돼야 한다"며 "국문과나 문예창작과에서 가수 한대수, 김민기, 하덕규, 비틀즈 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들의 노래 가사를 활발히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같은 날, 문화평론가 하재근 씨도 "(밥 딜런의 수상 소식은) 놀라웠는데, 문학상이 가요에 상을 준 것이지 않나"라며 "그러다보니 '기존에 치열하게 문학을 해 온 작가들을 우롱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할 수 있지만, 노벨상에는 당대 정치·사회적 상징성 등이 고려된다는 점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파격'으로 다가온다"고 전했다.

 

그는 "밥 딜런은 서구의 대표적인 저항 뮤지션이고 팝음악에 사회성을 담은 사람으로서 역사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1960년대 서구의 권위를 무너뜨린 청년운동을 상징하는 인물로서, 이번 수상에 그러한 역사적·사회적 의미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존 노벨문학상이 딱딱하고 근엄한 느낌이 있었는데, 세계적으로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추세에서 이제는 노벨문학상도 대중예술에 손을 내밀었다고 봐야 한다"며 "기존 소설, 시에서 벗어난 다양한 형태의 글을 인정함으로써 문호를 넓히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고 강조했다.

 

◇ "밥 딜런, 한국 오면 블랙리스트 대표주자… 진실 아닌 '거짓' 지키려는 권력자들"
공교롭게도 밥 딜런의 파격적인 수상 소식이 전해진 때, 한국 사회는 청와대에서 내려보냈다는 의혹을 받는 9473명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로 들끓고 있다. 하재근 씨는 "밥 딜런의 노래는 1960년대 서구의 청년운동에 커다란 영감을 줬는데, 이는 기존 기득권 체제를 부정하는 것이었다. 히피문화는 아예 체제 이탈을 꿈꿨다"며 "서구의 기존 기득권이 이러한 청년운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받아들인 것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조금만 그런 기미가 나타나면 철퇴를 가하는 경직성이 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서구권과 한국의 차이가 극명히 대비된다"고 진단했다. (분단국가의 비극이 아닐까)

 

이어 "방송인 김제동 씨의 경우도 사회·정치적 발언으로 미운 털이 박힌 결과, (기득권이) 군대 발언 등으로 문제를 삼고 있는 여지가 크다"며 "국정감사에서 김제동 씨가 화제가 되던 때,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접하니 (우리의 현실이)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밥 딜런의 대표곡으로 꼽히는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는 우리나라에서도 번안곡으로 널리 불렸지만, 1990년대 중반까지 금지곡 명단에 있었다. 평화, 반전, 인권, 자유, 평등을 노래한 이 곡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얼마나 먼 길을 헤매야 아이들은 어른 되나/ 얼마나 먼 바다 건너야 하얀 새는 쉴 수 있나/ 얼마나 긴 세월 동안 전쟁을 해야 사람들은 영원한 자유 얻나/ 오 내 친구여 묻지 마라, 바람만이 아는 대답을/ (중략)/ 얼마나 여러 번 올려다봐야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나/ 얼마나 큰 소리로 외쳐야 사람들의 고통을 들을 수 있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죽음의 뜻을 아나/ 오 내 친구여 묻지 마라, 바람만이 아는 대답을"

 

김응교 교수는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는 사실 이명박 정권 때부터 공공연하게 돌지 않았나? 이는 거슬러 올라가면 식민지 시대, 그 이전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100년 동안 금서로 묶었던 식으로, 인류 역사에서 항상 헤게모니를 가진 권력주체들은 늘 블랙리스트라는 예외 상태를 만들어 억압해 왔다"며 "이에 대한 저항은 작가로서 특별한 것이 아니라,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주인공 윈스턴이 매일 일기를 쓰는 것처럼 사람들의 일상적이고 당연한 행동"이라고 역설했다. 결국 "밥 딜런을 저항가수가 아닌, 인간이 마땅히 해야만 하는 일들을 행한 사람으로 바라보자"는 것이 김 교수의 당부다.

 

"제가 우스갯소리로 '밥 딜런은 밥 달라는 투정'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그가 한 일은 대단한 저항이 아닙니다. 인간이라면 마땅히 요구해야 할 '살려 달라' '밥 달라'라고 외쳤다는 데 가치가 있는 거죠. 노벨문학상이 밥 딜런에게 돌아간 건 그러한 평범성, 일상의 가치가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는 "소위 문화계 블랙리스트 가운데 세월호와 관련한 명단을 보면 정치와는 거리가 먼 작가들도 많다. 평범한 사람으로서 자기 자식을 생각했다면, 생명의 소중함을 안다면 누구라도 서명했을 것"이라며 "이러한 사람들마저 블랙리스트에 담은 저들이 인간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 모든 평범한 국민을 적으로 삼은 것이다. 진실이 아닌 '거짓'을 지키려 애쓰는 것으로 밖에는 볼 수 없다"고 질타했다.

 

김 교수는 "만약 밥 딜런이 우리나라에 오면 블랙리스트 대표주자, 1등급으로서 한푼의 지원금도 받지 못할 것"이라며 "거꾸로 보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작가들은 노벨문학상 후보가 되는 것이다. 이 나라는 반대로 노벨문학상의 자질을 갖춘, 인간의 보편적인 권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작가들을 탄압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Don't Think Twice It's Alright' (1962) - Bob Dyl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