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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국민혁명

[5차 촛불집회] '聖域까지 뚫고, 示威 역사 새로 쓴 '平和 촛불'

잠용(潛蓉) 2016. 11. 27. 10:39

청와대 성역 뚫고, 시위 역사 새로 쓴 '평화촛불'
머니투데이ㅣ윤준호 기자ㅣ입력 2016.11.27 06:53 댓글 838개

 

'대통령 퇴진' 시위대, 청와대 200m까지 진출 '포위행진'..
시민의식, 권리를 되찾다
 
금기가 풀렸다. '청와대 부근'이란 성역이 뚫렸다.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이 오랜 족쇄를 끊고 광장과 거리를 되찾아왔다. 26일 5차 주말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은 청와대 200m 근처까지 행진했다. 다른 주장도 아니고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청와대를 포위하듯 행진하려는데 법원이 허용했고 경찰이 탄력적으로 대응했다. 행진에 나선 시민들은 평화적으로 분노를 절제하며 이성을 놓지 않았다. 연인원 150만명(주최측 추산)이 몰린 반정권 시위였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현행법상 청와대 100m 이내에서 집회와 시위는 금지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1㎞ 이내로 시위대가 들어가는 것도 거의 불가능했다. 대규모 시위라면 더더욱 그렇다. 서울 종로구 내자동 로터리(청와대 1㎞ 이내에 위치)까지 뚫리면 서울 종로경찰서장과 서울지방경찰청 경비부장(경무관) 등 관련 책임자들은 옷을 벗어야 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였다. 그만큼 청와대 가까이에 시위대를 들여놓는 일은 대통령에 대한 불경이자 위험이었다.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 이른바 '청와대 인간 띠 잇기' 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저마다 촛불을 들고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26일 촛불시위에 참석한 한 시민이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손으로 가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그러나 한 달째 이어지고 있는 기적의 평화 촛불 행진이 관행과 구습을 깨버렸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시민들은 격분했지만 질서를 잃지 않았다. 몇몇 돌발행동이 발생해도 이내 평화시위 외침에 제압당했다. 시민들은 차벽(경찰버스)에 꽃을 붙이고 쓰레기를 주웠다. 한 경찰 간부는 26일 밤 "아무도 보지 않는 골목길에서 버려진 손팻말 등 쓰레기를 줍는 시민들을 보고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평화로워도 외침은 엄중했고 메시지는 강력했다. 자녀와, 연인과, 친구들과 손잡고 나가 노래하고 외치는데 제동을 걸 명분도 없다. 법원은 19일에 이어 26일에도 청와대 200m까지 행진 경로를 허용했다. 주최 측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시간이 맞지 않았던 지난 주와 달리 행진 시간대를 맞춰 26일에는 오후 4시부터 '청와대 인간 띠 잇기'라는 이름으로 청와대 포위행진을 실시했다. 대규모 행진으로는 사실상 처음이다.

 

시위대는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세움 아트스페이스 앞 △새마을금고 광화문지점 등 4개 방면으로 나뉘어 걸었다. 시위대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기념비적인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느라 분주한 모습도 보였다. 수십만 포위행진이 뱉은 구호와 함성은 경복궁 성곽에 부딪혀 일대에 울려퍼졌다. 주변 건물에서 시위대를 지켜보던 주민들은 박수 치거나 손을 흔들며 응원했다. 뚝 떨어진 기온에도 다들 활력이 넘쳤다.

 

6살 아들과 함께 나온 엄마 손영은씨(35)는 "청와대 행진을 법원이 허용했다는 사실 자체로 이미 민심이 대통령을 이겼다"며 "역사적인 순간을 아들과 함께 하고자 추운 날씨에 거리로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한번도 빠짐없이 촛불집회에 참가했다는 대학생 양은수씨(21·여)는 "한달 만에 드디어 청와대 코앞까지 행진한다"며 "어렵게 찾아온 기회인 만큼 목청껏 청와대를 향해 퇴진을 외치겠다"고 말했다.


경복궁 외곽으로 접어드는 좁은 길목에서 한꺼번에 많은 인파가 몰려 병목현상도 나타났지만 인상 찌푸리거나 서두르는 사람은 없었다. 대열 흐름에 따라 질서 있게 행진했다. 법원이 행진 허용 시간으로 제한한 오후 5시30분이 지나면서 일부 참가자들이 한때 경찰과 마찰도 빚었지만 큰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경찰도 진압이나 연행보다는 합법 시위를 유도하는 대응을 했다. 이날 집회는 밤 11시 대부분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으로 모이면서 마무리 수순을 밟았다. 남은 시민들은 오전 1시까지 문화제를 열고 일부 참가자들은 자발적으로 1박2일 철야집회를 진행했다. [윤준호 기자 hiho@]

 

청와대 200m까지 첫 허용... 차벽 대신 인파 넘실
SBSㅣ손형안 기자ㅣ입력 2016.11.26 19:25 수정 2016.11.26 21:50 댓글 4개

 


<기자> 네, 청운동 주민센터에서의 집회는 원래 오후 5시 반까지로 예정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청와대와 가장 가까운 이곳으로 워낙 많은 시민이 몰리면서 집회가 조금 길어졌습니다. 집회 주최 측은 오후 5시 50분쯤 공식 해산을 선언하고 참가자들을 향해 광화문 광장으로 이동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는 아직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남아서 경찰과 대치 중인 상황입니다.

 

지금 현장에선 경찰이 집회 해산과 함께 참가자들을 향해 광화문 광장으로 이동해 달라고 방송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이 인원이 모두 빠지면 광화문 본 집회가 끝나고 행진이 시작되기 전까지 경복궁역 사거리에 경찰 차벽을 설치한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1백여 명의 시민이 피켓을 들고 움직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자칫 경찰이 이들을 연행하는 등 강제 해산에 나설 가능성도 있습니다.

 

경찰은 남아 있는 집회 참가자들을 경복궁역 방향으로 밀어내기 위해 현재 경력을 길게 늘여놓은 상태였고, 남아있는 사람들을 일부 골목길로 밀어내기도 했습니다. 아직 경찰에 연행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다수 시민은 광화문 방향으로 이동 중인데 행진 속도가 더디다 보니 촛불 물결은 경복궁역 사거리까지 길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하 륭) [손형안 기자sha@sbs.co.kr]

궂은 날씨 속 150만 촛불... 3주 연속 1백만 넘겨
SBSㅣ송욱 기자ㅣ입력 2016.11.26 19:25 수정 2016.11.26 20:05 댓글 1개

 

 

<앵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오늘(26일)도 전국 각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눈과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이 시각 전국에서 150만 개의 촛불이 거리를 밝히고 있습니다. 오늘 8시 뉴스는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시작해 촛불집회 현장의 민심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서울 광화문 광장으로 먼저 가보겠습니다. 송욱 기자! (네, 광화문에 나와 있습니다.) 네, 오늘 궂은 날씨인데도 정말 많은 분들이 나와 계시네요?

<기자> 네, 정말 많은 시민들이 이곳 광화문 광장에 모였습니다. 저는 지금 세종대로에 나와 있는데요, 지금 제 뒤로 보이는 저 수많은 촛불이 시청 앞을 넘어서, 남대문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이 소리 들리시겠지만요, 지금 세종대왕 동상 앞에 설치된 무대에선 집회 주최 측이 마련한 본행사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지금은 그치긴 했지만, 오늘 낮 적지 않은 눈과 비가 내렸습니다. 때문에 참가자가 줄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는데요, 하지만 오후 4시에 시작된 청와대 포위 인간띠 행진에만 20만 명 인파가 참가했었고요, 그리고 조금 전인 6시 반 기준으로 주최 측은 이곳 광화문 광장을 중심으로 서울에 80만 명이 보였다고 밝혔습니다. 지금도 많은 시민들이 계속 집회 현장을 찾고 있는 만큼, 주최 측은 서울 100만 명, 그리고 지방 50만 명이 오늘 집회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사상 최대 인원으로 3주 연속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촛불을 드는 기록이 세워진 것입니다. 궂은 날씨에도 아이들과 함께 우비와 두터운 옷을 챙겨 입고 나온 가족들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또 수능을 마친 수험생과 중고생을 비롯해 대학교수와 친구, 연인, 수많은 단체 등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계속 이곳 상황 전해 드리겠습니다. (영상취재 : 정성화, 공진구, 현장진행 : 태양식) [송욱 기자 songxu@sbs.co.kr]

 

[TD포토] 촛불집회 무대에서 열창 하는 안치환
티브이데일리 | 송선미 기자 | 입력 2016.11.26. 19:13 | 수정 2016.11.26. 22:57

 

 박근혜 즉각 퇴진 5차범국민행동이 열린 26일 저녁 광화문 광장에서 가수 안치환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KOPA 사진공동취재단

 

[포토] 100만 촛불이 만들어 낸 아름다운 궤적
한경뉴스ㅣ최혁ㅣ입력 2016.11.26 19:25 댓글 190개

 

26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퇴진을 요구하는 '5차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KOPA 사진공동취재단>


35만 시민, 청와대 200m 앞까지 평화행진 완료 (종합)
뉴스1 2016.11.26 18:19 댓글 199개

 

'인간띠'로 청와대 포위한 장면 연출
6시 본집회, 8시부터 다시 본행진

(서울=뉴스1) 차윤주 기자,박동해 기자,박승희 기자 =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5차 촛불집회의 사전행진이 오후 5시30분쯤 마무리됐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35만명(주최 측 추산)이 운집한 가운데 시민들은 청와대 200m 앞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 걸어가 평화롭지만 단호하게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압박했다.'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주최하는 이날 본집회는 오후 6시로, 이에 앞서 4개 구간에서 사전행진을 진행했다.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앞 거리에 '청와대 인간띠 잇기' 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운집해 있다. /© News1 민경석 기자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앞 거리에서 15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집회를 갖고 있다. /© News1 민경석 기자

 

주최 측이 신고한 행진구간은 광화문광장에서 시작해 청와대와 가장 가까운 집회장소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430m 거리인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효자로), 새마을금고 광화문지점(자하문로), 세움아트스페이스 앞(삼청로) 등을 향하는 4개였다. 경찰은 당초 그간 청와대 경비를 위한 마지노선으로 생각해온 내자교차로까지로 행진을 제한했지만, 법원이 전날 이를 전격 허용하면서 집회(오후 5시까지)와 행진(오후 5시30분까지)이 가능하게 됐다. 오후 4시쯤 청와대를 향해 광화문을 출발한 시민들은 20여만명으로 시작해 오후 5시 35만명으로 불어났다. 이들은 "박근혜는 퇴진하라", "박근혜를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경복궁을 에워쌌고,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인간띠'가 청와대를 아래서 포위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날 오후 6시부터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무대에서 본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후 5시50분부터 해산방송을 진행하며 행진을 끝낸 시민들에게 광화문광장으로 돌아갈 것을 요청했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으로 돌아갔지만 일부가 남아 현재 경찰과 대치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시민들이 이동하는대로 청운효자동주민센터·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 등에 세웠던 차벽을 내자교차로로 이동할 예정이다. [차윤주 기자,박동해 기자,박승희 기자]

 

촛불 밝힌 100만 인파... 축제 분위기 속 '대통령 퇴진' 촉구
파이낸셜뉴스ㅣ박준형ㅣ입력 2016.11.26 19:01 수정 2016.11.26 19:05 댓글 741개

 

 

5차 주말 촛불집회가 열린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시민 100만명이 운집해 ‘비선실세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책임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15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6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즉각 퇴진 5차 범국민행동’을 열었다. 주최 측 추산 시민 100만명(경찰 추산 21만명)이 몰려들면서 광화문광장을 비롯해 율곡로, 사직로 일대는 어둠을 밝히는 촛불로 가득 찼다. 이날 집회는 노래와 공연, 자유발언 등이 이어지면서 축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첫눈이 내린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저마다 손에 촛불과 피켓을 들고 “박근혜는 퇴진하라” 구호를 외쳤다. 대학생 박수은씨(24·여)는 “매주 새로운 게 터지는데도 너무 답답하고 답이 없어서 거리에 나왔다”며 “학교에서도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동맹휴업을 한다면 반드시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최소연씨(23·여)는 “탄핵이든 퇴진이든 대통령이 빨리 내려오는 것이 맞다. 현실적으로 안 된다면 국정 운영을 멈춰야 한다”면서 “지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도 그렇고 국민의 지지가 없는 대통령이 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중학생 권성원군(15)은 “학교에서 친구들끼리도 이번 사태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눈다”며 “초등학생들이 정치를 해도 박 대통령 보다는 잘 하겠다”고 꼬집었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에 서울 150만명, 전국적으로는 200만명이 참가해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경찰은 사상 최대 인원이 집회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총 280개 중대, 2만5000명을 서울광장과 세종대로 사거리 등 곳곳에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퇴진행동은 앞서 오후 4시부터 일명 청와대 포위 행진을 진행했다. 주최 측 추산 시민 35만명(경찰 추산 2만9000명)은 4개 경로를 이용해 행진한 뒤, 청와대 인근 창성동 정부서울청사 별관 앞과 신교동로터리, 새마을금고 광화문지점, 삼청로 세움아트스페이스 앞 등 4곳에서 사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박근혜는 퇴진하라”, “더 이상은 못참겠다”, “이제는 항복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이어나갔다. 청와대에서 신교동로터리는 약 200m, 세움아트스페이스는 약 400m 거리에 불과해 시민들의 목소리가 청와대를 에워쌌다. 대학생 김민영씨(23)는 “청와대에서 비아그라를 샀다는 사실을 듣고 어이가 없어 이 구호를 선정했다”며 “오늘 눈도 오고 쌀쌀한 데 시민들 그만 좀 괴롭히고 대통령이 빨리 사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아들과 집회에 참여한 박문형씨(45)는 “아들이 직접 집회를 와보고 싶다고 해서 데려왔다”며 “처음 와보는데 예전 대학생 때 참여했던 집회와 달리 질서정연하고 축제 분위기다. 아이도 구호를 따라하면서 즐거워한다”고 전했다. 이날 청와대 포위 행진은 법원이 전날 청와대 인근 200m 지점까지 행진을 허용함에 따라 가능하게 됐다. 다만 행진은 오후 5시 30분까지, 집회는 오후 5시까지만 허용됐다.

 

[기자의눈] 새내기 기자가 본 '5차 촛불집회'
전국민적 '불안·분노', 새 역사 만들며 '희망' 승화중
(서울=뉴스1) 전민 기자 | 2016-11-27 21:48 송고 | 2016-11-28 09:00 최종수정

 

새 출발의 설렘과 옛것과 이별해야 하는 아쉬움.
새내기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느낌직한 원초적 감정이 이 시대엔 호사일까?

내년 2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운좋게 기자가 되었다. 입사 일주일 만에 첫 현장 취재는 촛불시위. 광화문 광장에 서 있는 지금 꿈틀대는 에너지를 느끼면서도 실망과 허망, 불안감이 기자를 억누른다. 최순실 게이트는 아직 대학생인 수습기자에게 세상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지만 공정한 경쟁 속에서 노력한 만큼의 보상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흔들린다. 사회의 시스템이 완벽할 순 없다. 그렇지만 최소한 정상의 범주 안에서 사회가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도 하기 힘든 정황이 하나둘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순실은 그렇다 해도 대통령도 정녕 정상범주에서 벗어난 비정상 돌출 아웃라이어이란 말인가? 지금 이 시간에도 도서관에서 취업 준비를 하고 있을 취준생들의 심정은 말할 것도 없고,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허탈해 하고 있을 것이다. 기자의 취업소식을 듣고 함께 울며 기뻐해주던 친구들도 광장을 향한다. 학기말을 앞두고 기말시험과 과제로 여념이 없어야 할 시기에 말이다. 최순실 게이트는 발생 한 달여가 지나가고 있지만 아직도 어디로 튈지 예측불허이다.

 

우리 사회에 켜켜이 쌓여온 부패와 부조리의 종합세트가 권부의 핵심인 청와대와 대통령을 중심으로 일어났다는데 국민은 더 충격을 받고 있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이 찍힌 꼴이다. 가장 엄격하고 도덕적이어야 하는 권력의 정점인 청와대에서 가장 허술하고 비합리적인 농단이 시작되어 대학으로, 기업으로 불공정성이 스며들었다는 사실은 국민들을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 책임을 물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5차 촛불집회가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과 일대 도로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국민 불복종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동맹휴업을 결의하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 숙명여대생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분노 속에서 나를 보았다. 26일 150만명이 모인 5차 촛불집회에는 4.19혁명 이후 최초로 서울대 교수들이 단체로 집회에 참여했다. 수능을 치른 고교생들도 같이 하고 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부부들이 촛불을 든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던 보수 중장년도 광장을 찾는다. 1980년 민주화의 봄과 87년 민주 대항쟁의 이래 처음 느껴보는 보람과 연대감이란다.

 

첫발을 내딛게 된 사회가 하필 혼란과 불공정의 극단에 몰려 있는 것 같아 위태롭고 불안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불안과 분노에 정지되어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부조리에 침묵하지 않고 할 말은 하되 폭력은 사용하지 않는 평화로운 시위로 분노의 감정과 사상의 자유을 표현하는 시민. 분노를 희망으로 승화하고 새 사회를 꿈꾸는 시민, 질서와 절제가 녹아든 새 시위 문화가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고 있다. [min7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