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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대참사

[사라진 7시간] '315명 배에 갇혀있다' 보고 받고도 미용사 불러

잠용(潛蓉) 2016. 12. 7. 07:34

[단독] 박대통령 "315명 배에 갇혀있다" 보고 받고도 미용사 불러

한겨레ㅣ2016.12.06 21:56 수정 2016.12.06 22:26 댓글 6322개

 

[한겨레] 세월호 침몰 당일 ‘시간대별 재구성’
오전 10시: 김장수 실장 세월호 사고 첫 보고
10시 30분: 해경청장에 “구조 최선” 지시 ←세월호 선수 침몰시작

11시 18분: 세월호 수면에서 완전 침수, 승객 전원 사망 
11시 23분: 김장수 “315명 갇혀” 재보고
12시: 박 대통령 머리손질 미용사 호출
오후 1~3시: 올림머리 하느라 1시간여 걸려
3시: 중대본 방문 준비 지시
5시 15분: 중대본 방문 엉뚱 질문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지금까지 행적이 드러난 바는 없었다.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조차 그날 박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 “알 수 없다”로 일관했다. 문고리 3인방 중 핵심인 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또한 “박 대통령이 관저에 있었다”는 말을 제외하면 침묵했다.강남 청담동 미용실 원장인 정아무개씨는 그 ‘7시간’ 중 1시간30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것이 확인된 ‘유일한’ 사람이다. 5시간30분은 여전히 의혹으로 남아 있지만, ‘올림머리’는 그 시간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열쇠다. 90분의 머리 손질은 나머지 330분을 해석하고 추론할 가능성을 열었다. 

 

■ 오전 11시23분: 김장수 “315명 갇혀 있다" 보고 

박 대통령의 4월16일 오전 시간은 여전히 장막에 가려 있다. 알려진 바로는 2014년 3월부터 2014년 6월까지 해외순방 일정을 제외하고 매주 수요일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 당일 일정 또한 비운 상태였다. 문제는 세월호 참사에도 불구하고 관저를 벗어나 청와대 집무실로 가거나 청와대 밖으로 나가는 공식 일정을 오전 내내 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전 10시 세월호 침몰과 관련한 첫 보고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받은 것을 시작으로 수차례 보고가 있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외부 접촉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오전 10시 반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에게 “해경 특공대를 투입해서라도 인원 구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직접 지시를 내렸다지만, 이 또한 지시를 직접 한 것인지조차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박 대통령의 이런 상황인식은 올림머리를 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으로도 유추할 수 있다. 박 대통령에게 올림머리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어머니 고 육영수씨를 떠올리는 듯한 모양을 박 대통령은 늘 고집해왔다. 최근 10여년 동안 박 대통령이 올림머리를 하지 않고 공식석상에 등장한 것은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다음날인 4월17일 하루뿐이라고 알려졌을 정도다.

 

그런데도 미용사 정씨를 호출한 시간이 12시라는 건 오전 내내 박 대통령이 ‘무방비 상태’였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박 대통령이 그 시각 그렇게 경계를 풀고 있었던 것을 놓고는 미용시술부터 늦잠에 이르기까지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답해야 할 부분이다.

 

■ 12시: 박 대통령 미용사 호출

‘올림머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업무를 시작했다는 신호이다. 하지만 절박함이나 긴급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박 대통령의 머리 손질을 위해 청와대가 미용사 정씨에게 연락한 것은 정오가 다 돼서다. 박 대통령은 11시23분께 김장수 실장으로부터 “미구조된 인원들은 실종 또는 선체 잔류 가능성이 많다”는 유선보고를 받은 상황이었다. 보고에는 315명이 구조를 받지 못하고 배 안에 갇혀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그럼에도 굳이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미용사 정씨를 청와대로 불러 올림머리 손질을 받으려고 했다는 것 자체가 박 대통령의 위기의식 수준을 보여준다. 정씨가 청담동 미용실에서 종로구에 위치한 청와대까지 이동하는 시간만 40분 내외다. 정씨는 청와대로부터 연락을 받고 미용실을 통해 자신에게 예약된 업무를 취소한 뒤 필요한 물품을 챙겨 청와대로 향했다. 최소한 한 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말하자면 박 대통령은 300여명의 구조가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한 시간 반짜리 올림머리를 위해 강남의 10년 단골 미용사가 필요했던 것이다. 올림머리를 만드는 데 들었던 90분 동안에도 박 대통령의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는 계속됐다. 정씨는 별다른 지시가 없자 평소와 다름없이 올림머리를 완성해갔다. ‘서두르라’거나 ‘간단하게 하라’는 재촉이 없었던 것이다. 단지 박 대통령이 입을 민방위복에 맞춰 머리 형태를 조금 변형했을 뿐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오전 11시께의 전원 구조를 알린 오보 때문에 혼란을 겪었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청와대 보고보다 언론보도를 믿었다는 어불성설에 다름아니다.

 

■ 흘러간 골든타임 90분

박 대통령이 올림머리를 한 오후, 이른바 골든타임이 흘러가고 있었다. 이는 해경이 선체에 남아 있는 생존자들을 찾기 위해 수중수색 작업에 나선 때이기도 하다. 하지만 해경은 오후 내내 선체 진입도 하지 못한 채 구조 실패를 거듭했다. 재난·구조 전문가들은 국가재난의 상황에서 일상적인 초동대처를 할 수 있는 인원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군·경의 합동작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합동작전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로 세월호 선체에 접근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설치된 것은 해경이 아닌 해군(SSU) 대원에 의해서였다.

 

이 와중에 박 대통령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 ‘준비’를 지시한 시각은 오후 3시였다. 방문이 아닌 방문 ‘준비’를 지시한 것으로 미루어 3시까지도 박 대통령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올림머리를 완성한 상태로 5시15분이 돼서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했다. 중대본 방문 뒤 에어포켓 등 생존자 수색과 관련한 요구는 계속됐지만 대통령의 지시는 이뤄지지 않았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

"언제 머리해줬나" 질문에... "말 못한다, 미안하다"
SBSㅣ이세영 기자ㅣ입력 2016.12.06 20:55 수정 2016.12.06 22:40 댓글 939개

 

 

<앵커> 이세영 기자, 7시간 전부 다는 아니겠습니다만 어쨌든 이 미용사가 그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박근혜 대통령 의문의 7시간, 그 일부라도 진실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A 원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직접 만난 몇 안 되는 사람 중에 한 명입니다. A 원장은 지금도 매일 아침 청와대로 들어가 대통령의 머리를 손질한 뒤 청담동 가게로 출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그만 단서라도 얻기 위해서, 제가 A 원장의 출퇴근길을 직접 따라다니면서 취재했었는데요, A 원장은 세월호 당일에도 자신이 대통령의 머리를 손질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머리가 전문가가 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이런 지적을 하니까요, A 원장은 당시는 비상상황이었고, 박 대통령이 민방위 복을 입어야 했기 때문에 일부러 머리를 부스스하게 연출했다고 하는, 의외의 대답을 한 겁니다.

 

<앵커> 앞 보도에도 일부 나옵니다만 다시 한번 물어볼게요. 박 대통령이 언제 머리를 손질했다고 봐야 할까요?

<기자> 일단은 가장 중요한 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날 박 대통령이 중대본 가기 앞서서 머리 손질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면 도대체 세월호 참사 당일 언제 가서 머리를 해줬느냐고 취재진이 계속 물어봤습니다. 하지만 A 원장은 처음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오전인지 오후인지, 그것도 말해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A 원장이 당시 상황에 대해서 시간이 없었고, 대통령이 빨리 움직여야 했었기 때문에 평소보다 좀 서둘러 머리를 했다고 말한 것으로 보면요, 대통령이 중대본 방문 지시를 내린 오후 3시를 전후해서 머리 손질을 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오전에 헤어샵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 이것은 확인이 된 겁니까?

<기자> 그건 아직 확인이 안 됐지만, 중요한 것은 아침에 머리를 했든 안 했든, 중대본 방문 결정이 내려진 오후 3시를 전후해서는 청와대에 분명히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앵커> 본인이 그렇게 이야기를 한 거니까요. 어쨌든 대통령이 중앙대책본부에 도착한 게 오후 5시가 넘은 시간이었던 거죠?

<기자> 중대본 방문 결정을 한 게 오후 3시인데요, 정작 중대본에 도착한 건 두시간쯤 뒤인 오후 5시 15분에 도착했습니다.

 

<앵커> 3시에 결정을 했는데 두시간 15분 뒤에 도착을 했다는 거고, 그렇다면 이 두 시간 십 오분 뒤에, 그 중차대한 시간에 이세영 기자가 보기에는 대통령이 대체 얼마 정도의 시간 동안 머리 손질을 하는 데 시간을 낭비한 걸로 봐야될까요?

<기자> 취재진이 전문 미용사들도 만나봤는데요, 박 대통령의 머리를 하는 데는 기본적으로 정말 빨리 하면 30분, 하지만 한 시간, 한 시간 반까지 걸릴 수 있다고 합니다. 왜냐면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 나타나는 모습이기 때문에 그만큼 정성 들여서 손질을 하기 때문에 박 대통령 특유의 올림머리를 하는 데는 거의 한 시간 정도 잡으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오전에 한 번 했다가 오후에 다시 부스스하게 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머리를 하지 않고 있다가 들어갈, 이 가능성은 없는 거죠? 오전에 한 번 갔다고 봐야 되겠죠?

<기자> 네, 왜냐하면 세월호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게 청와대는 오후라고, 그런 보도가 나와 있는데요, 박 대통령이 아침에는 세월호 참사 보고를 받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침에는 평상시대로, 저희가 취재한 바로는 박 대통령이 출근 전에 머리 손질을 받기 때문에 늦어도 9시 전에는 머리(손질) 받는 게 끝납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간단하게 물어볼게요. 이세영 기자가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이 내용은 지금까지 청와대 발표에서도 그렇고 언론 보도에서도 전혀 나오지 않았던 내용인데, 혹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미용사에게 그동안 청와대에게 '말하지 말라'라는 말을 들었다든지, 이런 얘기에 대한 질문을 해보지 않았습니까?

<기자> 왜 말을 할 수 없는지, 일관되게 모른다고 한 게 아니라 "말을 할 수 없다, 미안하다."라고 대답했기 때문에 '혹시 청와대로부터 지시를 받은 게 있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도 모른다고 하고, 다만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그 안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이렇게 답했습니다.

 

<앵커> 이 미용사 입장에서도 그동안 숨겨왔었는데 언젠가는 드러난 일이다 생각해서 이세영 기자에게 이렇게 해준 걸로 봐야 되겠군요. 아직 검찰에 가서도 조사를 받아야 될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 같네요, 이 미용사가. 이세영 기자, 계속 취재해주시고요, 잘 들었습니다. [이세영 기자230@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