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탄핵 사유 모두 살펴봐야" 절차 지키며 빠르게 진행
동아일보ㅣ2016.12.13 03:03 댓글 97개
↑ 출근하는 재판관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하기 위한 첫 재판관회의가 열린 12일 헌법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첫번째 줄 왼쪽부터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주심 강일원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이날 회의에서는 해외 출장 중인 김이수 재판관을 제외한 재판관 8명이 참석해 향후 심리 절차 등을 논의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뉴스1
헌재 첫 평의-12월 넷째주 탄핵심판 준비 본격 착수
[동아일보]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심리하면서 변론 전 준비절차를 열기로 한 것은 현직 대통령 탄핵이란 중대 사안을 ‘신속’하고도 ‘완결적’으로 처리하려는 고심의 결과물이다. 사건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변론 전 준비절차를 진행하는 헌법재판관을 이례적으로 3명이나 지정하기로 한 것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한 조치다. 첫 평의(評議)가 열린 12일 헌재 주변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평의에는 페루 헌법재판소를 방문 중인 김이수 재판관(63·사법연수원 9기)을 제외한 8명이 모두 참석했다.
○ 헌법재판관 3명이 준비절차 진행
헌재는 16일 박 대통령 측의 답변서를 받은 후 2, 3번의 준비절차를 헌재 소심판정에서 진행할 방침이다. 준비절차에서는 국회 소추위원이자 법제사법위원장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 측과 박 대통령 측 대리인이 출석해 주요 쟁점들을 서로 다투며 정리한다. 헌법재판소법 30조에 따르면 탄핵심판은 구두변론이 원칙이어서 양 당사자 주장을 듣는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보윤 헌재 공보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 때는 별도의 준비절차 없이 바로 변론에 들어갔지만 이번 사건은 쟁점이 복잡하고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준비절차 기간을 갖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중요 사건에서 준비절차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2013년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사건에서 헌재는 주심 재판관 등 3명의 재판관이 준비절차를 담당했다. 당시 두 차례 열렸던 준비절차에서 재판관들이 정부와 통진당 측 대리인의 주장을 듣고 통진당 해산 쟁점 등을 미리 정리했다. 또 정당해산심판에서 준용해야 하는 법을 두고 다툼이 벌어져 이 자리에서 민사소송법을 준거법으로 정하기도 했다.
○ 헌재 “모든 소추 사유 심리해야”
헌재는 탄핵심판 소추 사유 가운데 일부 중요한 사유만 떼어내 선별적으로 심리하지 않는다고 이날 밝혔다. 심리 절차에서 신속성은 유지하되 절차적 정의를 위해 소추 사유는 모두 따져 보겠다는 취지다. 국회가 제출한 탄핵소추 의결서는 헌재에 들어오면 탄핵심판 청구서가 된다. 탄핵심판에는 형사 절차로 진행되므로 헌재는 탄핵소추 의결서에 적힌 탄핵 사유를 모두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헌재는 설명했다. 특히 헌재법상 탄핵심판에는 변론주의가 적용되기 때문에 헌재가 직권으로 개별 소추 사유를 선별해 심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변론주의는 사실과 증거의 수집, 제출 책임을 당사자에게 맡기고 당사자가 수집해 변론에서 제출한 소송 자료를 재판의 기초로 삼는 법 원칙이다.
학계 등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 탄핵심판의 결론을 최대한 빨리 내기 위해 국회 탄핵소추 의결서에 담긴 사유를 보지 않고 중요 사안 위주로 판단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비선 실세’ 최순실 씨(60·구속 기소) 등 측근에게 공무상 비밀 문건을 유출하는 등의 행위가 헌법 1조 국민주권주의를 위배해 탄핵 사유가 되기 때문에 굳이 다른 사유를 판단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헌재는 이날 법적으로 선별 심리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선별 심리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목적을 앞세워 절차적 정의를 훼손한다는 설명이었다. 헌재는 또 국회와 법무부에 각각 박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의견서 제출을 요청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때는 국회와 법무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의견서 제출을 요청했다. [배석준 eulius@donga.com·권오혁 기자]
특검팀 靑 압수수색 초읽기..'성역' 뛰어넘을 수 있나?
CBS노컷뉴스ㅣ이지혜 기자ㅣ2016.12.13 04:03 수정 2016.12.13 05:49 댓글 146개
↑ 박영수 특검이 지난 6일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황진환 기자)
박영수 특검 약속 지킬까..압수수색은 수사 의지 '잣대'
박영수 특별검사(특검)팀은 과연 국민의 여망대로 검찰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특검팀이 이번주 중 방대한 검찰 수사기록 검토를 마무리짓고 본격 수사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특검팀의 첫번째 행보인 '압수수색' 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검찰 단계에서 사실상 실패했다고 평가받는 '청와대 압수수색'을 제대로 성사시킬 수 있을지가 법조계 화두로 떠올랐다.
◇ 검찰이 꼬리내린 '성역'
박 특검은 지난달 30일 임명 직후 "수사영역을 한정하거나 대상자의 지위 고하를 고려하지 않겠다"며 성역 없는 수사를 약속했다. 13일이 지난 현재, 특검팀이 마주한 첫번째 성역은 '청와대'다. 검찰은 지난 10월 말 청와대 압수수색을 진행했으나, 압수수색이라는 용어가 무색할 정도로 기본적인 자료 확보 차원에 그쳤다. 검찰은 법원에서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지만, 국가기밀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청와대 반응에 끝내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박영수호가 검찰 수사보다 한 단계 더 도약한 결과를 내놓으려면, 청와대 압수수색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검찰이 수사 개시를 알리는 적극적인 '지표'가 압수수색이고, 그 대상과 장소는 수사의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기 때문에 청와대 압수수색 없이는 수사가 진전될 수 없다.
◇ 법적 한계… '명분'상 특검이 유리
청와대 압수수색은 법적으로만 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할 경우 강제할 수단이 없다. 형사소송법 제110조(군사상비밀과 압수)와 제111조(공무상비밀과 압수)에 따르면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 등에 대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책임자의 승낙없이 압수 또는 수색이 불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이러한 이유로 청와대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 영장에도 불구하고 검찰 진입을 거부했고, 검찰도 이를 관례 등에 따라 받아들였던 것이다. 주목할 만한 변수는 '명분'이다. 검찰은 박 대통령에 대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당사자이자 피의자 신분로 결론냈고, 최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과 공범, 사실상 주범으로 지목했다. 결국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느냐, 소극적으로 해석하느냐는 특검 몫이 된 상황이다.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박영수 특검이 '성역'으로 여겨지는 청와대를 압수수색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기본적으로 군사상,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외교·안보·국방 사안을 제외하고 수사할 수 있고, 최순실 씨의 청와대 출입 관련 수사를 이유로 경호처 등은 제한적으로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 더군다나 국회에서 탄핵안 가결로 박 대통령이 직무정지 됐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국가기관의 책임자 자격으로 압수수색을 막을 명분조차 상실한 실정이다. 현실적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황교안 국무총리로서도 청와대 압수수색을 막기는 명분상 쉽지 않아 보인다.
만일 황 총리가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할 경우, 황 총리 본인이 "특검팀 수사를 방해하고 박 대통령을 비호하고 있다"는 정치적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안정된 국정 운영을 해야 하는데다 늘상 법치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황 총리가 엄청난 역풍을 감수하고 특검 수사를 제지하는 '총대'를 메는 무리수를 둘 리 없다는 것이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황 총리가 법률가로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앞장서야 하는데, 대통령만 보호하려 한다면 국민적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 행위일 것"이라며 "역풍에도 불구하고 헌정 질서를 위반하려 하지는 않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 특검팀, 靑 성역 무너뜨릴까?
결국 특검팀이 이해득실을 따져봤을 때, 청와대 압수수색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해석이다. 청와대는 압수수색을 거부할 명분이 검찰 수사와 탄핵 이슈 등으로 없어졌기 때문에 승산 없는 무리수는 아니라는 것이다. 청와대 압수수색은 특검팀 입장에서 봐도 "검찰을 뛰어넘겠다"는 수사 의지와 함께 세간에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카드'이기도 하다.
특수수사에 정통한 한 검사는 "특검팀이 당연히 청와대 압수수색을 하려 하지 않겠냐"며 "법적인 한계는 분명히 있지만, 특검팀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라도 청와대 압수수색을 100% 진행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또 다른 특수통 부장급 검사는 "만약 특검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거부한다면, 특검팀이 행정소송 등의 방법으로 제3자인 법원에서 정당성을 확보해 추진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특검팀은 실제 청와대 압수수색의 필요성과 함께 실제 압수수색을 할 경우 여러 방해공작을 뛰어넘는 방안 등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제출한 1톤 트럭 분량의 자료보다, 청와대가 꽁꽁 숨겨놓은 자료들이 훨씬 더 유의미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만 청와대가 이미 상당부분 진행했다는 '증거인멸' 정황은 수사에 변수가 될 수 있어 보인다. [CBS노컷뉴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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