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공범들 첫 재판... 최순실 "혐의 인정 못한다" (종합)
연합뉴스ㅣ2016.12.19 16:49 수정 2016.12.19 16:59 댓글 2201개
수용자번호 '628번' 달고 법정 출석... "대통령과 공모 사실 없어"
안종범·차은택·송성각 등 공범들 대체로 부인... 정호성만 시인
↑ 법원 나서는 최순실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국정농단 의혹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최순실씨가 19일 오후 첫 공판준비기일을 마치고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hama@yna.co.kr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황재하 기자 = "비선 실세" 최순실(60)씨가 19일 열린 첫 재판에서 검찰이 기소한 혐의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한 사실이 없으므로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쳐 향후 검찰과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최씨는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심리에 앞서 재판의 쟁점과 입증 계획을 정리하는 자리여서 피고인이 직접 법정에 출석할 의무는 없다. 최씨는 그러나 수용자 번호 628번을 단 밝은 연두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타났다. 최씨가 수용자복 차림으로 공개석상에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씨는 "독일에서 왔을 때는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새벽까지 많은 취조를 받았다. 이제 (재판에서) 정확한 걸 밝혀야 할 거 같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 19일 오후 국정농단 관련 첫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대법정에 최순실씨가 참석하고 있다. 이날 지법은 417호 대법정에서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2016.12.19 (서울 사진공동취재단 = 연합뉴스)
최씨의 변호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법무법인 동북아)도 "검찰의 공소사실 중 8가지가 대통령과 공모했다는 건데, 대통령과 공모한 사실이 없다"며 "전제가 되는 공모가 없기 때문에 죄가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포스코 계열 광고사 지분 강탈 시도, 더블루케이의 연구용역 사기 미수 혐의 등도 모두 부인했다.
이 변호사는 특히 검찰이 최씨 소유로 결론 내린 태블릿PC를 최씨 사건의 증거로 채택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현재 이 태블릿PC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적용된 정 전 비서관 사건의 증거로 재판부에 제출된 상태다. 이 변호사는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 파일과 안 전 수석의 업무용 수첩도 감정해달라고 재판부에 신청했다.
재판부는 이에 "다음 기일까지 증거신청이 필요한 이유를 좀 더 자세히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또 재판부는 "서류 증거는 '실물화상기'에 비춰 진행하는 등 실질적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종범 수첩'에 관해서도 "감정까지 필요한 사안인지 모르겠다"며 직접 법정에서 내용을 보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날 재판에 안 전 수석과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나오지 않았다.
↑ 공판준비기일 출석한 최순실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국정농단 의혹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최순실씨가 19일 오후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리는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hama@yna.co.kr
안 전 수석의 변호인은 재단 기금 모금과 관련해 "대통령 얘기를 듣고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전달하는 차원에서 말했을 뿐"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최씨에 대해선 "정윤회씨 부인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 전 비서관 측은 "혐의를 대체로 인정한다. 검찰에서도 자백하는 취지로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공모해 공무상 비밀을 누설했다는 대목도 "대체로 인정한다"고 진술했다.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씨와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의 공판준비기일도 같은 재판부에서 뒤이어 열렸다. 차씨 측 변호인은 차씨가 운영한 아프리카픽쳐스 회사 자금 횡령만 인정하고 나머지 공소사실은 모두 부인했다.
이날 법정에 나온 송 전 원장도 검찰이 기소한 범죄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재판부는 이날 변호인들이 기록 검토를 마치지 못했다고 해 29일 시차를 두고 다시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이날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최씨 조카 장시호씨의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리는 날이기도 하다. 최씨와 안 전 수석은 작년 10월과 올해 1월 출범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50여개 대기업이 774억원을 억지로 출연하게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으로 기소됐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 측에 공무상 비밀 47건을 포함해 180여건의 청와대·정부 문서를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차씨는 최씨 등과 공모해 포스코 계열 광고사 포레카를 인수하려던 중소 광고사 대표 한모씨에게 지분을 내놓으라고 부당한 압력을 가한 혐의(강요미수) 등으로 기소됐다.
↑ (서울 사진공동취재단 = 연합뉴스) 19일 오후 국정농단 관련 첫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방청객들이 앉아 있다. 이날 지법은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san@yna.co.kr
"죽을 죄 지었다"던 최순실, 법정선 "정확한 걸 밝혀야"
연합뉴스 | 2016/12/19 16:33
↑ 법원 나서는 최순실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국정농단 의혹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최순실씨가 19일 오후 첫 공판준비기일을 마치고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두색 수용자복 '번호 628' 최서원… 첫 재판 출석해 혐의 모두 부인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최서원 피고인", "네". "독일에서 왔을 때 어떤 죄든 달게 받겠다고 했었는데…이제 정확한 걸 밝혀야 할 것 같습니다." 1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서관 417호 대법정. '비선 실세'이자 '국정농단'의 장본인으로 지목돼 구속기소 된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에게 재판장이 검찰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묻자 최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는 최씨가 지난 10월31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처음 출석했을 때 포토라인 앞에서 말한 내용과 사뭇 대비된다. 그는 당시 쏟아지는 질문 속에 "국민 여러분 용서해주십시오, 죄송합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라며 울먹거리며 사죄했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고 도망치듯 취재진을 벗어나 검찰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여성 미결 수용자용 겨울 복장인 밝은 연두색 수의 차림에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법정에 들어선 최씨는 비교적 침착한 모습으로 재판에 임했다. 재판장이 피고인임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통해 인적사항과 주소지 등을 묻자 차분히 "네"라고 답했다. 함께 기소된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7) 전 부속비서관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공판과 달리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이 직접 법정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재판장이 국민참여재판 의사를 확인하자 최씨 변호인은 "철저한 진상규명이 법정에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최씨도 "마찬가지"라고 의사를 밝혔다. 국민 정서가 반영될 수 있는 '여론재판'은 피하고 법정에서 검찰과 법리공방에 주력하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최씨는 침착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이거나 정면을 응시한 채 긴장한 모습이었다. 머뭇거리듯 발음을 정확히 하지 않아 방청석에서는 "방금 뭐라고 한 거냐"고 낮게 웅성거리는 소리가나오기도 했다.
↑ 최순실 재판에 줄 선 방청객들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최순실 관련 사건 첫 재판이 열린 1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방청객들이 줄을 서 신원확인 후 입장을 하고 있다.
↑ 재판장의 최순실 (서울 사진공동취재단 = 연합뉴스) 19일 오후 국정농단 관련 첫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대법정에 최순실씨가 참석하고 있다. 이날 지법은 417호 대법정에서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2016.12.19 xyz@yna.co.kr
재판이 끝나자 최씨는 법정경위의 손에 이끌려 법정을 떠나며 서너 차례 방청석을 응시했다. 일부 방청객은 의아한 듯 "(최씨가) 여길 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줄곧 재판을 지켜본 방청객 김모(25·여)씨는 "법정에서 사실이 다 밝혀져 정당한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법원은 이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미리 추첨을 통해 출입증을 받은 방청객만 입장시켰고, 입구에서 금속탐지기로 몸수색을 하는 등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법정 안에 10명이 넘는 인력을 배치하고 법원 청사 바깥에 경찰 병력 총 160명가량을 동원했다. 다행히 재판은 별다른 동요나 소란 없이 차분한 분위기 속에 이뤄졌다.
검찰에서는 특별수사본부의 핵심 실무진이었던 서울중앙지검 이원석 특수1부장과 한웅재 형사8부장 등 검사 12명이 출석했다. 6명이 공소유지를 위해 최씨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고, 나머지 6명은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봤다. 이날 재판은 예정 시간을 10여분 넘긴 오후 3시 16분께 마무리됐다. 공소사실을 둘러싼 검찰과 피고인 양측의 입장만 확인하고, 증거에 대한 의견은 다음 공판준비기일에 나누기로 했다. [jaeh@yna.co.kr]
최순실 "촛불 무서워... 내가 죽일 사람인가?"
동아일보ㅣ입력 2016.12.19 03:03 수정 2016.12.19 04:11 댓글 1073개
19일 첫 공판준비기일 열려
[동아일보] ‘국정 농단 사건’의 주범들에 대한 재판이 19일 시작된다. 아직은 공판준비기일이라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할 의무는 없지만 이번 사건의 주범들이 본인의 혐의에 대해 적극 소명하거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재판정에 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19일 오후 2시 10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대법정에서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같은 날 오후 3시에는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과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이 열린다. 이 피고인들은 모두 구속 기소된 상태다.
공판준비기일은 향후 본격적인 재판을 위해 공소사실 쟁점 정리와 증거신청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최 씨는 그동안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 출석을 거부해왔다. 그러나 최 씨의 변호인은 최 씨에게 청문회와는 달리 공판준비기일 참여를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거 중심의 실체적인 다툼을 벌이기 위해 본인의 주장을 확고하게 밝히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최 씨는 여전히 공판 출석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국정 농단 사태가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라는 여론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본인은 대통령에게 정치적인 의견을 제시했던 것뿐이며 정치인이 아닌 사람이 대통령을 제쳐놓고 국정에 개입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번 사태의 책임을 대통령에게 돌리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최 씨는 최근 주말 촛불집회 상황을 신문으로 접하면서 “공포스럽다. 내가 원인을 제공해서 죽일 사람이 됐다. 내가 죽일 사람인가”라는 언급을 측근에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는 또 “내가 국정을 운영했다면 대통령에게 투표한 1000만 유권자를 우롱하는 꼴”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공소 유지를 위해 이원석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장, 한웅재 형사8부장 등 특별수사본부 소속 부장검사가 재판에 직접 나서도록 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의견을 듣고 증거조사 범위를 논의한 뒤 일정을 조정한다. 이날 재판은 법원의 사전 추첨을 통해 선정된 일반인 80명도 방청한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배준우 채널A 기자]
朴대통령-최순실-안종범, 서로 짜맞춘듯 '공모관계 모르쇠'
동아일보ㅣ2016.12.20 03:05 댓글 946개
↑ 피고인석 향하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핵심인 최순실 씨(수의 입은 사람)가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 들어와 피고인석으로 걸어가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사건의 중요성을 감안해 개정 전까지 취재진의 법정촬영을 허가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최순실 첫 재판
[동아일보] ‘비선 실세’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19일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은 두 사람과 박근혜 대통령을 ‘3각 공모’ 관계로 본 검찰의 공소사실을 허물겠다는 공통의 목표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된 혐의에서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다. 최 씨는 박 대통령과 안 전 수석이 공모한 일과 자신은 무관하다며 ‘책임 떠넘기기’에 나선 반면,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은 안 전 수석은 변호인을 통해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비선 실세가 없음을 확인한 뒤 대통령의 뜻을 수행한 것뿐이라며 최 씨에 대해서만 ‘모르쇠 전략’을 폈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 “최 씨의 사익추구와 무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이라고 주장하는 박 대통령 측의 논리와도 맞아떨어진다.
○ 박 대통령과 안 전 수석에게 공 넘긴 최순실
최 씨는 재단 모금과 인사 개입 등 국정 농단과 관련된 혐의에 관한 책임을 박 대통령과 안 전 수석 쪽으로 떠밀었다. 공무원이 아닌 최 씨에게 공무원이 주체인 형법상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실행자 격인 박 대통령이나 안 전 수석과의 공모가 인정돼야 하는데 이들과의 3각 공모 자체를 부인함으로써 검찰의 공소사실 ‘전제’를 흔들겠다는 전략이다.
최 씨가 박 대통령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입장을 취한 것은 탄핵심판 중인 박 대통령에게도 불리하지 않다. 박 대통령은 16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최 씨가 개인적 이익을 추구했더라도 자신과는 무관한 일” “최 씨와 어떤 관련이라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절대 들어주지 않았을 것” 등의 주장을 펼치며 최 씨와의 거리두기에 나섰다. 최 씨가 본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될 것을 알면서도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가 없는 공판준비기일에 수의를 입고 나온 것도 재판부에 적극적인 소명 의지를 보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씨 측 변호인은 검찰의 강압수사를 주장하기도 했다. 공모자로 지목된 최 씨 스스로가 박 대통령과의 공모를 적극 부인함으로써 검찰의 공소사실을 상당 부분 참조해 작성된 국회의 탄핵 사유를 흔드는 효과도 있다. 최 씨 등 피고인들은 여론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는 국민참여재판을 거부하면서 검찰의 공소사실의 허점을 파고들어 반전을 모색하겠다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도 분석된다.
○ 안 전수석 “비선 실세 존재 의심하고 문의”
안 전 수석이 그간 알려지지 않은 정 전 비서관의 응답 내용까지 공개하면서 최 씨의 영향력을 부정한 것도 대통령 탄핵심판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안 전 수석 스스로 최 씨의 영향력을 일부라도 시인하게 되면 ‘최 씨에게 이용당한 피해자’ 입장에서 탄핵심판 변론에 임하고 있는 박 대통령의 입장과 배치될 수 있다. 안 전 수석 측은 이날 공판에서 “정 전 비서관에게 ‘비선 실세가 있느냐’고 물었을 때 ‘절대 없다’고 했다”며 “안 전 수석은 그 말을 믿고 대통령 지시에 따라 연락했다”라고 말했다. 최 씨를 단지 정윤회 씨 부인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안 전 수석이 검찰에 제출한 다이어리에 대통령의 지시 내용은 상세하게 적힌 반면 최 씨에 대한 언급은 따로 없는 점도 최 씨의 모르쇠 전략과 맞아떨어진다. 최 씨와의 연결고리만 부인하면 박 대통령의 정당한 직무 집행 논리와 어긋나는 사실이 없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재단 모금과 관련해 “안 전 수석에게 문화 융성 등 좋은 취지로 협조를 받으라고 지시했을 뿐 위법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라거나 “참모진이 대통령의 발언 취지를 오해해 과도한 직무 집행이 이뤄졌을 수 있다”라며 안 전 수석과도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 피고인 8명 중 정호성만 혐의 인정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은 정 전 비서관은 변호인을 통해 최 씨에게 국가기밀을 누설한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형법상 공무상비밀누설죄의 법정형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로 공범들의 다른 혐의에 비해 처벌이 가벼운 편이기 때문에 초기에 혐의를 인정해 재판부의 선처를 이끌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 전 비서관의 변호인은 “기밀 누설 혐의에 대해서 자백하는 취지로 조사를 받았다”면서 “대체로 대통령 뜻을 받들어서 했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정 전 비서관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은 이날 재판에서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 문화계 황태자로 불렸던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측 변호인은 차 씨가 운영했던 회사 자금 횡령 등 개인 비리 혐의만 인정하고 KT 인사 개입과 포스코 계열 광고업체 인수 시도 등 국정 농단 관련 혐의는 부인했다. 차 씨의 측근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과 김홍탁 플레이그라운드 대표 등 4명도 검찰의 공소사실 전부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29일 2회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이날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조원동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의 재판도 열릴 예정이다. [신동진 권오혁·허동준 기자]
취재진 빠지자 고개 든 최순실 "혐의 인정 못한다" 전면 부인
동아일보ㅣ2016.12.20 03:05 수정 2016.12.20 09:52 댓글 6391개
↑ ‘죽을 죄’ 지었다더니… 비선 개입을 통해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 씨(구속 기소)가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위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최 씨가 입장하며 방청석을 바라보는 모습. 최 씨는 이날 카메라 촬영이 허용되는 동안 자숙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 재판이 시작되자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사진공동취재단
朴대통령 대선 승리 4주년 날 수감번호 '628번' 최순실 첫 공판
변호인 "대통령과 공모 안해"
“죽을죄를 졌다”며 사죄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해외 도피를 끝내고 10월 31일 검찰에 출석하며 고개를 숙였던 최순실 씨(60)는 50일 만에 선 법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국정농단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돼 19일 첫 재판에 나온 최 씨는 수감번호 ‘628번’이 뚜렷한 연갈색 수의(囚衣)를 입고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 들어섰다. 방청석을 채운 시민과 취재진 등 120여 명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 여성 청원경찰의 부축을 받으며 등장한 최 씨는 사람들의 눈길을 피한 채 피고인석으로 이동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나 자숙하는 듯했던 최 씨의 태도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취재진의 카메라가 철수하자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와 대화를 나누고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였다. 최 씨는 재판부의 질문에 머뭇거리며 방청석에서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답변하기도 했지만 재판 내내 정면을 응시했다. 최 씨의 첫 재판이 열린 이날은 공교롭게도 4년 전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날이었다.
누구보다도 박 대통령의 당선을 기뻐했을 최 씨는 이후 비선(秘線) 실세로 군림하며 전횡을 일삼은 끝에 결국 법의 심판대에 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최 씨는 최대한 말을 아꼈지만 재판부가 “혐의를 전부 인정할 수 없는 것이 맞느냐”고 묻자 “네”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그는 “독일에서 벌을 받겠다고 돌아왔는데 들어온 날부터 많은 취조를 받았다. 이제 (재판을 통해) 정확한 걸 밝혀야 할 것 같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 공소사실 중 8가지가 대통령과 공모했다는 것인데 공모한 사실이 없다. 전제가 되는 공모가 없기 때문에 죄가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 씨 측은 핵심 물증인 태블릿PC의 검증을 법원에 요구하는 등 검찰 수사 전반을 부정하는 의견을 내놓아 앞으로 검찰과의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다. 최 씨 측의 적극적인 입장 표명으로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된 첫 재판이 끝날 무렵, 재판부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최 씨는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 앞으로 공판에 성실히 임하겠다”라고 답했다. 그는 상기된 얼굴로 방청석을 한 차례 힐끗 쳐다본 뒤 법정을 빠져나갔다. 최 씨와 함께 기소된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이날 출석하지 않았다. [권오혁 허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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