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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대선

[여론조사] 내년 대선 2040세대가 좌우한다

잠용(潛蓉) 2016. 12. 21. 16:11

'내 투표로 바꿔보자' 내년 대선 2040세대가 좌우한다
한국일보ㅣ이태규ㅣ입력 2016.12.21 04:42 수정 2016.12.21 09:23 댓글 218개


[한국일보, 선거 관심도 조사]
촛불 이후 젊은층 91% “대선 관심” 2012년 조사보다 10%p 안팎 증가
5060세대 관심도는 줄어 77~84%, 세대별 투표율 처음으로 역전 예상

 


탄핵안 가결을 축하하며 루돌프머리띠와 산타모자 등을 착용하고 10일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탄핵축하 모형 케익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정반석 기자

 

촛불 민심은 과연 어느 곳을 향할까. 지금 정치권과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관심은 온통 촛불 민심의 방향에 맞춰져 있다.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두 번째로 열린 지난 17일 8차 촛불집회에는 전국에서 77만명의 시민들이 참가했다. 여전히 국민 다수는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국일보ㆍ한국리서치가 탄핵 직후인 9~10일 실시한 여론조사의 예측(본보 12일자 보도)대로,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 절차를 밟으면서 촛불 여론은 일부 관망세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촛불 민심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그 방향을 보여주는 지표가 투표참여를 예측하는 선행변수인 세대별 선거 관심도 조사이다. 본보 조사를 토대로 이를 추적한 결과, 내년 조기 대선에서 선거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2040세대가 처음으로 5060세대의 투표율을 뛰어 넘어 대선판도를 좌우할 것이란 예상이다. 중앙선관위가 지난 4월 공개한 유권자는 2040세대가 2,316만명으로 5060세대의 1,818만명 보다 500만명이나 많다.

 

이번 조사에서 “내년 대선에 관심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관심 있다”고 응답한 20대와 30대는 91.3%로 일치했다. 40대도 91.1%에 달해 2030세대와 비슷했다. 하지만 50대는 83.6%, 60대 이상은 76.8%에 그쳤다. 2007년 8월(EAIㆍSBSㆍ중앙일보ㆍ한국리서치), 2012년 6월(EAIㆍ한국리서치)조사와 비교하면, 2030세대는 상승하고, 18대 대선의 주요 변수였던 5060세대는 하락세가 뚜렷했다. 20대와 30대는 2012년 조사에서 “관심 있다”는 응답이 각각 80.5%, 82.9%였고, 2007년엔 각각 66.8%, 73.2%에 불과했다. 40대도 2012년(90.7%)과 2007년(81.0%)에 비하면 다소 증가했다. 전체적으로 2040세대의 선거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50대와 60대는 2007년엔 82.9%, 89.7%였고, 2012년에는 각기 91.5%, 93.9%였지만 지금은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체적으로 세대가 높아질수록 선거관심도가 높았던 이전 조사와 달리 2040의 선거관심도가 5060세대를 압도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매우 관심이 많다”고 답변한 2030세대 응답자는 2012년까지 30%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이번 조사에선 70.4%(20대), 73.6%(30대)로 무려 40%포인트 이상 급증했다. 지난 18대 대선에선 2030세대의 선거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실제 투표율 상승을 이끌었다. 이런 흐름을 감안할 때, 내년 대선에서 2030세대는 투표율에서 역대 최고치는 물론 5060세대의 투표율을 처음으로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선거관심도의 급격한 상승은 탄핵정국 속 촛불집회의 영향이 무엇보다 컸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적이 없다”고 밝힌 응답자 중 “대선에 관심이 있다”고 한 비율은 81.9%였지만, “촛불집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고 한 응답자는 95.1%가 대선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국민 의사와 상관없이 “소수가 정치 좌우” 85%

촛불집회 참여 경험이 없는 응답자 중 “대선에 매우 관심이 높다”는 답변은 59.2%였지만, 참여 경험이 있는 응답자에선 무려 82.1%에 달했다. 대선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도가 촛불집회 참여 여부와 강한 상관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이번 촛불집회는 불과 두 달 사이 연인원 700만명이 넘는 광범위한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또 시민들이 평화적인 시위를 통해 질서 있는 탄핵국면을 주도했다. 여론조사 시행 전인 6차 촛불집회까지 응답자의 30.7%가 “촛불집회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2012년 동아시아연구원(EAI)이 “지금까지 평생 동안 정치 시위에 참여한 적이 얼마나 있느냐”고 물어본 조사에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12.1%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이번 촛불집회의 참여도가 얼마나 컸는지를 추론할 수 있다.

 

광범위한 촛불집회가 가능했던 이유는, 우선 ‘최순실 게이트’가 좌우이념을 떠나 국민 다수를 자괴감과 충격에 빠뜨린 유례 없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보도한 언론에서도 진보ㆍ보수 간 논조 차이가 사라져 하나된 분노를 표출할 수 있었다. 이처럼 광범위한 참여와 공감은 자칫 폭력시위로 변질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평화시위 기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이었고,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켜 시민들의 상실감에 위안을 주는 계기로 작용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 날인 10일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이 촛불을 밝히고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왕태석 기자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직접 거리로 나선 것은 그만큼 민주주의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시민의 정치참여 역량은 강화하는 데 반해 시민들의 의사와 요구를 정치가 제도적으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정치불신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우리나라에선 다수 국민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소수의 사람이 정치와 정부를 좌우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85.1%로 여전히 높았다. 반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정부가 하는 일에 말할 자격이나 능력이 없다”는 응답은 40.6%에 그쳤다. 동일한 답변을 한 20대와 30대는 각각 21.3%, 36.3%에 머무는 등 2030세대를 중심으로 시민역량에 대한 자신감이 커지고 있다. 국회의 탄핵안 가결이 촛불민심의 정치에 대한 신뢰를 부분적으로 회복시켰고, 촛불집회와 같은 거리의 정치보다 투표와 같은 전통적인 정치 참여에 의존하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국회의 탄핵안 가결은 촛불민심의 절반의 승리다. 이번 촛불이 정치에 대한 기대를 되살리는 계기가 될지, 2008년 촛불처럼 폭력과 냉소로 귀결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이후 19대 대선이 그 결과를 말해 줄 것이다. 그러나 촛불민심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내년 대선에서 유례 없는 2040세대의 투표참여를 예고하고 있고, 단순한 대통령 심판이나 정권교체가 아닌 불신 받는 정치에 대한 근본적인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공은 다시 정치권으로 넘어온 셈이다.

 

이번 여론조사는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9, 10일 전국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유선 176명, 무선 824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유ㆍ무선 전화 임의걸기(RDD)를 통한 전화면접조사 방법을 썼으며 응답률은 14.4%로 집계됐다. 2016년 11월 행정자치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 기준을 적용해 지역ㆍ성ㆍ연령별 가중치를 부여했다.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정한울 객원기자(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

 

한마디로 끝내주네, 대학가 대자보
중앙일보ㅣ홍상지ㅣ입력 2016.12.21 02:00 수정 2016.12.21 06:37 댓글 187개

 

최순실 국정농단 계기 다시 활기, 긴 문장 대신 짧지만 강렬한 풍자
포스트잇·종이띠 등 형식 파괴, SNS·오프라인 공론 함께 활성화
"젊은 세대의 하이브리드형 소통" “‘시’무룩, ‘국’민무룩, ‘선’사시대야 뭐야, ‘언’제적 샤머니즘?”

“‘시’험을 망쳤어, ‘국’가도 망했어, ‘선’무당은 알았을까, ‘언’노운(unknown) 했겠지.”

지난 16일 연세대 학생회관 1층에는 4행시 형식의 시국선언문들이 줄줄이 붙어 있었다. 20자 내외의 ‘미니 대자보’는 바삐 걸어가던 학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이 대자보를 보고 있던 대학생 황재혁(22)씨는 “집중해서 봐야 하는 기존의 대자보와 달리 지나가다가도 쓱 읽고 웃을 수 있어 더 눈길이 간다”고 말했다.

 

(세로드립 4행시)

 

국정 농단 사건이 대학 내 대자보 문화를 부활시켰다. 특히 정유라(20)씨의 입학·학사 특혜 의혹이 공분의 토대가 됐다. 학생들은 오랜만에 펜을 들고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로 70㎝, 세로 1m 전지에 빼곡히 글을 써 넣었던 기존의 방식과는 조금 다르다. 규격과 형식에 갇히지 않는다. 온라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세로드립(세로로 글자를 읽으면 새로운 의미가 나타나는 글의 형식)’과 ‘해시태그(#)’ 등도 자주 활용된다. 본래 대자보가 지닌 무게감을 다소 덜어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온라인상에서의 글쓰기가 익숙한 대학생들이 이 방식을 오프라인에서도 활용한 하이브리드(혼합형) 형태의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A4용지)

 

이러한 ‘하이브리드형’ 대자보의 발원지는 이화여대다. 이화여대는 정씨의 특혜 의혹 중심에 선 학교로 지난 7월 말 학생들이 본관 점거 농성을 시작한 이후 올 하반기 내내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만큼 교내에는 학교의 행태를 고발하는 전통적인 대자보부터 해학적이면서 함축된 문구만을 담은 대자보까지 다양한 형태의 대자보가 등장했다. 20일 이화여대에는 ‘잘 키운 말 하나 열 A+ 안 부럽다’ ‘입학은 네 맘이지만, 졸업은 내 맘이란다’ 등의 문구가 인쇄된 A4 용지들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종이띠 잇기)

 

‘쌍방향’ 소통을 추구하는 대자보도 나왔다. 연세대에서 ‘무너진 연세인 교육권 다시 세우기’ 활동을 하는 학생들은 학생회관 1층 기둥에 ‘교육에 바라는 소원띠를 함께 만들어 달라’고 적었다. 이 글을 본 학생들은 온라인에 댓글을 다는 것처럼 ‘학생들의 목소리가 닿는 학교’ ‘토론하고 생각하는 대학다운 수업’ 등 각자의 희망사항을 적어 종이띠를 이어 나가고 있다. 특정 사안에 대해 정치적 구호 대신 호기심을 자극하는 ‘한마디’로 이목을 끌기도 한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문제를 다루는 연합 동아리 ‘평화나비’는 작은 나비 모양의 포스트잇을 서강대·고려대 캠퍼스 등에 붙였다. 포스트잇에는 1992년부터 10년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인 위안부 피해자 송신도(95) 할머니가 마지막 재판에서 한 말인 ‘재판에서는 졌어도 내 마음은 지지 않았어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전문가들은 대자보 자체가 지닌 ‘진정성’이라는 이미지와 온라인의 ‘파급력’이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김윤태 교수는 “대자보의 부활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대학가 공론장을 대체하는 추세 속에서 등장한 새로운 실험으로 온라인에선 묻히기 쉬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행위다”고 분석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거친 구호보다 익숙하고 부드러운 언어로 소통하려는 젊은 세대들의 새로운 소통 전략이다”고 말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