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평등한 나라' 순위 18위서 27위로...
새 지니계수 신뢰성은?
한겨레ㅣ노현웅ㅣ입력 2017.03.06 17:16 수정 2017.03.06 21:06 댓글 108개
(그래픽_김승미)
통계청 올해부터 지니계수 산출방식 개편.. 가계동향 대신 가계금융복지 조사 활용
새 지니계수 적용 땐 OECD 평등순위 바뀌어.. 지니계수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한 사회 평가
소득 재분배 뒤 지니계수 국제비교해 보면.. 한국은 캐나다·일본·영국보다 평등한 나라
새 지니계수 현실 제대로 반영할지 두고봐야.. 계 장기 시계열 단절은 또다른 고민거리로
[한겨레] 지니계수는 소득분배의 평등과 불평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이탈리아의 통계학자 코라도 지니가 제시한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가 평등하게 잘 이뤄지는 사회로 평가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소득분배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지니계수의 신뢰성 회복’은 해묵은 고민거리이자 과제였다. 통계청이 해마다 공식 발표하는 지니계수가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워낙 높다 보니, 이 통계를 보정하는 것 자체가 소득분배 연구의 한 갈래가 됐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올해부터 기존 가계동향 조사를 바탕으로 한 지니계수 산출을 더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에 올해 말부터 가계금융복지(가금복) 조사를 기반으로 한 ‘새 지니계수’를 공식 지표로 삼기로 했다. 새로운 통계가 소득분배 지표를 둘러싼 오랜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새 지니계수’, 공식 지표로
통계청은 올해 12월 가금복 결과를 기반으로 국세청 조세자료를 추가로 참고해 산출하는 ‘새 지니계수’를 공표할 예정이다. 올해부터 수입과 지출을 동시에 보던 가계동향조사가 소비지출을 중점적으로 보는 가계지출조사로 개편돼 지니계수를 산출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변경에 앞서 국가통계위원회가 열려야 하는 등 관련 절차가 남아 있지만, 현재로서는 소득분배 지표 산출 방식이 바뀔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김보경 통계청 과장은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가금복 조사가 표본도 많은데다 국세청 세무 행정자료로 보정작업도 할 예정이어서 소득파악 측면에서 신뢰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통계위원회 개최 등 절차가 남아있지만 통계청은 가금복을 기반으로 한 지니계수를 공식 지표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소득분배, OECD 평균에서 하위권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표를 보면, 한국의 지니계수는 2013년 기준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0.302(시장소득 기준 0.336)로 오이시디 회원국 평균 0.317(˝ 0.475)보다도 평등한 나라였다. 가처분소득이란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을 공제하고 소득 재분배 정책에 따라 지급되는 사회보장금 등 이전소득을 보탠 것으로 개인이 소비나 저축으로 쓸 수 있는 소득이다.
하지만 통계청의 기존 지니계수엔 신뢰도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사회 양극화 우려가 깊은데도 소득 재분배 뒤 산출한 지니계수는 한국이 캐나다, 일본, 영국보다 더 평등한 사회라고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니계수 산출 방식이 바뀌면, 국제 비교에서 한국의 위치는 좀더 불평등한 쪽으로 옮겨간다. 오이시디 35개 회원국을 지니계수(2013년 가처분소득 기준)로 보아 평등도가 높은 순으로 줄 세웠을 때 한국은 기존 지니계수를 적용하면 18위로 중위권에 속한다. 하지만 ‘새 지니계수’를 적용하면 한국은 27위로 불평등이 심한 하위권에 속하게 된다.
앞서 새 지니계수는 일찌감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통계청은 2012년부터 새 지니계수를 생산하고도 공표는 하지 않았다. 이에 당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양극화의 실체를 보여주는 통계를 사실상 ‘마사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관련기사 ☞[단독] 청와대, 박근혜 후보에 불리한 통계 대선 직전 발표 미뤄 ☞금값 뛸때 물가에서 금반지 뺐다)
핵심은 고소득층 소득 파악
전문가들은 가금복 조사를 바탕으로 한 새 지니계수의 도입을 일단 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 지니계수 산출의 토대인 가계동향 조사는 1만여 표본가구가 스스로 작성한 가계부만 살피는 방식이어서 한계가 있었다. 고소득층 소득이 과소 파악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하지만 가금복 조사는 조사원이 2만여 패널가구를 직접 대면조사 하는 방식이어서 신뢰도 면에서 더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더구나 올해부터는 고소득층 소득파악에 강점을 지닌 국세청 세무 행정자료를 통해 통계 보정작업도 할 예정이다.
앞서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말 발표한 ‘불평등 지표 개선연구’에서 국세청 세무 행정자료를 활용해 가계동향과 가금복 지니계수를 각각 보정해 보았다. 가계동향 지니계수는 보정 뒤 0.4117로 기존 수치보다 21.2%나 높아졌다. 그러나 가금복 지니계수는 0.4016으로 보정 전에 견줘 오차율이 0.57%에 그쳤다.
시계열 단절은 또다른 고민거리
기존 지니계수가 문제였던 것은 맞지만 향후 산출이 아예 중단되는 것은 또다른 고민거리를 안긴다. 소득분배는 국제 비교만 의미 있는 게 아니라 한 국가 내에서 장기 시계열을 통해 개선과 악화 여부를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통계청은 기존 지니계수를 더이상 산출하지 않을 방침이다. 애초 가계동향조사도 1990년 이후 도시 2인 이상 가구만을 대상으로 하다가 2003년, 2006년 거듭 조사 범위가 확대되면서 지니계수 시계열에 단절이 생겨났다. 다만 학자들이 세부 자료를 바탕으로 통계를 보정해 장기 시계열 연구를 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통계 생산이 중단될 경우 이조차 불가능해진다.
한신대 전병유 교수(경제학)는 “지니계수 산출 방식 개편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시계열 연구를 위해 가계동향 지니계수도 유지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보경 과장은 “통계청이 복수의 지니계수를 공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향후 가계동향 조사는 가계 지출을 보는 데 무게를 두고, 소득 부분 자료는 보조적으로 살필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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