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기의 유물' 세바람꽃 소백산에도 산다
중앙일보ㅣ강찬수ㅣ입력 2017.06.05. 02:33 수정 2017.06.05. 06:12 댓글 25개
↑ 빙하기 때 한반도까지 서식 범위를 넓혔다가 고립된 식물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1. 세바람꽃· 2 암매·3 노랑만병초·4 구상나무. 암매는 한라산에서만, 노랑만병초는 경북에서 , 구상나무는 한라산·지리산과 덕유산 등에서 관찰된다. 구상나무는 분비나무가 고립된 뒤 별도의 종으로 진화한 경우다.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
국외 반출 승인 대상인 희귀식물
국내선 한라산에만 서식 알려져
‘빙하기의 유물’로 알려져 있는 세바람꽃이 소백산에서 발견됐다. 지금까지 남한에서는 한라산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달 초 충북 소백산국립공원을 대상으로 자연자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세바람꽃 자생지를 발견했다고 4일 밝혔다. 자생지는 해발 1000m 정도에 위치한 계곡 주변. 10㎡ 정도의 면적에 20여 포기가 자라고 있었다.
세바람꽃은 미나리아재빗과(科) 바람꽃 속(屬)의 식물이며, 높이가 10~20㎝로 한 줄기에서 세 송이의 꽃을 피운다. 이 때문에 ‘세송이바람꽃’이란 이름으로도 불리나 한꺼번에 꽃 세 송이가 피어 있는 것을 보기는 어렵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소백산국립공원 북부사무소 김선현 주임은 “한 송이가 피어 있을 때 아래쪽에 꽃봉오리가 맺히고, 먼저 핀 꽃이 지고 나면 나머지가 피는 식”이라며 “전체적으로 개화 시기를 늘려 꽃가루받이 확률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바람꽃은 햇볕이 하루 1~2시간 들면서도 낮은 온도와 높은 습도를 선호한다. 까다로운 서식 조건 탓에 해발 700m 이상의 차가운 아한대 지역에서만 서식한다. 과거 빙하기 때 한반도까지 서식 범위를 넓혔지만 이후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한반도 남쪽에서는 사라지고 고도가 높은 제주도 한라산에만 남았다. 북한에서는 백두산 등 함경남북도에서 발견되고 있다.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 현진오 소장은 “빙하기 때 한반도에 내려왔다가 한라산·지리산·설악산 등에만 남은 경우가 있는데 암매·홍월귤·노랑만병초 등이 그런 사례”라며 “세바람꽃이 소백산에서 발견됐다는 것은 획기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세바람꽃은 분포 지역이 좁은 희귀식물에 해당되며, 국외 반출 승인대상종으로 지정돼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올 들어 소백산에 여우 13마리 방사
중앙일보ㅣ입력 2017.04.09 12:49 수정 2017.04.09 13:05
토종 여우 복원 결실...30마리 대가족 된다 / YTN
소백산여우 본방사 시작.. 소백산 여우 2세들 '홀로서기' [안동 MBC뉴스]
소백산국립공원에 방사된 여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센터
국립공원관리공단, 2012년부터 복원 진행
올해는 임신한 암컷 등 순차적으로 방사
소백산에 방사된 여우 가족 18마리로 늘어
2020년까지 50마리로 늘리는 게 목표
경북 영주 소백산 국립공원의 야생에서 생활하는 여우가 모두 18마리로 늘어났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은 올해 2월 말부터 최근까지 소백산 일대에 멸종위기 야생생물 Ι 급인 여우 암컷 13마리를 순차적으로 방사했다고 9일 밝혔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국내에서 사라진 여우를 복원하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소백산에 여우를 방사하고 있다. 올해 야생으로 방사된 여우 가운데 10마리는 2014~2016년 중국에서 도입된 2~4년생 암컷 9마리와 2014년 서울대공원에서 도입한 5년생 암컷 한 마리다. 나머지 세 마리는 올해 1~2월에 전파 발신기 교체를 위해 야생에서 회수된 것 가운데 짝짓기를 통해 임신이 확인된 2~4년생 암컷들이다.
종복원기술원 김석범 센터장은 “13마리를 한꺼번에 방사하지 않고 순차적으로 방사한 것은 여우들이 세력권 다툼 과정에서 밀려 나와 사망하는 것을 미리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우는 일정한 세력권을 가지고 단독 생활을 하는 동물인데, 여러 마리를 동시에 방사했을 경우 세력권 싸움이 심하게 벌어지고, 세력권 싸움에서 밀린 개체들이 자칫 희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순차적인 방사를 하면 여우들이 기존에 정해진 세력권을 피해 다른 곳으로 이동해 새로운 세력을 형성하게 된다.
.김 센터장은 “올해는 암수를 함께 방사하기보다는 임신한 암컷만을 방사하는 방식으로 바꿨고, 임신한 여우의 방사 시기도 교미 직후에서 출산 3~4주 전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여우는 출산 시기에 일정한 지역에 번식 굴을 만들고 정착하는 습성이 있는데, 임신한 암컷 여우를 방사해 정착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정착을 하면 방사 초기 생존율을 높일 수 있고, 새로 태어난 새끼가 출생지역 인근에서 무리를 이룰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소백산에는 지난해까지 방사했던 것 중 남아있는 5마리와 올해 방사된 13마리 등 18마리가 살고 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32마리를 방사했으며, 이 가운데 덫·올무 등 불법 사냥도구로 인해 폐사한 것이 13마리, 부상을 입어 회수된 것이 7마리에 이른다. 이렇게 해서 소백산에는 15마리 여우가 살게 됐으나, 10마리는 전파 발신기 교체 등을 위해 회수됐다. 회수된 10마리 가운데 3마리는 올해 다시 방사됐다. 지난달 15일 방사됐다가 경북 영주시 가흥동의 한 아파트에서 구조된 여우도 이번에 다시 방사됐다고 국립공원관리공단 측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앞으로도 매년 10마리를 이상 여우를 방사해 2020년까지 50마리 이상이 자연 생태계에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복원사업을 계속할 계획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연구팀은 “과거 한반도에 서식했던 여우의 복원을 통해 생태계 연결 고리를 튼튼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야생동물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여우는 식육목(目) 개과(科)에 속하는 포유류로 들쥐나 집쥐 같은 설치류, 고라니·노루 등 우제류 동물의 새끼, 새알·개구리·물고기·곤충·식물열매 등을 먹는 잡식성 동물이다. 여우는 들쥐 등이 옮기는 질병을 막아주고, 고라니 등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도 막아주는 생태계 조절자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머리와 몸통의 길이는 60~80㎝, 꼬리 길이는 40~50㎝, 어깨높이는 30~40㎝다. 무게는 수컷이 6~10㎏, 암컷이 5~8㎏ 정도다. 주로 단독 생활을 하며 1부1처제로 임신기간은 50~60일, 출산 시기는 3~5월로 한 번에 3~6마리를 낳는다. 태어난 새끼는 암수가 약 45일 동안 함께 보육한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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