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봄을 기다리는 금강
수문 열린 4대강 바닥, 새로운 희망을 그리는 겨울
오마이뉴스ㅣ이경호ㅣ2017.12.13. 16:02 댓글 129개
[오마이뉴스 이경호 기자] 4대강 사업이 완공된 지 5년 만에 강바닥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지난 10월 수문개방이 이루어진 덕이다. 수문개방을 하고 모니터링을 통해 4대강 보의 존치 여부와 수문운영방법을 결정하기 위해서다. 금강은 대략 세종보 2m, 공주보 0.2m, 백제보 1.5m가 열린 상태이다. 13일 찾은 금강은 수문을 일부 개방하는 것만으로도 옛 모습을 일정 부분 되찾아가고 있었다. 대규모의 모래톱과 하중도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이다. 금강정비 사업으로 대규모 준설이 이루어지고 수문이 막히면서 보이지 않았던 모습이다. 현재 개방한 수위로는 드러나지 말아야 할 하중도와 모래톱이지만 무척 반가운 결과다. 4대강 완공 이후 계획된 하천의 단면을 유지하지 못한 채 토사의 유실과 재퇴적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결과다.
공주보 하류 지역 약 1km 지점에는 하폭의 2/3가 모래로 다시 싸여있는 모습도 확인이 되었다. 이렇게 드러난 모래톱에서는 겨울 철새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겨울 철새들이 고라니가 물을 먹었던 흔적도 찾을 수 있었다. 금강 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세종 가스발전 취수구와 원봉과 장기양수장의 시설조정을 통해 1월 중순 세종보 완전히 개방하고, 공주보도 추가로 개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백제보의 경우는 현재 비닐하우스에서 사용하는 지하수가 고갈되고 있다는 민원이 있어 정밀조사를 진행 중이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수문을 추가 개방할 예정이다. 향후 강바닥의 구체적인 모습을 자세히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지역에서는 우려했던 오니(오염 물질을 포함한 진흙)와 저니(수중에서 현탁물질이 침강해서 형성된 퇴적물) 등이 쌓여 악취가 나기도 했다. 햇빛에 노출되고 비와 바람 등의 자연현상에 의해 펄은 언젠가 다시 금빛 모래로 바뀔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과정에서도 제거되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한 부분이이다.
수문개방과정에서 조개의 폐사가 등이 확인되기도 했다. 그동안 수문이 막혀버린 것에 적응한 생물들이 다시 흐르는 강의 모습에 적응하기 위한 과정이다. 그럼에도 이런 생명들을 구조하는 활동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수자원공사와 금강유역환경청은 매일 수거하여 구조하고 있지만, 여전히 강에서 죽어가는 생명들이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 공주보 하류에 퇴적되어 있는 모습 검은색의 오니가 약간 보인다. ⓒ 이경호
▲ 폐사되지 않도록 조개 수거를 하는 모습. ⓒ 이경호
▲ 수거된 펄조개, 말조개, 칼조개. 이경호
▲ 비행중인 흰꼬리수리. ⓒ 이경호
▲ 모래톱에 앉아 있는 오리들. ⓒ 이경호
상시 수문이 개방되어 호수로 다시 변하지 않는다면, 이런 생태계의 변화를 감내해야 한다. 흐르는 강을 막아 적응한 생명들에게는 참으로 미안하지만, 자연스러운 강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해 한번은 겪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흐르는 강으로 변한다면 현재 폐사하는 펄조개, 대칭이조개 등의 서식 범위는 물이 일부 고이는 지역으로 한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살 수 있는 영역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금강에서는 또 다른 모습을 만났다. 그토록 어렵게 찾아다녀야 만날 수 있는 맹금류를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독수리, 흰꼬리수리, 참수리가 하늘을 비행하고 있는 것이다. 4대강 사업 전 참수리, 흰꼬리수리, 검독수리를 금강의 하중도 한곳에서 만난 적이 있다. 4대강 사업 이후 가끔 흰꼬리수리와 참수리의 비행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대규모로 만나긴 어려웠다. 현장에서 독수리 30마리와 흰꼬리수리 10마리, 참수리 3마리를 만났다. 이중 흰꼬리수리와 참수리는 모래톱이나 하중도에서 휴식과 채식을 한다. 수문개방에 이후 드러난 하중도와 모래톱이 수리류의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금강에 희망이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 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직 금강이 가야 할 길은 멀다. 일부 수문개방으로는 과거처름 흐르는 강의 모습을 완벽히 갖추기는 어렵다. 준설된 모래만큼 다시 쌓이고 여울에 살던 물고기와 새들이 돌아오기에는 금강은 아직 너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공주보는 아직 수문을 20cm밖에 내리지 않았다. 강이 다시 과거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찾기 위해서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작은 흐름을 만든 수문개방이 맹금류와 모래톱이라는 희망을 보여주었다. 아직 되돌릴 수 있다는 희망 말이다. 이 희망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 수문은 완전히 개방되어야 한다. 그리고 선진국에서 댐을 다시 허물 듯이 4대강에 만들어진 보도 언젠가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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