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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日積弊黨

[유치원] 학부모 '연봉·학력' 기록카드 논란

잠용(潛蓉) 2019. 3. 14. 07:25

"아버지 뭐하시노?" 부모 '연봉·학력' 묻는 유치원 기록카드 논란
아시아경제ㅣ윤신원 입력 2019.03.07. 14:02 댓글 2040개


▲ 모 유치원의 신입 원아 개인 기록카드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올해 유치원에 입학한 아들을 둔 A씨. 아이의 신상을 적는 '원아 개인 기록카드'에 부모의 직업과 직장명, 심지어 연봉과 직급과 최종학력까지 구체적으로 기재하라는 가족관계 항목을 보고 만감이 교차했다. 자신의 볼품없는 연봉이나 직급을 보고 유치원 교사가 자기 아이를 무시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섰다. A씨는 "빈칸으로 내자니 괜한 오해를 살 것 같고, 유치원 측에 따지자니 아이에게 피해가 갈까 싶어 일단 써서 제출했다"며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는데 부모 직업과 학력이 무슨 상관있는지 모르겠다. 2019년에도 이런 걸 적는 칸이 있다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전국 어린이집과 유치원 입학 시기를 맞이하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 원생들의 신상을 적어 제출하는 '원아 개인 기록카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호자 정보를 묻는 항목에 연봉과 학력, 직업 등 지나치게 자세한 사항을 기재하라고 요구하면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원생들을 차별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원래 일선 학교에서 논란의 대상이 됐던 '학부모 신상정보란'은 이미 지난 2016년 이후 거의 없어졌다. 당시 교육부가 부모와 다른 가족들의 학력과 직업을 구체적으로 적는 것은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고 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호자 이름과 연락처 등 기본 사항만 기재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조치는 초·중·고 등 교육부 산하 일선 학교에만 적용됐다. 보건복지부 관할의 어린이집이나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을 받지 않은 유치원은 여전히 세세한 학부모 신상을 묻는 양식을 사용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시대착오적인 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맘카페 회원은 "첫 아이의 유치원 입학 당시인 2013년에는 부모 소득 수준(연봉)은 물론 거주지가 자가(自家)인지 전세(傳貰)인지 묻는 항목도 있었다"며 "둘째를 보낸 올해도 여전히 부모 직업과 직장명을 기재하는 항목은 빠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치원에서 아이를 관리하고 교육하는데 어떤 점에서 부모 학력과 직업이 필요한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특히 편부·편모 가정이나 조손가정 등 전통적 가정의 개념을 벗어난 형태의 가정은 불만의 목소리가 더욱 크다.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는 B씨는 "가족사항을 쓰는 부분을 보고 얼마나 당황스럽던지, 부(父)란은 비우고 모(母)란만 채워 보냈다"며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한참을 울었다"고 토로했다.


다만 유치원 측은 해당 항목들을 기재하는 건 '권고사항'일 뿐 필수 기재 사항은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서울의 한 유치원 교사는 "직장명은 비상 시 부모와 연락이 닿지 않을 때를 고려해 묻는 것"이라며 "가정마다 처한 상황이 달라 각각의 아이들을 돌볼 때 고려해야 할 점이 있는지 묻는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가족관계 항목의 세부 사항은 의무로 작성해야 하는 것이 아니며 작성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 않고, 실제로 빈칸으로 제출하는 학부모도 많다"고 덧붙였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