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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 부시 전 미국대통령 추도사

잠용(潛蓉) 2019. 5. 23. 16:09

"노무현대통령 서거10주기 추도식" 

(2019년 5월 23일 오후2시 김해 봉하마을)

중계방송 다시보기 [노무현재단]





[현장영상] 부시 미 전대통령 추도사

"노무현 전대통령 삶 추모할 수 있어 영광"
YTNㅣ 2019.05.23. 14:42 수정 2019.05.23. 14:51 댓글 271개




[조지 W 부시 / 前 미국 대통령 추도사]
감사합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삶을 여러분과 함께 추모할 수 있게 되어서 크나큰 영광입니다.

노무현재단을 비롯해 추도식을 준비해 주신 관계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또한 저의 소중한 벗인 풍산그룹의 류진 회장의 초대에도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저는 청와대에서 이곳으로 왔고요. 바로 전 비서실장님께 환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전 비서실장님이 바로 여러분의 현 대통령이십니다.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영부인 김정숙 여사님, 이낙연 총리님, 문희상 국회의장님 및 기타 정부 관계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해리 해리슨 주한미국대사님이 저는 참으로 자랑스럽습니다. 대사님, 한국에서 미국을 대표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또 양국의 우정의 발전을 위한 대사님의 의지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요. 이곳에 오기 전에 저는 영부인님 전 영부인님이시죠. 권양숙 여사님, 노건호님 그리고 더욱더 중요한 것은 아주 귀엽고 아름다운 3명의 손자, 손녀님을 만나뵙고 환담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그 환담회 자리에서 저는 가족과 국가를 진심으로 사랑하신 분께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방문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또한 제가 최근에 그렸던 노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전달해 드렸습니다.


저는 노 대통령님을 그릴 때 인권에 헌신하신 노 대통령님을 생각했습니다. 친절하고 따뜻하신 노 대통령님을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리고 모든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하신 분을 그렸습니다. 오늘 저는 한국의 인권에 대한 그분의 비전이 국경을 넘어 북에게까지 전달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미국은 모든 한국인이 평화롭게 거주하고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며 민주주의가 확산되고 모두를 위한 기본권과 자유가 보장되는 통일 한국의 꿈을 지지합니다. 그리고 저는 또한 자신의 목소리를 용기 있게 내는 강력한 지도자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내는 대상은 미국의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 여느 지도자님들과 마찬가지로 노 전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서라면 모든 일도 마다하지 않으셨고 목소리를 내셨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물론 의견에 차이는 갖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차이점들은 한미 동맹에 대한 중요성 그리고 그 공유된 가치보다 우선하는 차이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둘은 이 동맹을 공고히 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노 대통령 임기 중 대한민국은 테러와의 전쟁에 참여해 주신 중요한 동맹국이었습니다. 미국은 이라크 자유수호전쟁에 대한민국의 기여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저희는 또한 기념비적인 새로운 자유무역협정을 협상하고 체결했습니다. 오늘날 양국은 세계 최대의 무역 교역국으로서 서로를 의지하고 있고 이 자유무역협정으로 인해 양국 경제는 크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양국의 교류를 촉진하기 위해 대한민국을 비자면제 프로그램에 포함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국제무대에서의 중요한 위상을 인정하기 위한 결정으로 저희는 한국을 G20 국가에 포함시켰습니다.


그리고 저는 노 전 대통령을 그릴 때 아주 겸손한 한 분을 그렸습니다. 그분의 훌륭한 성과와 업적에도 불구하고 노 전 대통령님께 가장 중요했던 것은 그의 가치, 가족, 국가 그리고 공동체였습니다. 노 대통령님이 생을 떠나실 때 작은 비석만 세우라라고 쓰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이 더욱더 소중한 경의의 마음을 가지고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것에 대해서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노 대통령이 진심으로 사랑하셨던 이 소중한 마을 그리고 노무현재단의 노력으로 여러분의 소중한 추모의 마음이 이 추도식에서 전달되고 있습니다. 수천 명의 시민들이 모여서 그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엄숙한 10주기에 저는 노 전 대통령을 기리는 이 자리에 여러분과 함께하게 되어 진심으로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c) YTN & YTN PLUS]


‘노무현 초상화’ 그린 부시 전 대통령

“테러와의 전쟁 펼친 기여 잊지 않을 것”
세계일보ㅣ2019-05-23 16:53:44 수정 2019-05-23 17:01:51

 

▲ 부시 전 대통령이 그린 노무현 전 대통령 초상화. /뉴시스


[이슈톡톡]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 엄수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23일 엄수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공식 추도식에 참석한 인사들이 추도사에서 생전의 그를 떠올렸다. 추도식에는 권양숙 여사 등 노 전 대통령 가족,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문희상 국회의장, 각 정당 대표와 원내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는 인사말에서 “추도식을 찾아주신 분들에게 감사 인사 올린다”며 “아버지는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신념으로 정치적 삶을 채우셨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아시아 최고의 모범 민주주의 국가”라며 “한국의 깨어있는 시민들은 한반도를 평화로 이끌고, 다양한 아시아 사회를 포용하며 깨워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서 추도사하고 있다. /뉴시스


부시 전 대통령

“인권 헌신한 노 전 대통령 생각”… 초상화도 전달
노 전 대통령의 삶을 추모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운을 뗀 부시 전 대통령은 권양숙 여사와 건호씨 등 가족과 만난 자리에서 고인의 초상화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초상화를 그리면서 “인권에 헌신하신 대통령을 생각했다”며 “친절하고 따뜻하셨던 모습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공식 추도식에 앞서 사저를 방문,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에게 자신이 그린 노 대통령 초상화를 선물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시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인권 비전이 북한에 전달되기를 바랐다. 그는 미국이 모두를 위한 기본권과 자유가 보장되는 ‘통일 한국’의 꿈을 지지한다면서, 이라크 자유 수호 전쟁 참여로 미국과 함께 ‘테러와의 전쟁’을 펼친 기여를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노무현재단의 노력으로 여러분의 소중한 추모 마음이 전달되고 있다”며 “시민 수천명이 모여 경의를 표하는 엄숙한 10주기 자리에 함께해 영광”이라고 거듭 감사의 뜻을 표했다.

 

문희상 의장

"함없는 세상이기에 더욱 서러운 날”
문희상 국회의장은 “열 번째 봄이 무심하게 지나가고 있다”며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변함없는 세상이기에 더욱 서러운 날이다”라고 입을 뗐다. ‘사무치는 그리움의 5월’이라는 표현으로 노 전 대통령을 생각한 문 의장은 “밀짚모자 눌러쓰고, 자전거 타며 손 흔들던 대통령은 ‘원망 마라, 운명이다’는 말씀만 남기고 떠나셨다”고 슬퍼했다. 그는 “위대한 국민은 끝도 모를 것 같던 절망의 터널을 박차고 나와 광장에 섰다”며 “지금은 국민의 힘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 문희상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 추도사하고 있다. /뉴시스


2000년 총선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부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이 생긴 순간을 떠올린 문 의장은 “이분법에 사로잡힌 우리의 정치는 한없이 작고 초라해질 뿐이다”라고 했다. 문 의장은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이제 우리는 ‘새로운 노무현’을 찾으려 한다”며 “한 사람 한 사람이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포기하지 않는 강물처럼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문 의장은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는 중요한 시기에 정치가 길을 잃지만, 하늘에서 도와달라고 지켜봐달라고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남은 우리의 몫이니, 대통령께서는 뒤돌아보시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60대 시절, 대통령님과 함께했던 문희상이 일흔 중반의 노구가 되었다”며 “보고 싶고 존경했던 대통령님 부디 편히 쉬십시오”라고 추도사를 끝맺었다.


이낙연 총리

“우리들은 늘 깨어 있겠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대통령님은 저희에게 희망과 고통, 소중한 각성을 남기셨다”며 “사람들의 각성은 촛불혁명의 동력 가운데 하나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님은 존재만으로도 평범한 사람들의 희망이었고, 대통령님의 도전은 보통 사람들의 꿈이었다”며 “사람들은 대통령을 마치 연인이나 친구처럼 사랑했다”고 덧붙였다.



▲ 이낙연 국무총리가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서 추도사하고 있다. /뉴시스


이 총리는 “대통령님의 생애는 도전으로 점철됐다”며 “지역주의를 비롯한 강고한 기성질서에 우직하고 장렬하게 도전해 ‘바보 노무현’으로 불릴 정도였다”고 했다. 특히 이 총리는 “대통령님의 좌절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깊은 아픔을 줬다”며 “고통은 각성을 줬다. 각성은 현실을 바꿨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님이 못다 이루신 꿈을 이루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대통령께서 꿈꾸시던 세상을 이루기까지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저희는 그 길을 가겠다”며 “대통령님은 지금도 저희에게 희망과 고통과 각성을 일깨우신다. 그것을 통해 저희를 ‘깨어있는 시민’으로 만들고 계신다. 대통령님은 앞으로도 그렇게 하실 것이고, 저희들도 늘 깨어 있겠다”고 약속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盧 10주기 봉하마을 추모 물결... 한국당 의원들에 고성도
뉴시스ㅣ임종명 입력 2019.05.23. 18:41 댓글 2030개   


문희상 "노무현 완성 못한 꿈 향해 다시 전진"
이낙연 "갈 길 멀지만... 저희는 그 길을 갈 것"
한국당 의원들 참배 땐 시민들 사이서 고성도
천정배 "싸움판 정치, 분열 아닌 통합으로 가야"

[서울=뉴시스] 임종명 이재은 한주홍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렸다. 여야를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추모하며 생전 고인이 추구했던 민주주의의 가치들을 완수해내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추도식에는 권양숙 여사 등 유족뿐 아니라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60여명의 현역 의원이 참석하는 등 여권 인사들이 총집결했다.


야권에서도 자유한국당 박명재·신보라·장제원·조경태 의원,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채이배 의원,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와 유성엽 원내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이, 정부에서는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추도식을 찾았다.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등 여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도 참석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과 재임 시절이 겹치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고 참여정부 시절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정영애·전해철 등 노무현 재단 관계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등도 참석했다. 다만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은 모친상을 치르는 중이라 추도식에 불참했고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리는 김경수 경남지사도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항소심 공판 일정과 겹쳐 자리를 함께하지 못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민생대장정' 투어를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김해=뉴시스] 차용현 기자 =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이 열리고 있다. /2019.05.23. photo@newsis.com


[김해=뉴시스] 차용현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아 23일 경상남도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추도식이 개최된 가운데 문희상 국회의장이 추도사를 마친 뒤 울먹거리며 단상을 나서고 있다. /2019.05.23. photo@newsis.com


[김해=뉴시스] 23일 경남 진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추도사를 마친 뒤 권양숙 여사를 위로하고 있다. /2019.05.23. (사진=노무현재단 제공) photo@newsis.com


[김해=뉴시스] 전신 기자 = 자유한국당 조경태 최고위원 등 소속 의원들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서 묘역에 분향을 하고 있다. /2019.05.23. photo1006@newsis.com


[김해=뉴시스] 차용현 기자 =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10주기 추도식이 진행되고 있다. /2019.05.23. photo@newsis.com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는 추모객들을 향해 "깨어있는 시민 그리고 그들의 조직된 힘에 대한 믿음은 고인께서 정치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신조였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추도사에서 현 시점의 정치가 길을 잃어가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노 전 대통령이) 완성하지 못했던 세 가지 국정 목표,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 사회 등 노무현의 꿈을 향해 다시 전진하겠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의 첫 비서실장이었던 문 의장은 "노무현 대통령님, 보고 싶습니다. 존경했습니다. 부디 편히 쉬십시오"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문을 맺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노무현 대통령을 방해하던 잘못된 기성질서는 그대로 남았다. 그래도 저희들은 멈추거나 되돌아가지 않겠다"며 "대통령이 꿈꾸던 세상 이루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그래도 저희들은 그 길을 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그린 노 전 대통령 초상화를 유족에 선물했다. 그는 추도사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목소리를 용기 있게 내는 강력한 지도자의 모습과 겸손한 모습 등을 초상화로 그렸다고 설명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이라크 파병 결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등 노 전 대통령의 임기 중 성과도 높이 평가했다. 추도식이 끝난 뒤에는 묘역으로 이동해 분향, 헌화 등 참배 의식을 이어갔다. 참배는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다 한국당 의원들의 순서에는 시민들 사이에서 고성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조용했던 손학규 대표나 정동영, 이정미 대표 등의 때와는 사뭇 달랐다. 일부 여야 관계자들은 참배 후 권양숙 여사의 사저로 이동해 담화 시간을 가졌다. 담화를 마치고 나온 정치권 인사들은 기자들을 만나 소회를 밝혔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저는 (권 여사를)자주 뵙는데 오늘 10주기를 맞이해서 많은 분들이 왔다. 특히 부시 전 대통령의 초상화 선물은 아주 의미 있는 좋은 선물이었다"며 "올해를 새로운 노무현을 시작하는 해로 선포했다. 노무현 재단과 민주당이 모든 추도행사부터 기념행사를 함께 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던 이재명 경기지사는 취재진의 질문에 두 손을 모아보이며 답변을 아꼈다. 이 지사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제가 사법연수원에 다닐 때 강의하러 왔었다. '변호사는 굶지 않는다', 뭐 이런 이야기들이 인상적이었다"고 떠올리기도 했다.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은 "국민들이 다들 알고 그리워하는 것처럼 참 매력적이고, 역사가 가야할 길에 대해 담대한 의지와 비전을 갖고 계셨던 분"이라며 "사실 생각만큼 정치가 변하는 것 같지는 않다. 정치가 싸움판인데, 원칙과 정도를 잘 걸어서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 서로 분열되는 것이 아니라 통합으로 가는 세상을 꿈꿨는데 가야될 길이 먼 것 같다"고 말했다. 천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고 추모하는 많은 분들이 의지를 갖고 '새로운 노무현'을 말하는 것에 공감이 갔다"며 "내년부터 새롭게, 미래를 향해서, 비전과 용기를 배워갈 수 있는 기초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재단 측에 따르면 이날 추도식에는 2만명 상당이 참석했다. 출입 비표가 부족할 정도로 수많은 인파가 모였다. 행사장에 마련됐던 의자가 모자라 참석자들이 바닥에 앉아 고인을 기리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참석자들은 30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에도 모자로 볕을 피하고 손수건으로 땀을 닦아가며, 때때로 눈물을 훔치면서 행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jmstal01@newsis.com, lje@newsis.com, hong@newsis.com]


"노무현의 이름, 희망과 도전의 대명사로 뿌리 내리길"
한겨레ㅣ2019.05.23. 20:06 수정 2019.05.23. 20:16 댓글 10개


봉하마을서 서거 10주기 추도식 문희상 의장·이낙연 총리 등 참석
폭염에도 새벽부터 인파 몰려 2만여 추모객 '노란 물결'
시민들 "내 마음속에 살아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이 23일 오후 2시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추모객 2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새로운 노무현’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날 추도식에는 문희상 국회의장, 이낙연 국무총리,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등이 참석했다.


■ 감동적인 추도사와 인사말 노무현 대통령의 첫 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제 노무현의 꿈을 향해 다시 전진하겠다. 우리는 지난 10년을 통해 잠시 멈출 수는 있어도, 결국 ‘역사는 진보한다’는 명제가 참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고 추도사에서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님이 못다 이루신 꿈을 이루려 노력하고 있다. 대통령께서 꿈꾸시던 세상을 이루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그래도 저희들은 그 길을 가겠다. 멈추거나 되돌아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족을 대표해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는 추도식에 참석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아버지와 부시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참으로 많은 일을 일궈내셨고 두 분이 계시는 동안 한-미 관계는 새로운 단계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모친상을 당해 참석하지 못한 유시민 이사장을 대신해 정영애 노무현재단 이사는 “이제는 슬픔과 미안함, 원망을 내려놓고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를 실천하고 실현해야 할 때이다. 10주기를 계기로 그분의 이름이 회한과 애도의 대상이 아닌 용기를 주는 이름, 새로운 희망과 도전의 대명사로 우리 안에 뿌리내리길 바란다”고 재단을 대표해 인사했다.


▲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년 추도식 일인 23일 오후 경상남도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입구는 추도식에 참석하는 시민들의 긴 행렬이 줄지어 있다. 김해/공동취재사진


▲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오른쪽)가 추도식에 앞서 봉하마을 사저를 방문해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악수하고 있다. 김해/공동취재사진


■ 추도식 이모저모  추도식 사회를 맡은 유정아 전 노무현시민학교장은 내빈으로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를 가장 먼저 소개했다. 추모공연에서 가수 정태춘은 ‘떠나가는 배’ ‘92년 장마, 종로에서’를 불렀고, 노래를 찾는 사람들은 나비 1004마리를 하늘로 날리며 ‘상록수’를 불렀다. 추도식을 끝내며 참석자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추모영상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원칙과 통합을 강조하는 인터뷰 장면이 상영됐다.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드루킹 사건 항소심 재판과 시간이 겹치는 바람에 추도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 때 이른 폭염에도 추모객 몰려 기상청은 이날 영남 내륙지역에 폭염특보를 발령했다. 그럼에도 추도식 참석인원이 2만명을 넘긴 것으로 노무현재단은 잠정집계했다. 지난해 추모객 1만7천여명에 비해 3천여명이 는 셈이다. 재단은 노 전 대통령 묘역 옆 추도식장에 무대를 설치하고 의자 3천개를 놓았는데, 오후 1시께 이미 빈자리가 없어 일부 추모객은 주변 산등성이에 올라가 추도식을 보기도 했다. 2천명분의 점심식사는 낮 12시30분께 바닥났다. 차량을 가져온 추모객들은 대부분 마을 밖에 차를 대고 2~4㎞를 걸어서 봉하마을로 들어왔다.


대구에서 온 박아무개(57)씨는 “대통령 퇴임 뒤 봉하마을을 찾았을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 처음 봤다. 형님 같은, 친구 같은 편안함을 느꼈다. 노 전 대통령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서 살아 있다”고 말했다. 한살배기 딸과 함께 찾은 김아무개(32)씨는 “노 전 대통령님 서거 당시 대학생이었는데, 많이 울었다. 벌써 10년이 지났다. 딸과 함께 봉하마을을 자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최상원 김영동 기자 csw@hani.co.kr]


노무현 서거 10주기..추모·다짐 넘쳐난 봉하마을(종합)
연합뉴스ㅣ2019.05.23. 15:51 수정 2019.05.23. 17:25 댓글 2681개   



'새로운 노무현' 슬로건..추도식 직후까지 1만7천여명 방문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참석..추도사·너럭바위 참배

(김해=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이 열린 23일 봉하마을은 온종일 추모와 다짐의 노란색 물결이 넘실거렸다. 새벽부터 봉하로 향하는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유모차를 끈 젊은 부부, 지팡이를 짚은 어르신, 밀짚모자를 쓴 청년, 말쑥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중년 신사, 아이 손을 잡은 엄마, 등산복 차림을 한 아주머니 등 세대를 불문한 참배객들이 묘역을 찾고 추도식장을 끝까지 지켰다. 묘역 현장안내를 맡은 노무현재단 관계자는 "아침 7시 이전부터 참배객들이 오기 시작했고 주차공간이 모자라 인근 농로까지 차량이 빼곡하게 들어섰다"고 말했다. 노무현재단이 추모식에 준비한 의자는 3천여개. 오후 2시 추모식 시작 훨씬 전부터 좌석은 다 찼다. 행사장 주변 잔디밭까지 추모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재단은 추모식이 끝난 직후인 이날 오후 3시까지 1만7천300여명이 봉하마을을 다녀갔을 것으로 추산했다.


▲ 노무현 10주기 참석한 김정숙 여사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김해=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김정숙 여사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19.5.23 xyz@yna.co.kr


▲ 노무현 10주기, 임을 위한 행진곡 (김해=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김정숙 여사가 23일 오후 김해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 중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2019.5.23


▲ 북적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일대 (김해=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인 23일 경남 김해시 노 전 대통령 묘역 일대가 추모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2019.5.23
 
10주기 추모행사 슬로건은 '새로운 노무현'이다. 참석자들은 이제는 슬픔보다는 노 전 대통령의 가치와 철학을 계승해 그가 바랐던 '사람 사는 세상'의 꿈을 이어가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전했다. 김성호(55·부산시) 씨는 "오늘 봉하마을에 온 사람들 마음은 다 똑같을 것"이라며 "깨어있는 시민으로 살겠다고 굳게 다짐했다"고 말했다.

참배 행렬은 하루 내내 꼬리를 물었다. 참배객들은 고인이 잠든 너럭바위에 하얀 국화꽃을 바치거나 노란색 바람개비를 든 채 묵념을 했다. 노무현재단 회원인 전해숙(67·대구시)씨는 "오전 연차를 내고 봉하에 왔다"며 "며칠 전에 미리 참배했지만 꿈에 노짱(노 전 대통령)께서 나타나셔서 오늘 또 내려왔다"고 말했다. 한 여성 참배객은 "우리 대통령 잘되게 해 주세요, 남북관계가 좋아지게 해 주세요"라고 읊조리면서 절을 하기도 했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가 둘러보는 시민들 (김해=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인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시민들이 노 전 대통령의 생가를 둘러보고 있다. /2019.5.23 image@yna.co.kr


▲ 유가족과 인사하는 부시 전 미국 대통령 (김해=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사를 마친 뒤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건호 씨와 인사 하고 있다. /2019.5.23 xyz@yna.co.kr


외국인들도 노 전 대통령 추모행렬에 동참했다. 동료들과 함께 봉하마을을 찾은 미얀마 출신 조무린(50) 씨는 "한국에서 20년 동안 살아 노 전 대통령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잘 안다"며 "미얀마에도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이 잘 알려져 있다"고 소개했다. 정치권 등 각계각층에서 보낸 조화도 묘역을 채웠다. 2017년 18대 대선 후 치러진 서거 8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밝혔던 문재인 대통령은 조화로 추모를 대신했다.


생전에 노 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가수 고(故) 신해철 씨의 유족이 보낸 조화도 눈에 띄었다. 생가 옆 기념품점은 노 전 대통령 상징인 노란색 바탕에 그가 밀짚모자를 쓰고 자전거를 타는 사진이 인쇄된 티셔츠, 양산, 바람개비가 그려진 노란 손수건 등 기념품을 사려는 추모객들로 종일 북적였다. 이날 문 대통령 부인인 김정숙 여사와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자기가 직접 그린 노 전 대통령 초상화를 가지고 추도식에 참석하면서 봉하마을 곳곳은 검색이 강화됐다. 추도식이 열리는 행사장은 X-레이 탐지기와 금속탐지기 검문 등 이중 검색을 통과해야 입장이 가능했다. [seaman@yna.co.kr]


노무현의 꿈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시사INㅣ김해 봉하마을/글 김연희 기자ㆍ사진 조남진 기자

입력 2019.05.23. 10:39 댓글 52개

  

2008년 이래 봉하마을을 다녀간 사람은 980만명, 해마다
90만명 가까이 방문했다. 서거한 지 10년이 지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수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은 무엇일까.

노란 종이 네 귀퉁이를 안으로 접었다. 귀퉁이의 꼭지를 가운데로 모으고 핀을 이용해 수수깡에 고정시켰다. 부드럽게 잘 휘어지는 핀은 따로 제작했다. 수수깡 뒤쪽에는 병아리 모양 스티커를 붙였다. 순식간에 바람개비가 완성됐다. 눈보다 손이 빠른 듯했다. ‘봉하마을 바람개비 아저씨’로 알려진 마터씨(가명·56)가 아빠 품에 안긴 아기에게 바람개비를 건넸다. 석가탄신일과 일요일이 겹친 5월12일은 유난히 화창했다. 쨍하게 내리쬐는 햇살 속에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문구가 적힌 바람개비가 노랗게 빛났다.


ⓒ시사IN 조남진

마터씨가 주말마다 봉하마을을 찾은 지도 10년이 다 되어간다(그는 실명 대신 가명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토요일이면 서울에서 바람개비 재료를 챙겨 심야버스에 몸을 싣는다. “대통령님 서거하시고 처음 봉하에 왔다. 마을 들어오는 길에 설치돼 있는 바람개비를 아이들이 너무 갖고 싶어 하더라. 그래서 시작하게 됐다. 요즘은 하루에 500개 정도 만든다.” 그는 짧은 대화 중에도 쉴 틈 없이 손을 놀려 바람개비를 만들었다. 그가 일요일마다 서울과 김해를 오가는 사이 봉하마을의 풍경도 제법 바뀌었다.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는 유언에 따라 ‘대통령 노무현’ 여섯 글자만이 새겨진 너럭바위 묘지는 그대로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2009년 5월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일주일간 조문객 100만명이 봉하를 찾았다. 줄을 맞춰 기다리다 퍼붓는 소나기를 그대로 맞기도 했다. 비통함과 슬픔이 봉하를 가득 채웠다.


10주기를 열흘 앞둔 2019년 5월12일, 노 전 대통령 묘역에는 하얀 국화꽃과 노란 바람개비가 어우러졌다. 부모 손을 잡은 아이들이 다른 한 손으로는 노란 풍선을 들었다. 주말을 맞아 교외로 나들이 온 가족들이었다. 김해에서 온 황용구씨(40)는 아기띠를 둘러메고 있었다. 이제 막 4개월이 된 아들 그리고 처가 식구 9명과 이곳을 찾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하기도 하고, 근처 봉화산에 절이 있어서 석가탄신일을 맞아 가족들과 나왔다. 봉하마을은 처음이다.”


ⓒ시사IN 조남진 5월12일 봉하마을을 찾은 젖먹이에게 바람개비를 건네는 마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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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을 찾는 사람들의 수는 꾸준하다. 해마다 평균 90만명 가까이 방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2017년에는 약 100만명이 봉하를 다녀갔다. 노무현재단에 따르면, 2008년 이래로 980만명이 봉하마을을 다녀갔다. 연간 방문객 수로 따졌을 때 김해시에서 가장 많이 찾았고, 경상남도권으로 넓혀도 10위 안에 든다. 서거 이후 10년이 지나도록 수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힘은 무엇일까.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의 이원애 본부장은 “나도 궁금하다”라며 웃었다. 이 본부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님의 인간적인 면모를 좋아하는 마음이 기본이겠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철학과 사상은 20~30년 뒤 미래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민주주의나 복지, 생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의미 있는 화두이다. 그 가치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어나서 이곳을 찾는다고 생각한다.”


2010년부터 봉하마을을 가꾸어온 이 본부장의 말처럼 봉하는 단순히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태어나고 묻힌 곳 이상의 장소이다. 그는 퇴임 이후 품었던 이상을 봉하마을에서 실현하고자 했다. 2008년 5월 봉하마을 방문객들에게 건넨 인사말에는 그 꿈의 단면이 묻어난다. “제가 균형발전 정책을 후보 때부터 줄기차게 주장해서 지방 살리자고 말했는데 제가 온다고 지방이 곧 살아나는 것은 아니지만 저라도 와서 살기라도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봉하에 있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러시지요? 제가 힘 닿는 대로 하겠습니다.”


ⓒ시사IN 조남진 자원봉사자가 아이들에게 풍선을 선물하는 모습.
 
봉하마을 끄트머리에 있는 사저는 이 꿈을 준비하는 베이스캠프였다. 그는 이곳에서 옛 참모들과 민주주의와 진보의 미래를 토론하고, 친환경 생태마을을 조성할 방법을 구상했다. 지붕이 뒷산자락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지하 1층, 지상 1층짜리 대통령의 집은 주민 100여 명이 사는 작은 마을과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노 전 대통령은 설계를 맡은 고 정기용 건축가에게 ‘부끄럼 타는 집’ ‘지붕 낮은 집’을 주문했다고 한다. 2016년 권양숙 여사는 사저를 노무현재단에 기증하고 봉하마을 내 다른 주택으로 거처를 옮겼다. 지난해부터 노무현재단은 ‘노무현 대통령의 집’이라는 이름으로 하루 10회 정도 관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집 안의 모든 시계 ‘9시30분’에 멈춰 있어

‘노무현 대통령의 집’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시민해설사 18명은 모두 자원봉사자다. 5월12일 오후 4시 관람은 시민해설사 고명석씨(69)가 이끌었다. 관람 정원을 꽉 채운 방문객 30명이 고씨의 인도로 사저를 둘러봤다. 창고로 사용되는 지하 1층에는 검은색 자동차 두 대와 전기 자전거가 주차돼 있었다. 손녀를 태우고 봉하 들녘을 달리던 그 자전거다. 봉하마을 인근을 지나는 하천인 화포천을 복원할 때 이용한 벽돌색 고무보트도 그대로였다.


ⓒ시사IN 조남진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물 크기 사진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방문객들.

안뜰에는 2008년 11월11일 제주 4·3 희생자유족회에서 선물받은 제주산 토종 산딸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은, 2006년 4·3 위령제에 참석해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공식 사과한 바 있다. 손자의 백일잔치와 주민 초청 집들이 겸 62번째 생일잔치가 이 자그마한 뜰에서 열렸다. 사랑채에는 고 신영복 선생이 붓글씨로 쓴 ‘사람 사는 세상’ 액자가 걸려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초선 시절부터 서명할 때마다 즐겨 썼던 이 문구는 그대로 국정 철학이 되었다. 안채의 침실과 욕실 정도를 제외하면 사저는 큰 창을 가진 열린 구조였다. 노무현재단 봉하마을본부 강주완 팀장은 “집이 노 전 대통령의 성품을 닮았다”라고 말했다.


서재의 서가에는 노 전 대통령의 장서 919권이 꽂혀 있었다. 즐겨 쓰던 밀짚모자도 걸려 있었다. 서재는 작은 중정을 끼고 대문의 맞은편에 위치했다. 2008년 봉하를 찾은 시민들은 집을 둘러싼 얕은 돌담 너머로 “대통령님 나오세요”라고 그를 불렀다. 서재에서 책을 읽던 노 전 대통령은 밀짚모자를 쓰고 나가 방문객들과 환담을 나누곤 했다. 집 안의 시계는 모두 9시30분에 멈춰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운명한 시각이다.


ⓒ시사IN 조남진 시민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대통령의 집’ 안 뜰을 관람하는 시민들.


ⓒ시사IN 조남진 지하 1층에는 노 전 대통령이 타던 자동차와 전기 자전거가 놓여 있다.


ⓒ시사IN 조남진 노 전 대통령의 장서 919권이 꽂혀 있는 서재.

5월12일 봉하마을 방명록에는 ‘보고 싶습니다’ ‘그립습니다’라는 글귀가 여럿 눈에 들어왔다. 묘역 앞에서 만난 김미숙씨(39)는 노 전 대통령을 떠올리다 왈칵 울음을 터뜨리고는 당황스러워했다. “자전거 타던 모습을 떠올리니까 갑자기 눈물이 난다.” 김씨는 남편 그리고 세 자녀와 함께 봉하마을에 왔다. 부산에 사는 가족은 이맘때쯤이면 꼭 이곳을 찾는다. 남편 이상민씨가 세 아이의 이름으로 방명록을 남겼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5월13일 낮, 봉하마을 맞은편 논두렁에서 꽥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박성민씨가 부는 호루라기 소리였다. 오리 울음과 비슷한 호루라기 음색에 새끼오리 다섯 마리가 뒤뚱거리며 그 뒤를 따랐다. 박씨는 짧은 보폭으로 보조를 맞추며 비닐하우스 우리로 오리들을 인도했다. 박씨는 2008년 자원봉사자로 봉하마을에 왔다. 주말마다 이곳을 찾아 봉하 들판을 가꾸는 데 손을 보탰다. “대통령님 보는 재미로 주말마다 봉사하러 왔다. ‘고생한다’ 그 한마디 듣는 게 그렇게 좋았다. 그때는 ‘봉하 폐인’이라는 말도 있었다.” 박씨는 노 전 대통령과 막걸리 잔을 부딪치는 사진을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서거 이후 그는 아예 봉하마을에 눌러앉았다. 벌려놓은 일을 누군가는 마무리해야 했다. 이제 와서 발을 빼면 의리가 없다 싶기도 했다.


ⓒ시사IN 조남진 노무현재단 자원봉사자가 봉하마을을 찾은 시민들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어록을 캘리그래피로 만들어 주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전경.


그는 지난해까지 노 전 대통령이 생태마을을 만들고자 설립한 ‘영농법인 ㈜봉하마을’에서 방앗간 공장장으로 일했다. 올해는 노무현재단에서 생태문화공원을 가꾸는 사업을 도맡고 있다. ‘사람 사는 들녘’이라고 이름 붙여진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에서는 텃밭 가꾸기, 농부학교 등을 통해 자라나는 아이들이 자연과 가까워지도록 체험학습을 운영한다. 노 전 대통령은 봉하마을이 “아이들이 와서 자연과 접하고 그 섭리는 배우는” 곳이 되기를 바랐다. 박씨가 그 바람을 이어가는 셈이다.


평일인 이날도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신오철씨(40) 가족은 전국일주 중에 봉하마을을 찾았다. 잠시 일을 쉬게 된 신씨는 그동안 해보고 싶었지만 미뤄두었던 일을 하기로 했다. 그중 하나가 봉하마을 방문이었다. 여섯 살과 네 살인 두 아들이 장소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기는 아직 이르다. 신씨는 “아이들이 더 크면 또다시 오고 싶다. 그때는 우리나라 대통령 중에 가장 서민적이고 서민의 삶을 위해 애쓰셨던 분이라고 설명해주려 한다”라고 말했다.

 
봉하마을 자전거 대여소에서 3000원을 내고 자전거 한 대를 빌렸다. 노 전 대통령이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던 봉하 들판을 따라 페달을 밟았다. 15분 정도 달리자 하천형 습지인 화포천에 닿았다. 폐수와 폐기물로 뒤덮였던 화포천은 노 전 대통령과 뜻을 함께한 이들의 노력 끝에 생명을 되찾아 ‘한국의 아름다운 100대 하천’에 선정되기도 했다. 겨울이면 기러기·청둥오리 등 철새 수천 마리가 찾아온다.


2008년 봉하마을을 찾은 시민들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놀러 오시면 고향 대신에 제가 여러분 고향이 될 수 있어요. 좀 멀기는 하지만 사람이 마음먹고 자연을 복원시키기 위해서 노력한 흔적이 함께 살아 있는 그런 곳으로 한번 해보려고 해요.” 이듬해 그는 자신의 이상을 펼쳐볼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그 빈자리에 노무현의 꿈이 남았다. 그 꿈이 이곳 봉하마을에서 10년째 살아 숨 쉬고 있다.

[김해 봉하마을/글 김연희 기자ㆍ사진 조남진 기자 uni@sis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