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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성평등

[대법원] "혼인중 출산 자녀, 유전자 달라도 법적으로 친자식

잠용(潛蓉) 2019. 10. 23. 18:13

대법 "혼인중 출산 자녀, 유전자 달라도 법적으로 친자식"
연합뉴스ㅣ2019.10.23. 15:55 댓글 1510개


전원합의체, 36년 전 판례유지..2년 내 소송 내야 번복 가능
'타인정자 인공수정' 자녀도 친자식으로 봐야.."가족제도 유지 위해 필요"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유전자 검사 결과 혼인 중에 태어난 자식과 아버지의 유전자가 다른 것으로 확인됐더라도 법적으로는 친자관계가 인정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부가 동거하지 않은 기간에 태어난 자식에 대해서만 민법상 '친생자 추정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36년 전 판례를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아버지는 유전자가 다른 것으로 확인된 자식을 상대로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2년 이내에 '친생 부인(否認)의 소'(친자식 추정을 번복하는 소송)를 제기하지 않으면 더는 친자관계를 부정할 수 없게 됐다. 친생자 추정 원칙을 규정한 민법 844조는 혼인한 아내가 낳은 자식은 남편의 친자식으로 추정하도록 하고, 친자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 날로부터 2년 이내에만 소송을 내 이를 번복할 수 있게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3일 A씨가 자녀들을 상대로 낸 '친생관계부존재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유전자 검사에서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더라도 친자식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혈연관계 유무를 기준으로 친생자 추정 원칙이 미치는 범위를 정하는 것은 민법 규정의 문언에 배치된다"면서 "혼인 중 아내가 출산한 자녀가 유전자 검사로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더라도 친자식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 유전자검사 [연합뉴스TV 제공]


▲ 친생자 추정 원칙 (CG) [연합뉴스TV 제공]


이어 "친생자 추정 원칙은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를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고만 정하고 있을 뿐"이라며 "혈연관계의 존부를 기준으로 그 적용 여부를 달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런 판단이 가족제도를 보호하고 유지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따른 것이라고도 밝혔다. 재판부는 "혈연관계 없이 형성된 가족관계도 헌법과 민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가족관계에 해당된다"며 "이러한 가족관계가 오랜 기간 유지되는 등 사회적으로 성숙해지고 견고해졌다면 그에 대한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다"고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 같은 판단은 부부가 동거하지 않았을 때 생긴 자녀만을 친생자 추정 원칙의 예외로 인정한 기존 판례를 유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83년 판결에서 '부부가 동거하지 않았다는 사실 등 명백한 외관상 사정이 존재한 경우에만 친생자 추정이 깨질 수 있다'며 예외사유를 좁게 인정한 바 있다. 기존 판례를 유지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법조계는 기존 판례를 변경한다는 구체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은 만큼 '판례유지'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또 '인공수정'처럼 다른 사람의 정자로 임신·출산했다는 사실이 인정된 경우에도 친생자 추정 원칙이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A씨 부부는 A씨의 무정자증으로 아이를 낳을 수 없자 1993년 다른 사람의 정자를 사용해 인공수정으로 첫째 아이를 낳은 뒤 두 사람의 친자식으로 출생신고를 했다. 이후 1997년 둘째 아이가 태어나자 무정자증이 치유된 것으로 착각한 A씨가 이번에도 부부의 친자식으로 출생신고를 마쳤다. 2014년 가정불화로 아내와 이혼 소송을 하는 과정에서 둘째 아이가 혼외 관계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고, A씨는 두 자녀를 상대로 친자식이 아니라며 소송을 냈다. 법원이 시행한 유전자 검사 결과 두 자녀 모두 A씨와 유전학적으로 친자관계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1심은 기존 판례에 따라 두 자녀 모두 "친생추정 예외사유에 해당하는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친생관계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반면 2심은 "둘째 아이의 경우처럼 유전자가 다른 것으로 확인된 경우에도 친생추정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친생관계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친생자 관계가 아니라도 법정 양친자 관계가 인정된다"며 마찬가지로 원고패소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심 판단과 달리 예외사유가 아니라고 결론 냈지만, '원고 패소'라는 재판 결과가 2심과 같아 '2심 재판을 다시 하라'는 파기환송이 아닌 원심 판결을 유지하는 상고기각을 선고했다. [hyun@yna.co.kr]


“인공수정해 얻은 자녀는 낳아준 대리모의 아이”  
KBS Newsㅣ2018. 5. 18. 



[앵커] 대리모를 통해 인공수정으로 자녀를 얻은 경우 대리모와 난자를 제공한 여성, 둘 중 누가 아이의 엄마일까요? 법원은 생물학적인 엄마와 법률적 엄마를 다르게 봤습니다. 김민정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한 병원에서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물론 아이를 낳은 엄마가 있겠죠, 그런데 이 엄마 A씨는 대리모였습니다. 아이가 없던 B씨 부부가 자신들의 수정란을 A씨에게 착상시켜 낳은 겁니다. 그럼 아이의 엄마, A씨일까요? 아니면 B씨일까요? 물론 생물학적으로는 B씨가 엄마입니다. B씨 유전자를 물려받았으니까요, 법률적으론 어떨까요? 법원은 A씨가 엄마라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이 판단기준으로 삼은 건 민법입니다. 바로 '모(母)의 출산'이란 건데, 흔히 "엄마가 아이를 낳는다"라고 말하죠. 이런 자연적인 사실을 함부로 바꿀 수 없다는 겁니다. 또 유전자만으로 부모를 결정하면 친모의 모성을 보호할 수 없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습니다.
그럼 이 아이는 어떻게 될까요? 이 결정이 최종 확정된다면 B씨 부부는 아이에 대한 친권을 주장할 수 없게 됩니다. 결국 생물학적으론 자신의 아이지만 입양하는 것 외에는 딱히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KBS 뉴스 김민정입니다.



"내 핏줄이 아닌데, 내 재산 물려주라고?"..'친생자추정' 대법 판결 Q&A
KBS 백인성 입력 2019.10.24. 14:04 댓글 867개


현행 민법(제844조)은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에 아내가 아이를 낳으면, 이른바 남편의 '친생자(친자식)'로 본다는 뜻입니다. 기본적으로 '모자관계'는 출산이라는 사실에 의하여 친자관계가 바로 증명되지만, 부자관계는 다릅니다. 과거엔 남편의 친자인지를 과학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에, 자녀의 보호를 위해 남편의 아이로 추정한다고 일률적으로 정해 놓은 제도가 바로 이 친자식 추정제도입니다.


이 추정은 법률적으로 대단히 강한 추정입니다. 쉽게 말하면 A씨 부부의 결혼 이후 B가 태어났다면, 실제 생부가 B를 혼인외 출생자로 '인지'할 수도 없고, B가 생부를 상대로 인지를 청구할 수도 없습니다. B가 A씨 부부의 친자식이 아니란 사실이 나중에 밝혀지더라도 친자식이 아님을 안 지 2년이 지났다면 이를 번복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 유전자 검사 기술이 발달했고, 부모와 자식 사이에 혈연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쉽게 알 수 있는 세상이 됐습니다. 법률상 친자관계를 진실한 혈연관계에 부합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혼인과 가족제도의 원칙이라는 점에서, 진실한 혈연관계와 일치하지 않는 부자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이죠.


■ 유전자 검사 결과 혈연관계가 없더라도, 법률상 '친자식' 맞아

1985년 혼인한 A씨 부부는 자녀가 없었습니다. A씨의 무정자증 때문이었는데요. 1993년 부부는 3자로부터 정자를 제공받아 시험관 시술을 통해 딸을 낳게 됩니다. 이후 A씨의 아내는 혼외관계를 통해 1997년 아들을 낳습니다. 둘 모두 A씨의 자녀로 출생신고됐습니다. 그러나 A씨 부부는 2013년 이혼을 하게 되고, A씨는 양육비 요구를 받자 딸과 아들을 상대로 친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을 냅니다. 자식 둘 모두 내 자식이 아니라는 걸 확인해달란 소송이었습니다.


어제(23일) 대법원 판결의 사실관계입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위 사건을 두고 혈연관계가 없더라도, 일단 법률상 친자식으로 추정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어찌보면 모순된 판결입니다. 피가 이어지지 않았다면 친자식이 아닌 것이 객관적으로 분명한데, 친자식으로 '추정'한다니요. 대법원은 어제 판결을 하기까지 엄청난 논의를 거쳤는데요. 공개변론과 전원합의체를 거친 이상 당분간 이 판결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안의 쟁점을 Q&A 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Q. 혈연관계가 없는데, 왜 친자식으로 추정하나요?

A. 현행 민법(제844조)은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조항 자체적으로 봐도 친생추정 규정은 혈연관계 여부를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자녀가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사후적으로 밝혀졌다 해서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Q. 혈연관계가 없다는 것이 친자식이 아니라는 것인데, 친자식으로 추정한다니 모순 아닌가요?

A. 법률상 친자관계를 진실한 혈연관계에 부합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혼인과 가족제도의 원칙이지요. 의문이 생길 수 있는 부분입니다. 대법원 역시 이 부분에서 가장 치열한 논의를 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결국 혈연이 이어지지 않았더라도, 가족관계를 보호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대법원은 신분관계를 포함한 가족관계는 기본적으로 혈연이라는 생물학적 관계에서 출발하지만, 반드시 혈연관계만으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고, 혼인과 같이 사회적 관계를 통해 구성되는 가족관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친자관계에 한정하더라도 오늘날에는 혈연뿐만 아니라 '가족공동생활을 하면서 실질적으로 형성된 친자관계'가 중요한 가치를 지니므로 이를 보호할 필요성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혈연 관계없이 형성된 가족관계도 헌법과 민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가족관계에 해당하고, 이와 같은 가족관계가 친생부인의 소의 제소기간이 지날 때까지 유지되는 등 오랜 기간이 지나 사회적으로도 성숙해지고 견고해졌다면 이러한 가족관계와 그에 대한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단 겁니다. 대법원은 또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은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볼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혼인 중 아내가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가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사정만으로 친생자로 추정되는 부자관계를 다툴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전제로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고 자녀의 법적 지위를 신속히 안정시켜 법적 지위의 공백을 방지하고자 하는 친생추정 규정 본래의 입법취지에 반하게 된다는 결론이었습니다.


Q. 혈연관계가 없다는 유전자 검사 결과가 명백하다면, 예외로 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나중에라도 다툴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A. 이는 반대의견(민유숙 대법관)의 주된 논지였습니다. 그 동안 대법원은 "민법 제844조 제1항에 의한 친생자 추정은 반증을 허용하지 않는 강한 추정이므로, 처가 혼인 중에 임신한 이상 그 부부의 한쪽이 장기간에 걸쳐 해외에 나가 있거나 사실상의 이혼으로 부부가 별거하고 있는 경우 등 '동서(同棲:한 집에서 같이 사는 것)의 결여로 처가 부의 자를 포태할 수 없는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그 추정이 미치지 않고, 이러한 예외적인 사유가 없는 한 누구라도 그 자가 부의 친생자가 아님을 주장할 수 없다"고 엄격하게 봐 왔습니다.

사실상 '동거의 결여만을 친생추정 예외 인정의 판단 기준으로 삼아 왔는데요. 반대의견은 기존 대법원 판례가 이에 관한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던 '외관상 명백한 사정'의 의미를 현재의 상황에 맞추어 확대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법원은 다수의견은 그러나 '유전자 검사 결과가 해석상 친생추정의 예외사유로 인정되는지 여부'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기존 판결의 폐기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으므로 기존 판례가 유지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즉 유전자 검사 결과는 친자식 추정을 깨뜨릴 수 있는 '외관상 명백한 사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입니다.


이 같은 대법원 판결은 사회적 혼란이 일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입니다. 현행 민법에서는 '친생자' 관계를 부인하기 위해선 남편이나 아내만이 친생자가 아님을 알게 된 지 2년 이내에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서만 가능하도록 엄격하게 정하고 있는데, 이해당사자 누구나 소송(친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을 통해 타인의 친자관계를 다툴 수 있다고 보면 원고적격과 제소기간의 제한을 두고 있는 친생부인의 소의 제도 자체가 사문화됩니다. 또 가족관계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제소기한의 아무런 제한 없이 부부관계나 가족관계 등 가정 내부의 내밀한 영역에 깊숙이 관여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는 점을 피하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Q. 그럼 제 자식이 친자식이 아님을 알았는데도, 이를 바로잡을 방법은 없는 건가요?

A. 아닙니다. 민법은 친자관계의 부인권을 남편과 아내에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친생부인의 사유, 친자식이 아님을 안 날부터 '2년' 내에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 친생자 관계를 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 부모와 출생한 자녀 사이에 생물학적 혈연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할 경우, 친생자 관계를 없앨 수 있습니다. 친생부인의 소에서 유전자 검사 결과를 제출하면 되는 것이지요. 다만, 이 2년의 기간은 '제척기간'이므로 기간을 넘기면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대법원은 '친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으로는 친자식임을 부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므로, 친생자 추정을 번복할 방법이 완전히 없어집니다.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은 기간을 너무 길게 인정하거나 그 기간을 제한하지 않으면 자녀의 신분관계를 조속히 확정해야 할 필요성과 신분 관계를 둘러싼 법률관계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 2년으로 정한 것이므로, 기간을 반드시 준수해야 합니다. 앞으로 실무적으로는 '친자관계가 없음을 안 날'을 어떻게 볼 것인지가 중요해질 전망입니다.


Q. 해외에서도 혼인 중 낳은 자녀를 친자식으로 추정하는 규정이 있는가요?

A.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 친생추정 규정에 따라서 친생자를 추정하는 원칙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친자관계 관련 법률을 개정하면서도 친생추정 규정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혈연관계가 없는 경우 친생부인권을 제한없이 허용하고 있는 나라도 있긴 합니다. 다만 이때에도 재판상 친생부인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체를 친자관계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부부 △자녀 △생부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부자간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다고 해서 누구든지 아무런 제한 없이 친자관계의 존부를 다툴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나라는 찾기 어렵습니다.


Q. 고인이 생전에 출생신고를 했다면, 혈연 관계없는 자식에게도 유산을 물려줘야 하나요?

A. 만일 망인이 유서를 남기지 않고 사망했다면, 민법상의 법정상속분에 따라 유산이 분배될 것입니다. 그런데 대법원 판례대로라면, 혈연관계가 없더라도 망인이 결혼생활 중 낳은 자녀로 출생신고된 경우 민법상 친생자 추정 원칙에 따라 친자식(친생자)으로 추정되고, 망인이 혈연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도 2년 안에 친생부인의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이를 뒤집을 방법은 없습니다. 정당한 상속권자로 보아 유산을 분배해줘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백인성 기자 isbaek@kbs.co.kr]


[판다]"아내 불륜으로 낳아도 친자식"

法은 10년을 주목했다
중앙일보ㅣ백희연 2019.10.26. 05:01 댓글 60개

   


▲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3일 A씨가 자녀들을 상대로 낸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 상고심을 열어 각하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중앙포토]  


아내와 이혼하며 두 자녀들 상대로
'친생자관계 없음을 인정해달라'며 소송걸어


“불륜해서 낳은 자식도 책임지라는 말이냐?”
“판사가 정신이상자 아니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A씨가 두 자녀를 상대로 제기한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의 상고심을 기각하자 비난 댓글이 쏟아졌습니다. 대법원이 인공수정으로 출산한 자녀와 혼외관계로 낳은 자녀 모두에 대해서 친생자로 추정해야 한다고 판결한 걸 두고섭니다. 부부는 슬하에 두 명의 자녀를 두었습니다. 남편 A씨의 무정자증으로 아이가 생기지 않자 1993년 타인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을 통해 첫 번째 자녀를 얻었습니다. 4년 후인 1997년, 둘째 자녀가 태어났습니다. A씨는 자신의 무정자증이 치유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A씨가 진실을 알게 된 건 약 10년 후. 초등학교 5학년이 된 둘째 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 검사를 받게 됐는데, 그때 자신의 친자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부부는 두 자녀에게 사실을 숨기고 결혼생활을 하다 관계악화로 2013년 이혼 소송을 하게 됩니다. A씨는 이혼 소송과 함께 두 자녀를 상대로 ‘내 자식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달라’며 친생자관계 부존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자녀들도 그제야 진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두 자녀 모두에 대해 A씨의 친생자로 추정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이 정말로 자녀 두 명을 A씨의 ‘친자식’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것일까요?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 vs. 친생 부인의 소

친자식이 아니라는 것을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와 ‘친생부인의 소’입니다. 그 중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는 친생자로 추정할 수조차 없다고 보는 경우에만 제소가 가능합니다. A씨는 ‘애초에 두 자녀는 친생자로 추정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을 걸었습니다. 우리 민법은 혼인 도중 아내가 임신하면 일단 남편의 자식으로 여기는 ‘친생추정의 원칙’을 두고 있습니다. 1958년 민법 제정 당시 친자식이 맞는지 입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태어난 아이에게 법적 안정성을 제공해주기 위해서 만들어진 원칙입니다. 1983년 대법원 판례는 친생자 추정의 예외를 ‘부부가 따로 사는 등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을 때’로 좁게 규정했습니다. ‘두 자녀를 우선 A씨의 친생자로 추정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이 재판의 쟁점이 된 이유입니다.


1·2심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 부적합”

1심은 A씨가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부적합하다고 봤습니다. 혼인관계에서 태어난 자식이라면 우선적으로 친생추정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본 겁니다. 2심은 A씨가 타인의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에 동의해 얻은 첫째 자녀는 친생자로 추정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둘째 자녀는 유전자형이 달라 친생자로 추정되진 않더라도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이 부적합하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A씨가 사실을 알고도 10년이 넘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입양 관계가 성립됐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23일 원심과 같은 취지로 판결했습니다. 첫째 자녀에 대해서는 A씨가 처음부터 인공수정에 동의한 만큼 친생자로 추정해야 하고 친생부인의 소도 제기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첫째 자녀는 진정한 의미의 친자식으로 인정하는 게 맞다는 겁니다. 논란이 되는 혼외자녀에 대해서는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요. 대법원은 “아내가 혼인 중 임신해 출산한 자녀라면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더라도 여전히 남편의 자녀로 추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친생추정 규정은 혈연관계를 기준으로 적용 여부를 달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인공수정을 통해 낳은 첫째 자녀도 A씨와 피로는 이어져 있지 않지만 친생자로 추정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A씨가 제기한 소송의 종류가 잘못됐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A씨는 여전히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 둘째 자녀가 자신의 친자식이 아니라고 법적으로 확인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친생부인의 소는 친자식이 아닌 사실을 안 날로부터 2년 이내에 제기해야 합니다. 이 경우 소송의 쟁점은 ‘A씨가 둘째 자녀와 혈연관계가 없단 사실을 언제 알게 됐는지’가 될 겁니다.


달라진 시대 변화 vs. 자녀의 신분 보호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낸 민유숙 대법원의 주장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민 대법관은 “기존 판례가 판단기준으로 삼는 ‘명백한 외관상 사정’의 의미를 현재 상황에 맞춰 확대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전자 확인 기술 등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친생추정의 예외를 판단하는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대법원이 지난 5월 22일 연 공개변론에서는 달라진 시대 변화와 자녀의 신분 보호 중 어느 것을 우선해야 할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충돌했습니다. A씨 측 변호사는 “기술발달로 진실한 혈연관계 판단이 손쉬워졌는데도 친자관계를 지속시키는 건 불행한 가족관계를 지속하게 해 매우 불합리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두 자녀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는 “친생추정 예외를 확대할 경우 예상되는 파급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며 “아이들은 법적 지위가 확정될 때까지 신분이 불안정하게 된다”고 맞섰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고 자녀의 법적 지위를 신속히 안정시켜 법적 지위의 공백을 방지하고자 하는 친생추정 규정 본래의 입법 취지”를 강조하며 자녀들의 신분 보호가 우선이라는 판결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혈연관계는 금세 알 수 있는 세상이 됐지만, 진정한 의미의 가족은 혈연관계에 있지 않다는 판결 아닐까요?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