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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국회

[지방의회] 심심하면 일어나는 갑질논란 … 고개드는 폐지론

잠용(潛蓉) 2019. 12. 1. 13:39

'막말·갑질에 주먹질까지'... 다시 고개드는 지방의회 무용론
연합뉴스ㅣ2019.12.01. 09:01 댓글 903개    


▲ 지방의회 심벌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국종합=연합뉴스) 박종철 전 경북 예천군의회 부의장의 해외연수 중 가이드 폭행 사건이 잊히기도 전에 전국 곳곳에서 지방의원들의 일탈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막말·갑질은 물론 폭행과 자해에 성추행·음주운전·술값 시비 등 유형도 다양하다. 하루가 멀다고 터지는 이들의 몰상식한 작태를 보다 못한 주민들은 "지방의회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라거나 "의정비를 모두 환수해야 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다. 전북도의회 박용근 의원은 간부 공무원에게 특정 직원의 근무평정을 잘 주라고 청탁하고, 사업가인 민원인의 요구가 거절당하자 교육청 직원에게 폭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박 의원은 공무원노조 등 전북지역 5개 노조가 성명을 내며 갑질 의혹을 고발하고 나서야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사과했다.


대구에서는 지난 9월 민부기 서구의원이 공무원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의 방으로 불러 질책하며 당시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하는 사건이 있었다. 앞서 충북에서는 천명숙 충주시의원이 지역의 한 행사장에서 행사 순서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무대에 난입해 큰소리를 치며 행사 진행을 방해했다가 비판을 받았다. 경기 평택시의회 이해금 의원은 '집창촌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의원은 지난 10월 임시회에서 이른바 '쌈리'로 불리는 집창촌을 향해 "평택의 특화 거리, 역사가 있는 거리인데 꼭 없애야 하느냐. 친구들이 서울에서 오면 성매매 집결지 구경시켜주는 데 좋아한다"며 "그것(쌈리)을 살렸으면 하는 내용도 (재개발계획안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음주 추태는 일상이됐다. 
 
충남 공주시의회 오희숙 의원은 지난 10월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당시 오 의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에 해당하는 0.20%였다. 경기 고양시의회 김완규 의원도 지난 5월 고양시 일산서구 아파트단지 주차장에서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125%의 만취 상태에서 운전하다가 적발됐다. 부산 사상구의회 권경협 의원도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고, 경기 고양시의회 채우석 의원은 대낮에 음주운전을 하다 중앙분리대 화단 가로수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기도 했다. 고양시의회 김서연 의원은 지난 7월 본회의에 술을 마시고 참석해 시정 질의를 했다가 음주운전까지 들통나 형사처벌과 별개로 출석정지 30일 징계를 받았다.


성추행 사건도 있다. 대전 중구의회 박찬근 의원은 지난 6월 회식 자리에서 동료 여성 의원의 얼굴을 만지는 등 과도한 신체접촉을 한 점이 인정돼 구의회에서 제명됐다. 그는 올해 초에도 동료 의원에 대한 과도한 신체 접촉 등을 이유로 출석정지 60일 징계를 받기도 했다. 회의 중 자해 소동을 벌이거나 동료 의원에게 폭언과 욕설을 하고 물컵을 던지는 일도 있었다. 충남 공주시의회 이창선 의원은 지난 8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 중 자신이 낸 예산 삭감안이 되살아나자 책상 유리를 깬 뒤 유리 조각으로 자해 소동을 벌였다. 당시 속기록에는 이 의원이 '유리 조각을 먹어 버리겠다'라거나 '배를 그어 버리겠다'고 말한 내용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다. 전남 곡성군의회 여성의원 두 명은 최근 의원실에서 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 갑질 [연합뉴스 자료사진]


▲ 음주단속 [연합뉴스 자료사진]


▲ 몸싸움 [연합뉴스 자료사진]


몸싸움의 시작은 수년 전 새정치민주연합 전남도당 당직자 책상에 놓고 온 돈 봉투 때문에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이 상대 의원에게 돈 봉투를 돌려달라고 항의하면서 싸움이 벌어졌고, 정당 관계자에게 금품을 전달한 의혹이 세간에 알려졌다. 충남 아산시의회 장기승 전 의원은 예산안 심의 중 동료 의원과 공무원들을 향해 호통을 치며 책상 위에 놓인 찬물이 든 종이컵을 집어 던져 물의를 빚었고, 충북도의회 이수완 의원은 가설 건축물과 축사를 불법 증·개축한 사실이 드러나 공개 사과하기도 했다.


인천 남동구의회 한 의원은 자신이 운영하는 마트와 신규 점포를 홍보하는 문자메시지를 주민들에게 보내 비난을 받았고, 공주시의회 박석순 전 의원은 자신의 명함 뒷면에 남편이 운영하는 자동차 공업사의 상호·전화번호 등을 기재해 질타를 받기도 했다. 지방의원의 갑질이 계속되면서 이른바 '공무원들의 의원 챙기기'도 만연돼 있다. 충남 아산시 공무원들은 최근 4년 동안 109차례에 걸쳐 시의원·의원 가족들이 운영하는 업체와 2천700만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가 감사에 적발됐다. 감사 결과 의원이 운영하는 차량 수리업체에 반복적으로 관용차 수리를 맡기거나 의원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1천500만원 상당의 밥값을 계산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의 요구를 수렴해 행정에 반영하고 집행부를 견제·감시해야 할 지방의원들이 이처럼 일탈을 일삼자 지방의회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한편 함량 미달 의원을 시민의 손으로 퇴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김정동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의정활동을 위한 전문성과 공인 자격을 갖춘 인재를 공천하기보다 지역 국회의원 등 공천권자의 수족이 될 사람을 공천하는 정당의 책임이 크다"며 "사건 사고가 발생해도 징계위원회를 열지 않고 쉬쉬하는 의회의 자정작용 부재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이어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시민이 언제든 의회를 지켜보고 문제가 있는 의원에 대해서는 의원 자격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시민이 의회를 감시하고 자격 박탈까지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의원들의 일탈도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종구 이승형 강종구 이해용 김선경 최해민 우영식 장영은 고성식 변우열 장덕종 김동철 기자)

jk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