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용의 타임머신... 영원한 시간 속에서 자세히보기

과학·생태·건강

[해양쓰레기] 플라스틱 기어들어간 소라게... 57만마리 '죽음의 덫'

잠용(潛蓉) 2019. 12. 7. 09:15

플라스틱 기어들어간 소라게...

57만마리 집어삼킨 '죽음의 덫'
중앙일보ㅣ변선구 입력 2019.12.07. 06:03 수정 2019.12.07. 07:34 댓글 297개



Hermit crabs killed by plastic debris on remote islands
[IMAS - Institute for Marine and Antarctic Studies]


[서소문사진관]
57만 마리에 가까운 소라게들이 인도양과 태평양 섬 두 곳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때문에 죽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에 따르면 사체 수는 해변 1㎡당 1~ 2마리로 이는 심각한 수치라고 한다.


▲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시파당 섬에 살고 있는 소라게가 플라스틱 파이프 조각을 집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진 Solent News=데일리메일]

 
5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 메일 등에 따르면, 호주 태스메이니아대 해양 남극 연구소(IMAS), 영국 자연사 박물관 등의 학자들은 인도양 코코스 제도와 남태평양 헨더슨 섬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코코스 제도에서 소라게 약 50만8000마리가 죽었고, 헨더슨 섬에서는 6만1000마리가 죽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는 전 세계 섬에 걸쳐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 태평양 해안에서 깡통을 집으로 사용하고 있는 소라게. [사진 Solent News=데일리메일]

 
앞서 지난 5월 호주 연구진은 '인도양의 파라다이스'로 불려온 코코스 제도에서 4억1400만개의 플라스틱 쓰레기 조각들을 발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헨더슨 섬에도 3800개의 플라스틱 쓰레기 조각이 발견됐다.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는 게들이 이동하는 데 물리적인 장벽과 덫으로 작용한다.


▲ 쓰레기로 뒤덮힌 인도양 코코스 섬 해변. [사진 온라인 캡처]

 
이번 연구에 참여한 자연사 박물관의 알렉스 본드 박사는 "소라게는 자기만의 소라껍데기가 없다. 다른 게가 죽어서 (부패해) 화학적 신호를 방출하면 빈 껍데기가 있다는 의미여서 다른 게들이 몰려든다"며 "이는 그들이 갇혀 있는 쓰레기 더미로 더 많은 게를 불러들이는 '끔찍한 연쇄 작용'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 플라스팃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는 해변에서 살고 있는 소라게. [사진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교 해양남극연구소(IMAS)]


 
두 섬에서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워낙 많다 보니 소라게들이 플라스틱 통을 소라껍데기 대신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일단 플라스틱 통 안에 들어온 게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지 못하고 죽게 되면, 그 통이 비어있는 줄 알고 다른 게가 또 들어오게 된다. 즉, 플라스틱 쓰레기는 이 섬에서 소라게의 죽음의 덫이 되는 것이다.


▲ 태평양 헨더슨 섬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덫에 걸려 죽은 소라게. [사진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교 해양남극연구소(IMAS)]


 
연구팀은 두 섬에서 플라스틱 통 안에 들어있는 죽은 소라게를 일일이 세어 위와 같은 수치를 얻어냈다. 작은 플라스틱 통 한 개 안에서는 무려 526마리의 죽은 게가 발견되기도 했다.


▲ 플라스틱 쓰레기 덫에 걸려 죽은 소라게. [사진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교 해양남극연구소(IMAS)]
 
본드 박사는 "우리는 모두 특히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플라스틱의 편리함은 상상할 수 없는 비용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 플라스틱 쓰레기 덫에 걸려 죽은 소라게. [사진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교 해양남극연구소(IMAS)]

 
연구를 이끈 제니퍼 레이버스 박사는 "충격적인 결과이지만, 놀랍지는 않다"면서 "생물체들이 플라스틱 공해에 영향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 우리 연구는 그런 영향을 계량적 데이터로 제시한 연구 중 하나"라고 말했다. [변선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