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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의 역사

[흔적의 역사] 성애의 나라 신라?

잠용(潛蓉) 2019. 12. 18. 09:04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性愛의 나라 신라?

경향신문ㅣ2011.09.14 19:01


▲ 성애의 나라 신라?


“태자(동륜)가 아버지(진흥왕)의 후궁(보명궁주)을 연모했다. 태자는 궁주의 담을 넘어 관계를 맺었다. 그러다 밤중에 보명궁의 담장을 넘다가 큰 개에게 물려 죽고 말았다.”
1989년과 1995년. 김대문(金大問)의 <화랑세기> 발췌·필사본이 잇달아 발견됐다. 한학자 박창화(1889~1962)가 일제강점기에 일본 궁내청에서 일하다가 <화랑세기>의 원본을 보고 베꼈다는 것이다. <화랑세기>는 540~681년 사이 활약한 풍월주(대표 화랑) 32명의 전기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끝모를 ‘어색(漁色·엽색행각)’…. 그리고 근친혼과 사통 등 난잡한 성행위…. 일국의 태자가 아버지의 여인을 범하다가 개에게 물려 죽었다는 대목은 새발의 피다. 예컨대 미실은 희대의 요부였다. 임금 3명(진흥·진지·진평)과 태자(동륜), 풍월주 4명(사다함·세종·설화랑·미생랑) 등을 사랑의 포로로 삼았다. <화랑세기>는 “미실이 어머니에게 교태를 부리는 방법(방중술·房中術)을 배웠다”고 했다. 오죽했으면 남편(세종 풍월주)이 ‘거동도 하지 못할 정도’였을까?

 .
이런 ‘망측한 내용’을 담고 있었으니 전문가들은 ‘가짜’의 낙인을 찍었다. 하지만 유교적인 윤리관으로 신라 사회를 재단할 수 있을까. ‘까탈스러운’ 유학자인 김부식마저 정사(<삼국사기>)에 신라의 풍습을 양해하는 논평(史論)까지 달았으니….

“같은 성은 물론 형제의 자식이나 고모·이모·사촌까지 아내로 맞이했다. 중국의 예로 따지면 큰 잘못이다(責之以中國之禮則大悖矣).”(<삼국사기> ‘내물왕’)


신라 고분에서는 낯뜨거운 형태의 토우들이 쏟아져 나온다. 엉덩이를 치켜든 채 희죽희죽 웃는 여인, 그리고 과장된 남근을 내미는 남자 등…. 1976년 안압지에서 발굴된 목제남근의 두부에 붙여놓은 돌기는 또 어떤가. 민속학자 이종철은 “감미로운 여심을 자극하는 양물(陽物)”이라고 해석했다. <화랑세기>는 이런 신라만의 풍습을 ‘신국의 도’라고 규정했다.

“신국(神國)에는 ‘신국의 도(道)’가 있다. 어찌 중국의 도로 하겠는가.”(<화랑세기> ‘양도공조’)


그런데 일본 궁내청에 보관돼 있다는 <화랑세기> 원본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그리고 이것이 공개된다면…. 혹은 지지부진한 문화재 반환협상에 이 원본이 포함되기만 한다면…. 그야말로 우리 역사에 파천황(破天荒)의 세계가 열릴 것이다.
 
<이기환/ 문화·체육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