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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의 역사

[흔적의 역사] 뿌리깊은 사랑의 문양

잠용(潛蓉) 2019. 12. 18. 12:17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뿌리깊은 사랑의 문양

경향신문ㅣ2012.01.11 21:11  


▲ 뿌리깊은 사랑의 문양.


‘♡’ 문양은 ‘마음’, 그리고 ‘사랑’의 상징이다. 요즘 e메일이나 문자를 보낼 때 이 하트 모양의 ‘이모티콘’을 빼놓으면 받는 이가 낙담한다지 않는가?
‘♡’의 뿌리는 깊다. 은(상)나라 중말기(기원전 1300~1046년) 갑골문(점을 친 기록을 새긴 갑골·그림)에 나온다. 상형문자로 된 3300년 전, 동양 최초의 ♡ 모양이다. 심장을 쏙 빼닮았다. ‘마음 심(心)’자의 원형이다. 최초의 ♡ 문양을 담은 점(占)의 내용은 무미건조하다.


“왕이 심경(京)으로 가는 데 별 문제가 없겠습니까(王往于京若)?”
말기의 갑골문에는 재미있는 내용이 나온다.
“마음에 병이 있는데 재앙이 오겠습니까(有疾心 唯有害)?”


3000년 전부터 ‘마음병(疾心)’, 즉 정신병을 호소한 기록이다. ♡는 심장과 마음을 뜻한다. 은(상)나라 시대 비극적인 ‘심장 해부’ 사례 하나를 들어본다. 은(상) 마지막 군주 주왕은 희대의 폭군이었다. 숙부인 비간(比干)이 “정신 좀 차리라”고 충간하자 인면수심의 만행을 저지른다.

“성인의 심장에는 구멍(혈관)이 7개(보통은 9개)가 있다고 들었다(聞聖人心有七竅).”

주왕은 끝내 비간을 해부해서 심장을 보았다(剖比干 觀其心).”(<사기> ‘은본기’)


주왕은 심장혈관(펌프)으로 혈액을 육체 전체로 내보낸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단순한 펌프의 기능만은 아니었다. 의학서 <황제내경(黃帝內經)>은 “심장이 영혼을 제어한다”고 기록했다. 심장은 사랑과 고통, 연민 등 다양한 감정을 대변하는 상징이었다. 이집트인들은 미라를 만들 때 심장만큼은 방부처리해 미라 속에 넣었다. 심판의 날에 죽은 자를 위해 증언해 줄 심장을 보존하려는 뜻이 있었다. 서양에서는 12~13세기부터 심장이 ‘사랑의 상징’이 됐단다. 금욕의 기독교 교리에 맞서 세속의 삶을 살기 시작한…. 당대의 연애담인 <트리스탄과 이졸데>(1205~1215)를 보자. 이졸데가 트리스탄과 헤어지면서 탄식한다.


“몸은 여기 있지만 마음은 당신이 가져가네요.”
콩닥콩닥 뛰는 심장의 고동소리를 나누는…. 이렇게 심장, 즉 하트는 감각적인 사랑의 상징이 되었단다. 불현듯 유행가가 생각난다.   
“혹시나 알고 있나요.~ 왜 심장이 하난지~ 세상에~ 오직 한사람만을 사랑하라는 뜻인 걸.”(채동하의 ‘심장이 하는 일’)


<이기환/ 문화·체육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