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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국회

[연동형 선거법] 자유한국당에도 나쁘지 않다

잠용(潛蓉) 2019. 12. 28. 11:36

한국당, 비례정당 창당 땐 13석 증가... 민주 '원내 1당' 흔들
한국일보ㅣ류호 입력 2019.12.28. 09:02 댓글 1828개



▲ 문희상(윗줄 가운데) 국회의장이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저지를 뚫고 의장석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당 지지율로 시뮬레이션 해보니… 민주당은 -2석, 정의당도 고작 +1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각 정당의 비례대표 의석 확보 전략이 내년 총선의 핵심 변수로 등장했다. 지역구 의석 확보 숫자와 정당득표율, ‘봉쇄조항(정당 득표율 3% 이상 획득한 정당에만 비례대표 의석 배분)’ 허들을 넘는 정당 숫자에 따라 선거 구도가 요동치기 때문이다. 개정 선거법 처리를 주도한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ㆍ바른미래당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가칭 대안신당)는 자유한국당의 ‘비례정당’ 창당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당이 엄포를 놓은 대로 비례정당을 만들면, 비례대표 의석 확보에 공을 들인 4+1 협의체의 목표는 물거품이 될 수 있어서다. 민주당이 맞불작전으로 ‘민주당 비례정당’을 출범시키면 의석 배분은 더욱 복잡해진다.


내년 총선의 가장 큰 변수는 한국당 비례정당 창당 여부다. 본보가 리얼미터의 26일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개정 선거법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한국당 위성정당이 등장할 경우 한국당의 의석 수는 총 121석이 됐다. 현재(108석)보다 13석이나 늘었다. 한국당 지지자가 지역구에서는 한국당 후보를, 정당투표에서는 비례정당 후보를 찍는다고 가정을 한 경우다. 반면 민주당은 127석으로 현재(129석)보다 오히려 2석이 줄었다. 연동형 비례제로 창당 이래 최대 의석수 확보가 예상되던 정의당은 7석으로, 현재 의석수보다 1석 늘어나는 데 그쳤다. 물론 정의당 지지율이 10%가 되면 14석이 될 수도 있다.


한국당 비례정당으로 가장 큰 손해를 보는 정당은 현재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이다. 한국당 위성정당 없이 기존 정당만으로 시뮬레이션을 했을 때는 민주당이 현재보다 9석 많은 138석을 얻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당 위성정당이 있을 때(127석)보다 11석이 많았다. 반면 한국당은 105석으로 오히려 3석이 줄었다. 정의당은 6석이 늘어 12석으로 나타났다.


▲ 비례한국당 창당 경우 의석 수 변화 /강준구 기자/2019-12-27 (한국일보)


한국당 위성정당 같은 ‘대형 비례정당’의 파급력은 과거 18대 총선에서도 확인됐다. 18대 총선 돌풍의 주역이었던 ‘친박연대’는 당시 13.2%의 득표율로 비례대표에서만 8석을 가져갔다. 민주노동당(현 정의당), 자유선진당, 창조한국당 등 세 당의 비례대표 의석수(9석)를 합친 것과 비슷했다. 그런데 연동형 비례제를 적용했을 경우 친박연대의 파급력은 더 커졌다. 친박연대가 당시 한나라당(현 한국당)에서 분당해 탄생한 정당임을 고려하면, 내년 총선에서 비례한국당이 몇 석을 더 챙길 수 있을지 가늠해 볼 수는 있는 척도다.


당시 정당 득표율을 연동형 비례제로 계산하면 친박연대가 챙길 수 있는 의석수는 17석이다. 기존 병립형 비례제보다 9석이나 증가했다. 정당 득표율 1ㆍ2위였던 한나라당(현 한국당)과 통합민주당(현 민주당)은 기존 선거제보다 각각 12석, 4석 줄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내에서도 한국당이 선거 전략을 정교하게 짤 경우 비례한국당의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한국당이 변칙적으로 바뀐 선거법을 적용한다는 비판도 있기 때문에 민심의 변화를 지켜보며 대응해 나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