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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법률·재판

[마산 보도연맹사건] 70년 전 "국민보도연맹" 학살 희생자 첫 '무죄' 판결

잠용(潛蓉) 2020. 2. 14. 22:32

70년 전 국민보도연맹 학살 희생자 첫 '무죄' 판결
오마이뉴스ㅣ2020.02.14 16:15l최종 업데이트 20.02.14 17:38l


 ▲ 70년 전 국민보도연맹 학살 희생자 첫 '무죄' 판결 한국전쟁 전후 대표적인 민간인학살사건인 국민보도연맹사건 희생자 유가족들이 낸 재심사건이 2월 14일 오후 창원지법 마산지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노치수 경남유족회 회장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윤성효 


"피고인들을 각각 무죄 선고한다."
2020년 2월 14일 오후 2시 18분. 이재덕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장이 220호 법정에서 방망이를 두드리며 한 말이다. 70년 전 국가에 의해 정당한 재판 절차도 없이 학살당했던 민간인들이 이제사 '무죄'를 선고 받은 것이다.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부(재판장 이재덕 지원장, 황정언‧김초하 판사)는 한국전쟁 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 노치수(73) 회장을 비롯한 유족 6명이 낸 '재심'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지난 1월 17일 검찰도 '무죄'를 구형했다. '국민보도연맹' 희생자들은 당시 국방경비법 위반으로 사형을 당했다. 국방경비법은 1948년 만들어졌다가 1962년 폐지되었다. 이재덕 지원장은 "피고인들의 범행 일시와 장소 등이 특징되지 않았다. 피고인들에게 방어권 행사가 쉽지 않은 가운데 사형 판결이 나서 집행이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지원장은 "재심사건 개시 확정되어 재판이 진행되었고, 관련 기록이 폐기‧멸실되었다. 재심에 판단할 수 있는 어떤 자료도 제출되지 않았고, 범죄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무죄를 선고한다"고 했다.


▲  2월 14일 오후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이 70년 전 한국전쟁 전후 일어난 "국민보도연맹 학살사건" 희생자 재심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선고 했고, 이후 경남유족회 회원들이 법원 민원실 앞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 윤성효


이 지원장은 "무죄 판결의 이유를 공시하는 데 이견이 없다"고 했다, 선고에 앞서 변호인과 기자들이 법정 촬영을 요청했다. 이에 이 지원장은 배석 판사들과 협의를 위해 잠시 휴정했고, 이후 이 지원장은 "촬영을 불허한다. 선고 뒤 의문이 있으면 설명하겠다"고 했다. 선고는 10여분 만에 끝이 났다. 당초 경남유족회 회원 7명이 재심 신청했는데 1명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명단에서 제외되어 기각되었다. 이날 기각된 1명은 다른 6명의 재심 판결에 근거해 별도로 재심 신청할 예정이다. 이날 재심 선고는 검사와 유족측에서 항소가 없으면 1주일 뒤 확정된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사건 가운데 국민보도연맹과 관련해 재심사건에서 무죄가 선고되기는 전국 처음이다. 지난 1월 20일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에서 '무죄' 선고했던 철도기관사 노동자(장환봉)는 국민보도연맹원이 아니라 '여순사건' 당시 무장봉기를 도왔다는 죄목으로 군사재판에서 처형됐다. 장환봉씨 사건은 사후 72년만에 재심에서 무죄가 났다.


▲  2월 14일 오후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이 70년 전 한국전쟁 전후 일어난 "국민보도연맹 학살사건" 희생자 재심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선고 했고, 이후 경남유족회와 시민사회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환영" 입장을 밝혔다. ⓒ 윤성효
 
/재심 신청 7년만에 ..."지금 심정은 먹먹하다"

노치수 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마산 국민보도연맹 사건'진상규명 결과가 나온 뒤인 2013년 재심 신청했다. 재심 신청 7년만에 판결이 나온 것이다. 법원이 재심 개시 결정을 했지만 검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항고'와 '재항고'를 거쳐 대법원이 2019년 4월 '재항고 기각 결정'하면서 재심 공판이 진행되었다. 노치수 회장은 "정부에서 민간인을 죽였으면 가족한테 알려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고, 죽여 놓고 수년 동안 비밀로 해두었다. 그것 자체로 떳떳하지 못했다"며 "지금 무죄가 났는데, 지금 심정은 먹먹하다. 국가가 왜 지금까지 비밀로 해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버지를 여읜 조용주(74)씨는 "참으로 한 많은 세월이었다. 현명한 재판을 해준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며 "국가는 유족에 사과하고, 배보상과 함께 위령탑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유족회 권일란(71)씨는 "아버지 얼굴도 모른다. 어머니가 피난을 가다가 저를 낳았다고 한다"며 "어머니가 살아서 아버지가 무죄 받는 걸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유족들을 도와 변론했던 이명춘 변호사는 "이런 사건이 풀리도록 하게 되어 영광이다"고 했다. 그는 "1947년, 1948년 사이 남한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는 모임에 참여했다거나 관련 유인물을 뿌린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가, 뒤에 전쟁이 나면서 좌익이라 해서 학살을 당한 민간인들이 많았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오늘 무죄 선고는 예상이 되었다. 마산에만 국민보도연맹 희생자가 수백명에 이르고, 전국적으로 상당하다"며 "우선 연락이 된 유족들이 먼저 재심 신청했는데, 앞으로 유족을 더 찾아 내서 재심을 이어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  2월 14일 오후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이 70년 전 한국전쟁 전후 일어난 "국민보도연맹 학살사건" 희생자 재심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선고 했고, 이후 경남유족회와 시민사회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환영" 입장을 밝혔다. ⓒ 윤성효

 
"재심 절차 받을 수 없는 분들도 해원"

시민사회진영은 무죄 판결을 환영했다. 선고 뒤 열린사회희망연대, 민주노총 경남본부, 경남진보연합, 6‧15경남본부, 범민련 경남연합 등 단체들은 유족들과 함께 마산지원 마당에서 '환영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영만 열린사회희망연대 고문은 "가슴 벅찬 판결이다. 재심 절차를 받을 수 없는 분들이 더 많다. 그 분들도 같이 해원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긴 잠에서 깨어난 진실, 한국전쟁 민간인 피해자 마산보도연맹 재심사건 무죄 판결을 온몸으로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우리는 한국전쟁 앞뒤 '국민보도연맹'에 가입했다는 등의 까닭으로 학살당하고, 농사를 짓다가 끌려가 재판 절차도 없이 학살당하고, 마산 괭이바다에 수장되기도 한 민간인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의 해원이 이루어지길 희망한다"고 했다. 이어 "더욱이 불법으로 구금되고 재판 절차도 없이 학살되어 재심마저도 청구할 수 없는 대부분의 민간인 피해자들과 그 유족에 대한 해원의 길이 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들은 "현재 국회에 잠자고 있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기본법 개정안이 총선 앞뒤로 조속히 통과되기를 요구하며, 이를 통해 진실화해위원회의 재출범, 보상특별법 제정, 가해자 처벌 등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창원시와 경상남도에 대해, 이들은 "민간인 희생자들을 위한 위령탑을 건립하고 추모 공원을 만들어 역사를 기억하고 다시는 이러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경수 지사, 김지수 의장, 허성무 시장 '환영' 성명

 김경수 경남지사, 김지수 경남도의회 의장, 허성무 창원시장도 이날 무죄 판결 '환영' 입장을 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마산창원진해 국민보도연맹 사건의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재심 무죄 판결을 환영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김지수 경남도의회 의장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무죄판결이 있기까지 인고의 세월을 견뎌 오신 유가족께 진심어린 위로와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허성무 창원시장도 환영 성명을 통해 "결국 역사는 정의의 편에 섰다. 오늘 이 판결로써 오래도록 시커멓게 멍든 가슴으로 통곡의 세월을 살았을 유가족 여러분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 윤성효(cjnews) 시민기자]


마산 보도연맹 희생자 6명 70년 만에 무죄 선고
서울신문ㅣ2020-02-14 18:02 ㅣ 수정 : 2020-02-14 18:02
 
6·25전쟁 때 좌익으로 몰려 영장 없이 불법 체포·감금 당한 뒤 군사재판에서 사형을 당한 민간인 6명이 70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부(이재덕 지원장)는 14일 마산지구 계엄고등군법회의에서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고 처형된 고 노상도씨 등 보도연맹원 6명에 대한 국방경비법 위반 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 마산 보도연맹 사건 70년 만에 재심서 무죄-마산 보도연맹 사건 70년 만에 재심서 무죄. 연합뉴스 노치수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장(앞줄 마이크 잡은 이) 등 유족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14일 창원지법 마산지원에서 한국전쟁 때 숨진 보도연맹원 6명에 대한 재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된 뒤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치수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장(앞줄 마이크 잡은 이) 등 유족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14일 창원지법 마산지원에서 한국전쟁 때 숨진 보도연맹원 6명에 대한 재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된 뒤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국전쟁 발발 당시 국가는 이들이 남로당과 규합해 괴뢰군에 협력하는 등 이적행위를 했다며 국방경비법 위반으로 사형을 선고하고 처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이 북한에 호응하는 등 이적행위를 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범죄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기록에 따르면 이들은 1948년 정부 수립 전에 남로당 산하단체에 가입한 경력이 있었다. 당시 정부는 이런 인사들을 모아 전향을 목적으로 설립한 보도연맹에 가입시켰다. 노씨를 비롯한 경남 마산지역(현 창원시) 보도연맹원 수백명은 6·25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중순∼8월 초순 사이 헌병과 경찰의 소집 통보를 받고 모였다가 영장 없이 체포돼 마산형무소에 수감됐다. 
  
마산지구 계엄고등군법회의는 이들에 대해 국방경비법의 이적죄 혐의로 재판을 해 1950년 8월 18일 141명에게 사형을 선고했고, 같은 달 말 마산육군헌병대가 사형을 집행했다. 2009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법원 영장 없이 보도연맹원들이 불법적으로 체포·감금돼 희생됐다고 밝히자 유족들은 2013년 창원지법 마산지원에 재심 청구를 했다. 법원은 재심 청구 사유를 인정해 2014년 4월 재심 개시 결정을 했지만 검찰이 항고와 재항고를 하면서 재심 절차가 늦어졌다.


지난해 4월 대법원이 검찰 재항고를 기각하면서 재심이 확정돼 재심 개시 6년여만에 마침내 무죄가 선고됐다.

고 노상도씨의 아들인 노치수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장은 “돌아가신 분들은 당시 ‘논을 매다 잠시 보자고 해서 불려갔거나 부역하러 오라고 해서 나갔다가 희생됐다”며 “가족들은 내 남편, 내 자식이 어디로, 어떤 죄로 끌려갔는지도 모르고 수십 년을 살았다”고 말했다. 그는 “70년 만에 무죄가 나와 좋기는 하지만 가슴이 먹먹하다”고 밝혔다. 희생자 유족들을 변호한 이명춘 변호사는 “무죄 판결이 났지만, 당시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거나 통일 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좌익으로 몰려 억울하게 희생된 보도연맹원들이 많다”며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명예회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사회도 이날 법원의 무죄판결을 반겼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70년이 걸렸다”며 “국가 폭력으로 말미암은 모든 고통이 이번 무죄 판결을 계기로 조금이나마 치유되길 기원한다”는 환영성명을 발표했다. 허성무 창원시장도 “국가에 의해 저질러진 잘못을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법원의 이번 결정은 매우 의미 있는 역사적 진전이다”는 환영 성명을 냈다. 열린사회 희망연대,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등 14개 지역 시민단체는 “무죄판결을 환영하며 진실화해위원회 재출범, 보상특별법 제정, 가해자 처벌 등이 이뤄지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