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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 민주화

[5·18 40주년] "우리 아가..." 자식의 사진을 적시는 어미의 눈물

잠용(潛蓉) 2020. 5. 26. 19:11

[이슈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우리 아가..." 자식의 얼굴을 적시는 어미의 눈물

경향신문 ㅣ2020.05.17 20:33 수정 : 2020.05.22 14:12

 

5월 어머니들…
마르지 않고, 마를 수도 없는 굵은 슬픔

 

□ 여든이 훌쩍 넘은 할머니들의 얼굴에 새겨진 것은 세월만이 아니었다. 주름 골마다 내려앉은 것은 ‘한’이었다. 이들은 1980년 5월, 광주에서 계엄군의 총탄과 곤봉에 자식을 잃었거나, 부상과 구속 이후 후유증 등으로 세상을 떠난 자식을 둔 ‘오월 어머니’들이다. 40년이 지났지만 가슴에 묻은 자식은 늘 아프고 그립다. 앞서 보낸 딸과 아들의 얘기를 꺼낼 때 모든 문장은 “우리 애기는…”으로 시작했다. 흐뭇한 추억 한 자락을 떠올리며 배시시 웃다가도 이내 “후우…” 하고 길고 긴 한숨을 깊숙한 곳에서 밀어냈다.

 

당시,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자식을 “죽기 살기로” 찾아 헤매던 또렷한 기억을 더듬다가 이내 눈시울을 붉히며 울었다. 마르지 않고, 마를 수 없는 어미의 굵은 슬픔이 뚝뚝 흘러내렸다. 40대였던 어머니들은 이제 80대 노인이 되었다. 마음뿐 아니라 몸에도 이런저런 병이 찾아들었다. 진실을 밝히고자 함께 싸워온 형제 같은 엄마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다. “요즘 마음이 영 바쁘고 쫓겨요. 죽기 전에 헐 건 해야제.” 한 어머니는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과 전남도청 복원을 강조했다. “그래야 후대에서 우리 아들을, 또 이 역사를 기억할 거 아닌가요?”

 

고(故) 장재철씨(당시 24세)의 어머니 김점례씨(83), 고 이성자씨(당시 16세)의 어머니 정석심씨(86), 고 백두선씨(당시 19세)의 어머니 박순금씨(82), 고 김동수씨(당시 23세)의 어머니 김병순씨(85), 고 김경철씨(당시 29세)의 어머니 임근단씨(89), 고 박효선씨(당시 27세)의 어머니 박지영씨(85), 고 허규정씨(당시 27세·2005년 작고)의 어머니 한양임씨(89), 고 김명숙씨(당시 14세)의 어머니 양덕순씨(82), 고 권호영씨(당시 18세)의 어머니 이근례씨(82). 아홉 어머니들은 ‘오월의 광주’와 ‘그날의 정신’을 되새겨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어머니들은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카메라 앞에 섰다. 생때같은 자식을 가슴에 묻을 수밖에 없었던 오월 어머니들. 그들에게 지난 40년은 “참말로 징허고 징헌” 세월이었다.

 

▲ 故 장재철씨의 어머니

 

▲ 故 이성자씨의 어머니

 

▲ 故 백두선씨의 어머니

 

▲ 故 김동수씨의 어머니

 

▲ 故 김경철씨의 어머니

 

▲ 故 박효선씨의 어머니

 

▲ 故 허규정씨의 어머니

 

▲ 故 김명숙씨의 어머니

 

▲ 故 권호영씨의 어머니

 

[광주 | 사진·글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임을 위한 행진곡 - 백승균 하모니카 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