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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대참사

봉인된 '세월호 참사' 대통령기록물, 시민 힘으로 열릴까?

잠용(潛蓉) 2020. 11. 2. 08:49

봉인된 박근혜 때 '세월호 참사' 대통령기록물, 시민 힘으로 열릴까?
경향신문ㅣ이혜리 기자 입력 2020.10.31. 18:12 수정 2020.10.31. 22:39 댓글 4124개


[경향신문] 봉인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관련 대통령기록물을 시민의 힘으로 열 수 있을까? 국회의 ‘국민동의청원’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두 개의 청원 서명이 진행 중이다. 세월호 참사 관련 대통령기록물을 공개해달라는 결의에 관한 청원이 하나,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에 관한 청원이 다른 하나다. 이달 6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한달 간 10만명의 동의를 채우면 국회에 정식 청원으로 접수된다. 31일 낮 기준 9만명 가량의 시민이 청원에 참여했다. 대통령기록물 공개를 둘러싼 논의는 참사 이후 계속돼왔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의 이른바 ‘7시간’을 밝히고, 정부 대처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청와대가 참사 이후 생산한 문서들을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시민들이 청와대에 문서를 공개해달라고 청구했지만 청와대는 수용하지 않았다. 나중엔 상당수 문서들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후 황교안 권한대행이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했고,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한 사실이 알려졌다.

 

▲ 세월호 참사 유가족 및 시민단체,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4·16연대가 지난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4·16진실버스 도착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1일 동안 28개 도시를 순회하는 4·16 진실버스를 운영하며 사회적참사 특별법 개정과 박근혜 전 대통령 기록물 공개 입법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세월호 참사 7주기까지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메시지가 담긴 24장의 플래카드와 유가족의 편지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김기남 기자

 

▲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캡쳐.

 

국가기록원은 대통령기록물법 17조를 들어 문서는 물론, 문서목록도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해당 조항은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거나 국민경제의 안정을 저해하고 개인의 생명·신체·재산 및 명예에 침해가 발생할 수 있는 때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해 외부에 비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문서 공개는 소송으로까지 이어졌다. 송기호 변호사가 문서 목록만이라도 공개하라고 낸 소송에서 1심 법원은 “대통령이 아무런 제한 없이 임의로 대통령기록물을 선정해 보호기간 지정행위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송 변호사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 법원은 이를 뒤집고 해당 문서 목록을 국가기록원이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1년6개월째 심리 중이다. 언제 결론이 나올 지 알 수 없다. 시민들은 탄핵된 대통령이 임명한 황 권한대행이 대통령기록물을 지정한 게 위헌이라며 헌법소원도 냈지만 헌재는 각하했다.

 

그나마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 후 만든 특별수사단이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국가기록원에 보관 중인 대통령기록물 일부를 확보했다. 그러나 검찰은 세월호 참사 관련해 조사를 하는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에 해당 문서들을 제공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범죄혐의를 찾는 수사기관인 검찰과, 범죄혐의가 되지 않더라도 문제를 분석하고 기록하는 사참위는 역할이 다르지만 사참위는 대통령기록물은 검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세월호 가족들의 시선은 국회로 향했다. 대통령기록물법엔 ‘예외 조항’이 있다.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의결이 이뤄진 경우”에는 대통령기록물을 공개할 수 있다고 돼있다.

 

이번 국민동의청원이 바로 국회 의결을 위한 것이다. 세월호참사 피해자 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청원서에서 “세월호 피해자들은 신원(가슴에 맺힌 원한을 풀어버림)과 진상규명에 관한 권리가 있으며, 시민들도 알 권리가 있다”며 대통령기록물의 공개를 요청했다. 이들은 “여야는 정략적 이해득실을 따지지 말고 대통령 기록물 공개 결의에 협력해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원, 군 등의 정부기구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수사와 조사에 협력하도록 국정책임자로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장훈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국민들과 함께하고 싶어서 청원을 시작했다”고 했다. 장 위원장은 “코로나 사태에서 보듯이 국민 개인의 안전의식은 높아진 반면 정부의 대응은 아쉽다”며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분명히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다시 참사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다른 청원은 오는 12월 만료되는 사참위의 활동 기간 연장, 세월호 참사 관련 범죄의 공소시효 정지, 사참위에 수사권 부여 등 권한 강화를 내용으로 한다. 장 위원장은 “가족협의회에서 검찰에 수사해달라고 고소·고발한 것만 11건, 사참위가 수사의뢰한 것만 9건인데 2건만 기소됐고 나머지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며 사참위에 대한 수사권 부여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세월호 참사는 내년에 7주기가 된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