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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불상도둑] 일본 사찰 "재판서 소유권 주장할 것"

잠용(潛蓉) 2020. 12. 20. 17:30

한국 도둑에 '고려불상' 도난당한 일본 절 "재판서 소유권 주장할 것"
한겨레ㅣ김소연 입력 2020.12.20. 13:36 수정 2020.12.20. 14:36 댓글 1170개

 

"약탈 문화재다" "도둑질해온 장물" 논란 계속
한국인 도둑들이 일본 대마도에서 훔쳐온 14세기 고려 때 관세음보살좌상 소유권을 둘러싼 항소심이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도난을 당한 일본 절이 재판에 참여해 소유권을 주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에 약탈된 것으로 추정되는 문화재를 절도범들이 훔쳐온 사건을 두고 이 불상을 일본에 다시 돌려줘야 하는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20일 <아사히신문>을 보면, 일본 대마도 관음사 쪽은 지난 18일 밤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정부로부터 재판 참여를 요구하는 문서가 도착했다”며 “재판에 직접 참여해 소유권을 주장하고 반환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1심 재판에 참여하지 않던 일본 관음사 쪽이 2심엔 적극 나설 의사를 보인 것이다. 그동안 일본은 쓰시마시의회가 불상 반환 결의문을 채택했고 관방장관, 문부과학상 등이 한-일 장관회담 때 불상 반환 요청을 한 바 있다. 상당히 이례적인 이번 문화재 소송은 지난 2012년 10월 한국인 절도범 김아무개씨 등이 일본 대마도 관음사에서 높이 50.5cm의 고려 관세음보살좌상을 훔쳐 국내로 반입하면서 시작됐다. 일본이 고려 때 훔쳐간 ‘약탈 문화재’라는 주장과 ‘도둑질해온 장물’이라는 시각이 엇갈렸다. 김씨 등은 재판 과정에서 “일본이 약탈해 간 문화재를 가져왔으니 우린 애국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씨는 징역 4년형이 선고됐다.

 

▲ 문제의 고려 관세음보살좌상

 

불상의 원래 주인이라고 주장하는 충남 서산에 있는 부석사는 ‘약탈 문화재’라고 주장한다. 부석사 쪽은 “교류 등 정상적인 방법으로 불상을 일본에 넘겨줬다면 불상 안에 있는 복장물을 비우고 주는 것이 맞다. 불상 안에서 복장물이 그대로 발견됐다는 것은 불상이 약탈됐다는 중요한 증거”라고 밝혔다. 부석사 신도와 서산 주민들은 ‘관세음보살좌상 제자리 봉안위원회’를 만들어 불상 환수 운동을 시작했다.

 

이에 반해 대마도의 한반도불상 연구 전문가로 꼽히는 고 정영호 한국교원대 명예교수는 지난 2017년 <한겨레> 기고에서 “불상이 약탈품이라고 해도 그것을 또 다른 약탈이라는 방식으로 돌려받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일본이 부석사에서 약탈해 갔다는 직접적인 증거도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의 문화재 환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며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재청도 국제법에 따라 훔친 문화재는 돌려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석사는 정부를 상대로 불상을 돌려달라는 유체동산인도 소송을 냈고 지난 2017년 1월 1심 재판부는 부석사의 손을 들어줬다. 불상 안에서 발견된 결연문에는 ‘1330년경 서주에 있는 사찰에 봉안하려고 이 불상을 제작했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서주는 충남 서산의 고려 때 명칭이다. 1심은 이 결연문과 1330년 이후 5차례 왜구가 서산 지역에 침입했다는 고려사 기록, 증여·매매가 아닌 도난·약탈 등으로 반출된 것으로 판단된다는 점 등을 주요 근거로 삼았다. 정부를 대리해 소송을 맡은 검찰은 항소했고 현재 3년째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관세음보살좌상은 대전 유성구의 국립문화재연구소 유물수장고에 보관 중이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