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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념일

[오늘은] 불기 2565년 부처님오신날

잠용(潛蓉) 2021. 5. 19. 07:23

(불기 2565년 부처님오신날 '희망과 치유의 연등을 밝힙니다' 조계사 법요식 중계)

 



불기 2565년 부처님오신날 총무원장스님 봉축사 [전문]
경인투데이뉴스ㅣ2021 05 19


▲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벽산 원행

오늘은 불기 2565년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우리 민족은 한량없는 기쁨으로 이 날을 찬탄해 왔습니다.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그 큰뜻과 우주법계(宇宙法界)에 가득한 자비광명을 찬탄하고 또 찬탄합니다. 지금 우리 인류는 극심한 병고(病苦)를 앓고 있습니다. 신종 감염병이 전 세계로 확산된 지 벌써 일년 수개월의 기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이 질병의 고통은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연등으로 온 누리를 밝히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축제, 연등회 행사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여법하게 봉행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전국 각지에서 봉행되고 있는 봉축법요식 역시 제한된 인원의 동참과 철저한 방역수칙의 준수 속에서 행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한불교 조계종을 대신하여 국민 여러분과 전국의 모든 불자님들께 안타깝고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아직까지 이 질병의 감염 확산 추세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인류는 이 신종 감염병에서 반드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 병고를 이겨내는 일과 함께,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이 남기고 있는 여러 교훈을 진지하게 되새겨 보아야 합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에 발생한 신종 감염병과 지구의 기후변화가 직접적 인과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놀랍고 두려운 지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미 부처님께서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중중무진(重重無盡)’의 관계를 맺고 있다고 설하신 바 있습니다. 우리 인류가, 온 우주가, 서로 무한의 연기(緣起) 속에 자리하고 있다는 진리를 더욱 절실하게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여러 불전(佛典)에 ‘담마기금(擔麻棄金)’이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삼 덩어리를 짊어지고 금덩어리를 버린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통상 자기 습관대로, 자기 생각대로 살아갑니다. 그러다보니 정작 눈앞에 금덩어리가 나타나도 지금까지 지고왔던 삼 덩어리가 아까워서 차마 그것을 버리지 못합니다.

우리 인류는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과감하게 지금까지의 습관, 지금까지의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더 이상 미룰 수도 없고, 더 이상 나 하나는 괜찮겠지 하는 생각에 머물러서도 안 됩니다. 우리 불자들만이라도 바로 오늘부터, 지금 이 순간부터, ‘담마기금’하는 집착과 어리석음을 떨쳐버려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일부 국가에서 개발된 코로나 백신으로 인해 우리는 이제 신종 감염병 극복에 희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백신 보급을 둘러싼 최근의 상황은 상당한 노력을 해야 하며 함께 격려하고 양보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해야만 합니다. 연기의 가르침은 단지 불자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인류의 평화와 행복은 우리 인류 모두가 함께 할 때 비로소 성취될 수 있는 것이라는 그 지엄한 진리를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전국의 불자 여러분, 그리고 이 봉축 법요식을 지켜보고 계시는 국민 여러분! 오늘은 뜻깊은 불기 2565년 부처님오신날입니다.비록 힘드시더라도 모두가 환희로운 마음을 가득 담아 이웃과 함께 염화미소를 나누시기 바랍니다. 부디 우리 국민들이 하루빨리 행복하고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부처님께 발원합니다. 다시 한번 온 인류가 신종 감염병의 공포와 고통으로부터 하루 빨리 벗어날 수 있기를 부처님전에 간절히 기도 발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불기 2565 (2021)년 5월 19일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벽산 원행




('초파일의 노래' 진각종 유가합창단 이청화 작사, 변규백 작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