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잠적 이준석 부산행... "옥쇄 파동이냐" vs "尹이 뒤통수 쳐" (종합)
서울신문ㅣ강주리 입력 2021. 12. 01. 00:56 수정 2021. 12. 01. 01:26 댓글 2062개
이준석, 연락 끊고 모든 공식 일정 취소... 尹 충청행 일방 통보·이수정 임명 강행 분석
박근혜 당시 김무성 ‘옥쇄 파동’ 연상 지적... 장제원 “영역싸움, 내가 차지철이냐” 불만
권경애 “이준석, 국힘 혁신 국민 갈망의 상징”... 당원게시판선 “대표 탄핵”…李지지자들 맞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돌연 잠적하면서 국민의힘이 발칵 뒤집혔다. 초유의 당대표 잠적 사태는 이날 밤까지도 해소되지 않다가 오후 늦게 이 대표가 여의도를 벗어나 부산으로 내려간 사실이 파악됐다. 당무에 복귀할 시점도 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의 휴대전화는 종일 전원이 꺼진 상태였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 시절 김무성 당시 대표가 대표 직인을 들고 부산으로 간 사건과 비교해 ‘제2의 옥쇄 파동’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29일 초선과 술자리 중 페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 메시지
이 대표는 전날 오후 8시쯤 초선 의원 5명과 술자리를 갖던 도중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긴 데 이어 이날 오전 공개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당 대표의 잠적 사실이 언론에 일제히 보도되자, 오전 11시에는 ‘금일 이후 모든 공식 일정을 취소한다’고 공지했다. 공개 활동을 무기한 접고 사실상 당무를 내려놓은 셈이다. 상계동 자택에 머무르던 이 대표는 오전 10시쯤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 당원협의회 사무실에 들렀다가 1시간여 만에 떠났다고 한다.
이후 이 대표는 오후 들어 김용태 최고위원, 김철근 정무실장 등 측근들과 함께 부산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기자들이 진치고 있는 여의도와 상계동에서 아예 벗어나 장기전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무에 복귀할 날짜를 정해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6년 총선 당시 김무성 대표가 친박계의 당 대표 흔들기와 이른바 ‘진박 공천’에 반발해 대표 직인을 들고 부산으로 내려가버린 ‘옥새 파동’을 연상하게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여성위원회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2021. 11. 29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 이준석 국민의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2021. 11. 29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권성동 “사람 안 만나고 싶다더라”
“尹, 왜 그러시는지 직접 뵙고 오라 해”
‘이미 사퇴 선언문 써뒀다’ 루머설도
이 대표 주변에서는 그가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일각에서는 이미 사퇴 선언문을 써뒀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그가 ‘중대 결심’을 저울질하는 배경으로는 윤석열 대선 후보의 ‘패싱’ 논란이 거론됐다. 윤 후보가 사전 소통 없이 충청 방문 일정을 일방 통보한 데다, 반대 뜻을 분명히 밝힌 이수정 공동선대위원장 임명까지 강행해 틀어졌다는 것이다. 다만 이 대표 본인이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어서 정확한 잠적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상황을 더 파악해보려고 한다”고 했으나, 이 대표와 연락이 닿지 않아 대화를 나누거나 만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 측도 접촉이 여의치 않았다. 권성동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노원병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찾았지만, 30분 만에 소득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권 사무총장은 당협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윤 후보가 이 대표를 직접 만나 뵙고 왜 그러시는지 이유를 듣고 오라고 지시했다”면서 “지금 연락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간접적으로 전해 들은 얘기에 의하면 (이 대표가)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한다”면서 “대표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드리고, 내일이라도 기회가 되면 만나볼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0일 오후 충북 청주시 첨단문화산업단지에서 청년문화예술인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1.11.30 /뉴스1
▲ 장제원(오른쪽)?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2021. 11. 30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 발언하는 이준석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100분 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1.9 /국회사진기자단
장제원 “분란의 요지는 ‘왜 나 빼냐’는 것”
“윤석열 후보 앞에서 영역 싸움하는 것”
권경애 “李, 탄핵 구세력 도울 순 없을 것”
윤 후보와 가까운 장제원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지금 분란의 요지는 ‘왜 나 빼냐’는 것”이라면서 “이런 영역 싸움을 후보 앞에서 하는 것”이라고 이 대표를 저격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내가 무슨 문고리 3인방이고 차지철이라는 것인가”라면서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앉히는 데 어떤 역할도 안 했다”라고도 했다. 초선 의원들은 이날 오후 3시 국회에서 의총을 열어 진통을 거듭 중인 선대위 구성이나 이 대표 잠적 사태 등에 관해 논의했다.
윤 후보 비서실장을 맡은 초선 서일준 의원은 이 회의에 참석해 이 대표 패싱 논란과 관련, “실무진 선에서 오해가 있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동선대위원장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진 ‘조국 흑서’ 공동 저자 권경애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는 국민의힘 혁신에 대한 국민의 갈망을 상징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 후보가 탄핵 당한 구세력을 모아 탄핵된 당을 부활시키는 데 동의하거나 그것이 본인의 의사이고 목적이라면 어쩌겠나”라면서 “그런 세력과 사람을 도울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이준석 대표가 당 대선후보인 윤석열 후보에게 선거에 도움이 되는 복주머니를 전달하고 있다.2021. 11. 8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댓글 조작’ 대응 프로그램 ‘크라켄’ 공개 시연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11.14 국회사진기자단
▲ 이준석, 미 연방하원 의원 방한단 접견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5일 오후 국회에서 미국 연방하원의원 방한단 접견에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11.25 /국회사진기자단
당원 게시판 “대선 지면 이준석 책임”
이준석 지지자들은 “사퇴하면 탈당”
본인 인증을 거쳐 입장 가능한 당원 실명게시판에는 이날 하루에만 1000건이 넘는 글이 올라왔다. 대부분 이 대표에 대한 비판 글이었다. 당원들은 “정권 교체 실패하면 이 대표 책임”, “당 대표에서 탄핵해야 한다”는 등 격앙된 어조로 성토했다. 반면 이 대표 지지자들이 모인 에펨코리아 등 커뮤니티에서는 “이 대표 사퇴하면 탈당할 것”, “윤 후보가 뒤통수쳤다”는 등 정반대 여론이 표출됐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이준석, 당무활동 당분간 중단"
조선일보ㅣ최경운 기자 입력 2021. 12. 01. 03:05 댓글 424개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11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자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선 D-98 국민의힘 내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30일 공식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상임 선대위원장과 홍보·미디어본부장도 맡고 있는 이 대표는 당무 활동과 선대위 회의 참석을 당분간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무산 등 선대위 인선과 관련해 윤석열 대선 후보 측과 갈등을 빚어왔다. 대선이 99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후보와 당 대표가 따로 움직이는 등 국민의힘이 총체적 난국에 빠지면서 윤 후보 리더십도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예정됐던 한 언론사 행사 참석 일정을 돌연 취소했다. 이후 이 대표 공보 보좌역은 언론에 “금일 이후 이 대표 모든 공식 일정은 취소됐다”고 알렸다. 이 대표는 전날 밤 페이스북에 별다른 설명 없이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글을 남기고 외부와 연락을 끊었다. 이 대표는 주변 인사들에게 선대위 인선과 당대표 일정 편성 등과 관련해 윤 후보 측이 자기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있다는 불만을 나타냈다고 한다. ‘김종인 영입론자’인 이 대표와 윤 후보 측근들 간에는 선대위 인선을 둘러싼 ‘문고리 공방’도 벌어졌다. 반면 윤 후보 측에선 “이 대표가 끊임없이 내부 잡음을 외부로 표출하며 후보를 흔들고 있다”고 의심하는 기류가 있다. 당대표가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기는커녕 분란을 키우고 있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과거에도 대선 후보와 당대표의 리더십 충돌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외부로 표출되는 경우는 드물었다”며 “두 사람 모두 리더십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이 대표 행동을 두고 “경솔했다”는 비판이, 윤 후보에 대해선 “정권 교체와 반문(反文) 외에 당내 여러 세력을 하나로 묶어낼 이렇다 할 새 인물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윤 후보는 이날 이 대표 반발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들 물음에 “잘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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