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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수리비] 훼손된 벽지·바닥·도어락... 수리비는 누가 낼까?

잠용(潛蓉) 2021. 12. 21. 19:34

전세 살다가 훼손된 벽지·바닥·도어락... 수리비는 누가 낼까?
머니투데이ㅣ유엄식 기자 입력 2021. 12. 21. 15:29 댓글 458개

▲ 세입자가 이사오기 전 모습(사진 좌)과 페인트 도색 이후(사진 오른쪽). 세입자가 이사 후 임의대로 원목에 검녹색을 도색했다. /사진=온라인 부동산커뮤니티 캡쳐

임대차법 관련 분쟁 중 계약갱신청구권 못지 않게 많이 발생하는 게 '집수리' 문제다. 입주 후 예상치 못한 누수, 보일러 오작동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거주 기간 도배, 장판, 도어락 등 기물이 파손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온라인 부동산 카페에는 누수와 곰팡이가 생겨도 제 때 고쳐주지 않는 집주인과 다투고, 세입자가 이사 후 임의대로 벽지를 교체하거나 훼손하고 집안 곳곳에 못을 박고 도어락(현관 잠금장치)을 빼서 이삿날 망가진 집 상태를 하소연하는 글이 많다. 실제로 이런 문제로 임대차법 분쟁 조정위에 올해 들어서만 수백 건의 조정 신청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정위는 개별 분쟁에서 어떤 해결책을 제시했을까.

조정위 "통상적 훼손 범위 벗어나고 
과실 인정되면 세입자 수리비 내야"

21일 국토교통부와 법무무가 펴낸 '주택임대차 분쟁 조정사례집'에 따르면 장판의 손상, 누수, 보일러 및 현관문 파손 등 원상회복 비용과 관련해 임대인과 임차인간 분쟁이 발생하면 우선 수리업체 견적, 전문가 감정 등을 통해 통상의 주택사용에 따른 손상인지 임차인의 과실에 따른 훼손인지 판단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를 통해 임차인 과실이 확인되면 전문가 감정을 통해 책임비율을 산정한 뒤 이를 보증금에서 공제하고 남은 금액을 보증금으로 반환한다.

세입자가 주택 내부 벽지와 바닥재를 훼손해 원상회복을 요구한 임대인과 이를 거부한 세입자간 분쟁과 관련, 조정위는 공사 업체에 의뢰해 내부 상태를 조사한 결과 임차인 과실이 30% 정도 있다고 보고 수리 견적액 190만원 중 30%인 55만원을 공제한 135만원을 돌려주도록 중재했다. 임차인이 이사 과정에서 도어락을 파손한 분쟁 건과 관련해선 "임차인이 도어락을 해제했고, 원상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도어락 교체비용은 임차인이 부담하고, 장기수선충당금은 임대인이 부담하라"는 조정안이 나왔다.

다만 비슷한 사안이라도 훼손 정도에 따라 조정위의 판단은 달랐다. 임대인이 바닥마루 파손에 대한 원상회복을 요구한 사건에서 중재위는 "조사 결과 강마루 소재가 찍힘에 약하고 4년 이상 감가가 이미 진행된 상태였고, 신규 임차인이 마루 사용에 문제를 제기하기 않고 다른 시설은 잘 사용한 점에 비춰 통상의 손상으로 판단한다"며 임차인에 원상회복 의무가 없다고 결정했다. 훼손 수준이나 건축 연한, 임대 기간 등에 따라 원상복구 분쟁은 여러가지 결론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 법원 소송, 분쟁.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누수, 보일러 고장 등 집주인 수리 의무…
임대인 수리 의사 밝히면 일방적 계약 파기 어려워

누수와 보일러 수리 문제로 다툰 사례도 많았다. A씨는 입주 후 누수 등 주택 하자를 발견하고 임대인에 계약 해지의사를 통보하며 보증금 반환을 요청했다. 하지만 임대인은 원상회복 비용 문제 처리 후 보증금을 돌려주겠다고 버텼다. 분쟁을 접수한 조정위는 해당 주택 외관상 누수를 확인하기 어려워 임차인이 미리 알 수 없었고, 임대인의 관리 책임이 있다고 보고 보증금을 전액 반환토록 조정했다. 토요일 오후 보일러가 고장나 임대인에 알린 뒤 곧바로 수리한 임차인에게 동의없이 수리했다며 퇴거를 요구한 임대인에 대해 조정위는 "보일러 수리는 임대인의 유지 수선 의무"라며 "임차인이 부담한 수리비용은 임대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결론 냈다.

조정위는 임차인이 보일러를 수리한 뒤 해당 비용을 월세에서 공제해달라는 요청도 수용했다. 집 안에 발생한 곰팡이를 없애달라는 세입자의 요청을 거부한 집주인에 대해 조정위는 곰팡이 발생 원인 조사 결과 건물 구조상의 문제로 인한 것을 확인하고, 임대인에게 제거 의무가 있다고 고지했다. 이에 임대인이 곰팡이 제거 조치를 취해 갈등이 일단락됐다. 다만 집주인이 수리 의사를 명확히 한 경우 세입자가 일방적인 보증금 반환과 추가 보상을 요구하기 어렵다. 거주 중 수도관에서 녹물이 나온다며 일방적인 계약해지와 퇴거를 진행한 세입자에 대한 분쟁을 접수한 조정위는 "녹물 수리 비용은 임대인이 부담해야 하나, 임대인이 수리를 위해 방문하겠다고 했는데도 임차인이 이를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퇴거한 점에서 계약해지는 부당하다"며 임차인이 미납한 차임을 일부 지급토록 조정했다.

외국인도 임대차법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조정위의 판단이다. 종전 임대인과 맺은 계약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도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아 계속 거주 중이었던 한 외국인은 이후 새로 주택을 매수한 소유자에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다가 거부 당해 분쟁이 발생했다. 조정위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외국인도 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된다"며 "보증금 반환 전까지 계약이 존속하며 주택 매수인은 이런 계약관계를 승계한 것"이라는 중재안을 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