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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언 · 사자성어

[올해의 사자성어] "잘못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 (過而不改)

잠용(潛蓉) 2022. 12. 12. 12:16

[올해의 사자성어] 잘못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
교수신문ㅣ김재호 승인 2022.12.11 00:19 댓글 0



2022 올해의 사자성어 ‘과이불개’
전국 대학교수 935명 설문조사
과이불개(過而不改) 휘호. 정상옥 전 동방문화대학원대 총장(문학박사)이 ‘해서(楷書)’체로 썼다. 정 전 총장은 중국 산동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대한민국 서예문인화 원로총연합회 공동회장을 지냈으며, 대한민국 미술 대전 서예부문 심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교수들이 선택한 2022년 올해의 사자성어는 ‘과이불개(過而不改)’였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전국의 대학교수 935명이 설문에 응했다. 과이불개는 476표(50.9%)를 얻어 압도적이었다. ‘욕개미창(慾蓋彌彰)’은 137표(14.7%)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 욕개미창은 ‘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는 말이다.

과이불개는 박현모 여주대 교수(세종리더십연구소 소장)가 추천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여당이나 야당할 것 없이 잘못이 드러나면 ‘이전 정부는 더 잘못했다’ 혹은 ‘대통령 탓’이라고 말하고 고칠 생각을 않는다”라며 “그러는 가운데 이태원 참사와 같은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지려는 정치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라고 추천 이유를 말했다. 과이불개를 선택한 교수들의 선정 이유는 각양각색이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잘못(60대·공학)”과 같은 답변이 많았다. 특히 한국정치의 후진성과 소인배의 정치를 비판한 “현재 여야 정치권의 행태는 민생은 없고, 당리당략에 빠져서 나라의 미래 발전보다 정쟁만 앞세운다(40대·사회)”나 “여당이 야당되었을 때 야당이 여당 되었을 때 똑같다(60대·예체능)”라는 등의 의견이 많았다.

아울러, “자성과 갱신이 현명한 사람의 길인 반면, 자기정당화로 과오를 덮으려 하는 것이 소인배의 길(50대·인문)”이라는 지적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이 때문에 “잘못하고 뉘위침과 개선이 없는 현실에 비통함마저 느껴진다(50대·의약학)”라고 개탄한 교수도 있었다. 그 이유에 대해 “이념진영 갈등이 점차 고조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패배자 내지 피해자가 될 것 같다는 강박에 일단 우기고 보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는 듯(60대·사회)”이라는 답변이 눈길을 끈다.

 

[교수신문 2022 올해의 사자성어  ‘과이불개(過而不改)’ 더보기]
① [TOP] 잘못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
② [사자성어를 통해 본 2022년] 학자 모욕하는 시대…자기검증은 없고 남탓만 즐비하다
③ [‘과이불개(過而不改)’ 어떻게 선정했나] 50대·사회계열 응답 제일 많아
④ [역대 올해의 사자성어] 2001년 '오리무중(五里霧中)'부터 2021년 '묘서동처(猫鼠同處)'까지
⑤ [과이불개를 추천하며_박현모 여주대 교수(세종리더십연구소 소장] 후회한다면 잘못을 고쳐보라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과이불개를 선택한 교수들 중 “입법, 행정 관계없이 리더의 본질은 잘못을 고치고 다시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솔선수범하는 자세, 마음을 비우는 자세에 있다(60대·사회)”라는 지적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한마디로 “남탓보다는 제탓하기(60대·의약학)”이다. 더욱이, “자신부터 성찰하는 한국사회(50대·인문)”, “대한민국이 선진국에 진입한 만큼, 이제는 집단지성의 성찰에 의해 잘못은 인정할 줄 아는 국민이 되자(50대·예체능)”는 의견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 ‘과이불개’는 『논어』 「위령공편(衛靈公篇)」에 처음 등장한다. 공자는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 즉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 한다”라고 했다. 이와 비슷한 언급은 『논어』 「자한편(子罕篇)」에도 나온다.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는 “잘못하거든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라는 뜻이다. 과이불개는 조선왕조실록에도 여러 차례 나온다. 예를 들면, 연산군이 소인을 쓰는 것에 대해 신료들이 반대했지만 과실 고치기를 꺼려 고치지 않음을 비판했다.(「연산군일기」 3년 6월 27일조)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