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새 총통 라이칭더는 누구… 의사 출신 反中·독립주의자
조선비즈ㅣ타이베이=이윤정 특파원입력 2024. 1. 13. 21:21수정 2024. 1. 13. 22:12
▲ 지난 12일 대만 신베이시에서 지지자들과 만나고 있는 라이칭더. /로이터 연합뉴스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됐다. 정계 입문 28년 만에 국가 최고지도자에 오른 라이칭더는 차이잉원 현 총통보다도 반중(反中)의식이 강한 대만 독립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라이칭더는 1959년 가난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두 살 때 아버지가 사고로 사망해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어려운 형편에도 ‘수재’ 소리를 들었던 그는 국립대만대 의대를 졸업한 뒤 하버드대 공공보건학 석사, 국립성공대 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종합병원 내과 의사로 활동하다가 1996년 정계에 입문했다.
입법위원(국회의원) 4선에 내리 성공했고, 2010년부터는 7년간 타이난시 시장을 지냈다. 업무 수행을 위해 차로 이동하던 중 교통사고 현장에서 부상자를 구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후 2017년 린취안 행정원장(국무총리)이 사퇴하면서 후임으로 임명됐다. 지난해 1월에는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차이잉원 총통에 이어 민진당 주석에 올랐다. 라이칭더는 차이잉원 총통보다 반중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공개적으로 대만이 주권 국가이며, 중국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행정원장 시절엔 스스로 “대만 독립을 위한 실질적인 일꾼”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는 “(당선된다면) 차이잉원 총통 노선에 따라 중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에 대해 천빈화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라이칭더 후보가 이른바 ‘차이잉원 노선’을 계승하겠다고 주장한 것은 독립이라는 도발의 사악한 길이자 대립의 낡은 길로 걷게 해 대만을 전쟁과 쇠퇴에 점점 더 가깝게 만드는 것”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총통 선거에선 다른 후보가 등록하지 않아 자연스럽게 민진당 후보로 확정됐다. 선거 초반부터 여론조사 1위를 유지했지만, 투표일 열흘 전인 지난 2일 마지막으로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와 오차범위 이내까지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면서 위기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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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새 총통 라이칭더, 반도체 키우고 무역도 확대… 韓 영향은?
조선비즈ㅣ타이베이=이윤정 특파원입력 2024. 1. 14. 06:01
대만 총통 당선자 라이칭더 경제정책 살펴보니
반도체 13兆 투입… 대만 쫓는 韓에 위기될 수도
아세안 대상 무역 강화에 신재생에너지도 확대
대만 총통 선거에서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되면서 대만의 경제 정책은 큰 변화 없이 기존 차이잉원 정부의 노선을 이어가게 됐다. 특히 라이칭더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 기조를 유지해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인데,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 대만을 추격하고 있는 한국 반도체 업계가 긴장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신남방 지역 중심의 무역 활로 확대,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역시 한국이 눈여겨볼 부분이다.
라이칭더는 지난 13일 오후 8시 30분(현지 시각) 타이베이시 베이핑둥루에 있는 전국경선총본부에서 국제기자회견을 열고 “반도체 산업을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며 “세계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완전한 산업 공급망을 형성하기 위해 재료 및 장비 연구·개발(R&D), 집적회로(IC) 설계·제조·패키징 및 테스트 분야에서 반도체 산업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라이칭더는 반도체·인공지능(AI)·군수·보안·통신 등을 ‘5대 신뢰 산업’으로 지정하고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 지난 13일 총통 당선 확정 직후 대만 타이베이시 베이핑둥루에 있는 전국경선총본부에서 국제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라이칭더. /AP연합뉴스
반도체 산업 강화는 차이 총통의 정책을 승계한 것이다. 앞서 대만 행정원은 지난해 11월 ‘반도체 칩 주도의 대만 산업 혁신 방안’을 통과시켰다. 반도체 산업 혁신·인재 양성·기술 개발 가속화·해외 투자 유지 등의 전략이 담겼다. 특히 대만 IC 설계의 세계 점유율을 현재 20%대에서 40%대로 끌어올리고, 첨단 제조공정 점유율도 80%까지 높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대만 정부는 향후 10년간 3000억대만달러(약 12조7000억원)를 투입한다. 구체적 실행 계획은 라이칭더가 공식 취임하는 5월 20일 이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의 이같은 전략은 한국 반도체 업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준규 코트라 타이베이 무역관장은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대만을 앞서고 있지만, 파운드리(위탁생산) 등 다른 분야에서는 대만 TSMC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대만은 이미 잘하는 파운드리는 물론, 팹리스(설계 전문)까지 키운다는 건데, 계획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과 대만의 기술력 차이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대만 반도체 기업 TSMC. /로이터 연합뉴스
◇ 양자 간 협정 위주로 무역 활로 뚫을 듯… 아세안 무대서 韓과 경쟁 가능성
통상 부문에서는 양자 및 다자 간 무역협정 체결을 지속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관세 철폐와 경제 통합을 목표로 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신청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라이칭더 역시 CPTPP 가입 의사를 지속해서 밝히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회원국의 만장일치 찬성을 얻어야 합류할 수 있는데, 함께 신청서를 제출한 중국이 대만 가입을 반대하면서 회원국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양자 간 무역협정은 보다 수월한 편이다. 이미 지난해 6월 대만은 미국과 ‘21세기 무역에 관한 이니셔티브’ 1차 협정을 체결했다. 이 합의는 관세 면제 등과 같은 문제를 다루지 않아 정식 자유무역협정(FTA)은 아니지만, 미국과 대만 간 관세 규제 개선, 물류 시간 단축 등 무역 관계 강화 정책을 담고 있다. 이 외에 영국과도 지난해 11월 신재생에너지·디지털 무역·투자 등에 초점을 맞춘 ‘강화된 무역 파트너십(ETP)’ 협정을 체결했다. 국가 대 국가로 체결해야 하는 FTA 대신 미국·영국 등과 맺은 협정 형태로 통상 우호국을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라이칭더가 ‘신남향 정책’을 심화해 나가겠다는 공약을 내건 것은 한국 입장에서 주목할 만하다. 신남향정책이란 대만이 싱가포르와 베트남 등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 남아시아 6개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 18개 국가들과 긴밀한 경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 역시 ‘한·아세안 정상회의’ 등 각종 국제 무대에서 아세안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 탈원전 지속…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韓에 기회
▲ SK오션플랜트가 제작한 해상풍력 발전기 하부구조물 '재킷'이 대만 서부 팡위안 해안 인근에 설치돼 있다. /SK오션플랜트 제공
에너지 부문 정책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먼저 차이 총통의 ‘탈원전’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차이 총통은 2016년 취임 초부터 2025년까지 대만 내 원자로 6기를 모두 폐쇄한다는 일명 ‘비핵가원(非核家園)’ 정책을 추진해 왔다. 탈원전 여파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고 국영 전력 기업이 파산 위기에 놓였지만 차이 총통은 원전 폐기를 강행했다. 대만 내 탈원전에 대한 비판이 여전히 거센 만큼 윤석열 정부 들어 한국 기업들이 대만 원전 시장 진출 기회를 엿봤지만, 현실적으로 탈원전 정책 폐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다만 신재생에너지 정책 강화 방향은 한국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 라이칭더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현 20%에서 30%까지 늘리고, 수소·지열·바이오·해양 에너지 등 다양한 녹색 에너지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에서 해상 풍력의 경우 LS전선이 해저케이블을, SK오션플랜트가 재킷(해상풍력 발전기를 해저에 지탱시키는 하부구조물의 일종)을 수주하는 등 대만 내 신뢰도를 쌓아가고 있어 추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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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타격 입혔다"… 대만선거 결과, 외신들 반응보니
이데일리ㅣ정수영 입력 2024. 1. 14. 00:16수정 2024. 1. 14. 00:20
"대만, 中과 트러블메이커 리더로 선출"
"中, 관세 등 무역 이용한 압박 거셀 것"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성향이자 집권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된 가운데, 외신들은 양안(중국과 대만) 및 미중(미국과 중국)관계에 긴장감이 더 고조될 것으로 봤다. 블룸버그 통신은 “시진핑이 ‘트러블메이커’라고 부른 지도자를 대만은 선출했다”며 “중국에 타격을 입혔다”고 전했다.
▲ Taiwan President elect Lai Ching-te and his running mate Hsiao Bi-khim attend a rally, following the victory in the presidential elections, in Taipei, Taiwan, January 13, 2024. REUTERS /Carlos Garcia Rawlins
블룸버그는 “라이칭더는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득표율인 40.1%로 수십년만에 가장 치열한 경선에서 승리를 거뒀다”며 “그를 트러블에이커, 대만분리주의자로 불렀던 중국 정부를 화나게 할 것”이라고 했다. 블룸버그는 특히 이날 총통 당선 연설을 영어로 동시 방송된 점을 강조하며 “전 세계가 이번 선거를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동시에 민진당이 친미성향이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각인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라이칭더와 러닝메이트로 나온 샤오메이친은 부총통 당선인은 라이가 연설을 하는 동안 그의 옆에 서 있었다. 샤오메이친은 미국 주재 대만 대사를 역임했으며 라이칭더보다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민진당의 3연임으로 미중 두 강대국 사이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 대만 해협의 충돌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봤다. 실제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 후 전직 고위 관리들로 구성된 초당적 대표단을 섬에 파견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와 대만정부가 공식 접촉하는 것을 반대하는 중국의 반응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중국의 무력 대응을 우려했다. WSJ는 이날 “미국측에선 이날 선거 이후 중국이 대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에 대비하고 있다”고 소식통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WSJ은 또 최근 중국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중국이 어떤 조치를 얼마나 빨리 취할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군사 훈련 강화부터 경제 조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압박이 예상된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중국 해군 함정이 대만의 12해리 영해를 침범하거나 드론이 대만 전역을 비행하는 것이 가능한 전술 중 하나”라고 세미나 참석자들의 의견을 대신 전했다. 동시에 “중국이 농·수산물, 자동차 부품 등 다양한 대만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 인하 유예 계획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 유니온대학교 대만학연구소 리젠광 교수는 “이번 결과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있어 좋은 소식이 아니다”고 봤다.
국제위기그룹(ICG) 중국 선임 분석가 아만다 샤오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대만 시민들이 라이칭더를 뽑은 것은 그의 대중 정책을 지지해서만은 아니다”며 “오히려 국민당이 새로운 지정학적 상황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샤오는 또 “5월 라이칭더의 취임식을 앞두고 중국은 더 큰 압박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몇 년간 보였던 대규모 군사훈련보다 무역을 이용한 압박 등이 더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수영 grassdew@edaily.co.kr]
[2024 대만 총통선거] 대망 이룬 라이칭더(賴淸德)는 누구…
의사출신 정치인으로 승승장구한 ‘광부의 아들’
메일경제ㅣ입력 2024. 1. 13. 21:51수정 2024. 1. 13. 21:57
의사 출신으로 1994년 정치입문
국회의원·시장·총리·부총통 거쳐
30년 만에 ‘대망의 꿈’ 이뤄
▲ 13일 타이난의 한 고등학교 투표소에서 라이칭더 후보가 투표한 뒤 미소짓고 있다. [AFP = 연합뉴스]
“아버지와 마을 어른들이 광산에서 일했는데 광산업이 대만 발전에 공헌이 컸다. 나는 광부의 아들이라서 매우 자랑스럽다.” 2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자수성가한 ‘광부의 아들’이 대만 총통에 당선됐다.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賴淸德·65)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 라이칭더 당선인은 1959년생으로 신베이시에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두 살 때 아버지가 사고로 사망해 어머니 밑에서 자랐고 대만대 의대와 미국 하버드대 공공보건학 석사를 받고 의사로 일했다. 과거 업무 수행차 차로 이동하던 중 교통사고 현장에서 직접 부상자를 구한 일로 ‘인의’(仁醫)라는 별명도 얻었다.
라이칭더 당선인은 일찍부터 민진당 차세대 주자로 각광받아온 인물이다. 정계에 입문한 것은 지난 1994년이다. 입법위원(국회의원) 4선에 성공한 뒤 2010년부터 타이난 시장을 지냈고, 지난 2017년 차이잉원 정부의 두 번째 행정원장(총리)에 임명됐다. 2019년 민진당 내 총통 후보 경선에서 차이잉원과 경합했다가 패배한 후 그의 러닝메이트가 됐고 2020년 5월 차이 총통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되면서 부총통이 됐다. 지난 2022년 11월 대만 지방선거에서 민진당이 국민당에 참패한 것에 책임지고 차이 총통이 주석에서 물러난 후 이듬해 1월 민진당의 새로운 주석으로 뽑혔다.
[송광섭 특파원 opess1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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