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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남북통일

[북한] 한국에 '오물 풍선' 보낸 김정은, 위성 발사 실패에도 당당한 이유는? [스프]

잠용(潛蓉) 2024. 6. 1. 18:37

[북한] 한국에 '오물 풍선' 보낸 김정은, 위성 발사 실패에도 당당한 이유는?  [스프]
SBS뉴스ㅣ김혜영기자 2024. 5. 30. 09:06


('오물 대남전단' 지시한 북한 김정은, 위성 발사 실패에도 웃는 이유는? / SBS 뉴스 / 딥빽)

 


"명백한 국권 침해 행위이자 용서 못 할 불장난이다."
"우리의 주권적 권리 행사에 광기적인 무력 시위로 서뿌른(섣부른) 대응을 택한 군부 깡패들의 망동이다."
이 날선 발언들은 모두 대한민국 국군을 겨냥한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의 말입니다. 한국군이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예고에 최신예 스텔스전투기 F-35A 등 전투기 20여 대를 투입해 한국군 단독으로 훈련에 나서자, "(한국군이) 히스테리적 광기를 부리며 무력 시위로 정면 도전했다"고 강변한 것입니다.

북한 당국은 이 발언이 나온 당일인 28일, 당초 예고한 대로 오물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대남 풍선'까지 대량 살포했습니다. 풍선 잔해 추정 물체가 경기와 강원 등 접경지역은 물론 경북 영천과 경남 거창, 전북 무주 등 전국 각지에서 잇따라 발견됐는데, 풍선에는 대변 거름 등 오물, 타이머와 기폭 장치, 건전지와 신발 조각 등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한국에 '오물짝'을 보낸 북한 당국은 최근 군사정찰위성 2호기 발사 실패에 대해 유독 당당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특히, 김정은은 이전과는 달리 실패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실패한 원인까지 이례적으로 알렸습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해 5월과 8월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에 잇따라 실패했을 때는 노동신문과 같은 대내 매체에 일절 소식을 싣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김정은의 입을 통해서 "1계단 발동기(엔진)의 비정상으로 인한 자폭체계로 실패했다"고 그 원인을 밝혔습니다.  

북한 김정은이 이렇게 위성 발사 실패의 원인까지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과연 그 배경은 무엇일까요?
 
'신형 추진체' 실패가 커다란 '진전'인 이유
북한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이번 위성 발사 실패를 커다란 진전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아래는 일본 NHK에 포착된 공중 폭발 장면입니다. 불꽃을 일으키며 솟구치던 발사체가 잠시 연소하는 듯하더니, 검붉은 화염을 내뿜으며 폭발했을 때 찍힌 모습입니다.
 
우리 군 함정이 촬영한 영상에서도 발사체가 폭발한 뒤 추락하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7일 밤 10시 44분쯤 군사정찰위성을 탑재한 로켓을 발사했지만 2분 만에 폭발했고, 발사 1시간 반 만에 그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새로 개발한 액체 산소와 석유 엔진의 신뢰성에 원인이 있다는 초보적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기존에 북한이 쏘아 올렸던 과거의 추진체와는 달리, 이번에 발사한 추진체는 추력이 매우 뛰어난 데다 개발 과정도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신형임을 의미합니다.

북한이 기존에 쏘아 올린 '천리마-1형'의 추진체는 일명 '백두산 엔진'으로, 주로 군사용으로 사용되는 것이었습니다.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과 '화성-17형'에도 이 백두산 엔진이 쓰인 바 있는데, 이 엔진을 구성하는 '비대칭 디메틸 하이드라진(UDMH)'과 '사산화이질소(N2O4)', 또는 '적연질산'으로 추정되는 조합은 상온에서 보관이 가능하고 발사하기도 상대적으로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추력이 비교적 낮고 또 독성도 있다는 단점이 있어 전 세계적으로 우주 발사체에는 잘 사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번에는 이 '백두산 엔진'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우주 발사체에 사용되는, 그러니까 대형 인공위성을 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저온 추진체'를 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걸 구성하는 건 '액체 산소'와 '케로신(석유)'로, 액체 산소는 영하 183도의 초저온 상태에서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극저온에 잘 견디는 소재와 부품을 써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반면, 추력이 매우 강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한국의 '나로호'와 '누리호', 미국 스페이스X사의 '팰컨(Falcon)'에도 이 엔진이 쓰입니다.
     
▶ 이춘근/ 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전문위원- 과거의 엔진은 80톤 출력의 엔진, 작은 거란 말이에요. (신형 엔진) 이거는 하나가 170톤 출력이에요. 상당히 큰 엔진이고 상업용 위성, 그 다음에 나아가서 통신위성, 이런 대형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그런 발사체를 북한이 빠른 시일 안에 가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해요."
▶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조금 더 본격적인 우주 로켓을 북한이 시도했다라는 뜻으로 해석이 될 수 있는 거고요. 북한이 조금 더 무거운 위성 혹은 위성 여러 개를 동시에 쏠 수 있는 시도까지도 염두에 두었던 것이 아닌가?...

 

북한의 주장대로 새로운 저온 추진체를 쓴 게 맞다면, 이는 기술적인 진보를 한층 더 꾀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성공하기까지 수 차례 실패할 확률 역시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입니다. 한국의 나로호도 앞서 3차 발사가 성공하기 전까지 두 번의 실패가 있었던 것처럼, 북한의 이번 실패도 성공이 그만큼 임박해졌음을 의미한다는 겁니다.
     
▶ 이춘근/ 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전문위원
한 번 실패했다고 해서 이걸 무시하면 안 돼요. 이것은 새로운 연료 체제를 북한이 도입해서 대형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으로 가고 있다. 우리는 (한국은) 자체 개발이기 때문에 그다음에 예산이나 여러 가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상당히 앞뒤 재가면서 천천히 간단 말이에요. 얘네들은 (북한은) 집중 투자를 하고 러시아가 집중적으로 도와준다면 우리보다 더 빠른 시간 내에 갈 수도 있다. 이렇게 보는 거죠. 남북한의 똑같은 연료 체제와 똑같은 러시아 기술 원천의 경쟁이 시작되었다...
 
"러시아가 화끈하게 도와준 듯"… 한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이러한 북한의 추진체 기술 개발은 그 수위를 떠나, 당연히 러시아의 기술적 지원 덕분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 이춘근ㅣ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전문위원- 러시아가 우리 나로호처럼 1단을 통째로 주지 않았나 싶어요. 북한 자체 개발이라면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는 어림도 없어요. 러시아가 우리 쪽에 (한국에) 말했을 때는 그냥 우리 엔진 계속 사가라, 사서 발사해라, 이렇게 얘기했었거든요? 설계도 안 주고. 북한에도 그렇게 얘기할 수는 있어요. 아니면 무기를 주고 거기에 따른 반대급부로 엔진 몇 개를 줄 수도 있는 거고. 러시아가 정말 화끈하게 도와주는 것 같다...
사실상 북한이 적의 표적 시설을 잘 분석해 내고 공격 명중률을 높이는 데 러시아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겁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혜영 기자 khy@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