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용의 타임머신... 영원한 시간 속에서 자세히보기

단편 2

[단편] '옛우물' (1994) - 오정희(吳貞姬) 지음

[단편] '옛우물' (1994) /오정희 지음 (전남 완도군 군외면 대창리에 있는 폐우물) 마흔 다섯살이 된 생일 아침, 나는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여섯시에 맞춘 괘종시계 소리에 눈을 떴다. 겨울 지나면서 해는 발돋움질하듯 조금씩 길어지고 매일매일 한 겹씩 엷어지는 어둠 속에 섬세하게 깃들인 새벽빛, 친숙하고 익숙한 습관과 사물들 사이에서 잠을 깨었다. 여기저기, 가장 적합하다고 여겨진 자리에 의심없이 놓여진 전기 밥솥, 가스 레인지, 프라이팬과 낡고 늙어 부쩍 모터 소리가 요란해진 냉장고 따위의 가운데서 움직이며 나는, 태어났을 때 사십오 년 후의 이러한 내 모습을 결코 상상하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을 잠깐 해본 것이 다르다면 다른 일이었을 것이다. 어느 해 이른봄 오늘과 별로 다를 것 없는 어느 날 나는..

시·문학·설화 2013.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