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선관위 기동팀은 이날 서울 여의도 소재 한 빌딩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온라인 등을 통한 불법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는 현장을 덮쳤다. 선관위 관계자는 "현장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가 있는 물품을 수거했다"며 "현장에 있던 8명에 대해 동행요구를 해서 영등포선관위에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장에서 새누리당과 관련된 물품들이 발견됐지만 이들이 새누리당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새누리당 선대위에서 발급하는 임명장과 선대위 직책이 찍힌 명함 등이 다수 발견됐고 새누리당의 SNS전략을 담은 문건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사무실로 등록하지 않고 선거기관이나 선거운동 조직을 구성해서 전화나 온라인을 통해 선거운동을 벌이는 것은 선거법 위반에 해당된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선대위 이정현 공보단장은 "개인적으로 사무실을 차려놓고 활동한 것으로, 새누리당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당 차원의 개입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jslim@cbs.co.kr]
소환조사 요청에는 건강상태 이유로 거부…민주당 관계자들 다시 고소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인터넷 댓글을 달았다는 의혹을 받는 국가정보원 여직원 김모(28)씨가 13일 컴퓨터 등 증거자료를 경찰에 제출했다.
서울 수서경찰서와 강남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오후 2시12분께 김씨가 거주하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오피스텔을 방문해 김씨의 변호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데스크톱 컴퓨터 1대와 노트북 1대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받아갔다. 또 김씨에게 이날 경찰에 출석해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위반 혐의에 대해 피고발인 신분으로 진술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김씨는 건강 상태를 이유로 거절했다.
김씨의 변호인인 강래형 변호사는 "김씨의 건강상태가 매우 안 좋고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라 당장은 어렵다"며 "모처에 가서 심리적 안정을 취하고 출석요구서를 보내주면 그때 가서 (출석여부를) 정해서 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경찰과 선관위는 컴퓨터 이외에 휴대전화와 이동식 저장장치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김씨는 이를 거부했다.
강 변호사는 "비방 댓글이 어차피 컴퓨터로 인터넷에 연결해서 올리는 것이기 때문에 이동식 저장장치와는 큰 관련이 없다고 본다"며 "노트북과 컴퓨터만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제출 여부에 대해서는 "국정원 직원들은 스마트폰을 안 가지고 다닌다"고 답했으나 스마트폰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 보여달라는 요청에는 협조하지 않았다.
경찰은 김씨가 인터넷에 문재인 대선 후보를 비방했다는 민주당의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를 진행 중이지만 김씨의 컴퓨터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할 정도로 충분한 범죄혐의를 확인하지 못해 애를 먹어왔다.김씨가 컴퓨터를 제출하지 않자 민주당 측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11일 저녁부터 김씨의 오피스텔 앞을 지키다 이날 오전 11시 철수했다.
김씨는 갑자기 자료제출에 동의한 이유에 대해 "내가 제출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없었고 법적 절차만 있으면 협조하겠다고 수차례 말씀드렸다"며 "지금도 영장이 없어서 굳이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여론이 왜곡돼 너무 심각하게 인권과 명예를 침해당했다고 생각해 내가 결백하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 제출한다"며 "분명히 정치적 중립을 지켜왔다"고 덧붙였다.
검은색 야구모자를 눌러쓰고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김씨는 노트북에 설정된 비밀번호를 해제할 때를 제외하고는 가만히 앉아 경찰이 데스크톱 본체와 노트북을 준비해온 파란색 상자에 밀봉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김씨는 경찰과 선관위가 처음 방에 들어간 11일 저녁 이후로 컴퓨터를 사용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번 일과 관련된) 기사를 검색했다"고 말했다.
노트북으로 인터넷에 연결하기 위한 와이브로나 에그, 공유기는 가지고 있지 않다며 "데스크톱이 있는데 굳이 노트북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오후 3시께 경찰이 증거품을 가지고 나가자 국정원 관계자로 추정되는 이들의 호위를 받으며 방에서 나와 건물 밖에 준비된 승용차를 타고 떠났다.
경찰은 신속한 수사를 위해 증거품을 서울지방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팀으로 가져가 인터넷 접속기록과 댓글 작성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컴퓨터 분석에 걸리는 시간은 통상 2~3일이지만 이번 건은 통상적인 경우보다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건은 하드디스크가 2개인 점, 민감한 사안이라 교차 분석이 필요한 점 등의 이유로 분석완료 시까지 일주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시간단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씨의 변호인은 오후 6시30분께 수서경찰서를 찾아 김씨 명의로 성명불상의 민주통합당 관계자들을 감금과 주거침입 혐의로 고소하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강 변호사는 "피고소인이 민주당 당원이라는 것만 알지 이들을 특정할 수 없어 성명불상의 관계자로 고소했다"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도 민주당이 김씨가 국정원 직원인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bluekey@yna.co.kr]
[오마이뉴스 윤성효 기자] "박근혜 언니 들으세요!" 한 중년 여성은 이렇게 외치면서 내내 눈물을 쏟아냈다. 몸을 떨었고, 주먹을 쥐고 단상까지 내리쳤다. 옆에 있던 여성들이 그녀를 부축했지만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13일 경상남도 의회 브리핑룸. 경남지역 여성계 인사 1219명이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여성대통령'을 말할 자격이 없다"는 제목으로 '유권자 호소문'을 발표했는데, 최갑순(54) 경남여성회 부설 여성인권상담소장이 발언했던 것이다.
▲ 경남지역 여성계 인사들이 13일 오전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1219명이 참여한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여성대통령’을 말할 자격이 없다”는 제목의 ‘유권자 호소문’을 발표했는데, 최갑순 경남여성회 부설 여성인권상담소장이 자필로 써온 글을 보면서 발언하고 있다. ⓒ 윤성효
부마민주항쟁 피해자인 최 소장은 최근에 결성된 '부마민주항쟁 경남도지회' 회장으로 있다. 경남대 3학년에 재학하던 1979년, 최 소장은 10월 16~20일 부산, 마산에서 일어났던 부마항쟁에 가담했다. 여대생이었던 최 소장은 군인·경찰로부터 온갖 성고문을 당했던 것이다.최 소장은 이날 발언 내용을 A4용지 넉 장에 자필로 써왔다. 제목은 "박근혜 언니 들으세요"다. 박근혜 대선후보에 대해 '언니'라고 했던 이유부터 설명했다.
"저는 당신이 고아가 된 계기인 부마항쟁의 피해 당사자입니다. 그때 당신은 만 26세로 퍼스트레이디였고, 구국청년봉사단을 꾸려 아버지의 독재정권을 뒷받침하면서 온갖 영화를 누렸을 때입니다. 저는 시골에서 9 번째로 태어나 서울 가서 오빠들 뒷바라지 하느라 공부할 시간도 체력도 안돼 겨우 에비고사에 붙어 지방대인 경남대 국어교육과 입학 3학년이었습니다."
최 소장은 자신이 다녔던 경남대에 대해, "아시다시피 경남대학은 5.16세력이 장물로 만들어 '유신대학'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마항쟁에 가담하게 된 계기부터 설명했다.
"부끄러운 여학생 둘이서(옥정애 포함) 남학생들을 설득하여 4.19정신을 상징하는 3.15의거탑에서 애국가를 부르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외치려 하다가 붙잡혀 속옷이 드러난 채 머리채가 질질 끌려 시멘트 포장길에 피를 뿌리며 잡혀 갔습니다. 그 후 경남 전역에서 다 소집된 경찰, 위수령도 내리기 전에 들어온 군인들에게 수십 차례, 어쩌면 100차례도 넘게 성희롱, 성추행, 성고문을 당했습니다.
문학소설을 탐독하던 그 여학생들은 구경도 못한 '사제총을 아느냐'고 짓밟히고,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에 관련된 사람을 만났다고 말하면 풀어주겠다'는 회유에 넘어가지 않자 지하실로 끌고 가 안대를 채우고, 옷을 벗기고 강간한다고 협박하면서 거짓 자백을 강요했습니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한 최 소장은 "그러다가 당신의 아버지가 당신보다 어린 여성들과 연희를 배푸는 도중 부하에 의해 참변을 겪은 뒤에는, 그 모진 고문이 중지되었고, 음식물도 제대로 제공되었다"면서 "그리고 어떤 이들은 아부까지 했다"고 기억을 전했다.
"22살 나이에 못볼 꼴 많이도 보았고, 그 이후 당신의 아버지가 아끼던 부하 전두환 시절에도 이 동네 저 동네 이사를 다녔습니다. 통.반장까지 우리를 감시했으니까요." 최 소장은 이때부터 여성 운동에 관심을 보였다고 했다. 최 소장은 "그때부터 저는 여성운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성폭력상담소를 만들고, 탁아입법과 가족법 개정 등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고 소개했다.
"어린 아기를 엎고 성폭력특별법 제정과 매맞는 여성을 위해 뛰어 다녔습니다. 1995년 여성정치 세력화를 위해 온 몸을 던지기도 했고, 먹고 살기 위해 책장사도 했습니다. 남성들은 '왜 여성운동만 하느냐'며 욕하기도 했습니다." 주먹을 불끈 쥔 최 소장은 박근혜 대선 후보를 지칭하며 "도적질 하지 마십시오. 태극기가 무섭지 않습니까? 더 이상 태극기 흔들지 마십시오. 그것이 당신이 더 이상 역사에 누를 끼치지 않는 길입니다" 고 외쳤다.
"당신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대통령 후보조차 되어서는 안됩니다. 제발 조용히 사라져 주세요. 당신을 보면 그때 그 시절이 떠올라 살이 떨립니다. 당신의 지지율은 아버지가 18년 동안 국민을 세뇌시킨 결과입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나를 지지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섞음입니다.”
"그때 당신은 무엇을 했습니까?"라고 물은 최 소장은 "상식적으로 부모의 빚은 유산상속됩니다. 빚이 싫으면 상속을 포기해야지요"라고 외쳤다. "당신은 진술의 일관성도 모르는 사람입니까? 좋은 것은 챙기고, 불리하면 역사에 맡기자고요? 당신이 저지르는 죄는 엄청납니다. 유관순 언니가 비장하게 품고 펼친 태극기를 일본군 장교의 딸이 선거운동에 흔들 수 있습니까?"
끝으로 박근혜 후보가 내세우는 '여성대통령'을 언급했다. 최 소장은 "어디서 여성 대통령 운운하고 다니나요? 당신이 여성성의 진정함을 알기나 하나요?"라고 외쳤다. "당신이 유신의 퍼스트레이디 시절에 사망한 분들과 고문 당하고, 특히 성고문까지 당한 사람들에게 '위로'한다고 한마디 한 다음날 그 동지들을 기망하여 당신을 지지하는 명단에 올리는 것이 여성성입니까? 그렇다면 나는 여성, 싫습니다." [윤성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