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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아버지와 딸'(2000)- Michael Dudok de Wit

잠용(潛蓉) 2012. 12. 23. 09:34


- 애니메이션 영화 -
“아버지와 딸”(Father and Daughter)
- Michael Dudok de Wit 작(길이 09:22) -

 


밀레니엄의 시작으로 지구촌 곳곳이 시끌벅적하던 지난 2000년도, 사람들의 감성을 촉촉이 적시는 너무도 아름답고 서정적인 한 편의 단편 애니메이션이 발표되었다. 이 작품은 이듬해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그랑프리 수상을 필두로 오타와, 자그레브, 히로시마 페스티벌에서 연이어 대상을 수상함으로써 세계 4대 애니메이션 영화제 동시 석권이라는 기염을 토해내었다. 바로 마이클 두독 드 비트(Michael Dudok de Wit) 감독의 세 번째 독립단편 애니메이션 <아버지와 딸 Father and daughter>이 그것이다.

작품 <아버지와 딸>은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인 사랑과 그리움에 대한 한 편의 영상시이다. 이 작품에는 한 마디의 대사도 나오지 않으며, 그 흔한 얼굴 클로즈 업도 없다. 다만 갈색 모노 톤으로 그려진 간결하고 아름다운 네덜란드 해안 배경과 음악 '다뉴브강의 잔물결'의 선율 속에서 시작된다. 멀리 자기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스스로 성장한 한 소녀의 일생을 롱 쇼트로 담담하게 보여준다. 어린 소녀는 아버지가 배를 타고 떠난 자리인 바닷가 언덕을 매일매일 자전거를 타고 찾아와서 한동안 기다리다가 돌아가는 것을 반복한다.

비가 오고, 바람 불고, 낙엽이 흩날리고, 계절이 바뀌고... 세월이 흐르면서 어린 소녀는 어느덧 숙녀가
된다. 하지만 아버지가 떠난 자리를 찾아오는 일은 결코 멈추지를 않는다. 점차 나이가 들어 어머니가 된 소녀는 자기 자녀들과 함께 이 언덕을 찾아오고... 그러다가 마침내 허리가 굽은 할머니가 되어서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바닷가 언덕을 찾아오는 일은 아직도 계속된다
.

세월은 흘러흘러 이제는 모래톱으로 변한 바닷가 어느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마침내 내려가보는 할머니. 그 모래톱 속에서 할머니가 된 소녀가 발견한 것은 오래전 아버지
가 타고 떠났던 그 작은 보트를 발견하고는 그 안에 쓰러져 자신도 조용히 숨을 거둔다.

 

<아버지와 딸>의 깊은 감동은 이러한 서정적인 스토리와 함께 특유의 탁월한 영상 연출로 인하여 한층 더 배가된다. 과감한 생략과 함께 여백의 미를 살린 동양화풍의 배경 그림, 화려한 컬러링을 배제한 모노 톤의 색감, 길게 드리워진 사람과 나무들의 그림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자전거 바퀴, 세월의 흐름을 묘사하는 컷 연출과 여기에 너무도 잘 어울리도록 연출된 음악, 클로즈 업을 사용하지 않고 거의 롱 쇼트만으로 구성된 화면, 바람에 날리는 나뭇가지나 떼지어 날아가는 철새들의 이미지를 통한 시간의 경과 몽타주 등은 나레이션 없이도 충분히 관객들로 하여금 진한 감동과 슬픔을 느끼게 하는 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또한 이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서는 쉼 없이 돌아가는 자전거 바퀴를 커다랗게 보여줌으로써 작품
의 주제인 시간과 이별, 그리고 순환과 윤회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1953년 네덜란드에서 출생한 < 마이클 두독 드 비트 > 감독은 스위스와 영국에서 미술과 애니메이션을 공부한 후 첫 번째 애니메이션 작품 < 인터뷰 >를 만들었으며, 주로 영국에서 TV와 영화를 위한 상업 광고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거나 어린이 책을 위한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려왔는데, 1992년 < 청소부 톰 Tom sweep >을 통해 본격적인 독립 작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에는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안시·히로시마·, 오타와 페스티벌 등지에서 수상한 바 있는 < 수도승과 물고기 The Monk and the Fish >을 직접 제작하였다.

 

< 아버지와 딸 >은 “Father and Daughter”라는 일본판 DVD로 출시되어 있으며, 국내에서는 부천대학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등의 영화제를 통해 처음 소개된 바 있고, < 아버지와 딸 >이라는 제목의 그림책이 출판되어 있다. 마이클 두독 드 비트 감독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그의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http://www.dudokdewit.co.uk/)

 


Michaël Dudok de Wit - Father and Daughter (short film 2000)

 

[줄거리]

네덜란드의 어느 황량한 바닷가...
“마르가레뜨, 잘 있어라...
아빠가 선물 많이많이 사 가지고 돌아올께...”

차마 어린 딸을 혼자 남겨두고 떠날 수 없는 듯
다시 돌아와 어린 딸을 꼭 안아주고 보트를 타고 떠나는 아버지...


그러나...
한번 떠난 아버지는 그뒤로 아무런 소식도 없고
매년 그 바닷가로 찾아와 먼 수평선만 바라보며
하염없이 선물 한아름 안고 돌아올 아버지를
기다리는 어린 소녀...

그러는 사이...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눈이 날리며...
10년, 20년, 30년 무정한 세월은
구르는 자전거 바퀴처럼 쏜살같이 흘러흘러
어린 소녀는 마침내 처녀가 되고 다시 어머니가 되어 가고...

결혼한 뒤에도 변함없이 남편과 가족을 데리고
함께 찾아와 그 바닷가를 찾아와 바라보건만...
무정한 그 바다는 언제나 말이 없고...
멀리 저 파도 너머에서
활짝 웃으시며 달려올 것만 같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쌓이고 쌓여만 가는데...

세월은 무정하게 흐르고...
이제는 자전거 타기도 힘이 부치고
오랜 기다림의 세월과 함께 지친 그녀는
허리 굽은 할머니가 다 되었는데...

어느해 바람 불고 추운 겨울도 다 지나가고
종달새 공중에 나르는 어느 따뜻한 이른 봄날...
오랜 세월과 더불어 이제는
뭍으로 변해 버린 그 바닷가 모래톱으로 내려온 할머니

그런데 아, 거기엔...
오랜 세월 파도에 씻기고 반쯤은 모래 속에 묻혀 있는
낡고낡은 나무 보트 하나...
그것은 바로 아버지가 타고 떠났던 바로 그 배였다.
바로 그 보트가 오래 전에 난파되어 바닷가로 밀려와
비바람 맞으며 모래톱 속에 묻혀 있었던 것이다.

할머니가 되어 지쳐버린 늙은 딸은 힘없이 뱃전에 쓰러진다.
그리고 그토록 기다려 온 아빠의 품에 안기듯
가만히 눈을 감는다.
서서히 닥아오는 죽음과 함께
꿈 속으로 빠져드는데...

그때 갑자기 들리는 발자국 소리와 함께
이쪽으로 성큼성큼 걸어노는 아빠의 모습..


갑자기 시간은 거꾸로거꾸로 거슬러 흘러...
할머니는 어머니로 어머니는
처녀로, 어린 소녀로 변하면서...
그옛날 그토록 그리워 하던 따뜻한 아빠의 품으로
와락 안겨든다. (zoo)



 [작품 해설] 
- 평생을 기다린 나의 아빠 (Father and Daughter) -


2001년 6월 4일부터 9일까지 프랑스의 소도시 안시(Annecy)에서 개최된 제 25회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네덜란드의 작가겸 감독 미카엘 두덕 드 비트(Michael Dudok de Wit) 의 < 아버지와 딸(Father and daughter) >이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


선물 많이 사가지고 곧 돌아오겠다 하고 떠난 아버지. 그 아버지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딸의 진지하고 애틋한 모습을 통해 "아버지에 대한 한없는 그리움"을 그려냈다. 8분 짜리 짧은 이 작품을 위해 그는 5년 동안 공을 들였다고 수상 소감에서 말했다. 특히 간결하고 단순한 선과 여백의 미를 살린 그래픽 스타일로 수많은 내면의 이야기를 너무도 리얼하게 담아내고 있다. 배경음악은 아코디언으로 연주하는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곡 <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향수어린 곡이다.


자전거 벨소리, 아코디온 소리, 갈매기 울음소리와
끊임없이 흘러가는 세월을 암시하듯 돌아가는 자전거 바퀴살...

이 애니메이션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파스텔조의 담담한 영상 너머
한 소녀의 애닲은 삶과 죽음 앞에서
어느덧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여든다.

인생에서 "기다림"이란 어떤 의미일까..
기다림이 어찌 고통이기만 하겠는가?
인생에 있어 "기다림"은 나를 키워준 토양이고 빗물이며,
햇살일 수도 있는 것을... (zoo)

[리뷰- 감상소감]
미카엘 두독 드 비트 감독의 단편 에니메이션 < 아버지와 딸>을 만나게 된 것은 지난 여름 근처였다. 홍대 앞의 자욱
한 인파 속에서 도서 세일 행사를 구경하다 친구가 이 동화책을 권해준 일과, 덤으로 매우 잘 만든 에니메이션이 원작이며 그 감독이 동화책으로까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일종의 행운이었다. 동화책을 딸아이에게 읽어주면
서, 나란히 앉아 에니메이션을 보면서, 무엇보다 내가 먼저 순화되어 갔다.

마치 빛 바랜 무성영화 같은 영상이 시작
되면 길고 묵직한 코트를 입은 아버지와 어린 딸이 자전거를 타고 방파제에 오른다. 보트를 타고 멀리 떠나는 아버지와 남겨진 딸아이
의 이별을 시작으로 영화는 사랑의 가장 아련한 감정인 그리움을,족히 80년은 됨직한 인생을, 단 8분으로 축약해낸다.

35mm 카메라로 찍은 8분짜리 에니메이션은 놀랍게도 2시간 이상 사람을 지치게 하는 대개의 장편영화보다 내밀한
감동과 깊은 속뜻을 풀어낸다. 끊어질듯 이어지는 그리움의 일상과 그 일상의 언어를 대변하듯 쉴새 없이 회전하는 자전거 바퀴, 곳곳에서 들리는 3박자의 아코디언 곡조들, 8분의 시간. 그리고 영화에는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리움의 행로를 지탱하게 하는, 아버지와 딸이 이별 전에 나누었을 신뢰와 사랑이 보인다.

연필과 목탄으로만 그려진 이 드로잉들은 우
리들 저마다의 가슴에 앙금처럼 남겨진 아버지나 어머니에 대한 사랑의 기억과 아픔의 공통점들을 건드리고 있다. 몇 번을 되돌려 보며, 알듯 모를듯한 표정이 되는 딸아이를 보며, 나는 먼 훗날 아이에게 어떤 그리움을 남기는 아버지로 남게 될까를 생각한다. 대형 스크린도 아닌 고물 컴퓨터의 작은 화면 앞에서 앤딩 크래딧이 오를 때까지 애잔한 < 다뉴브강의 물결 >을 들으며 시선을 떼지 못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이처럼 보석 같은 영상을 만나게 해준 내 친구에게 나는 조만간 감사의 뜻으로 술 한잔 사아겠다. (출처: http://nammois.egloos.com/1031980)

['아버지와 딸' 작가에 대하여]

“Michael Dudok de Wit”


A father says goodbye to his young daughter and leaves. As the wide Dutch landscapes live through their seasons so the girl lives through hers. She becomes a young woman, has a family and in time she becomes old, yet within her there is always a deep longing for her father...
* live through …을 이겨내다, 견디다
* in time …이윽고, 조만간
* longing for …그리움


Michael Dudok de Wit was born (1953) and educated in Holland. After school he studied etching in Geneva, and animation at Farnham, England, where he made his first film "The Interview". Having free-lanced for a year in Barcelona Michael is now in London where he has directed and animated many award winning commercials for television and cinema with different production companies, particularly with Richard Purdum Productions.

In 1992 he created his short film "Tom Sweep", followed by "The Monk and the Fish" which was produced in the south of France with the studio Folimage. This film was nominated for an Oscar and it has won numerous prizes, including a Cesar and the Cartoon d'Or. His latest film, "Father and Daughter", is due for release in the summer of 2000. Michael also illustrates books and teaches animation at art colleges in England and abro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