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용의 타임머신... 영원한 시간 속에서 자세히보기

종교·불교·죽음

[불경] '묘법연화경' (妙法蓮華經) (8완)

잠용(潛蓉) 2013. 6. 7. 22:44

묘법연화경 변상도 (돈황 막고굴 유물)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제 7권
후진(後秦) 구자국(龜玆國) 삼장법사(三藏法師) 구마라집(鳩摩羅什) 한역,

이운허 국역 

 

 

 

24. 묘음보살 품(妙音菩薩品)

 

그 때 석가모니불께서 대인상(大人相)1)인 육계(肉髻)2)에서 광명을 놓으시고, 또 미간의 백호상(白毫相)에서도 광명을 놓아 동방으로 108만억 나유타 항하의 모래 같은 여러 부처님 세계를 비추셨다.


이와 같은 수를 지나서 한 세계가 있으니, 그 이름이 정광장엄(淨光莊嚴)이요, 그 나라에 또한 부처님께서 계시니, 이름은 정화수왕지(淨華宿王智)3) 여래· 응공· 정변지· 명행족· 선서· 세간해· 무상사· 조어장부· 천인사· 불세존이며, 한량없고 가없는 보살 대중들이 그 부처님을 공경하여 둘러섰고, 부처님께서는 이들을 위하여 설법하시니, 석가모니불의 백호상의 광명이 그 국토를 두루 비추었다.


그 때 일체정광장엄 국토 가운데 묘음(妙音)이라 하는 한 보살이 있었으니, 오랜 옛날부터 많은 덕의 근본을 심어서 한량없는 백천만억 부처님을 친근하여 매우 깊은 지혜를 성취하였다. 그리고 묘당상(妙幢相)삼매4)· 법화(法華)삼매5)· 정덕(淨德)삼매6)· 수왕희(宿王戱)삼매7)· 무연(無緣)삼매8)·지인(智印)삼매9)· 해일체중생어언(解一切衆生語言)삼매10)· 집일체공덕(集一切功德)삼매11)· 청정(淸淨)삼매12)· 신통유희(神通遊戱)삼매13)· 혜거(慧炬)삼매14)· 장엄왕(莊嚴王)삼매15)· 정광명(淨光明)삼매16)· 정장(淨藏)삼매17)· 불공(不共)삼매18)· 일선(日旋)삼매19) 등의 백천만억 항하의 모래 같은 여러 가지 삼매를 얻었다.

---------------------
1) 32상(相)을 가리킨다. 부처님이나 전륜성왕이 갖추고 있는 뛰어난 신체적 특징을 말한다.
2) 32상의 하나로서 부처님 정수리의 살이 상투처럼 불룩한 부분을 가리킨다.
3) kamaladalavimalanakatrarjasakusumitbhij a. 연꽃잎처럼 더러움 없는 성수(星宿)의 왕에 의해 신통을 나타낸 자라는 뜻이다.
4) 군대에서 대장이 그 기를 가지고 자기의 존귀함을 나타내듯이 온갖 삼매 중 가장 으뜸가는 삼매이다.
5) 제법실상에 통달하는 삼매이다.
6) 마음이 청정하여 어디에도 물들지 않는 삼매이다.
7) 지혜가 자재하여 아무 것에도 집착함이 없는 삼매이다.
8) 대상(對像)을 취함이 없는 삼매이다.

9) 반야의 지혜가 객관을 인식하되 그러면서도 늘 고요한 삼매이다.
10) 일체 중생의 언어를 다 이해하는 삼매이다.
11) 온갖 공덕을 고루 갖추는 삼매이다.
12) 번뇌가 하나도 일어나지 않는 삼매이다.
13) 신통 변화가 자유자재한 삼매이다.
14) 어리석음을 깨뜨리는 삼매이다.
15) 묘행(妙行)을 거두어들이는 삼매이다.
16) 미묘한 지혜를 얻는 삼매이다.
17) 법안(法眼)을 얻는 삼매이다.
18) 2승(乘)이 따를 수 없는 삼매이다.
19) 대천(大千)세계를 두루 비추는 삼매이다.

 

석가모니불의 광명이 그 몸에 비치니 묘음보살이 정화수왕지불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마땅히 사바세계에 가서 석가모니불께 예배 친근하고 공양하며, 문수사리법왕자보살과 약왕보살과 용시(勇施)보살과 수왕화보살과 상행의(上行意)보살과 장엄왕(莊嚴王)보살과 약상(藥上)보살을 친견하겠습니다."


정화수왕지불께서 묘음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저 국토를 가볍게, 그리고 하열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선남자야, 저 사바세계는 높은 곳과 낮은 곳이 있어 평탄치 않으며, 흙과 돌의 여러 산이 있고 더러움이 충만하며, 부처님의 몸은 아주 작고 많은 보살들도 그 모양이 또한 작으니라. 그러나 너의 몸은 4만 2천 유순이요, 나의 몸은 680만 유순이니, 너의 몸은 제일 단정하고 백천만의 복이 구족하고 광명 또한 특수하지만, 너는 저 세계에 가서 그 국토를 가벼이 하거나 또는 부처님과 보살들을 하열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묘음보살이 그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사바세계에 가는 것은 다 이 여래의 큰 힘이며, 여래의 신통유희이며, 여래의 공덕이며, 여래의 지혜와 장엄입니다."
묘음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아니하고 몸은 동요하지도 아니하며, 삼매에 들어 그 힘으로써 기사굴산에서 가까운 법좌에다 8만 4천의 여러 가지 보배 연꽃을 변화로 만드니, 줄기는 염부단금이요, 잎은 백은(白銀)으로 되었으며, 꽃술은 금강이요, 꽃받침은 견숙가보(甄叔迦寶)20)로 되어 있었다.


그 때 문수사리법왕자가 이 연꽃을 보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저 상서는 무슨 인연입니까? 천만 가지 연꽃 줄기는 염부단금이고, 잎은 백은이며, 꽃술은 금강이고, 그 꽃받침은 견숙가보입니다."


그 때 석가모니불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묘음보살마하살이 정화수왕지불의 국토에서 6만 4천의 보살들에게 둘러싸여 이 사바세계에 와서 나를 공양하고 친근하며 예배하고 『법화경』을 들으려 하느니라."


문수사리가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보살은 무슨 선한 근본을 심었으며, 무슨 공덕을 닦아 이렇게 큰 신통력이 있으며, 또 무슨 삼매를 행합니까? 원하옵나니, 저희들을 위하여 이 삼매의 이름을 말씀해 주시옵소서. 저희들도 이런 삼매를 닦고 행하려 하며, 그리고는 그 보살의 색상(色相)의 크고 작음과 위의와 나아가고 머무름을 보려 합니다. 원하옵나니, 세존께서 신통력으로 저 보살이 오는 것을 저희들도 볼 수 있게 하옵소서."


그 때 석가모니불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여기 오래전에 멸도하신 다보여래께서 마땅히 너희들을 위하여 그의 모양을 나타내어 보여 주시리라."
그 때 다보불께서 저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어서 오너라. 문수사리법왕자가 너 보기를 원하노라."

--------------------
20) 보석 이름인데 붉은 빛이 나는 보배이다.

 

그 때 묘음보살이 저 나라에서 8만 4천의 보살과 함께 오니, 지나는 여러 나라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고, 칠보로 된 연꽃이 비오듯이 내렸으며, 백천 가지 하늘 기악과 북이 저절로 울려 퍼졌다. 이 보살은 눈이 광대하기가 푸른 연꽃 잎과 같아서 백천만 개 달을 합한 것보다 그 얼굴이 더 단정하고, 진금색의 몸은 한량없는 백천의 공덕으로 장엄되어 위덕이 치성하고, 광명이 아주 밝게 비치며, 여러 가지 모양을 잘 갖추어 나라연(那羅延)21)의 견고한 몸과 같았다. 칠보의 좌대에 앉아 허공에 오르니 그 높이가 7다라수며, 여러 보살 대중이 공경하여 둘러싸서 이 사바세계에 찾아올새, 기사굴산에 이르러 칠보의 좌대에서 일어나 내려서 석가모니불께 머리 숙여 예배하고 백천만 냥이나 되는 영락을 받들어 올리며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정화수왕지불께서 세존께 문안드리기를, '조그만 병도 조그만 고뇌도 없으시며, 기거가 자유로우시고 안락하게 행하십니까? 4대가 잘 조화됩니까? 세상 일을 가히 참을 수 있으며, 중생을 쉽게 제도하십니까?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과 질투와 인색함과 교만함은 많지 않습니까?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으며 사문을 공경하지 않는 일은 없습니까? 삿된 견해나 착하지 못한 마음으로 5정(情)22)에 빠지는 일은 없습니까? 중생들이 모든 마군이나 원수를 잘 항복합니까? 또 이미 멸도하신 다보여래께서 칠보 탑과 함께 법을 들으시러 오십니까?' 하고 문안인사를 여쭈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다보불의 몸을 뵙고자 하오니 세존께서는 그 부처님을 친견토록 해주옵소서."

그 때 석가모니불께서 다보불께 말씀하셨다.
"여기 묘음보살이 친견코자 합니다."


다보불께서 묘음보살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네가 능히 석가모니불을 공양하고 『법화경』을 들으며, 문수사리 등의 보살을 만나려고 여기에 왔구나."


그 때 화덕(華德)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묘음보살은 어떤 선근을 심었으며, 무슨 공덕을 닦아서 이런 신통력이 있습니까?"

----------------------

21) 범어 nrayaa의 음사. 금강역사(金剛力士)인데 힘이 매우 세어서 큰 코끼리의 백만 배나 된다고 한다.
22) 5근(根)에서 생기는 욕망으로 5욕(欲)이라고도 한다.

 

부처님께서 화덕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과거에 한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이름이 운뢰음왕(雲雷音王)  다타아가도(多陀阿伽度)· 아라하(阿羅訶)· 삼먁삼불타(三藐三佛陀)였으며, 나라 이름은 현일체세간(現一切世間)이요, 겁의 이름은 희견(喜見)이었으니, 묘음보살이 1만 2천 년 동안을 10만 가지 기악으로 운뢰음왕불(雲雷音王佛)께 공양하고, 아울러 8만 4천의 7보의 발우[鉢]를 받들어 올린 인연의 과보로 지금 정화수왕지불의 국토에 나고 이런 신통한 힘을 얻었느니라. 화덕아, 네 생각은 어떠하냐? 그 때 운뢰음왕불 계신 곳에서 기악으로 공양하고 보배의 그릇을 받들어 올린 묘음보살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바로 이 묘음보살마하살이었느니라.


화덕아, 이 묘음보살이 일찍이 한량없는 여러 부처님을 공양하고 친근하여 오래도록 덕의 근본을 심었으며, 또한 항하의 모래같이 많은 백천만억 나유타 부처님을 만나 뵈었느니라. 화덕아, 너는 다만 묘음보살의 그 몸이 여기에만 있다고 보느냐? 이 보살은 가지가지 몸을 곳곳에서 나타내서 여러 중생들을 위하여 이 『법화경』을 설법하느니라. 범천왕의 몸을 나타내거나 제석천의 몸을 나타내며, 혹은 자재천(自在天)23)의 몸을 나타내거나 대자재천(大自在天)24)의 몸을 나타내며, 혹은 전륜성왕의 몸, 여러 소왕의 몸, 장자의 몸, 거사의 몸, 관리의 몸, 바라문의 몸,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의 몸을 나타내며, 또는 장자· 거사의 부인 몸으로도 나타내며, 혹은 관리의 부인 몸, 바라문의 부인 몸, 동남(童男)· 동녀(童女)의 몸으로도 나타내며, 혹은 하늘·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 등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 등의 몸으로 나타나  이 경전을 설하며, 여러 지옥· 아귀· 축생 들과 어려운 환난 가운데 있으면서 다 능히 구원하며, 또는 왕의 후궁에서 여자의 몸으로 변하여 이 경전을 설하느니라.

-----------------------

23) 욕계(欲界)의 맨 위인 6욕천(欲天)의 신들. 다른 천계(天界)의 신들이 만들어낸 즐거움을 마음대로 누리게 된다.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이라고도 한다.
24) 범어 Mahevara. 큰 위덕을 지닌 신이다. 초선천(初禪天)의 왕, 또는 제6천(天)의 주인이라고 한다.

 

화덕아, 이 묘음보살은 능히 사바세계의 모든 중생을 구호하느니라. 이 묘음보살이 이와 같이 가지가지 변화로 몸을 나타내며, 이 사바세계에서 중생들을 위하여 이 경전을 설법하지만 그 신통력이나 지혜는 조금도 감소되지 않느니라. 이 보살이 약간의 지혜로 이 사바세계를 두루 밝게 비춰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각각 알게 하며, 시방의 항하 모래 같은 세계 가운데서도 역시 이와 같이 하느니라.


만일 성문의 몸으로써 제도할 이에게는 성문의 모습을 나타내어 설법하고, 벽지불의 몸으로써 제도할 이에게는 벽지불의 모습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보살의 몸으로써 제도할 이에게는 보살의 모습을 나타내어 설법하고, 부처님의 모습으로써 제도할 이에게는 부처님의 모습을 나타내어 설법하나니, 이와 같이 가지가지 제도할 바를 따라 그 모습을 나타내고, 멸도로써 제도할 이에게는 멸도를 나타내어 보이느니라. 화덕아, 묘음보살마하살이 성취한 큰 신통력과 지혜의 힘은 이와 같으니라."


그 때에 화덕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묘음보살은 깊이 선근을 심었습니다. 이 보살은 어떤 삼매에 머물렀기에 능히 이와 같은 변화를 나타내어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시킵니까?"


부처님께서 화덕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그 삼매의 이름은 현일체색신으로, 묘음보살은 이 삼매 중에 머물러 능히 한량없는 중생을 이익되게 하느니라."


이 「묘음보살품」을 설하실 때, 묘음보살과 같이 왔던 8만 4천 인이 다 현일체색신삼매를 얻었고, 또한 이 사바세계의 한량없는 보살들도 모두 이 삼매와 다라니를 얻었다. 이 때 묘음보살마하살이 석가모니불과 다보불탑에 공양을 마치고 본국으로 다시 돌아갈 때, 그가 지나는 여러 국토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고, 보배 연꽃이 비오듯 내리어 백천만억 갖가지 기악이 울렸다. 본국에 이르러서는 8만 4천의 보살에 둘러싸여 그들과 함께 정화수왕지불 계신 데로 나아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사바세계에 가서 중생을 이익되게 하고 석가모니불과 다보불탑을 친견하였으며, 또 예배하고 공양함을 마쳤으며, 문수사리법왕자보살· 약왕보살· 득근정진력(得勤精進力)보살· 용시보살 등을 만나 뵈었으며, 또 이 8만 4천 보살들로 하여금 모두 현일체색신삼매를 얻게 하였습니다."

이 묘음보살의 내왕품(來往品)을 설할 때에 4만 2천 천자들이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고, 화덕보살은 법화삼매를 얻었다.


25. 관세음보살 보문품(觀世音菩薩普門品)


그 때 무진의(無盡意)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벗어 드러내고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관세음(觀世音)보살은 무슨 인연으로 관세음이라고 합니까?"

부처님께서 무진의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만일 한량없는 백천만억 중생이 여러 가지 고뇌를 받을 때에 이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듣고 일심으로 그 이름을 부르면, 관세음보살이 곧 그 음성을 듣고 모두 해탈케 하느니라. 만일 어떤 이가 이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받들면, 그가 혹시 큰 불 속에 들어가더라도 불이 그를 태우지 못할 것이니, 이것은 관세음보살의 위신력 때문이며, 혹은 큰물에 휩쓸려 떠내려가게 되더라도 그 이름을 부르면 곧 얕은 곳에 이르게 되며, 혹은 백천만억 중생이 금· 은· 유리· 차거· 마노· 산호· 호박· 진주와 같은 보배를 구하려고 큰 바다에 들어갔을 때, 가령 폭풍이 일어 그들의 배가 나찰귀(羅刹鬼)들의 나라에 닿게 되었을지라도 그 가운데 만일 한 사람이라도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르면, 여러 사람들이 다 나찰의 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리니, 이러한 인연으로 관세음이라 이름하느니라.


또 어떤 사람이 만일 해를 입게 되었을지라도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르면, 그들이 가진 칼이나 막대기가 곧 조각조각 부서져 능히 벗어날 수 있으며, 혹은 삼천대천국토에 가득한 야차· 나찰들이 와서 사람들을 괴롭히려 하더라도, 관세음보살의 이름만 부르면 여러 악귀가 악한 눈으로 보지도 못하겠거늘, 하물며 어찌 해칠 수 있겠느냐? 또 어떤 사람이 죄가 있거나 죄가 없거나 간에 수갑과 쇠고랑에 손발이 채워지고 몸이 묶였을지라도 관세음보살의 이름만 부르면 이것들이 다 끊어지고 풀어져 곧 벗어나리라.


만일 또 삼천대천국토에 도둑이 가득 찬 속을 한 상인의 우두머리가 여러 상인들을 이끌고 귀중한 보물을 가진 채 험한 산길을 지나갈 때, 그 중에 한 사람이 말하기를 '여러 선남자들이여, 무서워 말고 두려워 말라. 그대들은 진심으로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를지니라. 이 보살이 능히 중생들의 두려움을 없애 주리니, 그대들이 그 이름을 부르면 이 도둑들을 무사히 벗어나리라' 해서, 이에 여러 상인들이 이 말을 듣고 모두 소리를 내어 '나무관세음보살' 한다면 곧 그 난을 벗어나리라. 무진의야, 관세음보살마하살의 위신력이 이와 같이 훌륭하니라.


또 만일 중생이 음욕이 많더라도 관세음보살을 항상 생각하고 공경하면 곧 음욕을 여의게 되며, 혹은 성내는 마음이 많더라도 관세음보살을 생각하고 공경하면 곧 그 마음을 여읠 수 있으며, 혹은 어리석음이 많더라도 관세음보살을 항상 생각하고 공경하면 곧 그 어리석음을 떠날 것이니라. 무진의야, 관세음보살이 이런 위신력으로 이롭게 함이 많으니, 중생은 마땅히 마음으로 항상 생각할 것이니라.


또, 만일 어떤 여인이 아들 낳기를 원하여 관세음보살을 예배하고 공경하면 곧 복덕과 지혜가 있는 아들을 낳게 되고, 만일 딸 낳기를 원한다면 곧 단정하고 아름다운 모양을 갖춘 딸을 낳게 되리니, 덕의 근본을 잘 심었으므로 여러 사람의 사랑과 존경을 받으리라. 무진의야, 관세음보살의 힘이 이와 같으니라.

만일 또 중생이 관세음보살을 공경하고 예배하면 복이 헛되이 버려지지 않으리니, 그러므로 중생이 모두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받들어야 하느니라. 무진의야, 만일 어떤 사람이 62억 항하의 모래 같은 보살의 이름을 받들어 목숨이 다하도록 음식과 의복· 침구와 의약 등으로 공양한다면 너의 생각에는 어떠하느냐? 이 선남자· 선여인의 공덕이 얼마나 많겠느냐?"


무진의가 대답하였다.

"매우 많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사람이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받들어 한때만이라도 예배하고 공양하면, 이 두 사람의 복이 똑같아 다를 바 없어 백천만억 겁에 이르도록 다할 수가 없으리라. 무진의야,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수지하면 이와 같이 한량없고 가없는 복덕의 이익을 얻느니라."


무진의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관세음보살은 어떻게 이 사바세계에서 노니시며, 어떻게 중생을 위하여 설법하시며, 방편의 힘은 그 일이 어떠하십니까?"


부처님께서 무진의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어떤 나라의 중생을 부처의 몸으로 제도할 이에게는 관세음보살이 곧 부처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벽지불의 몸으로써 제도할 이에게는 벽지불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성문의 몸으로 제도할 이에게는 성문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범천왕의 몸으로써 제도할 이에게는 범천왕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제석천의 몸으로써 제도할 이에게는 제석천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자재천(自在天)의 몸으로써 제도할 이에게는 자재천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대자재천의 몸으로써 제도할 이에게는 대자재천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천대장군(天大將軍)25)의 몸으로써 제도할 이에게는 천대장군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비사문(毘沙門)26)의 몸으로써 제도할 이에게는 비사문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소왕(小王)의 몸으로써 제도할 이에게는 곧 소왕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장자의 몸으로써 제도할 이에게는 장자의 몸을 곧 나타내어 설법하며, 거사의 몸으로써 제도할 이에게는 곧 거사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관리의 몸으로써 제도할 이에게는 관리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바라문의 몸으로써 제도할 이에게는 곧 바라문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의 몸으로써 제도할 이에게는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

25) 범어로는 Cakravartirja. 전륜성왕(轉輪聖王), 여기서는 천상의 대장군을 지칭한다.
26) 범어 Vairavaa의 음사. 사천왕(四天王)의 우두머리로서 야차(夜叉)·나찰(羅刹)의 무리를 이끌고 북방을 수호하는 신이다.

 

장자· 거사· 관리· 바라문의 부인의 몸으로써 제도할 이에게는 그 부인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동남(童男)· 동녀의 몸으로써 제도할 이에게는 동남· 동녀의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하늘·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 등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 등의 몸으로써 제도할 이에게는 모두 그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며, 집금강신(執金剛神)27)으로써 제도할 이에게는 곧 집금강신을 나타내어 설법하나니, 무진의야, 이 관세음보살은 이러한 공덕을 성취하여 가지가지 형상으로 여러 국토에 노니시며,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케 하느니라. 그러므로 너희들은 일심으로 관세음보살을 공양할지니라. 이 관세음보살마하살이 두렵고 급한 환난 가운데 능히 두려움을 없애 주므로, 이 사바세계에서는 모두 일컬어 두려움을 없게 해주는 이[施無畏者]'28)라고 하느니라."


무진의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관세음보살을 공양하겠습니다."
그리고는 목에 걸었던 백천 냥이나 되는 보배 구슬과 영락을 끌러 받들어 올리며 또 여쭈었다.
"어지신 이여, 법으로써 드리는 이 보배 구슬과 영락을 받아 주옵소서."
그 때 관세음보살이 이를 받지 않거늘, 무진의는 다시 관세음보살께 여쭈었다.
"어지신 이여, 저희들을 불쌍히 여기시어 이 영락을 받아 주옵소서."


그 때 부처님께서 관세음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여기 이 무진의보살과 사부대중과 하늘·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 등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들을 불쌍히 여겨 그 영락을 받으라."


곧 관세음보살이 사부대중과 하늘· 용 등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들을 불쌍히 여기어 그 영락을 받더니, 둘로 나누어 한 몫은 석가모니불께 바치고, 남은 한 몫은 다보불탑에 바쳤다.


"무진의야, 관세음보살은 이와 같이 자유스러운 신통력을 가지고 사바세계에 노니느니라."
그 때 무진의보살이 게송으로 물었다.

---------------------

27) 금강역사(金剛力士)인데 부처님과 법은 보호하고, 악의 무리는 금강저(金剛杵)로 친다.
28) 두려움에 떠는 사람을 안심하게 하고 용기를 주는 자, 즉 관세음보살을 지칭한다.

 

 

미묘한 상(相) 갖추신 세존이시여,

이제 다시 저 일을 묻자옵나니
불자는 그 무슨 인연으로

관세음이라 부릅니까?

 

미묘한 상 갖추신 세존께서

게송으로 무진의에게 대답하시되
곳곳마다 알맞게 응하여 나타나는

관음(觀音)의 모든 행을 잘 들으라.

 

그 보살의 큰 서원 바다와 같아
헤아릴 수 없이 긴 세월 동안
천억의 부처님 모시고 받들며
크고 청정한 원(願)을 세우니

 

내 이제 그것들을 간략히 말하리니
이름을 듣거나 몸을 보거나
마음으로 생각함이 헛되지 않으면
능히 모든 고통을 멸하리라.

 

가령 해치려는 사람에게 떠밀려
큰 불구덩이에 떨어진대도
관음을 염하는 그 힘으로
불구덩이 변하여 연못이 되고


만일 큰 바다에 표류하여
용과 귀신· 물고기의 난을 만나도
관음을 염하는 그 힘으로
파도가 능히 삼킬 수 없으며

 

수미산의 봉우리에서
사람에게 떠밀려 떨어진대도
관음을 염하는 그 힘으로
허공에 머무는 해같이 되며

 

악인에게 쫓기어
금강산(金剛山)29)에서 떨어진대도
관음을 염하는 그 힘으로
털끝 하나 다치지 않으며

 

원한의 도적을 만나
칼 들고 달려와 해치려 해도
관음을 염하는 그 힘으로
도적들 마음 돌려 자비하게 하며

 

국법에 잘못 걸려
형벌을 받아 죽게 되더라도
관음을 염하는 그 힘으로
칼이 조각조각 끊어지며

 

감옥 속에 갇혀 있어
손발이 형틀에 묶였더라도

관음을 염하는 그 힘으로
그것들의 풀림을 받을 것이며

--------------------

29) 철위산(鐵圍山)을 말한다. 제4권 주 20) 참조.

 

저주와 여러 가지 독약으로
몸을 해치려고 할 때에도
관음을 염하는 그 힘으로
본인에게 그 화가 돌아가며

 

악한 나찰 독룡(毒龍)들과
여러 귀신을 만날지라도
관음을 염하는 그 힘으로
감히 모두들 해치지 못하며

 

사나운 짐승들에 둘러싸여
이빨과 발톱이 무섭더라도
관음을 염하는 그 힘으로
사방으로 뿔뿔이 달아나며

 

여러 가지 사나운 독사들이
독기가 불꽃처럼 성할지라도
관음을 염하는 그 힘으로
그 소리에 스스로 달아나며

 

구름에서 천둥 일며 번개 치고
큰비와 우박이 쏟아져도
관음을 염하는 그 힘으로
삽시간에 사라지며

 

뭇 중생이 곤경과 재앙을 만나

한량없는 고통을 받을지라도
관음의 미묘한 지혜의 힘이
능히 세상 고통 구하느니라.

 

신통한 힘 구족하고
지혜의 방편 널리 닦아
시방의 여러 국토
몸을 나타내지 않는 곳 없으며

 

가지가지 악한 갈래
지옥· 아귀· 축생들의
생로병사 모든 고통
점차로 멸해 주며

 

진관(眞觀)30)이며 청정관(淸淨觀)31)
넓고 큰 지혜관(智慧觀)이며
비관(悲觀)과 자관(慈觀)이니
항상 우러러 볼지어다.

 

때 없어 청정한 빛
지혜의 태양 어둠을 제하나니
풍재(風災)와 화재(火災) 능히 이겨
널리 밝게 세상을 비추니

 

대비는 체가 되고 계행은 우레 되며32)

자비로운 마음은 큰 구름 같아
감로의 법비를 내려
번뇌의 타는 불길 멸해 주며

----------------------

30) 아름다운 눈, 여기서 관(觀)은 눈[眼]을 뜻한다.
31) 맑고 깨끗한 눈이다.
32) 중생들에 대한 대비심(大悲心)이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 관세음보살의 계(戒)가 되어 우레와 같이 진동해 중생들을 삼가게 만든다는 것이다.

 

쟁송(諍訟)으로 관청에 가거나
두려운 진중(陣中)에 있을지라도
관음을 염하는 그 힘으로
모든 원수가 흩어지느니라.

 

묘음(妙音)과 관세음(觀世音)과
범음(梵音)33)과 해조음(海潮音)34)
저 세간음(世間音)보다 나으니
그러므로 항상 생각하여

 

의심일랑 잠깐도 하지 말아라.
관세음보살 청정한 성인은
고뇌와 죽음과 액운 당하여
능히 믿고 의지할 바 되리.

 

일체의 여러 공덕 두루 갖추어
자비로운 눈으로 중생을 보며
그 복이 바다처럼 한량없으니
그러므로 마땅히 정례(頂禮)할지니라.

 

그 때 지지(持地)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에 나아가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중생이 이 「관세음보살보문품」의 자유로운 업(業)과 널리 보이고 나타내는 신통력을 듣는다면, 그 사람의 공덕은 적지 않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이 「보문품」을 설하실 때, 대중 가운데 8만 4천 중생이 모두 비할 바 없이 평등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다.

----------------------

33) 범천왕(梵天王)의 소리인데 더없이 청정한 소리이다.
34) 바다의 조수 소리이다.


26. 다라니 품(陀羅尼品)


약왕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벗어 드러내고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선남자· 선여인이 『법화경』을 받아 지녀 읽고 외우며 영리하게 통달하거나 혹은 그 경전을 옮겨 쓰면 얼마만한 복을 얻습니까?"


부처님께서 약왕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선남자·선여인이 8백만억 나유타 항하의 모래 같은 많은 부처님을 공양하였다면 너의 생각은 어떠하냐? 그 사람이 얻는 복이 어찌 많지 않겠느냐?"

약왕보살이 대답하였다.
"매우 많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이 경을 능히 수지하여 4구게(句偈) 하나라도 읽고 외우며, 해설하고 설한 바와 같이 수행하면 그 공덕이 위의 복보다 훨씬 더 많으니라."


그 때 약왕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설법하는 이에게 다라니주(陀羅尼呪)35)를 주어 수호하겠습니다."
그리고 곧 주문을 말하였다.

 

“아니 마니 마네 마마네 지례 자리제 샤마 사리다위 선제 목제 목다리 사리 아위사리 상리 사리 사예 악사예

아기니 선제 사리 다라니 아로가바사 바자빅사니 녀비제 아변다라녜리제 아단다바례수지 구구례 모구례

아라례 바라례 수가차 아삼마삼리 못다비기리구제 달마바리차제 싱가열구사네 사바사바수지 만다라

만다락샤야다  우루다 우루다 교사라 악사라 악사야다야 아바로 아마야 나다야”

-------------------
35) 다라니의 언구(言句) 곧 주문(呪文)

 

"세존이시여, 이 다라니 신주는 62억 항하의 모래 같은 부처님께서 설하신 바이니, 만일 누구든지 이 법사(法師)를 침해하거나 훼방하면, 그는 곧 여러 부처님을 침해하고 훼방하는 것이 됩니다."

이 때 석가모니불께서 약왕보살을 칭찬하시며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약왕아, 네가 그 법사를 불쌍히 생각하여 옹호하려고 이 다라니를 설했으니, 많은 중생들이 이익을 얻으리라."


그 때 용시(勇施)보살이 또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도 또한 『법화경』을 읽고 외우며 받아 지니는 이를 옹호하기 위하여 다라니를 설하리니, 만일 이 법사가 이 다라니를 얻으면, 야차나 나찰 혹은 부단나(富單那)36)· 길자(吉蔗)37)· 구반다· 아귀 등이 그의 허물을 찾아내려 하더라도 능히 얻지 못하리이다." 그리고는 곧 부처님 앞에 나아가 주문을 설하였다.

 

“자례 마하자례 우기 모기 아례 아라바제 녜례제 녜례다바제 

니지니 위지니 지지니 녜례제니 녜례제바지” 

------------------------
36) 범어 ptana의 음사. 열병(熱病)의 귀신이다.
37) 범어 ktya의 음사. 시체에 붙는 귀신이다.


"세존이시여, 이 다라니 신주는 항하의 모래수 같은 여러 부처님께서 설하신 것이고 따라 기뻐하셨나니, 만일 이 법사를 침해하고 훼방하면, 곧 이 여래 부처님을 침해하고 훼방하는 것이 되오리다."

 

그 때 비사문천왕(毘沙門天王) 호세자(護世者)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도 또한 중생을 불쌍히 여겨 법사를 옹호하기 위해 이 다라니를 설하겠습니다."
그리고는 곧 주문을 설하였다.

 

“아리 나리 노나리 아나로 나리 구나리”

 

"세존이시여, 이 신주로써 법사를 옹호하고, 저도 또한 이 경 가진 이를 옹호하여, 여러 가지 쇠함과 환난을 1백 유순 내에 없애오리다."


그 때 지국천왕(持國天王)39)이 이 대회 가운데 있다가 천만억 나유타 건달바들에게 둘러싸여 부처님 앞에 나아가 합장하고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도 또한 다라니 신주로써 『법화경』 가진 이를 옹호하리다."
그리고는 곧 주문을 설하였다.

 

“아가녜 가녜 구리 건다리 마등기 상구리 부루사니 알지”

---------------------
39) 범어 Dhtartra. 사천왕의 하나. 수미산의 동쪽을 수호하며, 건달바(乾闥婆)·비사차(毘舍遮)를 수호한다.

 

"세존이시여, 이 다라니 신주는 42억의 많은 부처님께서 설하신 바이니, 만일 이 법사를 침해하고 훼방하면, 곧 이 많은 부처님을 침해하고 훼방함이 되오리다."


그 때에 또 나찰녀(羅刹女)들이 있었으니, 첫째 이름은 남바(藍婆), 둘째 이름은 비람바(毘藍婆)이며, 셋째 이름은 곡치(曲齒)이고, 넷째 이름은 화치(華齒)이며, 다섯째 이름은 흑치(黑齒)이고, 여섯째 이름은 다발(多髮)이며, 일곱째 이름은 무염족(無厭足)이고, 여덟째 이름은 지영락(持瓔珞)이며, 아홉째 이름은 고제(皐帝)이고, 열째 이름은 탈일체중생정기(奪一切衆生精氣)였다. 이 열 명의 나찰녀는 귀자모(鬼子母)40)와 아울러 그 아들의 권속들과 함께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다 같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또한 『법화경』을 읽고 외우며 받아 지니는 이를 위하여 옹호하고, 그의 쇠함과 환난을 없애 주오리다. 만일 어떤 이가 이 법사의 허물을 찾아내려 하여도 능히 얻지 못하리이다."
그리고는 곧 주문을 설하였다.

 

“이제리 이제미 이제리 아제리 이제리 니리 니리 니리 니리 니리 루혜 루혜  루혜 루혜 다혜 다혜 다혜

도혜 로혜”

 

차라리 내 머리 위에 오를지언정 법사를 괴롭히지 못하게 하리니, 야차거나 나찰· 아귀· 부단나· 길자· 비다라(毘陀羅)41)· 건타(健馱)42)· 오마륵가(烏摩勒伽)43)· 아발마라(阿跋摩羅)44)· 야차길자(夜叉吉蔗)45)· 인길자(人吉蔗)46)·  열병(熱病)으로써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내지 이레 동안 앓는 열병이거나 항상 앓는 열병이거나, 남자의 형상이나 여자의 형상, 혹은 남자 아이의 형상이나 여자 아이의 형상을 한 악귀들이 꿈 속에서라도 괴롭히지 못하게 하리라."

 

그리고 곧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

40) 범어로는 Hriti. 어린아이를 수호하는 신. 본래 아이들을 잡아먹는 나찰 귀신이었으나, 부처님께서 그녀의 막내아들을 감추고 교화하신 결과 부처님께 귀의했다.
41) vetla의 음사. 기시(起尸)라고 한역하며 청색귀(靑色鬼)이다.
42) 건달바(乾闥婆)와 같다.
43) 사람의 정기(精氣)를 빨아먹는 귀신이다.
44) 범어 apasmra. 사람의 기억력을 상실하게 하는 귀신이다.
45) 마술을 부리는 야차이다.

46) 사람 마술사이다.

 

만일 나의 주문 순종치 않고
설법하는 이를 괴롭게 하면
아리수(阿梨樹) 나무의 가지처럼
머리통을 일곱으로 쪼개버리며

 

부모를 죽인 원수와 같이
기름 짤 때 속인 죄47)와 같이
말[斗]이나 저울눈을 속인 사람 같이
조달(調達)48)이 화합승을 깨뜨린 죄같이


누구라도 이 법사를 해치는 자는
마땅히 그와 같은 재앙 받으리라.

 

여러 나찰녀가 이 게송을 다 설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또한 이 경을 받아 지녀 읽고 외우며 수행하는 이를 안온케 하고, 여러 가지 쇠함과 환난을 여의게 하며, 여러 독약도 없애주겠습니다."

---------------------

47) 깨를 찧은 뒤에 놓아두면 벌레가 생기는데, 이 벌레와 같이 짜면 기름이 많아진다. 이것을 순수한 기름인 양 속여서 파는 데 따른 죄이다.
48) Devadatta의 음사. 제바달다(提婆達多)의 이역(異譯)이다. 조달은 부처님의 교단을 파괴하려 했던 악인이었다.


부처님께서 여러 나찰녀들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너희들이 다만 『법화경』의 이름만을 받아 가지는 이를 옹호할지라도 그 복이 헤아릴 수 없겠거늘, 하물며 갖추어 받아 지니며, 경전에 공양하기를 꽃· 향· 영락· 말향· 도향· 소향· 번개· 기악으로 하며, 가지가지 등불을 켜되 소등· 유등과 여러 가지 향유등인 소마나화유등· 첨복화유등· 바사가화유등· 우발라화유등 같은 백천 가지로 공양하는 이를 지켜줌이야 말할 것이 있겠느냐? 고제(皐帝)야, 너희들과 너희 권속들은 마땅히 법사를 이와 같이 옹호할지니라." 이 다라니 품을 설할 때에 6만 8천 인이 모두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느니라.


27. 묘장엄왕 본사품(妙莊嚴王本事品)

 

그 때 부처님께서 모든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지난 과거 한량없고 가없어 헤아릴 수도 없는 아승기겁에 한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그 이름은 운뢰음수왕 화지(雲雷音宿王華智)49) 다타아가도· 아라하· 삼먁삼불타이다. 나라 이름은 광명장엄(光明莊嚴)이요, 겁의 이름은 희견(喜見)이었느니라. 그 부처님 법 가운데 묘장엄(妙莊嚴)이라고 하는 한 왕이 있었으니, 그 왕 부인의 이름은 정덕(淨德)이며, 또 두 아들이 있었으니, 하나는 정장(淨藏)이요, 또 하나는 정안(淨眼)이었느니라. 이 두 아들은 큰 신통력과 복덕과 지혜가 있었으니, 이것은 오래도록 보살의 행을 닦은 까닭이니라. 이른바 단바라밀(檀婆羅蜜)· 시라(尸羅)바라밀· 찬제(찬提)바라밀· 비리야(毘梨耶)바라밀· 선(禪)바라밀· 반야(般若)바라밀· 방편(方便)바라밀50)과 자(慈)· 비(悲)· 희(喜)· 사(捨)와 37조도법(助道法)51)을 모두 잘 통달하였느니라. 또 보살의 정삼매(淨三昧)· 일성수(日星宿)삼매· 정광(淨光)삼매· 정색(淨色)삼매· 정조명(淨照明)삼매· 장장엄(長莊嚴)삼매· 대위덕장(大威德藏)삼매 등 이러한 삼매에 또한 잘 통달하였느니라.

------------------------

49) 범어로는 Jaladharagarjitaghoasusvaranaksatrarjasakusumitbhij a. 구름에서 울리는 뇌성처럼 좋은 음성을 지닌 성수(聖宿)의 왕에 의해 신통을 발휘한 자라는 뜻. 여기서 숙(宿)은 수로 읽는다.

50) 방편의 완성. 교묘한 방법으로 중생을 구제하는 일.
51)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하는 37가지 방법. 4념처(念處)· 4정근(正勤)· 4신족(神足)· 5근(根)· 5력(力)· 7각지(覺支)· 8정도(正道)를 말한다.


그 때 그 부처님께서 묘장엄왕을 인도하여 또한 중생을 불쌍히 생각하시어 이 『법화경』을 설하셨느니라. 그러자 정장과 정안 두 아들은 그들의 어머니한테 나아가 열 손가락을 모아 합장하고 말하였느니라. '원하오니, 어머님이시여, 운뢰음수왕화지불 계신 데로 가시옵소서. 저희들도 모시고 따라가서 친근하고 공양하며 예배하오리다. 왜냐 하면 그 부처님께서 지금 모든 하늘과 인간들에게 『법화경』을 설하시니, 그를 듣고 받으려는 때문입니다.'


그러자 어머니가 아들에게 말하였느니라.
'너희 아버지께서 외도(外道)를 믿고 받아 바라문법에 깊이 탐착하셨으니, 너희들은 응당 아버지께 말씀드려 함께 갈지어다' 하였느니라.

 

이에 정장과 정안이 열 손가락을 모아 합장하고 그들의 어머니에게 말하기를 '저희들은 법왕의 아들이거늘 어찌하여 이 삿된 집에 태어났습니까?'


어머니가 아들에게 대답하였느니라.
'너희들은 마땅히 너희 아버지를 생각하고 위하여 신통 변화를 나타낼지니, 만일 아버지께서 이를 보시면 필시 마음이 청정해져서 혹 우리들을 부처님 계신 데로 가도록 허락하시리라.'


이 때 두 아들이 그 아버지를 생각하여 허공으로 일곱 다라수쯤 올라가서 가지가지 신통 변화를 나타내었느니라. 허공 중에서 가고, 서고, 앉고, 누워 보이기도 하고, 상반신에서는 물을 뿜어내고, 하반신에서는 불을 뿜어내며, 반대로 하반신에서 물을 뿜어내고, 상반신에서 불을 뿜어내기도 하고, 혹은 몸을 크게 하여 허공을 가득 차게 하기도 하며, 공중에서 없어져 홀연히 땅에 서기도 하고, 혹은 물 속에 들어가듯 땅 속에 들어가기도 하며, 또는 물 위를 땅 위에서 걷는 것처럼 잘 걷는 등, 이러한 가지가지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그 아버지로 하여금 마음이 청정해져 믿게 하였느니라.


그 때 아버지는 아들의 이러한 신통력을 보고 마음이 크게 환희하여 미증유를 얻어 아들을 향하여 합장하고 말하였느니라. '너희들의 스승은 누구이며 또한 누구의 제자이냐?' 두 아들이 대답하였느니라.
'대왕이신 아버지시여, 저 운뢰음수왕화지불께서 지금 칠보의 보리수 아래 법좌(法座)에 앉으셔서 모든 세상의 천신과 인간을 위하여 널리 『법화경』을 설하시니, 그가 곧 저희들의 스승이요, 저희들은 또한 그의 제자입니다.'


아버지가 다시 아들에게 말하였느니라. '나도 이제 너희 스승을 만나 뵙고자 하니 나와 함께 가자.' 그 때 두 아들은 공중에서 내려와 그들의 어머니에게 나아가 합장하고 말하였느니라.
'부왕께서 이제 믿고 이해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셨습니다. 저희들이 아버지를 위하여 이런 불사(佛事)52)를 하였으니, 원컨대 어머니께서는 저희들이 저 부처님 계신 데에 가서 출가하여 수도하도록 허락하여 주소서.' 그 때 두 아들이 그 뜻을 거듭 밝히려고 게송으로 어머니께 말하였느니라.

 

원컨대 어머님은 저희들이 출가하여
사문으로 수도토록 허락하여 주소서.
부처님 만나 뵙기 매우 어렵나니
저희들이 찾아가서 따라 배우렵니다.

 

오랜 겁에 한 번 피는 우담바라보다
부처님 만나기는 그 더욱 어려우며
여러 가지 많은 환난 해탈키도 어렵나니

원컨대 저희들의 출가 허락하소서.

-----------------------

52) 부처님과 불교를 위하는 일로서 여기서는 부처님의 교화를 돕는 일이다.

 

그 때 어머니는 두 아들에게 말하였느니라.
'너희들의 출가를 허락하노라. 왜냐 하면 부처님을 만나 뵙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니라.' 이에 두 아들이 부모님께 말하였느니라.
'거룩하시도다, 부모님이시여. 원하오니 운뢰음수왕 화지불 계신 데에 가시어 친근하고 공양하옵소서. 왜냐 하면 부처님 만나기 어려움이 우담바라꽃과 같으며, 또 애꾸눈의 거북이 바다에 뜬 나무 구멍 만남과 같습니다. 저희들은 숙세에 지은 복이 두터워 부처님의 법을 만났습니다. 그러므로 부모님께서 마땅히 저희들을 출가하도록 하소서. 왜냐 하면 부처님을 만나기 어렵고, 이런 시기도 만나기 어려운 탓입니다.'


그 때 묘장엄왕의 후궁 8만 4천 인이 모두 다 이 『법화경』을 받아 가졌으며, 정안보살은 법화삼매에 오래 머물러 통달하였으며, 정장보살은 이미 한량없는 백천만억 겁에 이제악취삼매(離諸惡趣三昧)를 통달하였으니,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여러 가지 악한 것을 여의게 하려 함이었으며, 그 왕의 부인은 제불집삼매(諸佛集三昧)를 얻어 여러 부처님의 비밀한 법장을 알았느니라.


두 아들의 이러한 방편의 힘은 그 아버지를 잘 교화하여 부처님 법을 마음으로 믿어 이해하게 하고 즐겨 기쁘게 하였느니라. 이에 묘장엄왕은 여러 신하와 그 권속, 그리고 정덕부인은 후궁의 채녀(采女)53)와 그 권속들과 함께, 그 두 왕자는 4만 2천 인과 함께, 일시에 부처님 계신 곳에 가서 머리를 발에 대어 예배하고, 부처님 주위를 세 번 돌고 한쪽에 물러나 있었느니라. 그러자 운뢰음수왕 화지불께서 왕을 위하여 설법하여 보여 주고 가르치고 이익케 하고 기쁘게 하시니, 왕이 크게 환희하였느니라.


그 때 묘장엄왕과 그 부인이 백천만 냥이나 되는 진주 영락을 목에서 끌러 부처님 위에 흩으니, 그것이 공중에서 화하여 네 기둥의 보배 대(臺)가 되었고, 그 대 가운데 큰 보배 상(牀)이 있어 백천만의 하늘옷을 깔았는데, 그 위에 부처님께서 가부좌를 틀고 앉으시어 큰 광명을 놓으셨느니라.

----------------------

53) 범어로는 nri. 궁녀를 말한다.

 

그 때 묘장엄왕이 생각하였느니라.
'부처님의 몸은 희유하시어 단정하고 장엄하기가 특별하시며 제일 미묘하신 색을 성취하셨도다.'
이 때 운뢰음수왕 화지불께서 사부대중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느니라.
'너희들은 이 묘장엄왕이 지금 내 앞에서 합장하고 서 있는 것을 보느냐? 이 왕은 내 법 가운데서 비구가 되어 부지런히 정진하고 수행하며 부처님 법을 돕다가 마땅히 성불하리니, 그 이름은 사라수왕불(娑羅樹王佛)이고, 그 나라의 이름은 대광(大光)이며, 겁의 이름은 대고왕(大高王)이니라. 그 사라수왕불의 국토에는 한량없는 보살 대중과 한량없는 성문들이 있으며 나라의 땅은 평평하리니, 그 공덕이 이와 같으리라.'

 

그 묘장엄왕은 즉시 나라를 동생에게 맡기고, 부인과 두 아들, 그리고 여러 권속들과 부처님 법 가운데 출가하여 도를 닦았느니라. 왕이 출가해서는 8만 4천년 동안 부지런히 정진하여 『묘법연화경』을 수행하였고, 그 뒤에 일체정공덕장엄삼매(一切淨功德莊嚴三昧)를 얻더니, 허공으로 7다라수를 솟아올라 부처님께 여쭈었느니라. '세존이시여, 저희 두 아들이 이미 불사를 하여 신통한 변화로 저의 삿된 마음을 돌이켜 부처님 법 가운데 편안히 머물게 하고 세존을 또한 만나 뵙게 했으니, 이 두 아들은 저희 선지식(善知識)으로서 숙세(宿世)에 심었던 선근을 다시 일으켜 저를 이익케 하려고 저의 왕가에 태어났습니다.' 그 때 운뢰음수왕 화지불께서 묘장엄왕에게 말씀하셨느니라.


'그와 같으니라. 네가 말한 것과 똑같으니라. 만일 선남자· 선여인이 선근을 심은 연고로 선지식을 만나게 되면, 그 선지식이 능히 불사를 지어 보여 주고 가르치며 이익케 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들도록 하느니라. 대왕아, 마땅히 알라. 선지식은 큰 인연이니, 이른바 교화하고 인도하여 부처님을 만나 뵙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게 하느니라. 대왕아, 너는 이 두 아들을 보느냐? 이 두 아들은 일찍이 65백천만억 나유타 항하의 모래수 같은 부처님을 공양하고 친근하고 공경했으며, 여러 부처님들께서 계신 곳에서 『법화경』을 수지하고 삿된 견해에 빠진 중생을 불쌍히 여겨 바른 견해에 들어 머물도록 하였느니라.'

묘장엄왕은 즉시 허공에서 내려와 세존께 여쭈었느니라.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매우 희유하시어 공덕과 지혜를 가지신 까닭으로 이마 위에 육계(肉계)의 광명을 놓아 밝게 비추시며, 그 눈은 길고 넓으시고 감청색이며, 미간의 백호상은 구슬이 모여서 된 달과 같으며, 이[齒]는 희고 치밀하며 광명이 있고, 입술 색은 알맞게 붉어 빈바(頻婆)54)의 열매와 같습니다.'
그 때 묘장엄왕이 부처님의 이와 같은 한량없는 백천만억 공덕을 찬탄하고는, 부처님 앞에서 일심으로 합장하고 다시 그 부처님께 여쭈었느니라.


'세존이시여, 오직 놀라울 뿐입니다. 여래의 법은 헤아릴 수 없는 미묘한 공덕을 구족하게 성취하시어 그 가르치는 계를 행하면 안온하고 쾌락하오리다. 저는 이제부터 다시는 제 마음대로 행하지 않고 또한 삿된 견해와 교만한 마음과 성내는 일 등 여러 가지 악한 마음을 내지 않겠습니다.'
그리고는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났느니라."


부처님께서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 생각에는 어떠하냐? 묘장엄왕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지금의 화덕보살이 바로 그 몸이요, 정덕부인은 지금 내 앞에 있는 광조장엄상(光照莊嚴相)보살이 바로 그이니라. 묘장엄왕과 그 여러 권속을 불쌍히 여겨 그 가운데 태어났던 두 아들은 지금의 약왕보살과 약상보살이 바로 그이니라. 이 약왕· 약상 보살이 이와 같은 큰 공덕을 성취하고 한량없는 백천만억 여러 부처님 계신 데서 여러 가지 덕의 근본을 심어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선근 공덕을 성취했으니, 만일 어떤 이가 이 두 보살의 이름만 들어도 모든 세간과 모든 하늘과 인간이 마땅히 예배하리라."


부처님께서 이 「묘장엄왕 본사품」을 설하실 때에 8만 4천 인이 더러운 마음과 몸을 여의고, 여러 법 가운데서 청정한 법의 눈을 얻었다.

---------------------
54) 범어 Vimba의 음사. 흰색의 꽃이 피고 붉은 열매가 열린다. 씨는 기름을 짜고, 나무는 고무 원료로 쓴다.

 

28. 보현보살 권발품(普賢菩薩勸發品)


그 때 자재한 신통력과 위덕이 널리 알려진 보현(普賢)55)이 한량없고 가없어 헤아릴 수도 없는 큰 보살들과 함께 동방으로부터 오는데, 지나는 국토마다 크게 진동하고 보배의 연꽃이 비오듯 하였으며, 한량없는 백천만억 가지 많은 기악들이 울렸으며, 또 무수한 여러 하늘·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 등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들의 많은 대중에게 둘러싸여 각각 위덕과 신통력을 나타내어 사바세계의 기사굴산 중에 이르러서는, 석가모니불께 머리 숙여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일곱 바퀴 돌더니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보위덕상왕불(寶威德上王佛)의 국토에 있다가 이 사바세계에서 『법화경』을 설하시는 것을 멀리서 듣고, 한량없고 가없는 백천만억 여러 보살들과 함께 설법을 들으러 왔사오니, 원컨대 세존께서는 설하여 주옵소서. 선남자· 선여인들이 여래 멸도하신 후에는 어떻게 해야 이 『법화경』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보현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선남자· 선여인이 다음의 네 가지 법을 성취하면 여래 멸도하신 뒤에도 마땅히 『법화경』을 얻으리라. 그 첫째는 여러 부처님들께서 보호하고 생각하시는 바가 있어야 하며, 둘째는 여러 가지 덕의 근본을 심어야 하고, 셋째는 정정취(正定聚)56)에 들어야 하며, 넷째는 일체 중생을 구원하려는 마음을 내야 하느니라. 선남자· 선여인이 이 네 가지 법을 성취하면, 여래께서 멸도하신 뒤에도 반드시 이 경전을 얻으리라."
그 때 보현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

55) 범어로는 Samantabhadra. 문수(文殊)보살과 더불어 부처님의 좌우 협시보살이다. 부처님의 왼편에 모셔지며 지덕(智德)과 체덕(體德)을 맡고 있다. 중생들의 목숨을 길게 하는 덕을 가졌으므로 연명(延命) 보살이라고도 한다.
56) 범어로는 niyata-ri. 반드시 성불할 것이 결정되어 있는 성자이다.

 

"세존이시여, 훗날 흐리고 악한 세상에서 이 경전을 수지한 이가 있으면, 제가 마땅히 수호하여 그 쇠함과 환난을 없애 주어 안온하게 하고, 혹 누가 그의 잘못을 찾으려 해도 그 흠을 찾지 못하게 하오리다. 마군이나 마군들의 아들, 마녀나 마녀의 무리, 마가 들린 사람이나 야차· 나찰· 구반다· 비사사(毘舍闍)· 길자· 부단나· 위타라(韋陀羅)57) 등의 사람을 괴롭히는 것들이 모두 그 흠을 찾지 못하게 하오리다. 이 사람이 걷거나 서서 이 경전을 읽고 외우면, 저는 그 때에 여섯 이빨의 희고 큰 코끼리를 타고 큰 보살들과 함께 그가 있는 곳을 찾아서 스스로 몸을 나타내어 공양하고 수호하여 그의 마음을 편안하게 위로하리니, 또한 『법화경』에도 공양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 사람이 앉아서 이 경을 사유하면, 제가 다시 큰 흰 코끼리를 타고 그 사람 앞에 나타나며, 그 사람이 만일 『법화경』의 한 구절이나 한 게송을 잊게 되더라도, 제가 마땅히 가르쳐 같이 읽고 외워서 다시 통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때 『법화경』을 받아 지녀서 읽고 외우는 이가 나의 몸을 보게 되면, 매우 환희하여 다시 정진할 것이며, 나를 보았으므로 삼매와 다라니를 얻을 것이니, 그 이름은 선다라니(旋陀羅尼)며, 백천만억 선다라니58)며, 법음방편선다라니(法音方便旋陀羅尼)59) 등이니, 이러한 다라니를 얻으오리다. 세존이시여, 훗날 악하고 흐린 세상에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로서 이 『법화경』을 수행하고 배우기 위하여 구하는 이나 받아 지니는 이나 외우고 읽는 이는 삼칠일 동안 일심으로 정진할 것이며, 삼칠일 간의 정진이 끝나면 제가 마땅히 여섯 이빨의 흰 코끼리를 타고 한량없는 보살들에게 둘러싸여 일체 중생이 기뻐할 몸으로 그 앞에 나타나 그를 위하여 설법하고, 가르쳐 보여 이익되게 하며, 또한 그에게 다라니의 주문을 주려니, 이 다라니를 얻었기 때문에 아무도 그를 파괴하지 못할 것이며, 또는 여자에게 유혹되어 뇌란치 않고, 또 제가 항상 그를 보호하겠사오니,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가 이 다라니의 주문을 설하도록 허락하여 주소서."

-------------------------

57) 범어 vetda의 음사. 기시귀(起尸鬼)이다.
58) 천태(天台)교학에 의하면, 선다라니가 가(假; 거짓)에서 공(空)으로 들어가는 다라니인데 비해, 이것은 공에서 다시 가(假)로 나와 백천만억의 사물의 도리에 통달하는 지혜라고 한다.
59) 온갖 음성에 교묘한 다라니이다.

 

그리고 부처님 앞에 곧 나아가 주문을 설하였다.

“아단지 단다바지 단다바제 단다구사례 단다수다례 수다례 수다라바지  못다바선녜 살바다라니  아바다니

살바바사아바다니 수아바다니 싱가바릭사니 싱가널가다니 아승지 싱가바가지 제례아타싱가도략아라제바라제 살바싱가지삼마지가란지 살바달마수바릭찰제 살바살타루다교사락아로가지  싱아비기리지제”

 

"세존이시여, 만일 보살이 이 다라니를 들으면 그는 이것이 보현의 신통력인 줄을 알 것이며, 만일 이 『법화경』이 사바세계에서 유행할 적에 수지하는 이가 있으면 그는 이것이 모두 보현의 위신력인 줄을 알 것입니다. 만일 이 경을 받아 지녀 읽고 외우며 바르게 생각하고 그 뜻을 잘 이해하여 설한 바와 같이 수행하면, 그 사람은 보현의 행(行)을 행하여 한량없고 가없는 많은 부처님 계신 데서 선근을 깊이 심음이 되며, 이는 많은 여래께서 자비로운 손으로 그의 머리를 어루만져 주심이 될 것입니다.


다만 이 경전을 옮겨 쓰기만 하여도 그 사람은 죽어서 도리천(忉利天)에 태어나게 되고, 그곳에 태어날 때는 8만 4천 천녀(天女)들이 뭇 기악을 연주하며, 영접하고, 그 사람은 또 보관을 쓴 채 채녀(采女)들 가운데 즐겨 놀게 될 것이어늘, 하물며 받아 지녀 읽고 외우며, 바르게 생각하고 그 뜻을 잘 이해하며, 설한 바와 같이 수행함이야 더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만일 어떤 사람이 이 경전을 받아 지녀 읽고 외우고 그 뜻을 잘 이해하면, 그 사람은 죽은 뒤 1천 부처님께서 손을 내밀어 주어 두렵지 않게 해주시고, 악한 갈래에 떨어지지 않게 해 주시므로 도솔천(兜率天)60)의 미륵보살 계신 곳에 태어날 것입니다.

----------------------

60) 범어로는 Tusita-deva. 욕계(欲界) 6천의 제4천. 수미산 꼭대기에서 12만 유순되는 곳에 칠보로 된 궁전이 있고, 그 궁전의 내원(內院)에서 미래세에 부처가 될 미륵보살이 설법하고 있다.

 

또한 그 미륵보살은 32상(相)을 잘 갖추고 큰 보살들에게 둘러싸여 백천만억 많은 천녀(天女)들과 그 권속들이 있는 가운데 나게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큰 공덕과 이익이 있으므로 지혜 있는 이는 마땅히 일심으로 이 경전을 받아 지녀 읽고 외우며 바르게 생각하여 설한 바와 같이 수행하여야 할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신통력으로써 이 경전을 수호하여 여래께서 멸도하신 후 사바세계 안에서 널리 유포하여 끊어지지 않게 하겠습니다."


그 때 석가모니불께서 찬탄하시며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보현아, 네가 능히 이 경전을 보호하고 도와서 많은 중생을 안락케 하고 이익케 하겠느냐? 너는 이미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공덕을 성취하여 깊고 큰 자비를 이루고, 오랜 옛날부터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뜻을 일으켜, 능히 이렇게 신통한 원을 세워 이 경전을 수호하나니, 나도 또한 신통력으로써 보현보살의 이름을 받아 지니는 이가 있으면 마땅히 수호해 주리라.


보현아, 만일 어떤 이가 이 『법화경』을 받아 지녀 읽거나 외우거나 바르게 생각하거나 수행하고 배우거나 옮겨 쓰면, 이는 곧 석가모니불을 만나 뵙고 그로부터 직접 경전을 들은 것과 같으니라. 마땅히 알라. 이런 사람은 석가모니불을 공양함이 되며, 또 이 사람은 부처님께서 착하다고 칭찬하심을 받으며, 또한 석가모니불께서 그를 위하여 손으로 머리를 어루만져 주심이 되느니라. 또 마땅히 알라. 이는 석가모니불께서 옷으로써 덮어 주심이 되느니라. 이런 사람은 세속의 5욕락에 탐착하지 아니하며, 외도(外道; 다른 종교)의 경서나 그들이 쓴 글을 좋아하지 아니하고, 또한 여러 가지 악한 사람들로 혹은 백정이나 혹은 돼지· 양· 닭· 개 등을 기르는 자이거나 혹은 사냥하고 혹은 여색을 파는 이들[성매매업자]과 가까이 하기를 기뻐하지 아니하리라. 또한 이런 사람은 마음과 뜻이 정직하여 바르게 생각하고, 복덕이 있어 삼독의 시달림을 당하지 아니하며, 또 질투· 아만· 삿됨· 증상만의 괴롭힘을 당하지 아니하며, 이런 사람은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을 알아 능히 ‘보현의 행’을 닦으리라.


보현아, 여래가 멸도한 뒤 흐리고 악한 세상에서 어떤 이가 이 『법화경』을 받아 지녀 읽고 외우는 것을 보면 너는 이렇게 생각하라. '이 사람은 머지않아 도량에 나아가서 여러 마군들을 깨뜨리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될 것이며, 법륜을 굴려 법북을 치고 법소라를 불며 법비를 내리고, 마땅히 하늘과 인간 가운데서 사자의 법자리에 앉게 되리라.'라고.


보현아, 뒷세상에 만일 이 경전을 받아 지녀 읽고 외우는 이가 있으면, 이 사람은 의복· 침구· 음식[의식주] 등의 생활 용품을 탐내지 않을 것이며, 소원이 헛되지 않으며 또한 현세에서 그 복의 과보를 받으리라. 만일 어떤 사람이 부처님의 법 수행하는 이를 경멸하고 훼방하여 '너는 미친 사람이다. 공연히 이런 행을 하는 것이요, 끝내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으리라' 하면, 그 사람은 죄의 과보로 다음 세세에 눈이 없이 태어날 것이며, 공양하고 찬탄하는 이는 마땅히 현세에서 좋은 과보를 받으리라.


또 이 경전을 수지한 이의 허물과 죄악을 꼬집어 내면, 그것이 사실이거나 아니거나 이런 사람은 현세에서 문둥병[白癩病]을 얻을 것이며, 만일 수행하는 이를 경멸하여 비웃으면, 이런 사람은 다음 세세에 어금니가 성글고 이지러지며, 입술은 추하고 코는 납작하며, 손과 다리가 삐뚤어지고 눈이 틀어지고 몸에서는 추한 냄새가 나며, 고약한 피고름이 나고 곱창병과 숨가쁜 병 등 여러 가지 악한 중병을 앓으리라. 그러므로 보현아, 만일 이 경전을 받아 간직한 이를 보거든 마땅히 (앉았다가도 벌떡) 일어나 멀리서부터 환영하기를 부처님께 공경하듯이 할지니라."

 

이 ‘보현 권발품’을 설하실 때, 항하사(恒河沙) 같이 한량 없고 가이 없는 보살들은 모두 백천만억의 선다라니(旋陀羅尼)를 얻었으며, 삼천대천세계 미진(微塵)같이 많은 모든 보살들은 보현도(普賢道)를 갖추게 되었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설하실 때 보현보살 등 모든 보살과 사리불 등 모든 성문(聲聞)과 모든 하늘· 용과 사람인 듯 아닌 듯한 일체 대중들[一切大會]이 다 크게 환희하며 부처님의 말씀을 받아 간직하고[受持佛語] 경배한 뒤 물러갔느니라.[作禮而去] (묘법연화경 끝)

 

[경전 출처: 동국역경원 한글대장경]

 


‘Exotic Journey’ (미지의 여행) - Music by Karune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