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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불교·죽음

[불경]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 '입법계품'(入法界品) (1)

잠용(潛蓉) 2013. 6. 17. 08:12

(Sudhana meets Bodhisattva Guanyin to seek advice)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 제 60~80권

입법계품(入法界品)
우전국(于闐國) 삼장(三藏) 실차난타(實叉難陀) 한역,

이운허 국역

 

 

 

 

◇ 선재동자(善財童子)의 머나먼 구도(求道) 여행기

선재동자는 범어로 Sudhana kumâra이다.『화엄경』 입법계품에 나오는 구도자(求道者)의 이름. 그는 53 선지식을 두루 찾아 가 뵙고, 맨 마지막에 보현보살을 만나서 10대원(大願)을 듣고, 아미타불 국토에 왕생하여 입법계(入法界)의 지원(志願)을 이루게 된다. 이 동자의 구법에 의하여 『화엄경』 입법계의 차제를 표하게 되었다. 선재동자는 인도의 한 장자의 아들로 태어났는데 잉태(胎)했을 때 집안에서 저절로 칠보누각이 생기고, 그 누각 밑에서 칠보의 싹이 돋았다. 열달만에 태어나니 선재(善財)란 이름은 그가 태어날 때 땅에서 여러가지 진귀한 보배가 솟아나서 붙여진 이름이다. 어릴 때부터 불심이 많아 15세에 보리수행을 위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얻으려고 문수보살(文殊菩薩)을 따라 남쪽으로 여행하면서 53위의 선지식(善知識)을 차례차례 만나 도를 배우고 마침내 원만한 수행을 얻어 법계(法界)에 든다는 스토리다. 사찰 법당에는 흔히 관음보살삼존도(觀音菩薩三尊圖)의 탱화를 모시는데 그 관음보살 옆에서 웃고있는 동자가 바로 선재동자이고, 반대쪽에 있는 소녀는 용녀존자(龍女尊者)이다. 이 둘을 합쳐 금동옥녀(金童玉女)라고 한다. 유명한 중국의 고전 <서유기 西遊記>는 바로 이 선재동자의 구도행각(求道行脚)을 모델로 만든 대하소설이다. [사진: 선재동자의 구법여행]


 

근본법회(根本法會) (1)

 

그 때 세존께서 실라벌국(室羅筏國) 서다림(逝多林 ; 祈願) 급고독원(給孤獨園)의 크게 장엄한 누각에서 보살마하살 오백 사람과 함께 계시는데 보현보살과 문수사리보살이 우두머리가 되었다. 그 이름은,

 

광염당(光焰幢)보살·수미당(須彌幢)보살·보당(寶幢)보살·무애당(無礙幢)보살·화당(華幢)보살·이구당(離垢幢)보살·일당(日幢)보살·묘당(妙幢)보살·이진당(離塵幢)보살·보광당(普光幢)보살·지위력(地威力)보살·보위력(寶威力)보살·대위력(大威力)보살·금강지위력(金剛智威力)보살·이진구위력(離塵垢威力)보살·정법일위력(正法日威力)보살·공덕산위력(功德山威力)보살·지광영위력(智光影威力)보살·보길상위력(普吉祥威力)보살·지장(地藏)보살·허공장(虛空藏)보살·연화장(蓮華藏)보살·보장(寶藏)보살·일장(日藏)보살·정덕장(淨德藏)보살·법인장(法印藏)보살·광명장(光明藏)보살·제장(臍藏)보살·연화덕장(蓮華德藏)보살·선안(善眼)보살·정안(淨眼)보살·이구안(離垢眼)보살·무애안(無礙眼)보살·보견안(普見眼)보살·선관안(善觀眼)보살·청련화안(靑蓮華眼)보살·금강안(金剛眼)보살·보안(寶眼)보살·허공안(虛空眼)보살·희안(喜眼)보살·보안(普眼)보살과 천관(天冠)보살·보조법계지혜관(普照法界智慧冠)보살·도량관(道場冠)보살·보조시방관(普照十方冠)보살·일체불장관(一切佛藏冠)보살·초출일체세간관(超出一切世間冠)보살·보조관(普照冠)보살·불가괴관(不可壞冠)보살·지일체여래사자좌관(持一切如來獅子座冠)보살·보조법계허공관(普照法界虛空冠)보살·범왕계(梵王髻)보살·용왕계(龍王髻)보살·일체화불광명계(一切化佛光明髻)보살·도량계(道場髻)보살·일체원해음보왕계(一切願海音寶王髻)보살·일체불광명마니계(一切佛光明摩尼髻)보살·시현일체허공평등상마니왕장엄계(示現一切虛空平等相摩尼王莊嚴髻)보살·시현일체여래신변마니왕당망수부계(示現一切如來神變摩尼王幢網垂覆髻)보살·출일체불전법륜음계(出一切佛轉法輪音髻)보살·설삼세일체명자음계(說三世一切名字音覆髻)보살·대광(大光)보살·이구광(離垢光)보살·보광(寶光)보살·이진광(離塵光)보살·염광(光)보살·법광(法光)보살·적정광(寂靜光)보살·일광(日光)보살·자재광(自在光)보살·천광(天光)보살·복덕당(福德幢)보살·지혜당(智慧幢)보살·법당(法幢)보살·신통당(神通幢)보살·광당(光幢)보살·화당(華幢)보살·마니당(摩尼幢)보살·보리당(菩提幢)보살·범당(梵幢)보살·보광당(普光幢)보살과 범음(梵音)보살·해음(海音)보살·대지음(大地音)보살·세주음(世主音)보살·산상격음(山相擊音)보살·변일체법계음(徧一切法界音)보살·진일체법해뢰음(震一切法海雷音)보살·항마음(降摩音)보살·대비방편운뢰음(大悲方便雲雷音)보살·식일체세간고안위음(息一切世間苦安慰音)보살·법상(法上)보살·승상(勝上)보살·지상(智上)보살·복덕수미상(福德須彌上)보살·공덕산호상(功德珊瑚上)보살·명칭상(名稱上)보살·보광상(普光上)보살·대자상(大慈上)보살·지해상(智海上)보살·불종상(佛種上)보살과·광승(光勝)보살·덕승(德勝)보살·상승(上勝)보살·보명승(普明勝)보살·법승(法勝)보살·월승(月勝)보살·허공승(虛空勝)보살·보승(寶勝)보살·당승(幢勝)보살·지승(智勝)보살·사라자재왕(娑羅自在王)보살·법자재왕(法自在王)보살·상자재왕(象自在王)보살·범자재왕(梵自在王)보살·산자재왕(山自在王)보살·중자재왕(衆自在王)보살·속질자재왕(速疾自在王)보살·적정자재왕(寂靜自在王)보살· 부동자재왕(不動自在王)보살·세력자재왕(勢力自在王)보살·최승자재왕(最勝自在王)보살·적정음(寂靜音)보살·무애음(無礙音)보살·지진음(地震音)보살·해진음(海震音)보살·운음(雲音)보살·법광음(法光音)보살·허공음(虛空音)보살·설일체중생선근음(說一切衆生善根音)보살·시일체대원음(示一切大願音)보살·도량음(道場音)보살·수미광각(須彌光覺)보살·허공각(虛空覺)보살·이염각(離染覺)보살·무애각(無碍覺)보살·선각(善覺)보살·보조삼세각(普照三世覺)보살·광대각(廣大覺)보살·보명각(普明覺)보살·법계광명각(法界光明覺)보살이니, 이런 보살마하살들 오백 사람과 함께 계시었다.


이 보살들이 다 보현의 행과 원을 성취하였는지라, 경계가 걸림 없으니 모든 부처의 세계에 두루하는 연고며, 몸을 나툼이 한량없으니 모든 여래에게 친근하는 연고며, 깨끗한 눈이 장애가 없으니 모든 부처님의 신통 변화하는 일을 보는 연고며, 이르는 곳이 제한이 없으니 모든 여래의 바른 각[正覺]을 이루는 곳에 항상 나아가는 연고며, 광명이 끝이 없으니 지혜의 빛으로 모든 실상의 법 바다에 두루 비추는 연고며, 법문 말함이 다함이 없으니 청정한 변재가 끝이 없는 겁에 다함이 없는 연고며, 허공계와 같으니 지혜의 행하는 바가 다 청정한 연고며, 의지한 데가 없으니 중생의 마음을 따라 육신[色身]을 나타내는 연고며, 어리석은 눈병을 제멸하였으니 중생계에 중생이 없음을 아는 연고며, 허공과 같은 지혜니 큰 광명 그물로 법계를 비추는 연고이었다.


오백의 성문들과 함께 있었으니, 다 참 이치를 깨닫고 진실한 짬을 증득하였으며 법의 성품에 깊이 들어가 영원히 생사의 바다에서 나왔으며 부처님의 공덕을 의지하여 맺어 부림의 얽힘[結使縛]을 떠났으며 걸림없는 곳에 머물러 마음이 고요하기 허공과 같으며, 의혹을 아주 끊고 부처의 지혜 바다에 믿음으로 들어갔다.
한량없는 세간 임금들과 함께 있으니, 다 한량없는 부처님을 공양하였고, 항상 일체 중생을 이익하며 청하지 않은 벗이 되어 부지런히 수호하며, 서원을 버리지 않고 세간의 훌륭한 지혜의 문에 들어갔으며, 부처님의 가르침으로부터 나서 부처님의 바른 법을 보호하며 큰 서원을 일으키고 부처의 종자를 끊지 않으려고 여래의 가문에 나서 온갖 지혜를 구하였다.


이 때 보살들과 대덕 성문과 세간 임금들과 그 권속들이 다 이렇게 생각하였다.

“여래의 경계· 여래의 지혜의 행· 여래의 가지(加持)· 여래의 힘· 여래의 두려움 없음· 여래의 삼매· 여래의 머무르심· 여래의 자재하심· 여래의 몸· 여래의 지혜를 모든 세간의 하늘과 사람들이 통달함이 없으며 들어감이 없으며 믿고 이해함이 없으며 분명하게 앎이 없으며 참고 받음이 없으며 살펴 봄이 없으며 가려냄이 없으며 열어 보임이 없으며 펴서 밝힘이 없으며 중생들로 하여금 알게 함이 없나니, 부처님의 가피하신 힘· 부처님의 신통하신 힘· 부처님의 위덕의 힘· 부처님의 본래 원하신 힘과 그 지난 세상의 선근(善根)의 힘· 선지식들의 거두어 주는 힘· 깊고 깨끗하게 믿는 힘· 크게 밝혀 아는 힘· 보리로 나아가는 청정한 마음의 힘· 온갖 지혜를 구하는 광대한 서원의 힘을 제(際)할 것이다. 


바라건대 세존께서 우리와 중생들의 갖가지 욕망· 갖가지 이해· 갖가지 지혜· 갖가지 말· 갖가지 자유자재함· 갖가지 머무는 처지· 갖가지 근의 청정함· 갖가지 뜻의 방편· 갖가지 마음의 경계· 갖가지 여래의 공덕을 의지함· 갖가지 말씀하신 법을 들음을 따라서, 여래의 지난 세상에 온갖 지혜를 구하시던 마음· 지난 세상에 일으키신 보살의 큰 서원· 지난 세상에 깨끗케 하신 바라밀들· 지난 세상에 들어가신 보살의 지위· 지난 세상에 원만하신 보살의 수행· 지난 세상에 성취한 방편· 지난 세상에 닦던 도· 지난 세상에 얻으신 벗어나는 법· 지난 세상에 지으신 신통한 일· 지난 세상에 행하신 전생의 일과 인연이며, 아울러 등정각을 이루고, 묘한 법륜을 굴리고, 부처의 국토를 청정케 하고, 중생을 조복하고 온갖 지혜의 법성(法城)을 열고, 일체 중생의 길을 보이고, 일체 중생의 머무는 데 들어가고, 일체 중생의 보시를 받고, 일체 중생에게 보시의 공덕을 말하고, 일체 중생에게 부처님의 영상을 나타내시던 그러한 법들을 말씀하여주소서.”


그 때 세존께서 보살들의 생각함을 아시고, 큰 자비로 문이 되고 큰 자비로 머리가 되고 크게 자비한 법으로 방편을 삼아 허공에 충만하사 사자의 기운 뻗는 삼매[獅子頻申三昧]에 드시었다. 이 삼매에 드시니 모든 세간이 모두 깨끗하게 장엄하여지고, 그 때에 이 크게 장엄한 누각이 별안간에 넓어져서 끝닿은 데가 없으니, 금강으로 땅이 되고 보배왕으로 위에 덮고, 한량없는 보배 꽃과 마니보배들을 가운데 흩어서 곳곳에 가득하였으며, 유리로 기둥이 되고 모든 보배가 합하여 된 대광(大光) 마니로 장엄하고 염부단금(閻浮檀金)과 여의(如意)보배를 그 위에 얹어서 장엄하게 꾸몄으며, 솟은 누각이 높이 어울리고 구름다리가 곁으로 뻗었으며, 추녀와 지붕이 마주 닿았고 문과 바라지가 서로 향하였으며, 섬돌과 축대와 마루들이 모두 구비되었다. 모든 것을 다 진기한 보배로 장식하였는데, 그 보배들은 하늘이나 사람의 형상으로 되었으며 튼튼하고 훌륭하고 기묘하기가 세상에 제일이며, 마니보배로 그물이 되어 그 위에 덮이었고, 문마다 곁에 당기와 번기를 세웠는데 모두 광명을 놓아 법계와 도량 밖에 두루하였고, 층층대와 난간들은 한량이 없어 이루 말할 수 없는데 모두 마니보배로 되었다.


그 때에 또 부처님의 신통으로 서다림(逝多林: 부처나 보살에게 소원을 기도하는 것, 祈願)이 홀연히 커져서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국토들과 면적이 같았는데, 묘한 보배들이 사이사이 장엄하고 말할 수 없는 보배가 땅에 깔렸으며, 아승기 보배로 담이 되고 보배 다라수(多羅樹)가 길 좌우로 장엄하였으며, 그 사이에는 한량없는 내[川]가 있는데 향수가 가득하여 출렁거리고 소용을 돌며, 온갖 보배로 된 꽃이 물결을 따라 오른쪽으로 돌면서 저절로 불법의 음성을 내고, 부사의한 보배로 된 분다리(芬陀利) 꽃은 봉오리와 활짝 핀 것들이 물 위에 가득히 퍼졌는데, 여러 보배 꽃 나무들이 언덕에 줄지어 섰으며, 여러 가지 정자들은 헤아릴 수 없는 것이 언덕 위에 차례로 벌려 있어 마니 그물로 덮었다.


아승기 보배는 광명을 놓고 아승기 보배로 땅을 장엄하였으며, 여러 가지 향을 사르니 그 향내가 진동하고, 다시 한량없는 갖가지 당기를 세웠으니, 이른바 보배 향 당기· 보배 옷 당기· 보배 번(幡) 당기· 보배 비단 당기· 보배 꽃 당기· 보배 영락 당기·보배 화만 당기· 보배 방울 당기· 마니보배 일산 당기· 큰 마니보배 당기· 광명이 두루 비추는 마니보배 당기· 모든 여래의 이름과 음성을 내는 마니왕 당기· 사자 마니왕 당기· 모든 여래의 본생 일을 말하는 바다 마니왕 당기· 일체 법계의 영상을 나타내는 마니왕 당기들이 시방에 두루하여 열을 지어 장엄하였다.


그 때 서다림 위의 허공에는 부사의한 하늘 궁전 구름· 수없는 향 나무 구름· 말할 수 없는 수미산 구름· 말할 수 없는 풍류 놀이 구름· 미묘한 음성을 내어 여래를 찬탄하는 말할 수 없는 보배 연꽃 구름· 말할 수 없는 보배 자리 구름· 하늘 옷을 깔고 보살이 위에 앉아 부처님 공덕을 찬탄하는 말할 수 없는 천왕의 평상으로 된 마니보배 구름· 말할 수 없는 백진주 구름· 말할 수 없는 적진주 누각 장엄거리 구름· 말할 수 없는 금강을 비내리는 견고한 진주 구름이 허공에 가득하게 퍼져 있어 훌륭하게 장식하였다.


왜냐 하면 여래의 선근이 부사의하며, 여래의 선한 법[白法]이 부사의하며, 여래의 위엄과 힘이 부사의하며, 여래가 한 몸으로 자재하게 변화하여 모든 세계에 두루하는 것이 부사의하며, 여래가 신통한 힘으로써 모든 부처님과 부처님 국토의 장엄을 그 몸에 들어오게 함이 부사의하며, 여래가 한 티끌 속에 모든 법계의 영상을 나타냄이 부사의하며, 여래가 한 털구멍 속에 과거에 모든 부처님을 나타내심이 부사의하며, 여래가 낱낱 광명을 놓는 대로 모든 세계에 두루 비침이 부사의하며, 여래가 한 털구멍에서 모든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변화하는 구름을 내어 여러 부처님 국토에 가득함이 부사의하며, 여래가 한 털구멍 속에 모든 시방세계의 이루고 머물고 무너지는 겁[成住壞劫]을 두루 나타냄이 모두 부사의한 연고였다.


이 서다림 급고독원(給孤獨園)에서 부처님 국토가 청정하게 장엄한 것을 보듯이, 시방의 온 법계 허공계에 가득한 모든 세계에서도 이와 같이 보나니, 이른바 여래의 몸이 서다림에 계신 데 보살 대중이 다 가득함을 보며, 모든 장엄을 비내리는 구름을 보며, 모든 보배를 비내려 광명이 밝게 비추는 구름을 보며, 모든 마니보배를 비내리는 구름을 보며, 모든 장엄한 일산을 비내려 부처님 세계를 뒤덮는 구름을 보며, 모든 하늘의 몸을 비내리는 구름을 보며, 모든 꽃 나무를 비내리는 구름을 보며, 모든 의복 나무[衣樹]를 비내리는 구름을 보며, 모든 보배 화만과 영락(瓔珞)을 비내려 끊이지 아니하여 온 땅 위에 두루하는 구름을 보며, 모든 장엄거리를 비내리는 구름을 보며, 모든 중생의 형상 같은 가지가지 향을 비내리는 구름을 보며, 모든 미묘한 꽃 그물을 비내려 계속하고 끊이지 않는 구름을 보며, 모든 천녀를 비내려 보배 당기 번기를 들고 허공 속에서 오고 가는 구름을 보며, 모든 보배 연꽃을 비내리는데 꽃과 잎 사이에서 가지가지 음악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구름을 보며, 모든 사자좌를 비내려 보배 그물과 영락으로 장엄하는 구름을 보는 것이다.


그 때 동방으로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해를 지나서 그 바깥에 한 세계가 있으니, 이름이 황금 등 구름 당기[金燈雲幢]요, 부처님 명호는 비로자나승덕왕(毘盧遮那勝德王)이며 그 대중 가운데 보살이 있으니 이름이 비로자나원광명(毘盧遮那願光明)이었다.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보살들과 함께 부처님 계신 데 오면서, 신통한 힘으로 여러 가지 구름을 일으키니, 이른바 하늘 꽃 구름· 하늘 향 구름· 하늘 가루향 구름· 하늘 화만 구름· 하늘 보배 구름· 하늘 장엄거리 구름· 하늘 보배 일산 구름· 하늘의 미묘한 옷 구름· 하늘 보배 당기 번기 구름· 하늘의 모든 보배 장엄 구름이 허공에 가득하였다. 부처님 계신 데 이르러 부처님 발에 절하고, 동방에서 보배로 장엄한 누각과 시방을 두루 비추는 보배 연화장 사자좌를 변화하여 만들고는, 여의주 보배 그물로 몸에 두르고 권속들과 함께 가부하고 앉았다.

 

남방으로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해를 지나서 그 바깥에 한 세계가 있으니, 이름이 금강장(金剛藏)이요, 부처님 명호는 보광명무승장왕(普光明無勝藏王)이며, 그 대중 가운데 보살이 있으니 이름이 불가괴정진왕(不可壞精進王)이었다.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보살들과 함께 부처님 계신 데 오면서, 모든 보배 향 그물과 모든 보배 영락 그물과 모든 보배 꽃 띠[帶]와 모든 보배 화만 띠와 모든 금강 영락과 모든 마니보배 그물과 모든 보배 의대(衣帶)와 모든 보배 영락 띠와 모든 훌륭한 광명 마니 띠와 모든 사자 마니보배 영락을 가지고 신통한 힘으로 모든 세계해에 가득하였다. 그는 부처님 계신 데 이르러 부처님 발에 절하고, 남방에서 세간에 두루 비추는 마니보배로 장엄한 누각과 시방을 두루 비추는 보배 연화장 사자좌를 변화하여 만들고는, 모두 보배 꽃 그물로 몸에 두르고 권속들과 함께 가부하고 앉았다.

 

서방으로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해를 지나서 그 바깥에 한 세계가 있으니, 이름이 마니보배 등불 수미산 당기[摩尼寶燈須彌山幢]요, 부처님 명호는 법계지등(法界智燈)이며, 그 대중 가운데 보살이 있으니 이름이 보승무상위덕왕(普勝無上威德王)이었다. 그는 세계해의 티끌 수 보살들과 함께 부처님 계신 데 오면서, 신통한 힘으로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가지가지 바르는 향· 사르는 향  수미산 구름과,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갖가지 빛 향수(香水) 수미산 구름과,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와 같은 모든 땅의 티끌과 같은 광명 마니왕 수미산 구름과,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갖가지 불꽃 바퀴로 장엄한 당기 수미산 구름과,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갖가지 빛 금강장마니왕으로 장엄한 수미산 구름과,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모든 세계를 두루 비치는 염부단금 마니보배 당기 수미산 구름과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모든 법계를 나타내는 마니보배 수미산 구름과,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모든 부처님의 잘생긴 모습을 나타내는 마니보배왕 수미산 구름과,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모든 여래의 본생 일[本事] 인연을 나타내고 보살들의 행하던 행을 말하는 마니보배왕 수미산 구름과,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모든 부처님께서 보리도량에 앉으심을 나타내는 마니보배왕 수미산 구름을 일으키어 법계에 가득하였다. 부처님 계신 데 이르러서 부처님 발에 절하고, 서방에서 모든 향왕(香王)으로 된 누각을 변화하여 만드니, 진주 보배 그물이 위에 덮이었고, 또 제석의 그림자 당기 보배 연화장 사자좌를 변화하여 만들고는, 묘한 빛 마니 그물로 몸에 두르며 심왕보배관[心王寶冠]으로 머리를 장엄하고 권속들과 함께 가부하고 앉았다.


북방으로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해를 지나서 그 바깥에 한 세계가 있으니, 이름이 보배 옷 광명 당기[寶衣光明幢]요, 부처님 명호는 조허공법계대광명(照虛空法界大光明)이며, 그 대중 가운데 보살이 있으니 이름이 무애승장왕(無礙勝藏王)이었다. 그는 세계해의 티끌 수 보살들과 함께 부처님 계신 데 오면서 신통한 힘으로 모든 보배 옷 구름을 일으키니, 이른바 황색 보배 광명 옷 구름· 갖가지 향을 풍기는 옷 구름· 해 당기 마니왕 옷 구름· 금빛 치성한 마니옷 구름· 모든 보배 불꽃 옷 구름· 모든 별 모양 훌륭한 마니옷 구름· 백옥빛 마니옷 구름· 광명이 비추어 매우 찬란한 마니옷 구름· 광명이 비추어 위세가 치성한 마니옷 구름· 장엄 바다 마니옷 구름들이 허공에 가득하였다. 그는 부처님 계신 데 이르러 부처님 발에 절하고, 북방에서 마니보배 바다로 장엄한 누각과 비유리(毗瑠璃) 보배 연화장 사자좌를 변화하여 만들고는, 사자 위덕 마니왕 그물로 몸에 두르며 청정한 보배왕으로 동곳을 삼고 권속들과 함께 가부하고 앉았다.


동북방으로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해를 지나서 그 바깥에 한 세계가 있으니, 이름이 모두가 환희하는 청정한 광명 그물[一切歡喜淸淨光明網]이요, 부처님 명호는 무애안(無礙眼)이며, 그 대중 가운데 보살이 있으니, 이름이 화현법계원월왕(化現法界願月王)이었다. 그는 세계해의 티끌 수 보살들과 함께 부처님 계신 데 오면서, 신통한 힘으로 보배 누각 구름· 향 누각 구름· 사르는 향 누각 구름· 꽃 누각 구름· 전단 누각 구름· 금강 누각 구름· 마니 누각 구름· 금 누각 구름· 옷 누각 구름· 연꽃 누각 구름을 일으켜 시방의 모든 세계를 덮었다. 부처님 계신 데 이르러 부처님 발에 절하고, 동북방에서 모든 법계문 큰 마니 누각과 짝할 이 없는 향왕 연화장 사자좌를 변화하여 만들고는, 마니꽃 그물로 몸에 두르며 묘한 보배광 마니 왕관을 쓰고 권속들과 함께 가부하고 앉았다.


동남방으로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해를 지나서 그 바깥에 한 세계가 있으니, 이름이 향 구름 장엄한 당기[香雲莊嚴幢]요, 부처님 명호는 용자재왕(龍自在王)이며, 그 대중 가운데 한 보살이 있으니, 이름이 법혜광염왕(法慧光焰王)이었다. 그는 세계해의 티끌 수 보살들과 함께 부처님 계신 데 오면서, 신통한 힘으로 금빛 원만한 광명 구름· 한량없는 보배빛 원만한 광명 구름· 여래의 백호상 원만한 광명 구름· 여러 가지 보배빛 원만한 광명 구름· 연화장 원만한 광명 구름· 뭇보배 나뭇가지 원만한 광명 구름· 여래의 정수리 상투 원만한 광명 구름· 염부단금빛 원만한 광명 구름· 햇빛 원만한 광명 구름· 별과 달빛 원만한 광명 구름을 일으켜 허공에 가득하였다. 부처님 계신 데 이르러 부처님 발에 절하고, 동남방에서 비로자나(毗盧遮那) 최상 보배 광명 누각과 금강 마니 연화장 사자좌를 변화하여 만들고는, 뭇 보배빛 불꽃 마니왕 그물로 몸을 두르고 권속들과 함께 가부하고 앉았다.

 

서남방으로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해를 지나서 그 바깥에 한 세계가 있으니, 이름이 햇빛 마니광[日光魔尼藏]이요, 부처님 명호는 보조제법지월왕(普照諸法智月王)이며, 그 대중 가운데 한 보살이 있으니, 이름이 최파일체마군지당왕(摧破一切摩軍智幢王)이었다. 그는 세계해의 티끌 수 보살들과 함께 부처님 계신 데 오면서, 모든 털구멍에서 허공계와 같은 꽃 불꽃 구름· 향 불꽃 구름· 보배 불꽃 구름· 금강 불꽃 구름· 사르는 향 불꽃 구름· 번갯빛 불꽃 구름  비로자나 마니보배 불꽃 구름· 모든 금빛 불꽃 구름· 승장마니왕 광명 불꽃 구름· 삼세 여래 바다와 같은 광명 불꽃 구름을 내니, 하나하나가 다 털구멍에서 나와 허공에 가득하였다. 부처님 계신 데 이르러 부처님 발에 절하고, 서남방에서 시방 법계의 광명그물을 나타내는 큰 마니보배 누각과 향 등 불꽃 보배 연화장 사자좌를 변화하여 만들고는, 때 여읜 광 마니 그물로 몸에 두르며 일체 중생을 떠나 나아가는 음성을 내는 마니왕으로 잘 꾸민 관을 쓰고 권속들과 함께 가부하고 앉았다.


서북방으로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해를 지나서 그 바깥에 한 세계가 있으니, 이름이 비로자나 서원 마니왕장[毗盧遮那願摩尼王藏]이요, 부처님 명호는 보광명최승수미왕(普光明最勝須彌王)이며, 그 대중 가운데 보살이 있으니, 이름이 원지광명당(願智光明幢)이었다. 그는 세계해의 티끌 수 보살들과 함께 부처님 계신 데로 오면서, 잠깐잠깐에 모든 잘생긴 모습· 모든 털구멍· 모든 몸의 부분에서, 삼세 모든 여래의 형상 구름· 모든 보살의 형상 구름· 모든 여래의 대중 형상 구름· 모든 여래의 변화한 몸 형상 구름· 모든 여래의 본생몸의 형상 구름· 모든 성문(聲聞)과 벽지불(辟支佛)의 형상 구름· 모든 여래의 보리도량 형상 구름· 모든 여래의 신통 변화 형상 구름· 모든 세간 임금들의 형상 구름· 모든 청정한 국토의 형상 구름을 내어 허공에 가득하였다. 그는 부처님 계신 데 이르러 부처님 발에 절하고, 서북방에서 시방에 두루 비추는 마니보배로 장엄한 누각과 세간을 두루 비추는 보배 연화장 사자좌를 변화하여 만들고는, 이길 이 없는[無能勝] 광명 진주 그물로 몸에 두르며 보광명 마니보배 관을 쓰고 권속들과 함께 가부하고 앉았다.

 

하방으로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해를 지나서 그 바깥에 한 세계가 있으니, 이름이 모든 여래의 원만한 빛이 두루 비침[一切如來圓滿光普照]이요, 부처님 명호는 허공무애상지당왕(虛空無礙相智幢王)이며, 그 대중 가운데 한 보살이 있으니, 이름이 파일체장용맹지왕(破一切障勇猛智王)이었다. 그는 세계해의 티끌 수 보살들과 함께 부처님 계신 데로 오면서, 모든 털구멍 속으로 일체 중생의 말 바다를 말하는 음성 구름을 내며, 모든 삼세 보살의 수행하는 방편 바다를 말하는 음성 구름을 내며, 모든 보살이 일으킨 원과 방편 바다를 말하는 음성 구름을 내며, 모든 보살이 청정한 바라밀을 성취하는 방편 바다를 말하는 음성 구름을 내며, 모든 보살의 원만한 행이 모든 세계에 두루함을 말하는 음성 구름을 내며, 모든 보살이 자재한 작용 이룸을 말하는 음성 구름을 내며, 모든 여래가 도량에 나아가 마(魔)의 군중을 파하고 정각을 이루는 자재한 작용을 말하는 음성 구름을 내며, 모든 여래가 법륜을 굴리던 경전의 이름 바다를 말하는 음성 구름을 내며, 모든 마땅한 대로 중생을 교화하고 조복하는 법의 방편 바다를 말하는 음성 구름을 내며, 모든 때를 따르고 선근을 따르고 원력을 따라서 중생들로 하여금 지혜를 증득하게 하는 방편 바다를 말하는 음성 구름을 내었다. 그는 부처님 계신 데 이르러 부처님 발에 절하고, 하방에서 모든 여래의 궁전 형상을 나타내는 여러 보배로 장엄한 누각과 모든 보배 연화장 사자좌를 변화하여 만들고는, 도량의 그림자를 나타내는 마니보배 관을 쓰고 권속들과 함께 가부하고 앉았다.

 

상방으로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해를 지나가서 그 바깥에 한 세계가 있으니, 이름이 부처님 종자 성품을 말하여 다함 없음[說佛種性無有盡]이요, 부처님 명호는 보지륜광명음(普智輪光明音)이며, 그 대중 가운데 한 보살이 있으니, 이름이 법계차별원(法界差別願)이었다, 그는 세계해의 티끌 수 보살들과 함께 저 도량에서 떠나 이 사바세계의 석가모니부처님 계신 데로 오면서, 모든 잘생긴 모습과 모든 털구멍과 모든 몸의 부분과 모든 손· 발가락과 모든 장엄거리와 모든 의복에서 비로자나 등 과거의 모든 부처님과 미래의 모든 부처님들로서 수기(授記)를 받기도 하고 못 받기도 한 이와 현재 시방 국토에 계신 모든 부처님과 그 대중들을 나타내며 또 과거에 단(檀)바라밀을 행하기도 하고 모든 보시를 받은 이의 본생 일들을 나타내며, 또 과거에 시라(尸羅)바라밀을 행하던 본생 일들을 나타내며, 또 과거에 찬제(提)바라밀을 행하면서 온몸을 도려내어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던 본생 일들을 나타내며, 또 과거에 정진(精進)바라밀을 행하면서 용맹하게 물러가지 않던 본생 일들을 나타내며, 또 과거에 모든 여래의 선(禪)바라밀을 구하여 성취하던 본생 일들을 나타내며, 또 과거에 모든 부처님의 굴린 법들을 구하여 성취한 법과 용맹한 마음을 내어 온갖 것을 모두 버리던 본생 일들을 나타내며, 또 과거에 모든 부처님 뵈옵기를 좋아하고 모든 보살의 도를 행하기를 좋아하고 모든 중생들을 교화하기를 좋아하던 본생 일들을 나타내며, 또 과거에 내었던 보살의 큰 서원을 청정하게 장엄하는 본생 일들을 나타내며, 또 과거에 보살이 이루던 역(力)바라밀을 용맹하고 깨끗케 하는 본생일들을 나타내며, 또 과거에 모든 보살이 지[智]바라밀을 닦아 원만케 하던 본생 일들을 나타내어, 이와 같은 모든 본생 일 바다들이 광대한 법계에 모두 가득하였다. 그는 부처님 계신 데 이르러 부처님 발에 절하고, 상방에서 모든 금강장(金剛藏)으로 장엄한 누각과 제청(帝靑) 금강왕으로 된 연화장 사자좌를 변화하여 만들고는, 모든 보배 광명 마니왕 그물로 몸에 두르며 삼세 여래의 이름을 연설하는 마니보배왕으로 상투 동곳을 삼고 권속들과 함께 가부하고 앉았다.


이러한 시방의 모든 보살과 그 권속들은 모두 보현보살의 행과 서원 가운데서 났으니, 청정한 지혜의 눈으로 삼세 부처님을 보고, 모든 부처님 여래의 굴리신 법륜인 수다라(修多羅) 바다를 모두 들었으며, 모든 보살의 자유자재한 저 언덕[彼岸]에 이미 이르렀고, 생각마다 큰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모든 부처님 여래에게 친근하며, 한 몸이 모든 세계 모든 여래의 대중이 모인 도량에 가득하였다.


한 티끌 속에 모든 세간의 경계를 나타내어 모든 중생을 교화하고 성취하되 때를 놓치지 아니하며, 한 털구멍에서 모든 여래의 법을 말하는 음성을 내며, 모든 중생이 눈어리[幻影] 같음을 알며, 모든 부처님이 그림자 같음을 알며, 모든 길[趣]에 태어남이 꿈과 같음을 알며, 모든 업을 지어 과보 받는 것이 거울 속의 영상과 같음을 알며, 모든 생사의 일어남이 더울 적 아지랑이 같음을 알며, 모든 세계가 변화함과 같음을 알아, 여래의 십력(十力)과 두려움 없음[無畏]을 성취하였고, 용맹하고 자재하게 사자후(獅子吼)하여 그지없는 변재 바다[辯才海]에 깊이 들어갔으며, 모든 중생의 말을 아는 모든 법의 지혜를 얻었고, 허공과 법계에 다님이 걸림없으며 모든 법이 장애가 없음을 알았다.


모든 보살의 신통한 경계를 이미 청정히 하였고, 용맹하게 정진하여 마의 군대[魔軍]를 꺾어 굴복하며, 항상 지혜로 삼세를 통달하며, 모든 법이 허공과 같음을 알아 어김이 없고 집착이 없으며, 비록 부지런히 정진하나 온갖 지혜가 마침내 온 데가 없음을 알고, 비록 경계를 보나 온갖 것이 얻을 수 없음을 알며, 방편의 지혜로 모든 법계에 들어가고 평등한 지혜로 모든 국토에 들어갔다 자유자재한 힘으로 모든 세계가 차례차례 서로 들어가게 하며, 모든 세계의 곳곳마다 태어나서 여러 세계의 갖가지 형상을 보며, 미세한 경계에 광대한 세계를 나타내고 광대한 경계에 미세한 세계를 나타내며, 한 부처님 계신 데서 잠깐 동안에 모든 부처님의 위신이 가피되어 시방세계를 보는 데 미혹이 없이 잠깐 동안에 다 나아갈 수 있었다.  이러한 모든 보살이 서다림에 가득 찼으니, 이것은 모두 여래의 위엄과 신통한 힘이었다.


이 때에 큰 성문들의 우두머리인 사리불(舍利弗)· 대목건련(大目揵連)· 마하가섭(摩訶迦葉)· 이파다(離波多)· 수보리(須菩提)· 아누루타(阿樓馱)· 난타(難陀)· 겁빈나(劫賓那)· 가전연(迦旃延)· 부루나(富樓那)들의 여러 큰 성문들이 서다림에 있었으니, 모두 여래의 신통한 힘· 여래의 잘생긴 모습· 여래의 경계· 여래의 유희· 여래의 신통 변화· 여래의 높으심· 여래의 묘한 행· 여래의 위덕· 여래의 머물러 지니심· 여래의 청정한 세계들을 보지 못하였고, 또 부사의한 보살의 경계· 보살의 대회(大會)· 보살의 두루 들어감· 보살의 널리 모여 옴· 보살의 널리 나아감· 보살의 신통 변화· 보살의 유희· 보살의 권속· 보살의 방소· 보살의 장엄한 사자좌· 보배의 궁전· 보살의 계신 곳· 보살의 들어간 삼매의 자재함· 보살의 관찰· 보살의 기운 뻗음· 보살의 용맹· 보살의 공양· 보살의 수기 받음· 보살의 성숙함· 보살의 건장함· 보살의 청정한 법의 몸· 보살의 원만한 지혜의 몸· 보살의 원하는 몸으로 나타남· 보살의 육신을 성취함· 보살의 모든 모습이 구족히 청정함· 보살의 늘 있는 광명이 여러 빛으로 장엄함· 보살이 놓는 큰 광명의 그물· 보살이 일으키는 변화하는 구름· 보살의 몸이 시방에 두루함· 보살의 행이 원만함을 보지 못하였다.


이러한 일들을 모든 성문 제자들이 다 보지 못하였나니, 왜냐 하면 선근이 같지 않은 연고며, 부처님을 뵈옵는 자재한 선근을 본래 익히지 않은 연고며, 시방세계 모든 부처님 국토의 청정한 공덕을 찬탄하지 않는 연고며, 부처님 세존들의 가지가지 신통과 변화를 본래 칭찬하지 않는 연고이다. 본래부터 생사에 헤매는 가운데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지 않은 연고며, 본래부터 다른 이를 보리심에 머물게 하지 못한 연고며, 본래부터 여래의 종자를 끊이지 않게 하지 못한 연고며, 본래부터 중생들을 거두어 주지 못한 연고며, 본래부터 다른 이를 권하여 보살의 바라밀을 닦게 하지 못한 연고다.


본래부터 생사에 헤매면서 중생에게 권하여 가장 훌륭한 큰 지혜의 눈을 구하게 하지 못한 연고며, 본래부터 온갖 지혜를 내는 선근을 닦지 아니한 연고며, 본래부터 여래의 출세하는 선근을 성취하지 못한 연고며, 본래부터 부처님 세계를 장엄하는 신통과 지혜를 얻지 못한 연고다. 본래부터 보살의 눈으로 아는 경계를 얻지 못한 연고며, 본래부터 세간에서 뛰어나는 함께하지 않는 보리의 선근을 구하지 않은 연고며, 본래부터 모든 보살의 큰 서원을 내지 않은 연고며, 본래부터 여래의 가피로 쫓아 나지 아니한 연고며, 본래부터 모든 법이 눈어리 같고 보살이 꿈 같음을 알지 못한 연고며, 본래부터 여러 큰 보살의 광대한 환희를 얻지 못한 연고다.


이런 것이 다 보현보살의 지혜 눈의 경계로서 모든 이승과 함께하지 않는 것이니, 이런 인연으로 여러 큰 성문들이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고 들어가지도 못하고 얻지도 못하고 기억하지도 못하고 관찰하지도 못하고 요량하지도 못하고 생각하지도 못하고 분별하지도 못하였다. 그래서 서다림에 있으면서도 여래의 여러 가지 큰 신통 변화를 보지 못하였다.


또 여러 큰 성문들은 이런 선근이 없고 이런 지혜의 눈이 없고 이런 삼매가 없고 이런 해탈이 없고 이런 신통이 없고 이런 위덕이 없고 이런 세력이 없고 이런 자재함이 없고 이런 머물 곳이 없고 이런 경계가 없는 연고다. 그러므로 이것을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들어가지 못하고 증득하지 못하고 머물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관찰하지 못하고 견디어 받지 못하고 나아가지 못하고 다니지 못하며, 또 다른 이들을 위하여 열어 보이고 해설하고 칭찬하고 인도하여 나아가게 하지 못하며, 향하여 가게 하고 닦아 익히게 하고 편안히 머물게 하고 증득하게 하지 못하였다.


왜냐 하면 큰 제자들이 성문승을 의지하여 벗어났으므로 성문의 도를 성취하고 성문의 행을 만족하고 성문의 과보에 머무르며, 없다 있다 하는 진리에 결정한 지혜를 얻고 실제에 항상 머물러서 끝까지 고요하며, 크게 가엾이 여김을 떠나서 중생을 버리고 자기의 일에만 머무르고, 저 지혜는 쌓아 모으지도 못하고 닦아 행하지도 못하고 편안히 머물지도 못하고 원하여 구하지도 못하고, 성취하지도 못하고 청정히 하지도 못하고 들어가지도 못하고 통달하지도 못하고 알고 보지도 못하고 증하여 얻지도 못하였으므로, 서다림 안에 있으면서도 여래를 대하여 이렇게 광대한 신통 변화를 보지 못하였다.


불자여, 마치 항하의 언덕에 백천억 한량없는 아귀(餓鬼)가 있으니, 맨몸뚱이에 굶주리고 목마르고 온몸이 불에 타며, 까마귀· 수리· 승냥이· 이리들이 다투어 와서 할퀴고, 기갈에 시달리어 물을 먹으려 하지만, 강가에 있으면서도 물을 보지 못하고 설사 보더라도 물이 말랐나니, 왜냐 하면 두터운 업장이 덮인 탓이다. 저 성문들도 그와 같아서 서다림에 있으면서도 여래의 광대한 신통의 힘을 보지 못하고 온갖 지혜를 버리었으니 무명(無明)의 꺼풀이 눈을 덮은 탓이며, 일찍이 온갖 지혜의 선근을 심지 못한 탓이다.


어떤 사람이 여럿이 모인 데서 편안히 자다가 꿈을 꾸는데, 수미산(須彌山) 꼭대기에 제석천왕이 있는 선견성(善見城)을 보니, 궁전과 동산 숲이 가지가지로 훌륭하고 천자와 천녀 백천만억 인들이 하늘 꽃을 뿌려 땅에 가득하며, 여러 가지 의복 나무에서는 묘한 의복이 나오고 갖가지 꽃 나무에는 아름다운 꽃이 피고, 음악 나무에서는 하늘 음악을 연주하고, 천녀들은 아름다운 음성으로 노래하고 한량없는 하늘들이 즐겁게 놀며, 자신도 하늘 옷을 입고 그곳에서 오고 가는 것을 보지만, 회중에 있는 사람들은 비록 같은 자리에 있으나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나니, 왜냐 하면 꿈에 보는 것은 그 대중들의 볼 수 있는 것이 아닌 연고다.


모든 보살과 세간의 임금들도 그와 같아서 본래부터 선근을 쌓은 힘과, 온갖 지혜의 광대한 원을 내었음과, 모든 부처 공덕을 닦음과, 보살의 장엄하는 도를 수행함과, 온갖 지혜의 지혜 법을 원만함과, 보현의 행과 원을 만족함과, 모든 보살의 지혜에 들어감과, 모든 보살의 머무는 삼매에 유희함과, 모든 보살의 경계를 관찰하여 걸림이 없는 연고로, 여래 세존의 부사의한 자유자재하는 신통 변화를 모두 보거니와, 성문인 제자들은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나니, 보살의 청정한 눈이 없는 연고다. 마치 설산(雪山)에는 여러 가지 약초가 많이 있거든, 의사가 거기 가면 모두 잘 알지만, 사냥꾼이나 목동들은 그 산에 항상 있으면서도 약초를 보지 못함과 같다. 이것도 그와 같아서 보살들은 지혜의 경계에 들어가서 자유자재한 힘을 갖추었으므로 여래의 광대한 신통 변화를 보지만, 큰 제자들은 자기만 이익하고 다른 이는 이익하려 하지 않으며 자기만 편안하려 하고 다른 이는 편안케 하려 하지 않으므로 서다림 속에 있으면서도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한다.


마치 땅 속에 여러 가지 묻힌 보물과 귀중한 보배가 가득 찼는데, 어떤 사람이 총명하고 지혜가 있으며 모든 묻힌 보물을 잘 알고, 또 큰 복력도 있으므로 마음대로 가져다가 부모를 봉양하고 친족들에게 나누어 주고 병들고 늙고 곤궁한 이들을 구제하지만, 지혜가 없고 복덕이 없는 사람은 비록 보물이 묻힌 데 가더라도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여 이익을 얻지 못한다. 이것도 그와 같아서 큰 보살들은 깨끗한 지혜의 눈이 있으므로 여래의 불가사의한 깊은 경계에 들어가서 부처의 신통한 힘을 보며 여러 가지 법문에 들어가 삼매의 바다에 놀면서 부처님께 공양하고 바른 법으로 중생들을 깨우치고 사섭법(四攝法)으로 중생들을 거두어 주거니와, 큰 성문들은 여래의 신통한 힘을 보지도 못하고 보살 대중을 보지도 못한다.


마치 눈먼 사람이 보배가 많은 섬에 가서 다니고 서고 앉고 누우면서도 온갖 보배를 보지 못하며, 보지 못하므로 가져다가 사용하지 못한다. 큰 제자들도 그와 같아서 서다림 속에서 세존께 친근하면서도 여래의 자유자재한 신통을 보지 못하며, 보살 대중도 보지 못하나니, 왜냐 하면 보살의 걸림없는 깨끗한 눈이 없어서 차례차례로 법계에 들어가지 못하고 여래의 자재한 힘을 보지 못하는 탓이다.


어떤 사람이 때가 없는 광명[離垢光明]이라는 청정한 눈을 얻으면 모든 어둠이 장애하지 못하므로, 캄캄한 밤중에 백천만억 사람이 있는 곳에서 가고 서고 앉고 누우면서 여러 사람의 형상과 위의를 이 눈 밝은 사람은 능히 보지만 이 눈 밝은 이의 오고 가는 행동은 저 여러 사람들이 보지 못한다. 부처님도 그와 같아서 지혜의 눈을 성취하여 청정하고 걸림이 없으므로 모든 세상 사람들을 모두 보지만, 부처님이 나투시는 신통 변화와 큰 보살들이 둘러 모시는 것을 큰 제자들은 보지 못한다.

 

어떤 비구가 대중들 가운데서 온갖 곳에 두루한 선정[遍處定]에 들었으니, 이른바 땅 온갖 곳에 두루한 선정[地遍處定]· 물 온갖 곳에 두루한 선정· 불 온갖 곳에 두루한 선정· 바람 온갖 곳에 두루한 선정· 푸른 온갖 곳에 두루한 선정· 누른 온갖 곳에 두루한 선정· 붉은 온갖 곳에 두루한 선정· 흰 온갖 곳에 두루한 선정· 하늘 온갖 곳에 두루한 선정· 갖가지 중생의 몸 온갖 곳에 두루한 선정· 모든 말과 음성 온갖 곳에 두루한 선정  모든 반연할 온갖 곳에 두루한 선정들이다. 이 선정에 든 이는 그의 반연함을 보지만, 다른 대중은 모두 보지 못하나니, 오직 이 삼매에 머무른 이는 제한다. 여래가 나타내는 불가사의한 부처님의 경계도 그와 같아서 보살들은 보지만 성문은 보지 못한다.


어떤 사람이 몸 숨기는 약을 눈에 바르면, 대중 가운데서 오고 가고 앉고 서고 하여도 보는 이가 없지만, 대중의 하는 일은 모두 본다. 여래도 그와 같아서 세간을 초월하고서도 세간일을 두루 보거니와, 성문들은 보지 못하나니, 온갖 지혜의 경계에 나아가는 대보살들은 제한다. 마치 사람이 태어나면 두 하늘이 항상 따라다니나니, 하나는 같이 난[同生] 이요, 또다른 하나는 같은 이름[同名]이다. 이 하늘은 항상 사람을 보아도 사람은 이 하늘을 보지 못한다. 여래도 그와 같아서 보살들 가운데서 큰 신통을 나타내는 것을 큰 성문들은 모두 보지 못한다.


어떤 비구가 마음이 자유자재함을 얻어 식이 없어진 선정[滅盡定]에 들면 육근(六根)으로 짓는 업이 모두 행하지 않고 모든 말을 알지도 못하고 깨닫지 못하지만, 선정의 힘으로 유지되는 연고로 열반에 들지 않는다. 모든 성문도 그와 같아서 비록 서다림 속에 있으면서 육근을 갖추었지만 여래의 자재하심과 보살 대중들이 짓는 일을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들어가지 못한다.


왜냐 하면 여래의 경계는 매우 깊고 광대하여 보기 어렵고 알기 어렵고 측량하기 어렵고 헤아리기 어려우며, 모든 세간을 초월하여 부사의하고 파괴할 이가 없어서 모든 이승의 경계가 아니다. 그러므로 여래의 자유자재하신 신통한 힘과 보살 대중의 모임과 서다림이 모든 청정한 세계에 두루하였지만, 이러한 일을 여러 큰 성문은 모두 알고 보지 못하나니, 그 그릇이 아닌 탓이다. 이 때에 비로자나원광명(毘盧遮那願光明)보살이 부처님의 신력을 받들어 시방을 살펴보고 게송을 말하였다.

 

그대들은 마땅히 살펴보라.
부처님의 도는 부사의하여
이 서다림에서
신통한 힘을 보이시네.

 

‘잘 가신 이’[善逝]의 위신의 힘
나타내심이 다함이 없어
모든 세간들이
미혹하여 알지 못하며

 

법왕의 깊고 묘한 법
한량이 없고 헤아릴 수 없어
이 나타내시는 여러 가지 신통

온 세상이 측량할 이 없고

 

법이 모양 없음을 알았으므로
부처라 이름하거니와
모양으로 장엄하심을
칭찬하여도 다할 수 없나니

 

지금 이 서다림 속에서
큰 신통의 힘 보이시는 일
깊고 깊어 가이 없으며
말로는 분별할 수 없어.

 

큰 위덕을 갖춘
한량없는 보살 대중을 보라.
시방의 여러 국토로부터
와서 세존을 뵈옵고

 

소원이 다 구족하고
행하시는 일 장애 없으매
모든 세간 사람들
아무도 측량할 이 없어

 

모든 연각이나
큰 성문들은
보살의 행하는 경계를
누구도 알지 못하네.

 

보살의 큰 지혜
모든 지위를 끝까지 마치고

용맹한 당기 높이 세우니
꺾을 수도 흔들 수도 없으며

 

소문이 널리 퍼진 보살들
한량없는 삼매의 힘으로
나타내는 신통과 변화
법계에 가득히 차네.

 

이 때 불가괴정진왕(不可壞精進王)보살이 부처님 신력을 받들어 시방을 살펴보고 게송을 말하였다.

 

모든 불자들의 지혜와
공덕의 광[藏]을 그대는 보라.
보리행을 끝까지 갖추고
온 세간을 편안케 하나니.

 

그 마음 본래 통달하였고
모든 삼매에도 잘 들어가
지혜는 가이 없고
경계는 측량 못하네.

 

지금 이 서다림이
가지가지로 장엄되어 있고
보살 대중이 구름처럼 모여와
여래를 친근히 모시나니

 

집착이 없고 한량이 없는
대중 바다를 그대가 보라.
시방으로부터 여기 와서
연꽃 자리에 앉았으나

 

온 데도 없고 머무름도 없고
의지함도 없고 희론도 없으며
때를 여읜 마음 걸림이 없어
법계의 끝까지 이르네.

 

지혜의 당기 세우니
견고하여 동요할 수 없고
변화가 없는 법을 알지만
변화하는 일을 나타내며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

모든 부처님 계신 데를
한꺼번에 모두 나아가지만
몸은 나누지 아니해.

 

그대가 또 석가 사자의

자재하신 신통을 보라.
여러 보살들을
모두 모여 오게 하나니

 

모든 부처님 법은

법계가 다 평등하거니와
말로 하는 것이 같지 않음을
이 대중이 모두 통달하며

 

모든 부처님 언제나

법계에 평등하게 머물러

차별한 법을 연설하시니
그 말씀 다하지 않네.

 

이 때 보승무상위덕왕(普勝無上威德王)보살이 부처님의 신력을 받들어 시방을 살펴보고 게송을 말하였다.

 

그대가 보라. 보살의
광대한 지혜가 원만
때와 때 아닌 것 잘 알고
대승에게 법을 말하며

 

모든 외도의 여러 가지 희론
꺾어 굴복시키고
중생의 마음을 따라
신통한 힘을 나투네.

 

바른 깨달음 한량이 있지도 않고
한량이 없는 것도 아니니
한량 있는 것 한량없는 것을
모니(牟尼)께서는 모두 초월해.

 

해가 허공에 떠서
온갖 곳에 비치듯
부처님 지혜 그와 같아서
삼세법을 통달하며

 

마치 보름달이
조금도 모자람 없듯이
여래도 그와 같아서

흰 법이 가득 둥글어.

 

마치 허공에 뜬 해가
굴러 가고 쉬지 않듯이
여래도 그와 같아서
신통과 변화 항상 계속해.

 

마치 시방의 세계
허공에 걸림없듯이
세간 등불이 변화를
세상에 나툼도 역시 그러해.

 

세간에 있는 땅덩이
모든 생물이 의지했듯이
세상을 비추는 등불
법륜을 의지함도 그러해.

 

마치 맹렬한 바람이
부는 데 장애 없듯이
부처님 법도 그와 같아서
온 세상에 빨리 두루해.

 

마치 큰 물 둘레[大水輪]를
세계가 의지했듯이
지혜 바퀴도 그와 같아서
삼세 부처님 의지하였네.

 

이 때 무애승장왕(無礙勝藏王)보살이 부처님의 신력을 받들어 시방을 살펴보고 게송을 말하였다.

 

비유컨대 큰 보배 산이
여러 중생을 이익케 하듯이
부처님 산도 그와 같아서
세간을 두루 이익케 하고

 

비유컨대 큰 바닷물이
깨끗하고 때가 없듯이
부처님을 뵈옴도 그와 같아서
목마른 애정을 덜어 주시고

 

비유컨대 수미산이
큰 바다에서 솟았듯이
세간 등불도 그와 같아서
법 바다 가운데서 나왔으며

 

마치 바다에는 보배가 많아
구하는 이가 모두 만족하듯이
스승 없는 지혜도 그와 같아서
보는 이는 모두 깨달아.

 

여래의 깊고 깊은 지혜
한량이 없고 수가 없나니
그래서 신통한 힘을
나타내는 일 부사의하네.

 

마치 공교한 요술쟁이가
여러 가지 술법을 나타내듯이
부처의 지혜도 그와 같아서
자유자재하는 힘 나타내 보이고

 

마치 여의주 보배가
모든 욕구를 채워주듯이
가장 훌륭한 이 그와 같아서
청정한 소원을 채워주고

 

마치 밝고 깨끗한 보배
모든 물건을 두루 비추듯
부처의 지혜도 그와 같아서
중생들의 마음 두루 비추고

 

마치 팔면으로 된 보배
여러 방위를 평등히 비추듯
걸림없는 등불도 그와 같아서
온 법계에 두루 비추고

 

마치 물을 맑히는 구슬
흐린 물을 능히 맑히듯
부처님 뵈옴도 그와 같아서
여러 감관[根]이 깨끗해지네.

 

이 때 화현법계원월왕(化現法界願月王)보살이 부처님의 신력을 받들어 시방을 살펴보고 게송을 말하였다.

 

비유컨대 제청보배[帝靑寶]가
모든 빛을 푸르게 하듯이
부처님 뵈온 이도 그와 같아서
보리의 행을 내게 되나니

 

하나하나 티끌 속마다

부처님이 신통을 나투어
한량이 없고 그지없는
보살들을 청정케 하고

 

깊고 깊은 미묘한 힘
그지없이 알 수 없나니
보살의 경계도
세상에서 측량 못하며

 

여래의 나투시는 몸
청정한 모양으로 장엄하시고
법계에 두루 들어가
보살들을 성취하누나.

 

헤아릴 수 없는 부처님 국토
거기서 정각을 이루시니
모든 보살들과
세간 임금들 가득히 차고

 

위없는 석가모니 부처님
모든 법에 자유자재해
신통한 힘을 나타내는 일
끝이 없어 헤아릴 수 없고

 

보살들의 갖가지 행
한량없고 끝이 없건만
여래의 자재하신 힘으로
모두 다 나타내시며


불자들이 깊은 법계를
잘 닦아 배우고
걸림없는 지혜 이루어
온갖 법을 분명히 알고

 

잘 가신 이[善逝]의 위신의 힘
대중에게 법륜 굴리니
신통과 변화 두루 충만해
세상을 모두 청정케 하며,

 

여래는 지혜 원만하고
경계도 청정하여
마치 큰 용왕이
중생들을 건지는 듯.

 

이 때 법혜광염왕(法慧光焰王)보살이 부처님의 신력을 받들어 시방을 살펴보고 게송을 말하였다.

 

삼세 여래의
성문인 큰 제자들
부처님이 발 들고 내리는 일
모두들 알지 못하고

 

지난 세상·이 세상의
여러 연각들도
여래의 발 들고 내리는 일
모두들 알지 못하는데

 

하물며 범부들이

번뇌에 속박되고
무명이 덮였거늘
부처님을 어찌 알리.

 

정각의 걸림없는 지혜
말로 할 길 초월하여
얼마인지 모르거든
뉘라서 알고 보리.

 

비유컨대 밝은 달빛
갓[邊際]을 측량 못하나니
부처님 신통도 그러하여
그 끝을 볼 수 없고

 

하나하나 모든 방편
잠깐잠깐 변화함을
한량없는 겁이 끝나도록
생각하여도 알지 못하며

 

헤아려서 알 수 없는
온갖 지혜를 생각하는
낱낱 방편문
끝닿은 데를 알 수 없나니

 

누구나 이 법에 대하여
광대한 서원만 일으키면
그 사람은 이런 경계를
알고 보기 어렵지 않고


생각하기 어려운 법 바다
용맹하게 닦아 익히면
그 마음은 장애가 없어
이 방편문에 들어가리니

 

마음은 이미 조복되었고
소원도 크고 넓어서
큰 보리의 가장 좋은

경계를 얻으리.

 

그 때 파일체마군지당왕(破一切魔軍智幢王)보살이 부처님의 신력을 받들어 시방을 살펴보고 게송을 말하였다.

 

지혜의 몸은 몸이 아니니
걸림도 없고 생각하기 어려워
설사 생각하는 이 있어도
모든 것 믿기 어렵고

 

부사의한 업으로부터
청정한 이 몸 생기었으니
유난히 묘하게 장엄
삼계에 집착이 없어

 

밝은 광명 온갖 것에 비치니
법계가 모두 청정해
부처의 보리문 열고
여러 가지 지혜를 내고

 

마치 세간의 햇빛이

지혜의 광명을 놓아
모든 때와 티끌 멀리 여의고
온갖 장애 없애 버리며

 

삼계를 모두 깨끗이 하여
생사의 물결 영원히 끊고
보리의 도를 성취하여
위없는 깨달음 내나니

 

그지없는 빛깔 나타내니
이 빛이 의지한 데 없어
한량없는 것을 나투지만
하나도 생각할 수 없고

 

보살이 잠깐 동안에
온갖 법 깨닫지만
여래의 지혜의 끝간데
어떻게 측량하려나?

 

온갖 삼세법을
한 생각에 통달하올새
그러므로 부처님 지혜는
끝도 없고 파괴할 수도 없어

 

지혜 있는 이 이렇게
부처의 보리 생각하나니
이 생각 말할 수 없어
생각으로는 찾지 못하네.

 

보리는 말할 수 없고
말로 할 길을 뛰어넘어서
부처님들 여기서 났으매
이 법은 불가사의해.

 

이 때 원지광명당왕(願智光明幢王)보살이 부처님의 신력을 받들어 시방을 살펴보고 게송을 말하였다.

 

보리의 끝없는 바다
누구나 잘 생각하면
어리석은 생각 여의고
정녕코 법을 받으리.

 

결정한 마음 얻기만 하면
묘한 행 능히 닦아서
고요한 경계 생각하고
모든 의혹 아주 끊나니

 

그 마음 피로하지 않고
게으른 생각도 없이
점점 더 닦아 나아가
부처님 법을 끝마치리라.

 

믿음과 지혜 성취하였고
생각생각에 더욱 증장해
항상 즐겁고 항상 살피나
얻을 것 없고 의지할 법도 없어

 

한량없는 억천겁에

닦은 공덕의 행
여러 부처님 구하던 도에
모든 것을 회향하리라.

 

죽살이 속에 있기는 하나
마음이 물들지 않고
불법에 편안히 머물러
여래의 행을 항상 즐기네.

 

이 세상에 있는
오온·십팔계 모든 법들
온갖 것을 모두 버리고
부처의 공덕 구해나 볼까?

 

범부는 의혹에 얽혀
세상에 헤매는 것을
보살의 마음 걸림이 없어
구원하여 해탈케 하고

 

보살의 행은 말할 수 없고
모든 세상이 생각도 못하나
온갖 괴로움 두루 없애고
중생들에게 즐거움 주네.

 

보리의 지혜 이미 얻었고
모든 중생들 가엾이 여겨
밝은 빛으로 세간에 비추어
모든 무리를 건져 내나니.


이 때 파일체장용맹지왕(破一切障勇猛智王)보살이 부처님의 신력을 받들어 시방을 살펴보고 게송을 말하였다.

 

한량없는 억천겁 동안
부처님 이름 듣지도 못하거든
하물며 친근히 모시고
모든 의혹 끊을 수 있으랴?

 

여래는 세간의 등불
모든 법 통달하시고
삼세 복을 두루 내어
중생들을 청정케 하며

 

여래의 미묘한 육신
모든 이의 존경하는 대상
오랜 세월에 항상 앙모하여도
마음에 만족한 줄 몰라

 

만일 어느 불자가
부처님의 육신을 본다면
모든 집착을 버리고
보리의 길에 회향하오리.

 

여래의 미묘한 육신
광대한 음성 항상 내며
변재가 걸림이 없어
부처님의 보리문 열고

 

한량없고 부사의한

모든 중생 깨우쳐
지혜의 문에 들게 하고
보리의 수기 주시네.

 

여래가 세간에 나시어
세상에 큰 복밭 되시고
모든 중생 인도하여
복덕의 행 모으게 하며

 

누구나 부처님께 공양하면
나쁜 길의 두려움 없어지고
모든 괴로움 소멸하여
지혜의 몸 성취하며

 

누구나 양족존(兩足尊) 뵈옵고
광대한 마음 내기만 하면
이 사람 부처님 항상 만나
지혜의 힘이 증장하고

 

만일 인간에서 수승한 이 보고
뜻을 결단코 보리에 향하면
이 사람 장래에 성불한 줄을
스스로 알게 되리라.

 

이 때 법계차별원지신통왕(法界差別願智神通王)보살이 부처님의 신력을 받들어 시방을 살펴보고 게송을 말하였다.

 

석가모니 위없는 세존
모든 공덕 갖추시니

보는 이의 마음이 청정하여
큰 지혜에 회향하고

 

여래의 크신 자비
세간에 출현하시어
중생들을 위하여
위없는 법륜 굴리시며

 

여래께서 수없는 겁 동안
중생을 위해 애쓰시는데
세상 사람들 어떻게 하면
대사(大師)의 은혜 갚사오리까?

 

차라리 한량없는 겁 동안
나쁜 길에서 고통을 받을지언정
여래를 버리고
벗어나기를 구하지 않으리.

 

차라리 중생을 대신하여
온갖 고통 받을지언정
부처님을 버리고
안락을 구하지 않으리.

 

차라리 나쁜 길에 있으면서
부처님 이름 항상 들을지언정
선한 길에 태어나 잠깐이라도
부처님 듣지 못함을 원치 않으리.

 

여러 곳 지옥에 있어

낱낱이 수없는 겁 지낼지언정
부처님을 멀리 여의고
나쁜 길에서 벗어나지 않으리.

 

모든 나쁜 길에 오래 있기를
어째서 원하는가?
여래를 뵈옵고
지혜를 늘리려 함이니

 

만일 부처님 뵈오면
모든 고통 없애고
여래의 지혜 경계에
들어가게 되나니

 

만일 부처님 뵈오면
온갖 장애 떠나고
무진한 복덕 길러서
보리를 성취하오리.

 

여래께서는 영원히
중생들의 의심을 끊고
그들의 좋아하는 마음 따라서
모두 다 만족케 하시네.

 

근본법회(根本法會) (2)


그 때 보현보살마하살은 모든 보살들의 모임을 두루 관찰하고, 법계와 같은 방편과 허공계와 같은 방편과 중생계와 같은 방편과 삼세와 같고 모든 겁과 같고 모든 중생의 업과 같고 모든 중생의 욕망과 같고 모든 중생의 이해와 같고 모든 중생의 근성과 같고 모든 중생의 성숙한 때와 같고 모든 법의 그림자와 같은 방편으로써 여러 보살들을 위하여 열 가지 법의 글귀로 이 사자의 기운 뻗는 삼매[獅子頻申三昧]를 열어 보이며 밝혀 연설하였다.


“무엇이 열인가? 이른바 법계와 같은 모든 부처 세계의 티끌 속에서 부처님이 나시는 차례와 세계가 이루어지고 무너지는 차례를 나타내는 법의 글귀를 연설하며, 허공계와 같은 모든 부처 세계에서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여래의 공덕을 찬탄하는 음성을 나타내는 법의 글귀를 연설하며, 허공계와 같은 모든 부처 세계에서 여래가 나시어서 한량없고 그지없는 바른 깨달음을 이루는 문을 나타내는 법의 글귀를 연설하며, 허공계와 같은 모든 부처 세계에서 부처님은 도량에 보살들이 모인 가운데 앉으셨음을 나타내는 법의 글귀를 연설하며, 모든 털구멍에 잠깐잠깐마다 삼세 부처님의 변화한 몸을 나타내어 법계에 가득하는 법의 글귀를 연설하며, 한 몸이 시방의 모든 세계 바다에 가득하게 평등히 나타내게 하는 법의 글귀를 연설하며, 모든 경계 가운데 삼세 부처님들의 신통 변화를 나타내게 하는 법의 글귀를 연설하며, 모든 부처 세계의 티끌 속에 삼세 모든 부처 세계의 티끌 수와 같은 부처님의 가지가지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한량없는 겁을 지나게 하는 법의 글귀를 연설하며, 모든 털구멍에서 삼세 모든 부처님의 큰 서원 바다에 음성을 내어 오는 세월[未來劫]이 끝나도록 모든 보살을 열어 교화하고 인도하는 법의 글귀를 연설하며, 부처님의 사자좌의 크기가 법계와 같으며 보살들의 모임과 도량의 장엄이 평등하고 차별이 없는데,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가지가지 미묘한 법륜을 굴리는 법의 글귀를 연설함이니라. 불자여, 이 열 가지가 머리가 되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법의 글귀가 있으니, 다 여래의 지혜의 경계입니다.”

 

그 때 보현보살이 이 뜻을 다시 펴려고 부처님의 신력을 받자와 여래를 관찰하고 모인 대중을 관찰하고 부처님들의 생각하기 어려운 경계를 관찰하고 부처님들의 그지없는 삼매를 관찰하고 부사의한 세계 바다를 관찰하고 부사의한 눈어리[幻] 같은 법의 지혜를 관찰하고 부사의한 삼세 부처님들이 다 평등함을 관찰하고 모든 한량없고 그지없는 여러 가지 말하는 법을 관찰하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하나하나 털구멍 속에
티끌 수의 세계 바다가 있어
부처님들이 앉으셨는데
모두 보살 대중이 모이었고

 

하나하나 털구멍 속에
한량없는 세계 바다가 있어
부처님이 보리좌에 앉으셨는데
이와 같이 법계에 두루하였고

 

하나하나 털구멍 속에
모든 세계 티끌의 부처님을
보살 대중이 둘러 모시었는데
보현의 행을 말씀하시네.

 

부처님은 한 국토에 앉으사
시방세계에 가득하신데
한량없는 보살 구름이
그곳으로 다 모여들고

 

억만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보살의 공덕 바다가
모인 속에서 일어나
시방세계에 가득하였고

 

모두 보현의 행에 머물러
법계 바다에 노닐면서
모든 세계를 두루 나타내어
평등하게 부처님 회상으로 들어와서

 

모든 세계에 편안히 앉아
모든 법문을 들으면서
낱낱의 국토에서
억겁 동안 행을 닦나니

 

보살들의 닦는 행은
두루 밝은 법 바다의 행으로
큰 서원 바다에 들어가
부처의 경계에 머무르면서

 

보현의 행을 잘 통달하고
부처님의 법을 내어
부처의 공덕 바다를 구족하고
신통한 일을 널리 나투며

 

몸 구름[身雲]이 티끌 수 같아
모든 세계에 가득하게
단 이슬 법을 널리 비내려
대중들을 부처의 도에 머물게 하네.

 

이 때 세존께서 모든 보살들을 여래의 사자 기운 뻗는 광대한 삼매에 들게 하려고 미간의 흰 털[白毫]로부터 큰 광명을 놓으니, 광명의 이름은 삼세 법계의 문을 두루 비춤[普照三世法界門]이었다.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광명으로 권속을 삼아 시방의 모든 세계해의 여러 부처님 국토에 두루 비추었다.


이 때에 서다림(逝多林)에 있는 보살 대중이 모두 보니 온 법계 허공계에 있는 모든 세계의 낱낱 티끌 속에, 각각 모든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부처님 국토들이 있는데, 가지가지 이름·가지가지 빛·가지가지 청정·가지가지 머무는 곳·가지가지 형상이며, 이러한 모든 국토마다 큰 보살들이 도량의 사자좌에 앉아서 등정각(等正覺)을 이루니, 보살 대중이 앞뒤로 둘러싸고 여러 세간 임금들이 공양하였다.


또 보니,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넓이와 같은 대중의 모인 가운데 아름다운 음성을 내어 법계에 가득 차게 바른 법륜을 굴리기도 하고, 혹은 하늘[天] 궁전· 용(龍)의 궁전· 야차(夜叉)의 궁전과, 건달바(乾闥婆)· 아수라(阿修羅)· 가루라(迦樓羅)· 긴나라(緊那羅)· 마후라가(摩羅伽) 등의 사람인 듯 아닌 듯한 이들[人非人]이 여러 궁전 속에 있기도 하고, 인간의 마을과 도시와 도성 같은 대처(大處)에 있기도 하여, 갖가지 성· 갖가지 이름· 갖가지 몸· 갖가지 모양· 갖가지 광명을 나타내며, 가지가지 위의에 머무르고, 가지가지 삼매에 들어 가지가지 신통 변화를 나타내며, 어떤 때에는 스스로 가지가지 말을 내기도 하고, 또는 여러 가지 보살들로 하여금 여러 가지 대중의 모인 데 있어서 가지가지 말을 하게도 하여, 가지가지 법을 말하였다.


이 회중에 있는 보살 대중이 이러한 부처님 여래의 깊은 삼매와 큰 신통의 힘을 보는 것같이, 온 법계 허공계의 동서남북과 네 간방과 상방·하방[十方]의 바다 가운데서 중생의 마음을 의지하여 머무르면서, 비롯 없는 가운데서 중생의 마음을 의지하여 머무르면서, 비롯 없는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는 모든 국토나 모든 중생의 몸이나 모든 허공 가운데 한 털 끝만한 곳마다 낱낱이 티끌 수 같은 세계가 있어 가지가지 업으로 생기어 차례로 머물거든, 그 세계마다 도량에 모인 보살 대중이 있었다.


이 보살들도 이렇게 부처님의 신력을 보되, 삼세를 헐지도 않고 세간을 헐지도 않으면서, 모든 중생의 마음에 그 영상을 나타내며, 모든 중생의 마음을 따라 미묘한 음성을 내고, 모든 대중의 모인 데 들어가서 모든 중생의 앞에 나타나는데, 빛과 모양은 다르나 지혜는 다르지 않으며, 그들에게 마땅한 대로 불법을 보이며, 모든 중생을 교화하고 조복하기를 잠깐도 쉬지 아니하였다.


이 부처님의 신력을 보는 이들은 다 비로자나여래(毗盧遮那如來)께서 지난 옛적에 선근(善根)으로 거두어 준 이며, 사섭법(四攝法)으로 붙들어 주신 이거나, 보고 듣고 생각하고 친근하여서 성숙한 이거나, 옛적에 그를 교화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하였거나, 과거에 부처님들 계신 데서 선근을 함께 심었거나, 과거에 온갖 지혜와 교묘한 방편으로 교화하여 성숙케 한 이들이었다.


그러므로 다 여래의 불가사의한 깊은 삼매와 온 법계 허공계의 큰 신통한 힘에 들어갔으니, 법의 몸에 들기도 하고, 육신에 들기도 하고, 옛적에 성취한 행에 들기도 하고, 원만한 여러 바라밀에 들기도 하고, 장엄하고 청정한 행에 들기도 하고, 보살의 여러 지위에 들기도 하고, 정각을 이루는 힘에 들기도 하고, 부처님이 머무는 삼매와 차별 없는 큰 신통 변화에 들기도 하고, 여래의 힘과 두려움 없는 지혜에 들기도 하고, 부처님의 걸림이 없는 변재(辯才) 바다에 들기도 하였다.


저 보살들이 가지가지 지해[解]와 가지가지 도(道)와 가지가지 문(門)과 가지가지 들어감[入]과 가지가지 이치[理趣]와 가지가지 따라줌[隨順]과 가지가지 지혜(智慧)와 가지가지 도를 도움[助道]과 가지가지 방편(方便)과 가지가지 삼매(三昧)로 이러한 열 가지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 신통 변화 바다의 방편문에 들어갔다.

 

무엇을 가지가지 삼매라 하는가? 이른바 법계를 두루 장엄하는 삼매· 모든 삼세의 걸림없는 경계를 널리 비추는 삼매· 법계의 차별이 없는 지혜 광명 삼매· 여래의 경계에 들어가 흔들리지 않는 삼매· 그지없는 허공을 두루 비추는 삼매· 여래의 힘에 들어가는 삼매· 부처의 두려움 없는 용맹으로 기운 뻗고 장엄하는 삼매· 모든 법계의 구르는 광 삼매· 달처럼 모든 법계에 나타나서 걸림없는 음성으로 크게 연설하는 삼매· 두루 청정한 법계의 광명 삼매와, 걸림없는 비단 법왕 당기 삼매· 낱낱 경계 속에서 모든 부처님 바다를 보는 삼매· 모든 세간에서 몸을 나타내는 삼매· 여래의 차별 없는 몸의 경계에 들어가는 삼매· 모든 세간을 따라 크게 가엾이 여기는 광[藏]을 굴리는 삼매와, 모든 법에 자취가 없음을 아는 삼매· 모든 법이 끝까지 고요함을 아는 삼매· 얻는 것은 없으나 능히 변화하여 세간에 두루 나타나는 삼매· 모든 세계에 두루 들어가는 삼매· 모든 부처 세계를 장엄하고 정각을 이루는 삼매와, 모든 세간 임금의 모양이 차별함을 보는 삼매· 일체 중생의 경계를 보는 데 장애가 없는 삼매· 모든 여래의 어머니를 내는 삼매· 행을 닦아 모든 부처님의 공덕의 길에 들어가는 삼매· 낱낱 경계마다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하는 삼매· 모든 여래의 본사(本事) 바다에 들어가는 삼매· 모든 여래의 종자 성품을 보호하는 삼매· 결정한 지해의 힘으로 지금 시방에 있는 부처의 세계 바다가 다 청정하여지는 삼매· 잠깐 동안에 모든 부처님의 머무신 데를 두루 비추는 삼매· 모든 경계의 걸림없는 짬[際]에 들어가는 삼매와, 모든 세계로 한 부처의 세계를 만드는 삼매· 모든 부처님의 변화한 몸을 내는 삼매· 금강왕 지혜로 모든 근성 바다를 아는 삼매· 모든 여래와 동일한 몸임을 아는 삼매· 모든 법계의 나란히 정돈된 것이 생각의 짬에 머무는 것을 아는 삼매· 모든 법계의 광대한 국토에서 열반을 보이는 삼매· 가장 높은 곳에 머물게 하는 삼매· 모든 부처의 세계에서 가지가지 중생의 차별한 몸을 나타내는 삼매· 모든 부처의 지혜에 널리 들어가는 삼매· 모든 법의 성품과 모양을 아는 삼매와, 한 생각에 삼세 법을 두루 아는 삼매· 잠깐 동안에 법계의 몸을 두루 나타내는 삼매· 사자의 용맹한 지혜로 모든 여래의 나시는 차례를 아는 삼매· 모든 법계의 경계에 지혜 눈이 원만한 삼매· 용맹하게 십력(十力)으로 향하여 나아가는 삼매· 모든 공덕의 원만한 광명을 놓아 세간에 두루 비추는 삼매· 흔들리지 않는 갈무리 삼매· 한 법을 말하여 모든 법에 두루 들어가는 삼매· 한 법에 대하여 모든 말로 차별하게 해석하는 삼매· 모든 부처님의 둘이 없는 법을 연설하는 삼매· 삼세의 걸림없는 짬을 아는 삼매와, 모든 겁이 차별이 없음을 아는 삼매· 십력의 미세한 방편에 들어가는 삼매· 모든 겁에 온갖 보살의 행을 성취하여 끊어지지 않는 삼매· 시방에 널리 몸을 나타내는 삼매·법계에서 마음대로 정각을 이루는 삼매· 모든 편안하게 느낌을 내는 삼매· 모든 장엄거리를 내어 허공계를 장엄하는 삼매· 잠깐잠깐에 중생의 수효와 같은 변화하는 몸 구름을 내는 삼매· 여래의 깨끗한 허공에 달의 광명 삼매· 모든 여래가 허공에 머무름을 항상 보는 삼매와, 모든 부처의 장엄을 열어 보이는 삼매· 모든 법과 뜻을 밝게 비추는 등불 삼매· 십력의 경계를 비추는 삼매· 삼세 모든 부처님의 당기 모양 삼매· 모든 부처님의 한 가지 비밀한 갈무리 삼매· 생각생각마다 짓는 일이 다 끝까지 이르는 삼매· 다함이 없는 복덕광 삼매· 그지없는 부처님의 경계를 보는 삼매· 모든 법에 굳게 머무는 삼매· 모든 여래의 변화를 나타내어 다 보고 알게 하는 삼매와, 생각생각마다 부처님 해가 나타나는 삼매· 하루 동안에 삼세에 있는 법을 다 아는 삼매· 두루한 음성으로 모든 법의 성품이 고요함을 연설하는 삼매· 모든 부처님의 자재한 힘을 보는 삼매· 법계에 연꽃이 피는 삼매· 모든 법이 허공과 같아서 머무는 곳이 없음을 보는 삼매· 시방의 바다가 한 방소에 두루 들어가는 삼매· 모든 법계가 근원이 없는 데 들어가는 삼매· 모든 법의 바다 삼매· 고요한 몸으로 온갖 광명을 놓는 삼매와, 한 생각 동안에 모든 신통과 큰 원을 나타내는 삼매· 온갖 시간, 온갖 처소에서 바른 깨달음을 이루는 삼매· 한 장엄으로 모든 법계에 들어가는 삼매· 모든 부처님 몸을 두루 나타내는 삼매· 모든 중생의 광대하고 특수한 신통의 지혜를 아는 삼매· 잠깐 동안에 몸이 법계에 두루하는 삼매· 일승의 깨끗한 법계를 나타내는 삼매· 넓은 문의 법계에 들어가서 큰 장엄을 나타내는 삼매· 모든 부처님의 법륜을 머물러 지니는 삼매· 모든 법문으로 한 법문을 장엄하는 삼매와, 인다라(因陀羅) 그물 같은 원과 행으로 모든 중생계를 거두어 주는 삼매· 모든 세계의 문을 분별하는 삼매· 연꽃을 타고 마음대로 걸어다니는 삼매· 모든 중생의 가지가지로 차별한 신통의 지혜를 아는 삼매· 그 몸을 모든 중생의 앞에 항상 나타내는 삼매· 모든 중생의 차별한 음성과 말을 아는 삼매· 모든 중생의 차별한 지혜와 신통을 아는 삼매· 큰 자비가 평등한 갈무리 삼매· 모든 부처가 여래의 짬[際]에 들어가는 삼매· 모든 여래의 해탈한 곳을 관찰하는 사자의 기운 뻗는 삼매이다.

 

보살이 이렇게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삼매로, 비로자나여래의 잠깐마다 모든 법계에 가득하는 삼매의 신통 변화 바다에 들어갔다. 그 보살들은 모두 큰 지혜와 신통을 구족하였으니, 밝고 예리함이 자유자재하여 여러 지위에 머물며, 광대한 지혜로 모든 것을 두루 보고, 모든 지혜의 성품으로 났으며, 온갖 지혜의 지혜가 항상 앞에 나타나서 어리석은 가림을 떠난 청정한 지혜 눈을 얻었다.

 
여러 중생을 어거하는 스승이 되어 부처님의 평등한 데 머무르며, 모든 법에 분별이 없으며, 경계를 분명히 통달하여 세간의 성품이 고요하여 의지한 데 없음을 알고, 모든 부처의 국토에 두루 나아가나 집착이 없으며, 모든 법을 관찰하나 머무름이 없고, 모든 묘한 법의 궁전에 두루 들어가나 오는 바가 없으며, 모든 세간을 교화하고 조복하여 여러 중생에게 편안한 곳을 나타내었다.


지혜의 해탈이 그의 행할 바가 되어 항상 지혜의 몸으로 탐욕을 떠난 짬에 머물며, 생사의 바다를 뛰어나와 진실한 짬을 보이고, 지혜의 빛이 원만하여 모든 법을 널리 보며, 삼매에 머물러서 견고하여 동요하지 않고, 여러 중생에게 크게 가엾이 여김을 일으키며, 모든 법문은 다 눈어리 같고 모든 중생은 꿈 같고 모든 여래는 그림자 같고 모든 말은 메아리 같고 모든 법은 변화와 같음을 알며, 훌륭한 행과 원을 잘 모으고, 지혜가 원만하고 방편이 청정하여 마음이 매우 고요하며, 모든 다라니[摠持] 경계에 잘 들어가고 삼매의 힘을 구족하여 용맹하고 겁이 없으며, 밝은 지혜의 눈을 얻어 법계의 짬에 머물고, 온갖 법이 얻을 것 없는 데 이르며, 가없는 지혜의 바다를 닦아 익혀 지혜바라밀의 끝인 저 언덕에 이르고, 반야바라밀의 거두어 가짐이 되며, 신통바라밀로 세간에 널리 들어가고, 삼매바라밀을 의지하여 마음이 자재함을 얻었다.

 

뒤바뀌지 않은 지혜로 모든 이치를 알고, 교묘하게 분별하는 지혜로 법장을 열어 보이며, 드러나게 아는 지혜로 그를 해석하고 큰 서원의 힘으로 법을 말함이 다하지 않으며, 두려움이 없는 큰 사자후로 의지한 데 없는 법을 관찰하기 좋아하고, 깨끗한 법 눈으로 모든 것을 두루 보며, 깨끗한 지혜 달로 세간이 이루고 무너짐을 비추고, 지혜의 빛으로 진실한 이치를 비추며, 복덕과 지혜는 금강산과 같아서 온갖 비유로 미칠 수 없고, 모든 법을 잘 관찰하여 지혜의 뿌리가 증장하며, 용맹하게 정진하여 여러 마를 꺾어 부수고, 한량없는 지혜는 위엄과 광채가 치성하여 몸이 모든 세간에서 뛰어났으며, 모든 법에 걸림없는 지혜를 얻어 다하고 다함이 없는 짬을 잘 알고, 넓은 짬에 머물러 진실한 짬에 들어가며, 형상 없이 관찰하는 지혜가 항상 앞에 나타나는 것이다.

 

교묘하게 보살들의 행을 성취하고 둘이 없는 지혜로 여러 경계를 알며, 모든 세간의 여러 길[趣]을 두루 보고 모든 부처님의 국토에 가고 지혜 등불이 원만하여 모든 법에 어둠이 없으며, 깨끗한 법의 광명을 놓아 시방세계를 비추고 여러 세간의 진실한 복밭이 되어 보는 이나 듣는 이가 다 소원을 이루며, 복덕이 높고 커서 세간에서 뛰어났고, 용맹하고 두려움이 없어 외도들을 굴복하며, 미묘한 음성을 내 모든 세계에 두루하였다. 널리 부처님을 뵈옵는 마음은 만족한 줄 모르고 부처님의 법의 몸에는 이미 자유자재하였으며, 교화할 중생을 따라 몸을 나타내니 한 몸이 모든 부처님 세계에 가득하였다.

 

이미 자재하여져서 청정한 신통을 얻었고, 큰 지혜의 배를 타고 가는 곳마다 걸림이 없으며, 지혜가 원만하여 법계에 두루하니, 마치 해가 떠서 세간에 비치면 중생의 마음을 따라 빛과 형상을 나타내는 듯, 중생의 근성과 욕망을 알고 모든 법이 다함이 없는 경계에 들어가며, 법의 성품이 남도 없고 일어남도 없음을 알아 크고 작은 것이 자유자재하여 서고 들어가게 하였다.


부처님 지위의 깊은 뜻을 분명히 알고 무진한 글귀로 매우 깊은 이치를 말하되 한 구절 가운데 모든 다라니 바다를 연설하며, 큰 지혜의 다라니 몸을 얻어 배워 지닌 것을 영원히 잊지 않으며, 한 생각에 한량없는 겁 동안의 일을 기억하고, 한 생각에 삼세 모든 중생의 지혜를 알며, 항상 온갖 다라니 문으로 그지없는 부처님의 법 바다를 연설하고, 물러가지 않는 청정한 법륜을 항상 굴리어 중생들의 지혜를 내게 하였다.

 
부처 경계의 지혜 광명을 얻어서 잘 보는 깊은 삼매에 들어가며, 모든 법의 장애가 없는 짬에 들어가 온갖 법에 훌륭한 지혜가 자재하며, 모든 경계가 청정하게 장엄하여 시방의 모든 법계에 두루 들어가되 어느 방소에나 이르지 않는 데가 없었다. 모든 티끌 속마다 바른 깨달음을 이루며 색의 성품이 없는 데서 온갖 색을 나타내며 모든 방위를 한 방위에 넣었다. 그 보살들이 이와 같이 그지없는 공덕의 광을 갖추어 항상 부처님들의 칭찬함을 받으니, 가지가지 말로 그 공덕을 말하여도 다할 수 없으며, 다 서다림(逝多林) 속에 있으면서 여래의 공덕 바다에 들어가서 부처님의 광명이 비치는 것을 보았다.


이 때 모든 보살이 부사의한 바른 법의 광명을 얻고 마음이 매우 환희하여, 제각기 그 몸과 누각의 모든 장엄거리와 앉아 있는 사자좌로써 서다림 모든 물건에 두루하였으며, 가지각색 장엄 구름을 나투어 모든 시방 법계에 충만하였으니, 이른바 잠깐 동안에 큰 광명 구름을 낳아 시방에 가득하여 모든 중생을 깨우치며, 모든 마니보배와 풍경 구름을 내어 시방에 가득하여 미묘한 음성으로 삼세 부처님들의 공덕을 일컬어 찬탄하며, 모든 음악 구름을 내어 시방에 가득하여 그 음성 속에서 모든 중생의 업과 과보를 연설하였다.


모든 보살의 여러 가지 원과 행의 빛깔 구름을 내어 시방에 가득하여 보살들이 가진 큰 원(願)을 말하며, 모든 여래의 마음대로 변화하는 구름을 내어 시방에 가득하여 모든 부처님 여래의 음성을 말하여 내며, 모든 보살의 잘 생긴 모습으로 장엄한 몸 구름을 내어 시방에 가득하여 여래의 모든 국토 생기던 차례를 말하며, 삼세 여래의 도량 구름을 내어 시방에 가득하여 모든 여래께서 등정각을 이루는 공덕 장엄을 나타내며, 모든 용왕 구름을 내어 시방에 가득하여 온갖 향을 비내리며, 모든 세간 임금의 몸 구름을 내어 시방에 가득하여 보현보살의 행을 연설하며, 모든 보배로 장엄하여 청정한 부처 세계 구름을 내어 시방에 가득하여 모든 여래의 바른 법륜 굴림을 나타내었다.

 

이 보살들이 부사의한 법의 광명을 얻었으므로 으레 이런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큰 신통 변화로 장엄한 구름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 때 문수사리보살이 부처님의 신력을 받자와 이 서다림 속의 여러 신통 변화한 일을 거듭 펴려고 시방을 관찰하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대들은 보시오, 이 서다림이
부처님 위신으로 끝없이 넓고
온갖 가지 장엄을 다 나타내어
시방의 온 법계에 가득히 찼고

 

시방의 한량없는 모든 국토에
그지없는 종류를 모두 장엄해
거기 있는 사자좌들 경계 가운데
온갖 모양 분명히 다 나타나고

 

수없는 불자들의 털구멍에서
가지가지 장엄한 불꽃 구름과
여래의 미묘한 음성을 내어
시방의 모든 세계 가득히 차고

 

보배 꽃 나무에서 몸을 나투니
잘 생긴 그 모습이 범천과 같아
선정에서 일어나 걸어다니며
오고 가는 거동이 항상 고요해

 

여래의 하나하나 털구멍 속에
변화하여 부사의한 몸을 나타내
모두 다 보현보살마하살같이
가지가지 상호(相好)를 장엄하였고

 

서다림 위에 있는 허공 중에서
여러 가지 장엄으로 소리를 내어
삼세 보살들이 닦아 이루신
갖가지 공덕 바다 널리 말하고

 

서다림 속에 있는 보배 나무도
한량없이 미묘한 음성을 내어
모든 중생 가지가지 업의 바다가
제각기 차별함을 연설도 하며

 

서다림 속에 있는 여러 경계가
삼세 여래들을 다 나타내어
저마다 큰 신통을 일으키는 일
시방의 세계 바다 티끌과 같고

 

시방에 널려 있는 갖가지 국토
모든 세계 바다의 티끌 수들이
여래의 털구멍에 다 들어가서
차례로 장엄함을 모두 보겠고

 

모든 장엄 속에서 나타낸 부처
중생과 같은 수가 세간에 가득
부처마다 큰 광명 모두 놓아서
갖가지로 마땅하게 중생을 교화

 

향 불꽃과 보배 광의 여러 가지 꽃
갖가지로 미묘하게 장엄한 구름
엄청나게 허공과 같은 것들이
시방의 국토들에 가득하였고

 

시방세계 삼세 모든 부처님
여러 가지 장엄한 묘한 도량이
이 동산의 서다림 경계 가운데
갖가지 모양들이 다 나타나고

 

수많은 보현보살 모든 불자들
백천만겁 동안에 장엄한 세계
그 수효 한량없어 중생 같거든
이 서다림 속에서 모두 보겠네.

 

그 때 저 보살들은 부처님의 삼매 광명이 비치었으므로 곧 이러한 삼매에 들어갔으며, 제각기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 티끌 수의 크게 가엾이 여기는 문을 얻어 모든 중생들을 이익하고 안락케 하였는데, 몸에 있는 털구멍마다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 티끌 수 광명을 내고, 낱낱 광명에서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 티끌 수 보살들을 변화하여 나타내니, 그 형상이 세간 임금과 같으며, 일체 중생의 앞에 나타나서 시방 법계에 가득하게 차 있으면서 여러 가지방편으로 교화하고 조복하였다.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하늘 궁전의 무상한 문도 나타내고,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모든 중생의 태어나는 문도 나타내고,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모든 보살의 수행하는 문도 나타내고,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꿈 경계의 문도 나타내고,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보살의 큰 서원 문도 나타내고,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를 진동하는 문도 나타내고,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수 세계를 분별하는 문도 나타내고,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가 지금 생기는 문도 나타내며,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단바라밀(檀波羅蜜) 문도 나타내고,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모든 여래들이 공덕을 닦느라고 가지가지로 고행하는 시바라밀(尸波羅蜜) 문도 나타내고,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온몸을 오려내는 찬제바라밀(提波羅蜜) 문도 나타내고,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부지런히 닦는 비리야바라밀(毗梨耶波羅蜜) 문도 나타내고,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보살들이 삼매를 닦는 선정 해탈 문도 나타내고,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부처의 도가 원만한 지혜의 광명 문도 나타내며,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불법을 구하면서 한 글귀 한 토를 위하여 무수한 몸과 목숨을 버리는 문도 나타내고,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모든 부처님을 친근하여 모든 법을 물으면서도 고달픈 생각이 없는 문도 나타내고, 말할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모든 중생의 시절과 욕망을 따라 있는 곳에 나아가서 방편으로 성숙시키어 온갖 지혜 바다의 광명에 머물게 하는 문도 나타내고,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모든 마(魔)를 항복 받고 외도들을 제어하여 보살의 복덕의 힘을 드러내는 문도 나타내며,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모든 기술학을 아는 밝은 지혜의 문도 나타내고,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모든 중생의 차별을 아는 밝은 지혜의 문도 나타내고,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모든 법의 차별을 아는 밝은 지혜의 문도 나타내고,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모든 중생의 마음으로 좋아함이 차별함을 아는 밝은 지혜의 문도 나타내고,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모든 중생의 근성· 행동· 번뇌· 슬기를 아는 밝은 지혜의 문도 나타내고,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모든 중생의 가지가지 업을 아는 밝은 지혜의 문도 나타내고,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모든 중생을 깨우치는 문도 나타내었다.


이와 같은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방편문으로 모든 중생이 있는 곳에 나아가 성숙케 하나니, 이른바 천궁에도 가고 용궁에도 가고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 궁에도 가며, 범왕 궁에도 가고 인간의 왕궁에도 가고, 염라대왕의 궁에도 가고, 축생· 아귀· 지옥의 사는 곳에도 가는 것이다. 평등한 큰 자비와 평등한 큰 원과 평등한 지혜와 평등한 방편으로 중생들을 거두어 주는데, 보고서 조복되는 이도 있고, 듣고서 조복되는 이도 있고, 생각하고서 조복되는 이도 있으며, 음성을 듣고 조복되기도 하고, 이름을 듣고 조복되기도 하고, 둥근 광명을 보고 조복되기도 하고, 광명 그물을 보고 조복되기도 하나니, 중생들의 마음에 좋아함을 따라서 그들의 처소에 나아가서 이익을 얻게 하였다.


불자여, 이 서다림에 있는 모든 보살이 중생들을 성취하기 위하여, 어떤 때에는 가지가지로 장엄한 궁전에 있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자기의 누각에서 사자좌에 앉았거든, 도량에 모인 대중이 둘러 모시고 시방에 두루하여 여럿이 보게 하지만, 이 서다림 여래의 처소를 떠나지 아니하였다.


불자여, 이 보살들이 어떤 때에는 한량없는 나툰 몸[化身] 구름을 나타내기도 하고 동무가 없는 혼자 몸을 나타내기도 하나니, 이른바 사문의 몸도 나타내고 바라문의 몸도 나타내고 고행하는 몸도 나타내고 충성(充盛)한 몸도 나타내고 의사의 몸도 나타내고 장사 주인의 몸도 나타내고 깨끗이 생활하는 몸도 나타내고 배우의 몸도 나타내고 하늘을 섬기는 몸도 나타내고 공교한 기술자의 몸도 나타내어, 모든 시골과 도시와 서울과 마을에 있는 중생들의 처소에 가서 마땅한 대로 갖가지 형상· 갖가지 위의· 갖가지 음성· 갖가지 언론· 갖가지 사는 곳으로써 인다라 그물[帝網]과 같은 모든 세간에서 보살의 행을 행할 적에, 세간의 공교한 사업을 말하며, 모든 지혜로 세상을 비추는 등불을 말하며, 모든 중생의 업력(業力)으로 장엄하는 것을 말하며, 시방 국토에서 여러 가지 승(乘)을 세우는 지위를 말하며, 지혜 등불을 비추는 모든 법의 경계를 말하여, 일체 중생을 교화하여 성취하면서도 이 서다림 여래의 처소를 떠나지 아니하였다.

 

지말법회(枝末法會)   

(1) 문수보살(文殊菩薩)을 만나다


그 때 문수사리동자(文殊師利童子)가 선주누각(善住樓閣)으로부터 나와서, 한량없는 함께 수행하는 보살· 항상 따르며 시위하는 금강신들· 중생들을 두루 위하여 부처님께 공양하는 몸 많은 신[身衆神]들· 오래부터 굳은 서원으로 항상 시중하려는 발로 다니는 신[足行神]들· 묘한 법을 듣기 좋아하는 땅 맡은 신들· 항상 대자비를 닦는 물 맡은 신들· 지혜 빛으로 비추는 불 맡은 신들· 마니로 관을 만든 바람 맡은 신들· 시방의 모든 의식을 잘 아는 방위 맡은 신들· 무명의 어둠을 전력으로 제멸하는 밤 맡은 신들· 일심으로 부처님 해를 쉬지 않고 밝히는 낮 맡은 신들· 법계의 모든 허공을 장엄하는 허공 맡은 신들· 중생을 건지어 생사의 바다를 뛰어나게 하는 바다 맡은 신들· 온갖 지혜와 도를 돕는 선근을 부지런히 모으는 높고 크기 산과 같은 산 맡은 신들과, 모든 중생의 보살 마음 성(城)을 부지런히 수호하는 성 맡은 신들· 온갖 지혜의 지혜와 위없는 법의 성을 부지런히 수호하는 용왕들· 모든 중생을 부지런히 수호하는 야차왕들· 중생들을 항상 즐겁게 하는 건달바왕들· 아귀의 길을 항상 제멸하는 구반다왕들· 모든 중생을 구제하여 생사의 바다에서 뛰어나게 하는 가루라왕들· 여래의 몸을 성취하여 세간에서 뛰어나려 하는 아수라왕들· 부처님을 뵈옵고 환희하여 허리 굽혀 공경하는 마후라가왕들· 생사를 싫어하고 부처님 뵙기를 좋아하는 큰 천왕들· 부처님을 존중하여 찬탄하고 공양하는 대범천왕들과 함께하였다.


문수사리는 이러한 공덕으로 장엄한 보살들과 더불어 자기가 있던 데서 떠나 부처님 계신 데 와서 세존을 오른쪽으로 한량없이 돌고 모든 공양거리로 공양하였다. 공양하기를 마치고는 하직하고 떠나 남쪽으로 인간을 향하였다.


그 때 사리불 존자는 부처님의 신력을 받자와 문수사리보살이 여러 보살 대중으로 장엄하고 서다림에서 나와 남쪽으로 인간을 향하여 가는 것을 보고 생각하기를 “나도 문수사리와 더불어 남쪽으로 함께 가리라”고 하였다. 그리고 사리불 존자는 6천 비구가 앞뒤로 둘러싸고 자기의 처소를 떠나 부처님 계신 데 와서 부처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세존께 여쭈었다. 세존이 허락하시므로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하직하고 물러나 문수사리에게로 갔다.


이 6천 비구는 사리불과 함께 있는 이들로 출가한 지 오래지 않았으니, 이른바 해각(海覺)비구· 선생(善生) 비구· 복광(福光)비구· 대동자(大童子)비구· 전생(電生)비구· 정행(淨行)비구· 천덕(天德)비구· 군혜(君慧)비구· 범승(梵勝)비구· 적혜(寂慧)비구 등이니, 그 수가 6천이었다. 모두 한량없는 부처님께 공양한 이로서, 선근을 깊이 심어 이해하는 힘이 광대하며, 믿는 눈이 밝게 사무치고 마음이 너그러우며, 부처님의 경계를 관찰하고 법의 본 성품을 알아 중생들을 이익케 하며, 항상 부처님의 공덕을 부지런히 구하나니, 다 문수사리가 법을 말하여 교화하고 성취한 이들이었다.


이 때 사리불 존자는 길을 가던 도중에 비구들을 보고 해각(海覺)에게 말하였다.
“해각이여, 그대는 보라. 문수사리보살의 청정한 몸은 잘생긴 모습으로 장엄하였으매 모든 하늘이나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느니라. 그대는 보라. 문수사리의 둥근 광명이 사무쳐 비추어 한량없는 중생에게 한희심을 내게 합니다. 그대는 보라. 문수사리의 광명 그물로 장엄한 것은 중생들의 한량없는 괴로움을 멸합니다. 그대는 보라. 문수사리의 대중이 구족함은 다 보살이 옛적에 선근으로 거두어 준 것입니다. 그대는 보라. 문수사리의 다니는 길은 좌우로 8보씩을 평탄하게 장엄하였느니라.


그대는 보라. 문수사리의 머무는 곳에는 주위로 열 방위에 항상 도량이 있어 따라서 작용하게 됩니다. 그대는 보라. 문수사리의 다니는 길은 한량없는 복덕의 장엄을 갖추었으므로 좌우로 묻힌 갈무리가 있어 여러 가지 보배가 저절로 나오느니라. 그대는 보라. 문수사리는 일찍이 부처님께 공양한 선근으로 말미암아 모든 나무들 사이에서 장엄한 갈무리를 내느니라. 그대는 보라. 문수사리에게는 세간 임금들이 공양거리 구름을 비내리며 엎드려 절하고 공경하며 공양합니다. 그대는 보라. 문수사리는 시방의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법을 말씀하려 할 때에 미간의 흰 털은 광명을 놓아 보내어 그 몸에 비추고 정수리로 들어가느니라.”


그 때 사리불 존자는 비구들에게 문수사리동자는 이렇게 한량없는 공덕으로 구족하게 장엄하였다고 찬탄하고 연설하였다. 그 비구들은 이 말을 듣고 마음이 청정하며 믿고 이해함이 견고하여 기쁨을 참지 못하여 뛰놀면서 형체가 부드럽고 전신이 화열하며 근심은 없어지고 업장이 다하여서, 부처님을 항상 뵈옵고 바른 법을 구하며 보살의 근기를 갖추고 보살의 힘을 얻었으며, 큰 자비와 큰 서원이 거기서 나고 모든 바라밀의 깊은 경지에 들어갔으며, 시방의 부처님들이 항상 앞에 나타나서 온갖 지혜에 믿고 좋아함을 내었다. 그리하여 사리불 존자에게 말하였다.
“바라옵건대 대사시여, 우리를 데리고 저 훌륭한 어른에게 나아가지이다.”

 

그 때 사리불은 그들과 함께 그곳에 가서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이 비구들이 뵈오려 하나이다.”


그 때 문수사리동자는 한량없는 자재한 보살에게 둘러싸이어서 그 대중들과 함께 코끼리가 한 번 돌 듯이 비구들을 보았다. 비구들은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합장하고 공경하여 말하였다.
“저희들이 지금 우러러 뵈옵고 공경하고 예배하는 일과, 그 밖에 모든 선근을, 거룩하신 문수사리와 화상(和尙)이신 사리불과 석가모니 세존께서 증명하여 아시나니, 거룩하신 당신이 가지신 그러한 몸과 그러한 음성과 그러한 모습과 그렇게 자유자재하심을 저희들로 하여금 모두 얻게 하여지이다.”


그 때 문수사리보살은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비구들이여, 선남자와 선여인이 열 가지 대승으로 나아가는 법을 성취하면 여래의 지위에 빨리 들어갈 것이거늘 하물며 보살의 지위리요? 무엇이 열인가? 이른바 모든 선근을 모으는 데 마음이 고달프지 않음과, 모든 부처님을 뵈옵고 섬기고 공양하는 데 마음이 고달프지 않음과, 모든 부처의 법을 구하는 데 마음이 고달프지 않음과, 온갖 바라밀을 행하는 데 마음이 고달프지 않음과, 모든 보살의 삼매를 성취하는 데 마음이 고달프지 않음과, 온갖 삼세에 차례로 들어가는 데 마음이 고달프지 않음과, 시방의 부처님 세계를 두루 장엄하는 데 마음이 고달프지 않음과, 일체 중생을 교화하고 조복하는 데 마음이 고달프지 않음과, 모든 세계의 모든 겁에서 보살의 행을 성취하는 데 마음이 고달프지 않음과, 한 중생을 성취하기 위하여 모든 부처세계의 티끌 수 바라밀을 수행하여, 여래의 한 가지 힘을 성취하며, 이와 같이 차례 차례로 모든 중생을 성취하기 위하여 여래의 모든 힘을 성취하는 데 마음이 고달프지 않음이니라.


비구여, 선남자와 선여인이 깊은 믿음을 성취하고 이 열 가지 고달프지 않은 마음을 내면, 능히 모든 선근을 기르며, 모든 생사의 길[趣]을 여의며, 모든 세간의 종자 성문을 초월하며, 성문과 벽지불의 지위에 떨어지지 않고 여래의 가문에 태어나며, 모든 보살의 소원을 갖추며, 모든 여래의 공덕을 배우며, 모든 보살의 행을 닦으며, 여래의 힘을 얻어 여러 마(魔)와 외도들을 굴복시키며, 모든 번뇌를 멸하고 보살의 지위에 들어가서 여래의 자리에 가까워지느니라.

 

”이 때 비구들이 이 법문을 듣고 곧 삼매를 얻으니, 이름이 '걸림없는 눈으로 모든 부처의 경계를 봄[無礙眼見一切佛境界]'이었다. 이 삼매를 얻었으므로 시방의 한량없고 그지없는 모든 세계의 부처님들과 그 도량에 모인 대중들을 보며, 시방세계의 여러 길에 있는 중생들도 보며, 그 모든 세계가 가지가지로 차별함도 보며, 저 여러 세계에 있는 중생들이 거처하는 궁전을 보니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하였다.


또 저 부처님 여래께서 가지가지 음성으로 법을 연설함을 듣고 말씀과 해석하심을 모두 분명히 알며, 저 세계에 있는 중생들의 근성과 욕망을 잘 관찰하며, 저 세계에 있는 모든 중생들이 전생과 내생에 열 번 태어나던 일도 기억하며, 저 세계의 과거와 미래에 각각 열 겁 동안 일도 기억하며, 또 저 모든 여래의 열 번 본생(本生)의 일과 열 번 바른 깨달음을 이룸과 열 번 법륜을 굴림과 열 가지 신통과 열 가지 설법과 열 가지 가르침과 열 가지 변재를 기억하였다.


또 십천 가지 보리심과 십천 가지 삼매와 십천 가지 바라밀을 성취하여 모두 청정하였으며, 큰 지혜를 얻어 광명이 원만하였으며, 보살의 열 가지 신통을 얻어 부드럽고 미묘하며, 보살의 마음에 머물러 견고하여 흔들리지 아니하였다.


이 때 문수사리보살이 여러 비구들을 권하여 보현의 행에 머물게 하였다. 보현의 행에 머물고는 큰 서원 바다에 들어가고, 서원 바다에 들어가서는 큰 서원 바다를 성취하고, 큰 서원 바다를 성취하였으므로 마음이 청정하고, 마음이 청정하였으므로 몸이 청정하고, 몸이 청정하였으므로 몸이 경쾌하고, 몸이 청정하고 경쾌하였으므로 큰 신통을 얻어 물러가지 아니하고, 이 신통을 얻었으므로 문수사리의 발 밑을 떠나지 않고서 시방의 모든 부처님 계신 데서 몸을 나타내어 모든 부처님 법을 구족하게 성취하였다.”

 

(관음보살과 선재동자 - 싱가포르 센토사섬 Tidal 동굴벽화) 

 

이 때 문수사리보살이 비구들을 권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하고는, 점점 남방으로 가면서 인간 세상에서 지내다가 복성(福城)의 동쪽에 이르러 장엄당사라숲[莊嚴幢娑羅林]에 머물렀으니, 이곳은 옛적에 부처님들이 계시면서 중생을 교화하던 큰 탑이 있는 곳이며, 세존께서도 과거에 보살의 행을 닦으시며 한량없이 버리기 어려운 것을 버리시던 곳이다. 그래서 이 숲은 한량없는 부처님 세계에 소문이 퍼졌으며, 언제나 하늘·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 등의 사람인 듯 사람 아닌 듯한 이들이 공양하는 곳이다.


이에 문수사리보살이 권속들과 함께 이곳에 이르러서 '법계를 두루 비추는 수다라(修多羅)'를 말씀하니, 백만억의 나유타(那由他) 수다라가 권속이 되었다. 이 경을 말할 적에 바다 가운데 있던 한량없는 백천억 용들이 와서 법문을 듣고는 용의 길을 싫어하고 바로 불도를 구하여 용의 몸을 버리고 천상에나 인간에 태어나서, 1만 용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가지 않게 되었고, 또 한량없고 수없는 중생들은 삼승 가운데서 제각기 조복하게 되었다. 이 때에 복성(福城) 사람들은 문수사리동자가 장엄당사라숲 속 큰 탑 있는 곳에 왔다는 말을 듣고, 한량없는 대중이 복성에서 나와 그곳에 이르렀다.


그 때 대지(大智) 우바새가 5백 우바새 권속과 함께 있었으니, 이른바 수달다(須達多) 우바새· 바수달다(婆須達多) 우바새· 복덕광(福德光) 우바새· 유명칭(有名稱) 우바새· 시명칭(施名稱) 우바새· 월덕(月德) 우바새· 선혜(善慧) 우바새· 대혜(大慧) 우바새· 현호(賢護) 우바새· 현승(賢勝) 우바새들이었다. 이런 5백 우바새가 함께 문수사리동자 있는 데 와서 발에 엎드려 절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한 곁에 물러가 앉았다. 또 5백 우바이가 있으니 이른바 대혜(大慧) 우바이· 선광(善光) 우바이· 묘신(妙身) 우바이· 가락신(可樂身) 우바이· 현(賢) 우바이· 현덕(賢德) 우바이· 현광(賢光) 우바이· 당광(幢光) 우바이· 덕광(德光) 우바이· 선목(善目) 우바이들이었다. 이런 5백 우바이가 문수사리동자 있는 데서 와 발에 엎드려 절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한 곁에 물러가 앉았다.


또 5백 동자가 있으니, 이른바 선재(善財) 동자· 선행(善行) 동자· 선계(善戒) 동자· 선위의(善威儀) 동자· 선용맹(善勇猛) 동자· 선사(善思) 동자· 선혜(善慧) 동자· 선각(善覺) 동자· 선안(善眼) 동자· 선비(善臂) 동자· 선광(善光) 동자들이었다. 이런 5백 동자가 문수사리동자 있는 데 와서 발에 엎드려 절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한 곁에 물러가 앉았다. 또 5백 동녀가 있으니, 이른바 선현(善賢) 동녀· 대지거사(大智居士)의 딸 동녀· 현칭(賢稱) 동녀· 미안(美顔) 동녀· 견혜(堅慧) 동녀· 현덕(賢德) 동녀· 유덕(有德) 동녀· 범수(梵授) 동녀· 덕광(德光) 동녀· 선광(善光) 동녀들이었다. 이런 5백 동녀가 문수사리동자 있는 데 와서 발에 엎드려 절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한 곁에 물러가 앉았다.


그 때 문수사리동자는 복성 사람들이 다 와서 모인 줄을 알고 그들이 좋아하는 마음을 따라 자유자재한 몸을 나투었으니, 위풍이 찬란하여 대중들을 가렸으며, 자재하게 인자함으로 그들을 서늘하게 하며, 자재하게 가엾이 여김으로 법을 말할 생각을 내며, 자재한 지혜로 그 마음을 알고 광대한 변재로 법을 말하려 하였다.


선재를 살펴보면서 무슨 인연으로 그런 이름을 지었는가 하여, 이 동자가 처음 태(胎) 가운데에 들 적에 그 집안에 저절로 칠보로 된 누각이 생기고, 누각 밑에는 일곱 개의 묻힌 갈무리가 있으며, 그 갈무리 위에는 땅이 저절로 갈라져 칠보의 싹이 돋아나니, 금· 은· 유리(璃瑠)· 파리(玻)· 진주· 자거· 마노 들이었다. 선재동자가 태에 있은 지 열 달 만에 탄생하니, 몸과 팔다리가 단정하였고, 일곱 개의 큰 갈무리가 가로와 세로와 높이가 각각 7척씩 되는 것이 땅에서 솟아오르니 광명이 찬란하였다.


또 집안에는 저절로 5백 개의 보배 그릇이 있어 갖가지 물건이 가득하였으니, 금강 그릇에는 모든 향이 담기고, 향 그릇에는 갖가지 옷이 담기고, 옥 그릇에는 갖가지 맛 좋은 음식이 담기고, 마니(摩尼) 그릇에는 갖가지 기이한 보배가 담기고, 금 그릇에는 은이 담기고, 은 그릇에는 금이 담기고, 금은 그릇에는 유리와 마니보배가 가득하고, 파리 그릇에는 자거가 가득하고, 자거 그릇에는 파리가 가득하고, 마노 그릇에는 진주가 가득하고, 진주 그릇에는 마노가 가득하고, 불 마니 그릇에는 물 마니가 가득하고, 물 마니 그릇에는 불 마니가 가득하였다.


이러한 5백 보배 그릇이 저절로 나오고, 또 여러 가지 보배와 모든 재물들이 온갖 광에 충만하였다. 그러므로 부모와 친척과 관상하는 이들이 이 아이의 이름을 선재(善財; 보배를 마음대로 한다는 뜻)라고 부른 줄을 보고 알았다.


또 이 동자가 과거의 여러 부처님께 공양하며 선근을 많이 심었고, 믿고 이해함이 커서 여러 선지식을 항상 친근하였으며,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이 허물이 없고, 보살의 도를 깨끗이 하며, 온갖 지혜를 구하여 불법의 그릇을 이루었고, 마음이 청정하게 허공과 같으며 보리에 회향하여 장애가 없는 줄을 알았다.


그 때 문수사리보살이 이렇게 선재동자를 관찰하고는 위로하고 일러 주면서 모든 부처의 법을 연설하였으니, 이른바 모든 부처님의 모으는 법을 말하고, 모든 부처님의 계속하는 법[相續法]을 말하고, 모든 부처님의 차례로 하는 법을 말하고, 모든 부처님의 모인 대중이 청정한 법을 말하고, 모든 부처님이 법륜으로 교화하는 법을 말하고, 모든 부처님의 육신이 잘생긴 모습의 법을 말하고, 모든 부처님이 법의 몸을 성취하는 법을 말하고, 모든 부처님의 말씀하는 변재의 법을 말하고, 모든 부처님의 광명으로 비추는 법을 말하고, 모든 부처님의 평등하여 둘이 없는 법을 말하는 것이다.

 

그 때 문수사리동자가 선재동자와 대중들을 위하여 이런 법을 말하고는, 은근하게 권하여 세력이 늘게 하며, 그들을 기쁘게 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하였으며, 또 과거에 심은 선근을 기억하게 하였다. 이런 일을 하고는 그 자리에서 다시 중생들에게 마땅하게 법을 말하고 떠났다. 이 때 선재동자는 문수사리에게서 부처님의 이런 여러 가지 공덕을 듣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며 문수사리를 따라서 게송을 말하였다.

 

삼계의 생사는 성곽 되고
교만한 마음 담장이며
여러 길은 문이 되고
사랑의 물이 해자[池] 되었네.

 

어리석은 어둠에 덮이어
탐욕과 성내는 불이 치성하니
마왕은 임금이 되어
어린이들이 의지해 있고

 

탐심과 애욕은 묶는 노끈이요
아첨과 속이는 일 고삐가 되며
의혹의 눈을 가리어
삿된 길로 나아가게 하며

 

간탐과 질투와 교만이 많아
삼악취(三惡處)에 들어도 가고
여러 길에 떨어지면
나고 늙고 병나고 죽는 고통

 

묘한 지혜 청정한 해님의

가엾이 여기는 원만한 바퀴
번뇌의 바다 말리시나니
바라건대 나를 살펴 주소서.

 

묘한 지혜 청정한 달님의
인자하고 때 없는 바퀴
모든 이를 안락케 하시니
바라건대 나를 비춰 주소서.

 

온갖 법계의 왕이시여,
법보(法寶)로 길잡이 삼아
걸림없이 허공에 다니시니
바라건대 나를 가르쳐 주소서.

 

복 많고 지혜 많은 장사 물주[商主]
용맹하게 보리 구하여
중생들을 이익케 하시니
바라건대 나를 보호하소서.

 

참는 갑옷 입으시고
손에는 지혜의 검을 들어
마군을 자재하게 항복 받으시니
바라건대 나를 구제하소서.

 

불법의 수미산 꼭대기에서
선정의 시녀들이 항상 모시고
번뇌의 아수라 멸하시나니
제석(帝釋)이여, 나를 살피소서.

 

삼계의 생사 범부의 집이요
의혹과 짓는 업 여러 길의 원인
보살께서 모두 조복하시니
등불처럼 나의 길 비춰 주소서.

 

여러 나쁜 길 여의시고
모든 착한 일 깨끗하게
세간을 초월하신 이시니
해탈의 문을 보여 주소서.

 

세간의 뒤바뀐 고집
항상하고 즐겁고 나[我]이고 깨끗하단 생각
지혜의 눈으로 모두 여의시니
해탈의 문을 열어 주소서.

 

바른 길·삿된 길 잘 아시고
분별하는 마음 겁이 없으사
온갖 것 다 아시는 이여,
보리의 길을 가르쳐 주소서.

 

부처님의 바른 소견에 머물고
부처님의 공덕 나무 기르며
부처님 법의 묘한 꽃 비내리시니
보리의 길을 보여 주소서.

 

과거· 미래· 현재의 부처님
간 데마다 두루하시어
해가 세상에 뜬 듯하시니
그 길을 말씀하소서.

 

온갖 업 잘 아시고
여러 승의 수행을 통달하시니
결정한 지혜 가지신 이여,
마하연(摩訶衍) 길을 보여 주소서.

 

서원은 바퀴, 자비는 속 바퀴[轂] - 願輪大悲轂(원륜대비곡)
신심의 굴대[軸] 참는 건 비녀장[鎋] - 信軸堅忍鎋(신축견인할)
공덕 보배로 잘 꾸미시니
그 수레에 나를 태워 주소서.

 

다 지니신[總持] 광대한 수레방[箱]
자비로 장엄한 뚜껑
변재의 풍경 잘 울리나니
그 수레에 나를 태워 주소서.

 

청정한 범행(梵行) 돗자리 되고
삼매는 모시는 채녀들
법북의 아름다운 소리
그 수레에 나를 태워 주소서.

 

네 가지 거둬 주는 무진장(無盡藏)
공덕은 장엄한 보배
부끄러움은 굴레와 배띠[鞅]
그 수레에 나를 태워 주소서.

 

보시하는 바퀴 항상 굴리며
깨끗한 계율의 향을 바르고
참음으로 굳게 꾸미었으니
그 수레에 나를 태워 주소서.

 

선정과 삼매는 수레방[箱]이요
지혜와 방편은 멍에가 되어
물러가지 않도록 조복하나니
그 수레에 나를 태워 주소서.

 

큰 서원은 청정한 바퀴
다 지니는 견고한 힘
지혜로 이루어졌나니
그 수레에 나를 태워 주소서.

 

보현의 행으로 두루 장식하였고
자비한 마음 천천히 굴려서
어디로 가나 겁이 없나니
그 수레에 나를 태워 주소서.

 

견고하기로는 금강과 같고
공교하기는 눈어리 같아
모든 것에 장애 없으니
그 수레에 나를 태워 주소서.

 

광대하고 매우 청정해
중생들에게 낙을 주는 일
허공이나 법계와 평등
그 수레에 나를 태워 주소서.

 

업과 번뇌를 깨끗이 하며
헤매는 고통 끊어 버리고
마(魔)와 외도(外道)를 꺾어 부수니
그 수레에 나를 태워 주소서.

 

지혜는 시방에 가득하고
장엄은 법계에 두루하여
중생의 소원 만족케 하니
그 수레에 나를 태워 주소서.

 

청정하기 허공과 같아
애욕과 소견 없애버리고
모든 중생을 이익하나니
그 수레에 나를 태워 주소서.

 

서원의 힘은 빠르게 가고
선정의 마음 편안히 앉아
모든 중생을 옮기시나니
그 수레에 나를 태워 주소서.

 

땅과 같아서 흔들리지 않고
물과 같아서 모두 이익케
이러하게 중생을 옮기시나니
그 수레에 나를 태워 주소서.

 

네 가지로 거둬주는 원만한 바퀴
다 지니는 청정한 광명
이와 같은 지혜의 해를
나로 하여금 보게 하소서.

 

법왕의 지위에 이미 들었고
지혜의 관을 이미 쓰셨고
법의 비단을 머리에 맸나니
바라건대 나를 돌봐 주소서.

 

이 때에 문수사리보살은 코끼리가 한 번 돌 듯이 선재동자를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고, 또 선지식을 가까이하여 보살의 행을 물으며 보살의 도를 닦으려 하는구나. 선남자여, 선지식들을 친근하고 공양함은 온갖 지혜를 구족하는 첫째 인연입니다. 그러므로 이 일에는 고달픈 생각을 내지 말라.”


선재동자가 여쭈었다.
“바라옵건대 거룩하신 이여, 나에게 일러 주소서. 보살은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행을 닦으며, 어떻게 보살의 행에 나아가며, 어떻게 보살의 행을 행하며, 어떻게 보살의 행을 깨끗이 하며, 어떻게 보살의 행에 들어가며, 어떻게 보살의 행을 성취하며, 어떻게 보살의 행을 따라가며, 어떻게 보살의 행을 생각하며, 어떻게 보살의 행을 더 넓히며, 어떻게 보현의 행을 빨리 원만케 하나이까?”


그 때 문수사리보살이 선재동자를 위하여 게송을 말하였다.

 

착하다, 공덕 갈무리
나에게 찾아와서
자비한 마음을 내고
위없는 깨달음을 구함이여
,

 

엄청난 서원을 세우며
중생의 괴로움을 없애려고
세상 사람을 위하여
보살의 행을 닦나니

 

만일 어떤 보살이
생사의 괴로움을 싫어하지 않으면
보현의 도를 갖추어
아무도 깨뜨릴 수 없으리.

 

복의 빛, 복의 위력
복의 처소, 복의 깨끗한 바다
그대 중생을 위하여
보현의 행을 닦으려네.

 

그대가 끝닿은 데 없는
시방의 부처님들을 뵈옵고
법을 들으면
받아 지니고 잊지 않으리.

 

그대 시방세계에서
한량없는 부처님 뵈옵고
모든 원력 바다를 성취하면
보살의 행을 구족하리라
.

 

방편 바다에 들어가
부처의 보리에 머물면
지도하는 스승을 따라 배워서
온갖 지혜를 이루게 되리.

 

그대 모든 세계에 두루하여
티끌 같은 겁 동안에
보현의 행을 닦아 행하면
보리의 도를 성취하리니

 

그대 한량없는 세계에서
그지없는 세월에
보현의 행을 닦으면
큰 서원을 이루리니

 

이 한량없는 중생들
그대의 소원을 듣고 기쁘게
보리심을 내어서
보현의 법을 배우려 하리.

 

그 때 문수사리보살이 이 게송을 말하고,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가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고 보살의 행을 구하는구나. 선남자여, 어떤 중생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거니와, 마음을 내고 또 보살의 행을 구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선남자여, 온갖 지혜의 지혜를 성취하려거든, 정녕코 선지식을 찾아야 합니다. 선남자여, 선지식을 찾는 일에 고달프고 게으른 생각을 내지 말고, 선지식을 보고는 만족한 마음을 내지 말고, 선지식의 가르치는 말씀은 그대로 순종하고, 선지식의 교묘한 방편에 허물을 보지 말라.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승락(勝樂)이란 나라가 있고, 그 나라에 묘봉(妙峯)이란 산이 있고, 그 산중에 비구가 있으니 이름을 덕운(德雲)이라 합니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묻기를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닦으며, 내지 보살이 어떻게 보현의 행을 빨리 원만하느냐' 고 하라. 그 덕운 비구는 자세히 말하여 주리라.”


그 때 선재동자는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놀면서 문수보살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수없이 돌고 은근하게 앙모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하직하고 남쪽으로 떠났다.

 

(2) 덕운비구(德雲比丘)를 찾다

 

선재동자가 승락국을 향하여 가서 묘봉산에 올랐다. 그 산상에서 동·서·남·북과 네 간방과 위와 아래로 살펴보고 찾아다니면서 목마르듯이 덕운(德雲) 비구를 만나보려 하다가 이레가 지난 뒤에 그 비구가 다른 산 위에서 거니는 것을 보았다. 보고는 그 앞에 나아가서 엎드려 발에 절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앞에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행을 닦으며, 내지 어떻게 해야 보살의 행을 빨리 원만하는지 알지 못하나이다. 듣자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쳐 주신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자비하신 마음으로 말씀하여 주소서. 어찌하오면 보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나이까?”


덕운 비구는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가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고, 또 보살의 행을 물으니, 이것은 어려운 중에 어려운 일입니다. 이른바 보살의 행을 구하며, 보살의 경계를 구하며, 보살의 벗어나는 도를 구하며, 보살의 청정한 도를 구하며, 보살의 청정하고 광대한 마음을 구하며, 보살의 성취한 신통을 구하며, 보살의 해탈문 보임을 구하며, 보살이 세간에서 짓는 업을 나타내기를 구하며, 보살이 중생의 마음을 따라 줌을 구하며, 보살의 생사하고 열반하는 문을 구하며, 보살이 함이 있고 함이 없음을 관찰하되 마음이 집착이 없음을 구함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자유자재하고 결정하게 이해하는 힘을 얻어서 믿는 눈이 청정하고 지혜빛이 밝게 비치므로 경계를 두루 관찰하여 모든 장애를 여의었으며, 교묘하게 관찰하여 넓은 눈이 밝아서 청정한 행을 갖추었으며, 시방의 모든 국토에 가서 여러 부처님을 공경하고 공양하며, 모든 부처님 여래를 항상 생각하며 모든 부처님의 바른 법을 모두 지니고 시방의 모든 부처님을 항상 뵈옵느니라.


이른바 동방에서 한 부처님·두 부처님· 열 부처님· 백 부처님· 천 부처님· 백천 부처님· 억 부처님· 백억 부처님· 천억 부처님· 백천억 부처님· 나유타 억 부처님· 백 나유타 억 부처님· 천 나유타 억 부처님· 백천 나유타 억 부처님을 뵈오며, 내지 수없고 한량없고 그지없고 같을 이 없고 셀 수 없고 일컬을 수 없고 생각할 수 없고 헤아릴 수 없고 말할 수 없고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님을 뵈오며, 내지 염부제(閻浮提) 티끌 수 부처님· 사천하의 티끌 수 부처님· 천 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 이천 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 삼천 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과,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을 뵈옵느니라.

 

동방에서와 같이 남방· 서방· 북방과 네 간방과 상방· 하방에서도 역시 그러하며, 낱낱 방위에 계시는 부처님들의 갖가지 빛깔· 갖가지 형상· 갖가지 신통· 갖가지 유희· 갖가지 모인 대중과, 장엄한 도량·갖가지 광명이 끝없이 비치는 일· 갖가지 국토· 갖가지 수명과, 중생들의 갖가지 마음을 따라서 갖가지로 바른 깨달음을 이루는 문을 나타내어서 대중들 가운데서 사자후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 모든 부처님의 경계를 생각하여 지혜의 광명으로 두루 보는 법문을 얻었거니와, 모든 대 보살들의 그지없는 지혜로 청정하게 수행하는 문이야 어떻게 알겠는가?


이른바 지혜의 빛으로 두루 비추는 염불문이니, 모든 부처님 국토의 가지가지 궁전을 청정하게 장엄함을 항상 보는 연고며,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생각케 하는 염불문이니, 중생들의 마음을 따라서 부처님을 뵈옵고 청정함을 얻게 하는 연고니라. 힘에 편안히 머물게 하는 염불문이니, 여래의 십력(十力)에 들게 하는 연고며, 법에 편안히 머물게 하는 염불문이니, 한량없는 부처님을 보고 법을 듣는 연고며, 여러 방위에 밝게 비치는 염불문이니, 모든 세계에 있는 차별이 없이 평등한 부처님 바다를 다 보는 연고며, 사람이 볼 수 없는 염불문이니, 모든 미세한 경계에 계시는 부처님들의 자유자재한 신통을 다 보는 연고니라.


여러 겁에 머무는 염불문이니, 모든 겁 동안에 여래의 하시는 일들을 항상 보고 잠깐도 버리지 않는 연고며, 온갖 때에 머무는 염불문이니, 모든 시절에 여래를 항상 보고 친근하여 함께 있어서 잠깐도 떠나지 않는 연고며, 모든 세계에 머무는 염불문이니 모든 국토에서 부처님 몸이 온갖 것을 초과하여 평등함이 없음을 보는 연고며, 모든 세상에 머무는 염불문이니, 자기 마음이 좋아함을 따라서 삼세의 모든 여래를 두루 보는 연고며, 모든 경계에 머무는 염불문이니, 온갖 경계에서 여러 부처님이 차례로 나타나심을 보는 연고며, 고요한 데 머무는 염불문이니, 잠깐 동안에 모든 세계의 모든 부처님이 열반을 보이심을 보는 연고니라.


멀리 떠난 데 머무는 염불문이니, 하루 동안에 모든 부처님이 머무시던 데서 떠나 가심을 보는 연고며, 광대한 데 머무는 염불문이니, 낱낱 부처님이 모든 법계에 가득하심을 항상 마음으로 관찰하는 연고며, 미세한 데 머무는 염불문이니, 한 털끝에 말할 수 없는 여래가 나타나는 것을 그곳마다 가서 섬기는 연고며, 장엄한 데 머무는 염불문이니, 잠깐 동안에 모든 세계에서 부처님들이 등정각을 이루고 신통 변화를 나타내심을 보는 연고며, 능히 하는 일에 머무는 염불문이니, 모든 부처님이 세간에 나타나서 지혜의 광명을 놓으며 법륜을 굴리심을 보는 연고니라.


자유자재한 마음에 머무는 염불문이니, 자기 마음에 좋아함을 따라서 모든 부처님이 형상을 나타내시는 줄을 아는 연고며, 자기의 업에 머무는 염불문이니, 중생들의 쌓은 업을 따라 영상을 나타내어 깨닫게 하는 줄을 아는 연고며, 신통 변화에 머무는 염불문이니, 부처님의 앉으신 큰 연꽃이 법계에 두루하게 핀 것을 보는 연고며, 허공에 머무는 염불문이니, 여래의 소유하신 몸 구름이 법계와 허공계를 장엄하였음을 관찰하는 연고며, 그렇거늘 내가 어떻게 그 공덕의 행을 능히 알며 능히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남쪽에 한 나라가 있으니 이름이 바다문[海門]이요, 거기 비구가 있으니 이름을 해운(海雲)이라 합니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묻기를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 고 물으라. 해운비구가 광대한 선근을 발기하는 인연을 분별하여 말하리라. 선남자여, 해운비구가 그대로 하여금 광대한 도를 도와 주는 지위에 들어가게 하며, 그대로 하여금 광대한 선근의 힘을 내게 하며, 그대에게 보리심을 내는 원인을 말하며, 그대로 하여금 광대한 승(乘)의 광명을 내게 하며, 그대로 하여금 광대한 바라밀을 닦게 하며, 그대로 하여금 광대한 수행 바다에 들어가게 하며, 그대로 하여금 광대한 서원을 만족케 하며, 그대로 하여금 광대하게 장엄하는 문을 깨끗하게 하며, 그대로 하여금 광대한 자비의 힘을 내게 하리라.“


그 때 선재동자는 덕운 비구의 발에 절하고 오른쪽으로 돌고 관찰하면서 물러갔다.

 

(3) 해운비구(海雲比丘)를 찾다


그 때 선재동자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선지식의 가르침을 생각하며, 바른 생각으로 지혜 광명의 문을 관찰하며, 바른 생각으로 보살의 해탈문을 관찰하며, 바른 생각으로 보살의 삼매문을 관찰하며, 바른 생각으로 보살의 큰 바다의 문을 관찰하며, 바른 생각으로 부처님이 앞에 나타나는 문을 관찰하며, 바른 생각으로 부처님의 방위[方所]의 문을 관찰하며, 바른 생각으로 부처님의 법칙의 문을 관찰하며, 바른 생각으로 부처님의 허공계와 평등한 문을 관찰하며, 바른 생각으로 부처님의 차례로 나타나시는 문을 관찰하며, 바른 생각으로
부처님의 들어가신 방편의 문을 관찰하면서, 점점 남쪽으로 가서 바다문 나라에 이르렀다. 해운(海雲) 비구의 있는 데 가서 엎드려 발에 절하고 오른쪽으로 돌기를 마치고 합장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고, 위없는 온갖 지혜의 바다에 들고자 하오나, 보살이 어떻게 세속 집을 버리고 여래의 집에 태어나며, 어떻게 죽살이 바다를 건너서 부처 지혜의 바다에 들어가며, 어떻게 범부의 지위를 떠나서 여래의 지위에 들어가며, 어떻게 죽살이의 흐름을 끊고 보살행의 흐름에 들어가며 어떻게 죽살이의 바퀴를 깨뜨리고 보살의 서원 바퀴를 이루며, 어떻게 마의 경계를 없애고 부처의 경계를 나타내며, 어떻게 애욕바다를 말리고 자비 바다를 자라게 하며, 어떻게 모든 난관과 악취(惡趣)에 들어가는 문을 닫고 큰 열반의 문을 열며, 어떻게 삼계(三界)의 성에서 벗어나 온갖 지혜의 성에 들어가며, 어떻게 모든 노리개[玩好物]를 버려서 일체 중생을 이익케 할 수 있겠습니까?”


해운 비구는 선재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는가?”


선재동자는 대답하였다.
“그러합니다. 저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습니다.”


해운 비구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만일 중생들이 선근을 심지 않고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지 못하나니, 보현 법문의 선근 광명을 얻어야 하며, 참된 길인 삼매의 광명을 갖추어야 하며, 가지가지 광대한 복바다를 내야 하며, 희고 깨끗한 법을 자라게 하는 데 게으름이 없어야 하며, 선지식을 섬기는 데 고달픈 생각을 내지 말아야 하며, 몸과 목숨을 돌보지 말고 쌓아 두는 일이 없어야 하며, 평등한 마음이 땅과 같아서 높낮이가 없어야 하며, 항상 모든 중생을 사랑해야 하며, 생사의 길을 늘 생각하고 버리지 말아야 하며, 여래의 경계 관찰하기를 항상 좋아해야 능히 보리심을 내게 되느니라.


보리심을 낸다는 것은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냄이니 일체 중생을 널리 구원하는 연고며, 크게 인자한 마음을 냄이니 모든 세간을 다 같이 복되게 하는 연고며, 안락케 하는 마음을 냄이니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괴로움을 없애게 하는 연고며, 이익케 하는 마음을 냄이니 모든 중생이 나쁜 법을 떠나게 하는 연고며, 슬피 여기는 마음을 냄이니 공포하는 이들을 보호하는 연고며, 걸림없는 마음을 냄이니 모든 장애를 여의는 연고며, 광대한 마음을 냄이니 모든 법계에 두루 가득하는 연고며, 그지없는 마음을 냄이니 허공 같은 세계에 가지 않는 데가 없는 연고며, 너그러운 마음을 냄이니 모든 여래를 다 뵈옵는 연고며, 청정한 마음을 냄이니 삼세 법에 지혜가 어기지 않는 연고며, 지혜의 마음을 냄이니 온갖 지혜의 바다에 널리 들어가는 연고니라.

 

선남자여, 내가 이 바다문 나라에 있는 지가 12년인데 항상 큰 바다로 경계를 삼노라. 이른바 큰 바다가 광대하여 한량이 없음을 생각하며, 큰 바다가 매우 깊어서 측량할 수 없음을 생각하며, 큰 바다가 점점 깊고 넓어짐을 생각하며, 큰 바다에 한량없는 보물들이 기묘하게 장엄함을 생각하며, 큰 바다에 한량없는 물이 쌓였음을 생각하며, 큰 바다의 물빛이 같지 않아 헤아릴 수 없음을 생각하여, 큰 바다는 한량없는 중생이 사는 곳인 줄 알며, 큰 바다는 갖가지 엄청나게 몸 큰 중생을 있게 함을 생각하며, 큰 바다는 큰 구름에서 내리는 비를 모두 받아 둠을 생각하며, 큰 바다는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음을 생각하였느니라.


선남자여, 내가 생각할 적에 또 이렇게 생각하였으니, 이 세상에는 이 바다보다 더 넓은 것이 있는가? 이 바다보다 더 한량없는 것이 있는가? 이 바다보다 더 깊은 것이 있는가? 이 바다보다 특수한 것이 있는가? 하였느라. 선남자여, 내가 이렇게 생각할 적에 이 바다 밑에서 큰 연꽃이 홀연히 솟아나는데, 이길 이 없는[無能勝] 다라니 보배로 줄기가 되고, 폐유리(吠瑠璃) 보배로 연밥이 되고, 염부단금(閻浮檀金)으로 잎이 피고, 침수(沈水)향으로 꽃판이 되고, 마노(碼)로 꽃술이 되어 아름답게 피어서 바다 위에 가득하게 덮이었다.


백만 아수라왕이 연꽃 줄기를 잡았는데, 백만 마니보배로 장엄한 그물이 위에 덮이고, 백만 용왕이 향수를 비내리고, 백만 가루라왕이 영락과 비단 띠를 둘러서 사방으로 드리우고, 백만 나찰왕은 자비한 마음으로 관찰하고, 백만 야차왕은 공경하며 예배하고, 백만 건달바왕은 갖가지 음악으로 찬탄하며 공양하고, 백만 천왕은 여러 가지 하늘 꽃· 하늘 화만· 하늘 향· 사르는 하늘 향· 바르는 하늘 향· 가루 하늘 향· 하늘 의복· 하늘의 당기· 번기· 일산을 비내리었다.

 

백만 범천왕은 엎드려 절하고, 백만 정거천(淨居天)은 합장하고 절하며, 백만 전륜왕은 칠보로 장엄하여 공양하고, 백만 바다 맡은 신은 한꺼번에 나와서 공경하고 예배하며, 백만 미광(味光) 마니보배에서는 광명이 두루 비치고, 백만 정복(淨福) 마니보배로 장엄하였으며, 백만 보광(普光) 마니보배로는 청정한 갈무리가 되고, 백만 수승(殊勝) 마니보배는 빛이 찬란하며, 백만 묘장(妙藏)마니보배는 광명이 그지없이 비치고, 백만 염부당(閻浮幢) 마니보배는 차례로 줄을 지었으며, 백만 금강사자 마니보배는 깨뜨릴 수 없이 청정하게 장엄하고, 백만 일장(日藏) 마니보배는 엄청나게 청정하며, 백만 가락(可樂) 마니보배는 가지각색 빛을 갖추고, 백만 여의(如意) 마니보배는 장엄이 끝이 없고 광명이 찬란하게 비치었다.


이렇게 큰 연꽃은 여래가 출세하시는 선근으로 일어났으므로 모든 보살이 믿고 좋아하며, 시방세계에 모두 나타나는데, 눈어리 같은 법에서 났으며, 꿈 같은 법에서 났으며, 청정한 업으로 생겼으며, 다툼이 없는 법문으로 장엄하여 함이 없는 인(印)에 들어갔고, 걸림없는 문에 머물러 시방의 모든 국토에 가득하였으며, 부처님들의 깊고 깊은 경계를 따르는 것이며, 수 없는 백천 겁 동안에 그 공덕을 칭찬하여도 다할 수 없느니라.


내가 보니, 그 때 연꽃 위에 여래가 가부하고 앉으셨는데, 몸이 여기서부터 형상 세계 꼭대기까지 이르렀고, 보배 연꽃 자리가 헤아릴 수 없고 도량에 모인 대중도 헤아릴 수 없고 거룩한 모습을 이루심도 헤아릴 수 없고 잘 생긴 모습이 원만함도 헤아릴 수 없고 신통과 변화도 헤아릴 수 없고 빛깔이 청정함도 헤아릴 수 없고 볼 수 없는 정수리도 헤아릴 수 없고 넓고 긴 혀도 헤아릴 수 없고 교묘한 말씀도 헤아릴 수 없고 원만한 음성도 헤아릴 수 없고 끝이 없는 힘도 헤아릴 수 없고 청정한 두려움 없음도 헤아릴 수 없고 광대한 변재도 헤아릴 수 없으며, 또 생각하건대 그 부처님이 지난 옛날에 여러 가지 행을 닦으심도 헤아릴 수 없고 자재하게 도를 이룸도 헤아릴 수 없고 묘한 음성으로 법을 말함도 헤아릴 수 없고 여러 문으로 나타나시어 가지가지로 장엄함도 헤아릴 수 없고 좌우로 보는 것이 차별함도 헤아릴 수 없고 모든 것을 이익하여 다 원만케 함도 헤아릴 수 없느니라.


그 때 이 여래께서 오른손을 펴서 내 정수리를 만지시고 나에게 넓은 눈 법문[普眼法門]을 연설하시니 모든 여래의 경계를 열어 보이며, 모든 보살의 행을 드러내며, 모든 부처의 묘한 법을 열어 밝히니, 모든 법륜이 다 그 가운데 들었으며, 모든 부처님의 국토를 깨끗이 하고 모든 외도의 삿된 이론을 꺾어 부수고 모든 마의 군중을 멸하여 중생들을 기쁘게 하며, 모든 중생의 마음과 행을 비추고 모든 중생의 근성을 분명히 알아 중생들의 마음을 깨닫게 하였느니라.


내가 그 여래의 계신 데서 이 법문을 듣고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기억하고 관찰한 것을 어떤 사람이 바닷물로 먹을 삼고 수미산으로 붓을 삼아 이 넓은 눈 법문의 한 품 가운데 한 문(門)이나, 한 문 가운데 한 법이나, 한 법 가운데 한 뜻이나, 한 뜻 가운데 한 구절을 쓴다 하여도 조금도 쓸 수 없거든, 하물며 다할 수 있을까보냐?


선남자여, 내가 그 부처님 계신 데서 1천 2백년 동안에 이 넓은 눈 법문을 받아 가지고, 날마다 들어 지니는 다라니 광명으로 수없는 품(品)을 받아들이고, 고요한 문[寂靜門] 다라니 광명으로 수없는 품에 나아가고, 그지없는 도는[無邊旋] 다라니 광명으로 수없는 품에 두루 들어가고, 곳을 따라 관찰하는 다라니 광명으로 수없는 품을 분별하고, 위엄과 힘[力] 다라니 광명으로 수없는 품을 널리 거둬 가지고, 연꽃 장엄 다라니 광명으로 수없는 품을 끌어내고, 청정한 음성 다라니 광명으로 수없는 품을 연설하고, 허공장 다라니 광명으로 수없는 품을 드러내 보이고, 광명 무더기[光聚] 다라니 광명으로 수없는 품을 넓히고, 바다광[海藏] 다라니 광명으로 수없는 품을 해석하였느니라.


어떤 중생이든지 시방에서 오는 하늘이나 하늘 왕이나 용이나 용왕이나 야차나 야차왕이나 건달바나 건달바왕이나 아수라나 아수라왕이나 가루라나 가루라왕이나 긴나라나 긴나라왕이나 마후라가나 마후라가왕이나 사람이나 사람왕이나 범천이나 범천왕이나 이런 이들이 나에게 오면, 내가 그들을 위하여 이 법문을 열어 보이고 해석하고 선양하고 찬탄하여 사랑하고 좋아하게 하며, 이 부처님들의 보살행 광명인 넓은 눈 법문에 들어가 편안히 머물게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넓은 눈 법문을 알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은 모든 보살행의 바다에 깊이 들어가나니, 그 원력을 따라서 수행하는 연고며, 큰 서원 바다에 들어가나니, 한량없는 세월에 세간에 머무는 연고며, 모든 중생 바다에 들어가나니, 그 마음을 따라 널리 이익케 하는 연고며, 모든 중생의 마음 바다에 들어가나니, 십력과 걸림없는 지혜 광(光)을 내는 연고며, 모든 중생의 근성 바다에 들어가나니, 때를 맞추어 교화하여 다 조복하는 연고니라.


모든 세계 바다에 들어가나니, 본래의 서원을 성취하여 부처님 세계를 깨끗이 장엄하는 연고며, 모든 부처님 바다에 들어가나니 모든 여래께 항상 공양하기를 원하는 연고며, 모든 법 바다에 들어가나니, 지혜로 모두 깨닫는 연고며, 모든 공덕 바다에 들어가나니, 낱낱이 수행하여 구족케 하는 연고며, 모든 중생의 말씀 바다에 들어가나니, 모든 세계에서 바른 법륜을 굴리는 연고며, 내가 어떻게 저러한 공덕의 행을 능히 알고 능히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60유순쯤 가면 능가산으로 가는 길 옆에 한 마을이 있어 이름을 바다 연안[海岸]이라 하며, 거기 한 비구가 있으니 이름은 선주(善住)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해서 보살의 행을 깨끗케 하느냐?'라고 물으라.”

 

그 때 선재동자는 해운 비구의 발에 절하고 오른쪽으로 돌고 우러러보면서 물러갔다.

 

 

 

 

(4) 선주비구(善住比丘)를 찾다


그 때 선재동자가 선지식의 가르침을 오로지 생각하며 넓은 눈 법문을 오로지 생각하며, 부처님의 신통한 힘을 오로지 생각하며, 법문의 글귀를 오로지 지니며, 법바다의 문에 오로지 들어가며, 법의 차별을 오로지 생각하며, 법의 소용돌이에 깊이 들어가며, 법의 허공에 널리 들어가며, 법의 가리움을 깨끗이 하며, 법보의 있는 데를 관찰하면서, 점점 남쪽으로 가다가 능가산으로 가는 길 옆에 있는 바다 연안 마을에 이르러 시방을 살피면서 선주(善住) 비구를 찾았다.


그때 이 비구가 허공에서 거니는데 수없는 하늘들이 공경하고 둘러 있어 하늘 꽃을 흩으며 하늘 풍류를 지으니, 수없는 번기· 당기와 비단들이 허공에 가득하여 공양하고, 여러 용왕들은 허공에서 부사의한 침수향 구름과 뇌성과 번개를 일으켜 공양하고, 긴나라왕은 여러 음악을 연주하여 법다이 찬탄하면서 공양하며, 마후라가왕은 부사의한 보드라운 의복을 허공에 가득하게 베풀고 즐거운 마음으로 공양하고, 아수라왕은 부사의한 마니보배 구름을 일으키니, 한량없는 광명과 가지가지 장엄이 허공에 가득하여 공양하며, 가루라왕은 동자가 되었는데 한량없는 아가씨[采女]들이 둘러쌌으며, 필경에 살해하는 마음이 없어져서 허공에서 합장하고 공양하며, 부사의한 나찰왕들은 한량없는 나찰에게 둘러싸였는데 형상이 장대하고 매우 무섭게 생긴 것이, 선주비구의 인자한 마음이 자재함을 보고 허리를 굽히고 합장하여 무리에게 둘러싸여 우러러 공양하며, 부사의한 야차왕들은 제각기 자기의 무리에게 둘러싸여 사면에 둘러서서 공경하고 수호하며, 부사의한 범천왕들은 허공중에서 몸을 굽히고 합장하여 인간의 법으로 찬탄하며, 부사의한 정거천들은 허공에서나 궁전에서 함께 공경하며 합장하고 큰 서원을 내는 것을 보았다.


이 때 선재동자는 이런 일을 보고는 마음이 환희하여 합장 예경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불법을 수행하며, 보살이 어떻게 불법을 쌓아 모으며, 어떻게 불법을 갖추며, 어떻게 불법을 익히며, 어떻게 불법을 증장하며, 어떻게 불법을 모두 거두며, 어떻게 불법을 끝까지 마치며, 어떻게 불법을 깨끗이 다스리며, 어떻게 불법을 매우 깨끗케 하며, 어떻게 불법을 통달하는지 알지 못하옵니다. 제가 듣자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치신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사랑하시고 어여삐 여기사 저에게 말씀하소서.


보살이 어떻게 부처님 뵈옴을 버리지 않고 항상 그곳에서 부지런히 닦습니까? 보살이 어떻게 보살을 버리지 않고 여러 보살들과 선근이 같습니까? 보살이 어떻게 불법을 버리지 않고 다 지혜로 밝게 증득합니까? 보살이 어떻게 큰 서원을 버리지 않고 일체 중생을 두루 이익케 합니까? 보살이 어떻게 중생의 행을 버리지 않고 온갖 겁에 머무르면서 고달픈 마음이 없습니까?


보살이 어떻게 부처 세계를 버리지 않고 모든 세계를 모두 깨끗하게 장엄합니까? 보살이 어떻게 부처님 힘을 버리지 않고 여래의 자유자재하심을 다 보고 압니까? 보살이 어떻게 함이 있음을 버리지도 않고 머물지도 않으면서 모든 생사의 길에서 변화하는 것처럼 죽살이를 받으면서 보살의 행을 닦습니까? 보살이 어떻게 법문 듣는 일을 버리지 않고 부처님들의 바른 가르침을 다 받습니까? 보살이 어떻게 지혜의 광명을 버리지 않고 삼세에서 지혜로 행할 곳에 두루 들어갑니까?”


이 때 선주 비구는 선재에게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가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고, 이제 또 마음을 내어 부처의 법과 온갖 지혜의 법과 자연인 법을 묻는구나. 선남자여, 나는 이미 보살의 걸림없는 해탈의 행을 성취하였으므로, 오고 가고 다니고 그칠 적에 따라서 생각하고 닦고 관찰하여서, 곧 지혜의 광명을 얻었으니 이 몸이 필경까지 걸림없음이니라. 이 지혜의 광명을 얻었으므로 일체 중생의 마음과 행을 아는 데 걸림이 없고, 일체 중생의 죽고 나는 것을 아는 데 걸림이 없고, 일체 중생의 지난 세상 일을 아는 데 걸림이 없고, 일체 중생의 오는 세상 일을 아는 데 걸림이 없고, 일체 중생의 지금 세상 일을 아는 데 걸림이 없고, 일체 중생의 말과 음성이 제각기 다름을 아는 데 걸림이 없고, 일체 중생의 의문을 결단하는 데 걸림이 없고, 일체 중생의 근성을 아는 데 걸림이 없고, 일체 중생의 교화를 받을 만한 곳에 모두 나아가는 데 걸림이 없고, 모든 찰나·라바(羅婆)· 모호율다(牟呼栗多)· 낮· 밤·ㅡ시간을 아는 데 걸림이 없고, 삼세 바다[三世海]에서 헤매는 차례를 아는 데 걸림이 없으며, 이 몸으로 시방의 모든 세계를 두루 이르는 데 걸림이 없나니, 왜냐 하면 머무름도 없고 짓는 일도 없는 신통한 힘을 얻은 연고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 신통한 힘을 얻었으므로, 허공 중에서 다니고 서고 앉고 눕기도 하며, 숨고 나타나기도 하고, 한 몸도 나타내고 여러 몸도 나타내며, 장벽을 뚫고 나가기를 허공처럼 하고, 공중에서 가부좌하고 자유롭게 가고 오는 것이 나는 새와 같이하며, 땅 속에 들어가기를 물과 같이 하고, 물을 밟고 가기를 땅과 같이하며, 온몸의 아래와 위에서 연기와 불꽃이 나는 것이 불더미 같으며, 어떤 때는 모든 땅을 진동케 하고 어떤 때는 손으로 해와 달을 만지기도 하고, 키가 커서 범천의 궁전까지 이르기도 하고 사르는 향 구름도 나타내고 보배 불꽃 구름도 나타내고 변화하는 구름도 나타내고 광명 그물 구름도 나타내서 시방세계를 두루 덮기도 하노라.


한 생각 동안에 동방으로 한 세계로 지나가고, 두 세계·백 세계· 천 세계· 백천 세계· 한량없는 세계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를 지나기도 하며, 혹은 염부제의 티끌 수 세계도 지나가고,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세계를 지나가기도 하면서, 그 모든 세계의 부처님 세존 앞에서 법을 듣기도 하며, 그 여러 부처님 계신 데서 한량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차별한 몸을 나타내고, 낱낱의 몸마다 한량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공양 구름을 내리니, 이른바 모든 꽃 구름·모든 향 구름· 모든 화만 구름· 모든 가루향 구름· 모든 바르는 향 구름· 모든 일산 구름· 모든 옷 구름· 모든 당기 구름· 모든 번기 구름· 모든 휘장 구름과, 모든 몸 구름으로 공양하고, 낱낱 여래께서 말씀하시는 법을 내가 모두 받아 지니고 낱낱 국토에 있는 장엄을 내가 모두 기억하노라.


동방에서와 같이 남방· 서방· 북방과, 네 간방과 상방· 하방도 그러하며, 이러한 모든 세계에 있는 중생들이 내 몸을 보면 정녕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며, 저 세계의 모든 중생을 내가 다 분명하게 보고 그들의 크고 작고 잘나고 못나고 괴롭고 즐거움을 따라 그 형상과 같은 몸으로 교화하여 성취하며, 만일 나를 친근하는 중생이면 모두 이러한 법문에 편안히 머물게 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빨리 부처님께 공양하고 중생들을 성취시키는 데 걸림없는 해탈문만을 알거니와, 저 보살들이 크게 가엾이 여기는 계행· 바라밀 계행· 대승의 계행· 보살의 도와 서로 응하는 계행· 걸림이 없는 계행· 물러가지 않는 계행· 보리심을 버리지 않는 계행· 항상 불법으로 상대할 이를 위하는 계행· 온갖 지혜에 항상 뜻을 두는 계행· 허공 같은 계행· 모든 세간에 의지함이 없는 계행· 허물이 없는 계행· 손해가 없는 계행· 모자라지 않는 계행· 섞이지 않는 계행· 흐리지 않는 계행· 뉘우침이 없는 계행· 청정한 계행· 때를 여읜 계행· 티끌을 여읜 계행· 이러한 공덕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방에 한 나라가 있으니 이름이 달리비다(達里鼻茶)요, 그 나라에 자재(自在)라는 성이 있고, 그 성중에 한 사람이 있는데 이름은 미가(彌伽)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라고 물으라.”

 

그 때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돌고 우러르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계속)

 


Anugama - ‘Eternal Traveller’ (영원한 방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