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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불교·죽음

[불경] 대방광불화엄경 (大方廣佛華嚴經) '입법계품' (入法界品) (3)

잠용(潛蓉) 2013. 6. 21. 08:09

(Sudhana meets Bodhisattva Guanyin to seek advice)

 

 

       

또 선남자여, 가령 동방의 어떤 세계에 있는 성문이나 독각이 나의 음식을 먹으면 모두 성문이나 벽지불과를 얻어 맨 나중 몸에 머무느니라. 한 세계가 그런 것처럼 백 세계· 천 세계· 백천 세계· 억 세계· 백억 세계· 천억 세계· 백천억 세계· 백천억 나유타 세계와, 염부제 티끌 수 세계·한 사천하 티끌 수 세계·소천국토 티끌 수 세계· 중천국토 티끌 수 세계· 삼천대천 국토 티끌 수 세계,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에 있는 모든 성문과 연각이 내 음식을 먹으면 모두 성문이나 벽지불과를 얻어 맨 나중 몸에 머무느니라. 동방이 그런 것 같이 남방· 서방· 북방과 네 간방과 상방· 하방도 그와 같으니라.


또 선남자여, 동방의 한 세계나,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에 있는 일생보처 보살이 나의 음식을 먹으면 모두 보리수 아래서 도량에 앉아 마음을 항복 받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나니, 동방과 같이 남방· 서방· 북방과 네 간방과 상방· 하방도 그와 같으니라. 선남자여, 그대는 나의 이 십천 동녀들을 보는가?”


“보나이다.”


우바이는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십천 동녀가 우두머리가 되는 것처럼, 이런 아승기 권속들이 모두 나와 더불어 행이 같고 원이 같고 선근이 같고, 벗어나는 길[道]이 같고 청정한 이해가 같고 청정한 생각이 같고 청정한 길[趣]이 같고, 한량없는 깨달음이 같고 모든 감관 얻음이 같고, 광대한 마음이 같고 행하는 경계가 같고, 이치가 같고 뜻이 같고 분명히 아는 법이 같고, 깨끗한 모습이 같고 한량없는 힘이 같고, 끝까지 정진함이 같고 바른 법의 음성이 같고 종류를 따르는 음성이 같고 청정하고 제일가는 음성이 같으니라.


한량없이 청정한 공덕을 찬탄함이 같고 청정한 업이 같고 청정한 과보가 같고, 크게 인자함이 두루하여 모든 것을 구호함이 같고, 크게 가엾이 여김이 두루하여 중생들을 성숙함이 같고, 청정한 몸의 업이 연을 따라 모은 것이 보는 이를 기쁘게 함이 같고, 청정한 입의 업으로 세상의 말을 따라서 법으로 교화함이 같고, 모든 부처님의 대중이 모인 도량에 나아감이 같고, 모든 부처님 세계에 가서 부처님들께 공양함이 같고, 모든 법문을 나타내어 보임이 같고 보살의 청정한 행에 머무름이 같으니라.


선남자여, 이 십천 동녀들은 이 그릇에 좋은 음식을 담아 가지고 한 찰나 동안에 시방에 두루 가서 모든 뒷몸[後有]을 받은 보살과 성문과 독각들에게 공양하며, 내지 여러 아귀들에까지 배를 채우게 하느니라. 선남자여, 이 십천 동녀들은 나의 이 그릇을 가지고 천상에 가면 하늘들을 만족하게 먹이고 인간에 가면 사람들을 만족하게 먹이느니라. 선남자여, 잠깐만 기다리면 그대가 스스로 보리라.”


이렇게 말할 적에 한량없는 중생이 네 문으로 들어오니 모두 이 우바이의 본래의 소원으로 청한 것이었다. 모여 오는 대로 자리를 펴고 앉게 하고, 그들이 달라는 대로 음식을 주어 배부르게 하였다. 그리고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다하지 않는 복덕장 해탈문을 알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의 모든 공덕은 큰 바다와 같아서 깊이가 한이 없고, 허공과 같아서 광대하기 가이 없으며, 여의주와 같아서 중생의 소원을 만족케 하고, 큰 마을과 같아서 구하는 대로 얻게 되며, 수미산과 같아서 모든 보배가 두루 모이었고, 깊은 고방과 같아서 법의 재물을 항상 쌓아 두며, 밝은 등불과 같아서 어둠을 깨뜨리고, 높은 일산과 같아서 여러 중생을 가리어 주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의 공덕을 어떻게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남쪽에 성이 있으니 이름이 대흥(大興)이요, 거기에 한 거사가 있으니 이름이 명지(明智)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그 때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절하고 한량없이 돌고 앙모하여 만족한 줄 모르며 하직하고 떠났다.

 

(15) 명지(明智) 거사를 찾다

 

이 때 선재동자는 다함이 없이 장엄한 복덕장 해탈의 광명을 얻고, 저 복덕의 큰 바다를 생각하고, 복덕의 허공을 관찰하고, 복덕의 마을에 나아가고, 복덕의 산에 오르고, 복덕의 광을 붙들고, 복덕의 못에 들어가고, 복덕의 연못에 노닐고, 복덕의 바퀴를 깨끗이 하고, 복덕의 장(藏)을 보고, 복덕의 문에 들어가고, 복덕의 길에 다니고, 복덕의 종자를 닦으면서 점점 걸어서 대흥성(大興城)에 이르러 명지 장자를 두루 찾았다.


선지식에게 갈앙하는 마음을 내고 선지식으로 마음을 닦고 선지식에게 뜻이 견고하여지고, 방편으로 선지식을 구하는 마음이 물러가지 않고, 선지식을 섬기려는 마음이 게으르지 아니하였으며, 선지식을 의지하므로 모든 착한 일이 원만해지고, 선지식을 의지하므로 모든 복이 생기고 선지식을 의지하므로 모든 행이 증장하고, 선지식을 의지하므로 다른 이의 가르침을 받지 않고도 모든 선지식을 섬기게 되는 줄을 알았다.


이렇게 생각할 때에 선근이 자라고 깊은 마음을 깨끗이 하고 근기와 성품을 늘게 하고 덕의 근본을 더하게 하고 큰 소원이 많아지고 큰 자비가 넓어지며, 온갖 지혜에 가깝고 보현의 도를 갖추며, 모든 부처님의 바른 법을 밝게 비추고 여래의 십력과 광명이 증장하였다.


이 때 선재동자는 그 거사가 그 성안의 네 길거리 칠보대 위에서 무수한 보배로 장엄한 자리에 앉은 것을 보았다. 그 자리가 훌륭하여 청정한 마니보배로 자체가 되고 금강 제청(帝靑)보배로 다리가 되었으며, 보배 노끈으로 두루 얽었고 5백 가지 보배로 장식하였는데, 하늘 옷을 깔고 하늘 당기와 번기를 세우고 큰 보배 그물을 덮고 보배 휘장을 쳤으며, 염부단금으로 일산을 만드니, 비유리(毘瑠璃)보배로 일산대가 되어 사람들이 그 위에 받고 있었다.


청정한 거위의 깃으로 부채가 되었으며, 여러 묘한 향을 풍기고 여러 하늘 꽃을 내렸으며, 좌우에서는 5백 가지 음악을 연주하니 그 소리 아름답기가 하늘 풍류보다 뛰어나서 듣는 중생들이 모두 기뻐하며, 십천 권속이 앞뒤에 둘러섰는데, 모습이 단정하여 사람들이 보기를 좋아하며 하늘의 장엄으로 훌륭하게 꾸몄으니, 하늘 사람 가운데 가장 수승하여 비길 데 없으며, 보살의 뜻을 이미 성취하였고, 명지 거사와 더불어 옛날의 선근이 같은 이들이라, 시위하고 서서 명령을 받고 있었다. 그 때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한량없이 돌고 합장하고 서서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모든 중생을 이익케 하려고, 모든 중생을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모든 중생을 끝까지 안락케 하려고, 모든 중생을 생사의 바다에서 뛰쳐 나오게 하려고, 모든 중생을 법의 보배섬에 머물게 하려고, 모든 중생의 사랑의 물결을 말리게 하려고, 모든 중생들이 큰 자비심을 일으키게 하려고, 모든 중생이 애욕을 버리게 하려고, 모든 중생이 부처 지혜를 앙모하게 하려고, 모든 중생이 생사의 거친 벌판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모든 중생이 부처의 공덕을 좋아하게 하려고, 모든 중생이 삼계의 성에서 나오게 하려고, 모든 중생을 온갖 지혜의 성에 들어가게 하려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니,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으며, 모든 중생의 의지할 곳이 될지 알지 못하옵니다.”


장자는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가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도다. 선남자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는 것은 그 사람을 만나기 어려우니라. 만일 이 마음을 내면, 그 사람은 능히 보살의 행을 구하리니, 선지식을 만나는 데 만족함이 없을 것이며, 선지식을 친근하는 데 게으름이 없을 것이며, 선지식을 공양하는 데 고달프지 않을 것이며, 선지식을 시중하는 데 근심을 내지 않을 것이며, 선지식을 찾는 데 물러가지 않을 것이며, 선지식을 생각하여 버리지 않을 것이며, 선지식을 섬기어 쉬지 않을 것이며, 선지식을 앙모하여 그칠 때가 없을 것이며, 선지식의 가르침을 행하여 게으르지 않을 것이며, 선지식의 마음을 받자와 그르침이 없을 것이니라. 선남자여, 그대는 나의 이 대중(大衆)을 보는가?”


선재는 대답하였다.
“예, 봅니다.”


거사는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그들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하였더니, 여래의 가문에 나서 흰 법[白法]을 증장하고 한량없는 바라밀에 편안히 있으며, 부처의 십력을 배워 세간의 종자를 여의었으며, 여래의 종성에 머물러 죽살이의 바퀴를 버리고, 바른 법륜을 굴리어 삼악취(三惡趣)를 없애며, 바른 법에 머물러 보살들과 같이 모든 중생을 구원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마음대로 복덕이 나오는 광의 해탈문을 얻었으므로 무릇 필요한 것은 다 소원대로 되나니, 이른바 의복· 영락· 코끼리· 말· 수레· 꽃· 향· 당기· 일산· 음식· 탕약· 방· 집· 평상· 등불· 하인· 소· 양과, 시중꾼들의 모든 살림살이에 필요한 물건이 찾는 대로 만족되며, 내지 진실한 법문까지 연설하느니라. 선남자여, 잠깐만 기다려라. 그대가 마땅히 보게 되리라.”


이렇게 말할 적에 한량없는 중생이 갖가지 방위· 갖가지 세계· 갖가지 국토· 갖가지 도시로부터 오는데, 종류가 각각 다르고 욕망이 같지 않지만, 과거의 서원으로 그지없는 중생들이 모두 와서 제각기 자기의 욕망대로 청구하였다. 그 때 거사는 여러 중생이 모인 줄을 알고 잠깐 생각하면서 허공을 우러러보니, 그들의 요구하는 것들이 허공에서 내려와서 모든 대중의 뜻을 만족케 하였다.


그리고 다시 가지가지 법을 연설하니 이른바 맛난 음식을 얻어 만족한 이에게는 가지가지 복덕을 모으는 행과, 빈궁을 여의는 행과, 모든 법을 아는 행과, 법으로 기쁘고 선정으로 즐거운 음식을 성취하는 행과, 모든 거룩한 모습을 닦아 구족하는 행과, 굴복하기 어려움을 증장하여 성취하는 행과, 위없는 음식을 잘 통달하는 행과, 다함이 없는 큰 위엄과 덕의 힘을 성취하여 마와 원수를 항복 받는 행이요, 좋은 마실 것을 얻어 만족한 이에게는 법을 말하여 나고 죽는 데서 애착을 버리고 부처의 법맛에 들어가게 하며, 가지가지 좋은 맛을 얻은 이에게는 법을 말하여 부처님 여래의 맛좋은 모양을 얻게 하고 수레를 얻어 만족한 이에게는 가지가지 법문을 말하여 마하연(摩訶衍) 수레를 타게 하며, 의복을 얻어 만족한 이에게는 법을 말하여 청정한 부끄러움의 옷과 내지 여래의 청정한 모습을 얻게 하였으며, 이와 같이 모든 것을 만족케 한 뒤에 마땅한 대로 법을 연설하니, 법문을 듣고는 본고장으로 돌아갔다.


그 때 거사는 선재동자에게 보살의 불가사의한 해탈의 경계를 보이고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뜻대로 복덕을 내는 광 해탈문을 알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이 보배 손을 성취하여 모든 시방의 국토를 두루 덮고, 자유자재한 힘으로 모든 살림살이 도구를 비내리나니, 이른바 가지각색 보배·가지각색 영락·가지각색 보배관·가지각색 의복·가지각색 음악·가지각색 꽃·가지각색 향·가지각색 가루향·가지각색 사르는 향·가지각색 보배 일산·가지각색 당기 번기를 비내려, 모든 중생의 있는 곳과 여래의 대중이 모인 도량에 가득하여, 모든 중생을 성숙하기도 하고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기도 하는 것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과 자재한 신통의 힘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큰 성이 있으니 이름은 사자궁(獅子宮)이요, 거기 장자가 있으니 이름이 법보계(法寶髻)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이 때 선재동자는 환희하여 뛰놀면서 공경하고 존중하며 제자의 예를 극진히 하고 생각하기를, “이 거사가 나를 생각하시므로 내가 온갖 지혜의 길을 보게 되었으니 선지식을 사랑하는 소견을 끊지 아니하고, 선지식을 존중하는 마음을 무너뜨리지 않고, 선지식의 가르침을 항상 따르고, 선지식의 말씀을 결정하게 믿고, 선지식을 섬기는 마음을 항상 내리라” 하면서,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한량없이 돌고 은근하게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떠났다.

 

(16) 법보계(法寶髻) 장자를 찾다

 

이 때 선재동자는 명지 거사에게서 이 해탈문을 듣고, 저 복덕 바다에 헤엄치고, 복덕 밭을 다스리고, 복덕 산을 쳐다보고 복덕 나루에 나아가고 복덕 광을 열고 복덕의 법을 보고 복덕의 바퀴를 깨끗이 하고, 복덕덩이를 만들고 복덕의 힘을 내고 복덕의 세력을 늘리면서, 점점 남방으로 가서 사자궁성을 향하여 법보계 장자를 두루 찾았다.


그 장자가 시장 가운데 있음을 보고, 곧 나아가 발에 엎드려 절하고 수 없이 돌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옵니다. 거룩하신 이여, 저에게 보살의 도를 말씀하여 주소서. 저는 그 도를 의지하여 온갖 지혜에 나아가려 합니다.”


이 때 장자가 선재의 손을 잡고 거처하는 데로 대리고 가서 그 집을 보여 주면서 “선남자여, 내 집을 보라”고 말하였다. 그 때 선재는 그 집을 보니, 청정하고 광명이 찬란하여 진금으로 되었는데, 은으로 담을 쌓고 파리로 전각이 되고 푸른 유리 보배로 누각이 되고 자거로 기둥이 되었으며, 백천 가지 보배로 두루 장엄하고 적진주 보배로 사자좌를 만들었는데, 마니는 휘장이 되었고 진주로 그물을 만들어 위에 덮었으며, 마노로 된 못에는 향수가 넘치고 한량없는 보배 나무가 행렬을 지어 둘러 있으니 그 집이 굉장히 넓어서 열 층으로 여덟 문이 있었다.


선재동자가 들어가서 차례로 살펴보았다. 맨 아래층에서는 음식을 보시하고, 2층에서는 보배 옷을 보시하고, 3층에서는 모든 보배 장엄거리를 보시하고, 4층에서는 여러 채녀와 모든 훌륭한 보물을 보시하고, 5층에서는 오지(五地) 보살이 구름처럼 모여서 법을 연설하여 세간을 이익하며 모든 다라니문과 삼매의 결인과 삼매의 행과 지혜의 광명을 성취하였다.

 

6층에서는 모든 보살이 매우 깊은 지혜를 이루어 법의 성품을 분명히 통달하였고, 광대한 다라니와 삼매의 걸림 없는 문을 성취하여 다니는 데 걸림이 없고 두 가지 법에 머물지 아니하며 말할 수 없이 묘하게 장엄한 도량에 있으면서, 여럿이 모인 데서 반야바라밀문을 분별하여 보이었으니 이른바 고요한 광 반야바라밀문·중생들의 지혜를 잘 분별하는 반야바라밀문· 흔들 수 없는 반야바라밀문· 욕심을 여읜 광명 반야바라밀문· 항복할 수 없는 광 반야바라밀문· 중생을 비추는 바퀴 반야바라밀문· 바다 광 반야바라밀문· 넓은 눈으로 버리는 반야바라밀문· 무진장(無盡藏)에 들어가는 반야바라밀문· 모든 방편 바다 반야바라밀문· 모든 세간 바다에 들어가는 반야바라밀문· 걸림없는 변재 반야바라밀문· 중생을 따라 주는 반야바라밀문· 걸림없는 광명 반야바라밀문· 과거의 인연을 항상 살피며 법 구름을 펴는 반야바라밀문들이었다. 이러한 백만 아승기 반야바라밀문을 말하였다.


7층에서는 보살들이 메아리 같은 지혜[如響忍]를 얻고 방편과 지혜로 분별하며 관찰하여 벗어남을 얻고는 능히 다 모든 부처님의 바른 법을 듣고 지녔다. 8층에서는 한량없는 보살이 그 안에 모였는데 다 신통을 얻고 물러가지 아니하며, 능히 한 음성으로 시방세계에 두루하고 몸이 모든 도량에 나타나 온 법계에 두루하지 않은 곳이 없으며, 부처의 경계에 두루 들어가서 부처님 몸을 보며, 모든 부처님의 대중 가운데서 우두머리가 되어 법을 연설하였다. 9층에서는 일생보처 보살들이 거기 모이었다. 10층에서는 모든 여래가 가득하게 있는데, 처음 발심한 때로부터 보살의 행을 닦으며 생사를 초월하여 큰 서원과 신통을 이루고 부처님의 국토와 도량에 모인 대중을 청정케 하며, 바른 법륜을 굴리어 중생을 조복하였다. 이런 여러 가지를 모두 분명히 보게 하였다.


이 때 선재동자는 이런 것을 보고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무슨 인연으로 이렇게 청정한 대중이 모였으며, 어떤 선근을 심어서 이런 과보를 얻었습니까?”
장자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내가 생각하니, 과거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겁 전에 한 세계가 있었는데, 이름은 원만장엄(圓滿莊嚴)이요, 부처님 이름은 무변광명법계보장엄왕(無邊光明法界普莊嚴王) 여래·응공·정등각이었고, 십호(十號)가 원만하였느니라. 그 부처님이 성에 들어 오실 적에 내가 음악을 연주하고 한 개의 향을 살라 공양하였으며, 그 공덕으로 세 곳에 회향하여, 모든 빈궁과 곤액을 영원히 여의고, 부처님과 선지식을 항상 뵈오며, 바른 법을 항상 들었으므로 이 과보를 얻었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보살의 한량없는 복덕 보배광 해탈문을 알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이 부사의한 공덕의 보배 광을 얻고, 분별이 없는 여래의 몸 바다에 들어가서 분별 없고 가장 높은 법 구름을 받으며, 분별 없는 공덕의 도구를 닦고, 분별 없는 보현의 수행 그물을 일으키며, 분별 없는 삼매의 경계에 들어가서, 분별 없는 보살의 선근과 평등하고, 분별 없는 여래의 머무시는 데 머무르며, 분별 없는 삼세가 평등함을 증득하며, 분별 없는 넓은 눈 경계에 머무르며, 모든 겁에 있으면서도 고달픔이 없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한 나라가 있으니 이름이 등뿌리요, 그 나라에 한 성이 있으니 이름이 보문(普門)이며, 거기 한 장자가 있는데 이름이 보안(普眼)입니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그 때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수없이 돌고 은근하게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17) 보안(寶眼) 장자를 찾다

 

그 때 선재동자는 법보계 장자에게서 이 해탈문을 듣고 부처님들의 한량없이 알고 보는 데 깊이 들어가고, 보살의 한량없이 훌륭한 행이 편안히 머물고, 보살의 한량없는 방편을 통달하고, 보살의 한량없는 법문을 구하고, 보살의 한량없이 믿고 이해함을 깨끗이 하고, 보살의 한량없는 근기를 예리하게 하고, 보살의 한량없는 욕망을 성취하고, 보살의 한량없는 수행을 통달하고, 보살의 한량없는 서원의 힘을 증장하고, 보살의 이길 이 없는 당기를 세우며, 보살의 지혜를 일으켜 보살의 법을 비추면서 점점 나아갔다.


등뿌리 나라[藤根國]에 이르러서는 그 성이 있는 데를 물으며 찾았다. 비록 어려운 일을 당하여도 수고를 생각지 않고 오직 선지식의 가르침을 바로 생각하면서, 항상 가까이 모시고 섬기며 공양하려고 여러 감관을 가다듬고 방일함을 여의었다. 그러다가 보문성(普門城)을 보았는데 백천 마을이 주위에 둘러 있고 성가퀴가 높고 도로가 넓었다. 보안장자가 있는 것을 보고, 앞에 나아가 엎드려 절하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옵니다.”


장자는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가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도다. 나는 모든 중생의 여러 가지 병을 아노니, 풍병· 황달병· 해소· 열병· 귀신의 침책[鬼魅]· 해충의 독과, 물에 빠지고 불에 상한 것과 이렇게 생기는 여러 가지 병을 내가 모두 방편으로 치료하노라.


선남자여, 시방의 중생들로 병이 있는 이는 모두 나에게 오라. 내가 다 치료하여 쾌차케 하며, 또 향탕으로 몸을 씻기고 향· 꽃· 영락· 좋은 의복으로 잘 꾸며 주고, 음식과 재물을 보시하여 조금도 모자람이 없게 하노라. 그런 뒤에 그들에게 각각 알맞게 법을 말하노니, 탐욕이 많은 이는 부정하게 관함을 가르치고, 미워하고 성내는 일이 많은 이는 자비하게 관함을 가르치고, 어리석음이 많은 이는 가지가지 법의 모양을 분별하도록 가르치고, 세 가지가 평등한 이는 썩 나은 법문을 가르치노라
   
그들로 하여금 보리심을 내게 하려고 모든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며, 크게 가엾이 여기는 생각을 일으키려고 나고 죽는 데 한량없는 고통을 나타내며, 공덕을 늘게 하려고 한량없는 복과 지혜를 모으는 것을 찬탄하며, 큰 서원을 세우게 하려고 모든 중생을 조복하는 것을 칭찬하며, 보현의 행을 닦게 하려고 보살들이 모든 세계에서 온갖 겁 동안에 여러 가지 행을 닦는 것을 말하노라.


그들로 하여금 부처의 거룩한 모습을 갖추게 하려고 단(檀)바라밀을 칭찬하며, 부처의 깨끗한 몸을 얻어 온갖 곳에 이르게 하려고 시(尸)바라밀을 칭찬하며, 부처님의 청정하고 부사의한 몸을 얻게 하려고 인(忍)바라밀을 칭찬하며, 여래의 이길 이 없는 몸을 얻게 하려고 정진(精進)바라밀을 칭찬하며, 청정하고 같을 이 없는 몸을 얻게 하려고 선(禪)바라밀을 칭찬하며, 여래의 청정한 법의 몸을 드러내려고 반야(般若)바라밀을 칭찬하노라.


그들로 하여금 세존의 깨끗한 육신을 나타내게 하려고 방편(方便)바라밀을 칭찬하며, 중생들을 위하여 모든 겁에 머물게 하려고 원(願)바라밀을 칭찬하며, 청정한 몸을 나타내어 모든 부처님 세계에 지나가게 하려고 역(力)바라밀을 칭찬하며, 청정한 몸을 나타내어 중생들의 마음을 따라 기쁘게 하려고 지(智)바라밀을 칭찬하며, 끝까지 깨끗하고 묘한 몸을 얻게 하려고 모든 착하지 않은 법을 아주 떠날 것을 칭찬하노니, 이렇게 보시하여서 각각 돌아가게 하였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또 여러 가지 향을 만드는 중요한 법을 아노니, 이른바 같을 이 없는 향[無等香]· 신두파라향(辛頭波羅香)· 이길 이 없는 향[無勝香]· 깨닫는 향[覺悟香]· 아로나발지향(阿盧那跋底香)· 굳은 흑전단향[堅黑栴檀香]· 오락가 전단향(烏洛迦栴檀香)· 침수향(沈水香)· 모든 감관 흔들리지 않는 향[不動諸根香]이니, 이런 향을 만드는 법을 다 아노라.


또 선남자여, 나는 이 향으로 공양하고 여러 부처님을 뵈옵고 소원이 만족하였으니, 이른바 모든 중생을 구호하는 소원· 모든 부처 세계를 깨끗이 하는 소원· 모든 여래께 공양하는 소원이니라. 또 선남자여, 이 향을 사를 적에 낱낱 향에서 한량없는 향기가 나와 시방 모든 법계와 모든 부처님 도량에 풍기니, 향의 궁궐도 되고 향의 전각도 되며, 이렇게 향 난간· 향 담· 향 망루[却敵]· 향 창호· 향 누각· 향 반월· 향 일산· 향 당기· 향 번기· 향 휘장· 향 그물· 향 형상· 향 장엄거리· 향 광명· 향 구름 비가 곳곳에 가득하여 장엄하였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을 두루 보고 기뻐하는 법문만을 알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이 큰 약왕(藥王)과 같아서 보는 이· 듣는 이· 생각하는 이· 함께 있는 이· 따라다니는 이· 이름을 일컫는 이들이 모두 이 일을 얻어 헛되게 지내는 이가 없으며, 어떤 중생이 잠깐 만나더라도, 반드시 모든 번뇌를 소멸하고 부처님 법에 들어가 모든 괴로움을 여의며, 모든 생사에 무서움이 아주 없어지고, 두려움이 없는 온갖 지혜에 이르며, 모든 늙고 죽는 산이 무너지고 평등하며 고요한 낙에 머무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남쪽에 큰 성이 있으니 이름이 다라당(多羅幢)이요, 거기 한 왕이 있으니 이름이 싫은 줄 모름[無厭足]입니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그 때 선재동자는 보안 장자의 발에 절하고 한량없이 돌고 은근하게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18) ‘싫은 줄 모르는 왕’[無厭足王]을 찾다

 

그 때 선재동자는 선지식의 가르침을 기억하고 생각하며, 선지식은 나를 거두어 주고 나를 보호하고, 나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가지 않게 하리라 생각하였다. 이렇게 생각하고서 환희한 마음· 깨끗이 믿는 마음· 광대한 마음· 화창한 마음· 뛰노는 마음· 경축하는 마음· 묘한 마음· 고요한 마음· 장엄한 마음· 집착이 없는 마음· 걸림없는 마음· 평등한 마음· 자유자재한 마음· 법에 머무는 마음· 부처 세계에 두루 가는 마음· 부처의 장엄을 보는 마음· 십력을 버리지 않는 마음을 내었다. 점점 남쪽으로 가면서 나라를 지나고 마을과 도시를 지나서 다라당성에 이르렀다. ‘싫은 줄 모르는 왕’의 있는 데를 물었더니, 사람들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 왕은 지금 정전(正殿)에서 사자좌에 앉아 법으로 교화하여 중생을 조복하는데, 다스릴 이는 다스리고 거두어 줄 이는 거두어 주며, 죄 있는 이는 벌주고 소송을 판결하며, 외롭고 나약한 이는 어루만져 주어서, 모두 살생· 훔치는 일· 잘못된 음행을 아주 끊게 하고, 거짓말· 이간하는 말· 욕설· 비단 같은 말을 못하게 하며, 또 탐욕과 성내는 일과 잘못된 소견을 여의게 합니다.”


이 때 선재동자는 여러 사람의 말을 따라 찾아갔다. 그 왕이 나라연 금강좌에 앉았는데, 아승기 보배로 평상 다리가 되고 한량없는 보배 형상으로 장엄하였으며, 황금실로 그물을 떠서 위에 덮었고, 여의주로 관을 만들어 머리에 장엄하였으며, 염부단금으로 반월(半月)을 만들어 이마에 장엄하고, 제청마니(帝靑摩尼)로 귀고리를 만들어 쌍으로 드리웠으며, 가없는 보배로 영락을 만들어 목에 걸었고, 하늘 마니로 팔찌를 만들어 팔을 단장하였다.


염부단금으로 일산을 만들었으니, 여러 보배를 사이사이 장식하여 살이 되고, 큰 유리 보배로 대가 되고, 광미(光味) 마니로 꼭지가 되었으며, 여러 가지 보배로 만든 풍경에서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큰 광명을 놓아 시방에 두루한 이러한 일산을 그 위에 받았다. 그 아래 앉은 아나라왕(阿那羅王)은 큰 세력이 있어 다른 무리들을 굴복하매 능히 대적할 이가 없으며, 때 없는 비단을 정수리에 매었고 십천 대신이 앞뒤에 둘러 모시고 나라 일을 처리하였다.

 

그 앞에는 십만 군졸이 있는데, 형상이 추악하고 의복이 누추하며, 무기를 손에 들고 눈을 부릅뜨고 팔을 뽐내어 보는 사람들이 모두 무서워하였다. 한량없는 중생들이 왕의 법령을 범하는데,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목숨을 살해하거나 유부녀를 간통하거나 삿된 소견을 내었거나 원한을 내었거나 탐욕과 질투를 품었거나 하여, 이러한 나쁜 짓을 저질렀으면 몸에 오랏줄을 지고 왕의 앞에 끌려 오며, 저지른 죄에 따라서 형벌을 주는 것이다. 손과 발을 끊기도 하고 귀와 코를 베기도 하고, 눈도 뽑고 머리도 찍으며, 가죽을 벗기고 몸을 도려내며, 끓는 물에 삶고, 타는 불에 지지며, 높은 산에 끌고 올라가서 밀어 떨어뜨리기도 하여서, 이런 고통이 한량이 없으니, 부르짖고 통곡하는 형상이 중합대지옥(衆合大地獄)과 같았다.

 

선재동자는 이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모든 중생을 이익케 하려고 보살의 행을 구하고 보살의 도를 닦는데, 이 왕이 선한 법은 하나도 없고 큰 죄업을 지으며, 중생을 핍박하여 생명을 빼앗으면서도 장래의 나쁜 길을 두려워하지 않으니, 어떻게 여기서 법을 구하며 대비심을 내어 중생을 구호하겠는가?”  이렇게 생각하는데 공중에서 어떤 하늘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마땅히 보안 장자의 가르친 말을 생각하라.”


선재동자는 우러러보면서 말하였다.
“나는 언제나 생각하는 것이요, 감히 잊지 아니하노라.”


하늘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선지식의 말을 떠나지 말라. 선지식은 그대를 인도하여 험난하지 않고 편안한 곳에 이르게 합니다. 선남자여, 보살의 교묘한 방편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거두어 주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생각하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성숙케 하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수호하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해탈케 하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조복하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느니라.”


이 때 선재동자는 이 말을 듣고 왕의 처소에 나아가 그 발에 엎드려 절하고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옵니다. 듣자온즉 거룩한 이께서 잘 가르친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말씀하여 주소서.”


이 때 아나라왕은 왕의 일을 마치고 선재의 손을 잡고 궁중으로 들어가서 함께 앉아서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내가 있는 궁전을 보라.”


선재동자는 왕의 말대로 살펴보았다. 그 궁전은 넓고 큼이 비길 데 없으며 모두 묘한 보배로 이루어졌는데 칠보로 담을 쌓아 주위에 둘러 있고, 백천 가지 보배로 누각이 되었는데 가지가지 장엄이 다 아름답고 훌륭하며, 부사의한 마니보배로 짠 그물이 위에 덮였으며 십억 시녀들이 단정하고 아름답고 가고 오는 거동이 볼 만하며, 모든 일이 교묘하여 일어나고 눕고 하는데 공순한 마음으로 뜻을 받잡었다.


이 때 아나라왕이 선재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가 만일 참으로 악한 업을 짓는다면, 이런 과보와 이런 육신과 이런 권속과 이런 부귀와 이런 자유자재함을 어떻게 얻었겠는가?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눈어리 같은 해탈을 얻었느니라. 선남자여, 나의 국토에 있는 중생들이 살생하고 훔치고, 내지 삿된 소견 가진 이가 많아서, 다른 방편으로는 그들의 나쁜 업을 버리게 할 수 없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저런 중생을 조복하기 위하여, 나쁜 사람으로 화하여 여러 가지 죄악을 짓고 가지가지 고통을 받는 것이니, 저 나쁜 짓하는 중생들이 보고서 무서운 마음을 내고 싫어하는 마음을 내고 겁나는 마음을 내어 그들이 짓던 모든 나쁜 업을 끊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하려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렇게 교묘한 방편으로써 중생들로 하여금 십악업(十惡業)을 버리고 십선도(十善道)를 행하여 끝까지 쾌락하고 끝까지 편안하고 필경에 온갖 지혜의 지위에 머물게 하려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나의 몸이나 말이나 뜻으로 짓는 일이 지금까지 한 중생도 해친 일이 없느니라. 선남자여, 내 마음에는 차라리 오는 세상에 무간(無間) 지옥에 들어가 고통을 받을지언정 잠깐만이라도 모기 한 마리나 개미 한 마리를 괴롭게 하려는 생각을 내지 아니하거든, 하물며 사람일까보냐? 사람은 복밭이라, 모든 선한 법을 능히 내는 연고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눈어리 같은 해탈을 얻었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이 죽살이 없는 법의 지혜를 얻고, 모든 세계가 모두 눈어리 같고 보살의 행이 모두 요술과 같고, 모든 세간이 그림자 같고, 모든 법이 꿈과 같은 줄을 알았으며, 실상(實相)의 걸림없는 법문에 들어가서 제석천왕의 진주 그물 같은 행을 닦으며, 걸림없는 지혜로 경계에 행하고 모든 것이 평등한 삼매에 들어가서 다라니에 자유자재함을 얻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성이 있으니 이름은 묘광(妙光)이요, 왕의 이름은 대광(大光)입니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이 때 선재동자는 왕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하직하고 물러갔다.

 

(19) 대광(大光)왕을 찾다

 

그 때 선재동자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저 왕의 얻은 눈어리 같은 지혜 법문을 생각하며, 저 왕의 눈어리 같은 해탈을 생각하고, 저 왕의 눈어리 같은 법의 성품을 관찰하며, 눈어리 같은 소원을 내고, 눈어리 같은 법을 깨끗이 하고, 모든 눈어리 같은 삼세에 눈어리 같은 변화를 일으키며 이렇게 생각하면서 점점 남쪽으로 향해서 갔다. 인간의 도시와 마을에 이르기도 하고 거친 벌판과 산골짜기와 험난한 데를 지나면서도 고달픈 생각도 없고 쉬지도 아니하였다. 그러다가 어떤 성에 들어가서 “묘광성이 어디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사람들은 대답하기를 “이 성이 묘광성이고, 이 성이 대광왕께서 계시는 곳입니다”라고 하였다.


선재동자는 기뻐서 뛰놀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의 선지식이 이 성중에 있으니, 나는 이제 친히 뵈옵고 보살들의 행하는 행을 들을 것이며, 보살들의 뛰어난 중요한 문(門)을 들을 것이며, 보살들이 증득한 법을 들을 것이며, 보살들의 부사의한 공덕을 들을 것이며, 보살들의 부사의하게 자유자재함을 들을 것이며, 보살들의 부사의한 평등을 들을 것이며, 보살들의 부사의한 용맹을 들을 것이며, 보살들의 부사의한 경계가 엄청나게 청정함을 들을 것이로다.”


이렇게 생각하고 묘광성에 들어가서 성안을 둘러 보았다. 금· 은· 유리· 파리· 진주· 자거· 마노의 칠보(七寶)로 성이 이룩되었고, 칠보로 된 해자(垓子)가 일곱 겹으로 둘리었는데 팔공덕수가 가득히 찼고, 바닥에는 금모래가 깔리고, 우발라(優鉢羅)꽃· 파두마(波頭摩)꽃· 구물두(拘物頭)꽃· 분타리(芬陀利)꽃들이 위에 덮였으며, 보배 다라 나무가 일곱 겹으로 줄을 지어 서 있었다. 일곱 가지 금강으로 담이 되어 둘리었으니, 이른바 사자광명 금강담· 이길 이 없는 금강담· 깨뜨릴 수 없는 금강담· 무너뜨릴 수 없는 금강담· 견고하고 장애 없는 금강담· 훌륭한 그물광 금강담· 티끌 없이 청정한 금강담이었다. 무수한 마니보배로 사이사이 장엄하고, 가지가지 보배로 성가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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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자(垓子): 동물이나 외적으로부터 침입을 막기 위해 왕궁이나 성(城) 주위를 깊이 파서 만든 구덩이를 말한다. 그리고 해자에는 물을 채워 연못으로 만들고 갖가지 수초를 심었다.


성의 가로와 세로는 10유순이요, 둘레는 8면인데, 면마다 여덟 문을 내었고, 모두 칠보로 찬란하게 장식하였으며, 비유리(毘瑠璃) 보배로 땅이 되고, 가지가지로 장엄하여 매우 찬란하며, 성안에는 10억의 가로가 있는데, 가로들 사이에는 한량없는 만억 중생이 살고 있으며, 수없는 염부단금 누각에는 비유리 마니그물이 위에 덮이고, 수없는 은 누각에는 적진주 마니 그물이 위에 덮이고, 수없는 비유리 누각에는 묘장(妙藏) 마니 그물이 위에 덮이고, 수없는 파리 누각에는 때 없는 광 마니왕 그물이 위에 덮이었다.

 
수없는 광명이 세간에 비추는 마니 누각에는 일장마니왕(日藏摩尼王) 그물이 위에 덮이고, 수없는 제청마니 누각에는 묘광(妙光)마니왕 그물이 위에 덮이고, 수없는 중생 바다 마니왕 누각에는 불꽃 광명 마니왕 그물이 위에 덮이고, 수없는 금강 보배 누각에는 이길 이 없는 당기 마니왕 그물이 위에 덮이고, 수없는 흑전단 누각에는 하늘 만다라꽃 그물이 위에 덮이고, 수없는 무등향왕 누각에는 가지각색 꽃 그물이 위에 덮이었다.
그 성에는 또 수없는 마니 그물·수없는 보배 풍경 그물· 수없는 하늘 향 그물·수없는 하늘 꽃 그물· 수없는 보배 형상 그물과, 수없는 보배 옷 휘장· 수없는 보배 일산 휘장· 수없는 보배 누각 휘장· 수없는 보배 화만 휘장들이 덮였으며, 간 데마다 보배 일산과 당기·번기를 세웠다. 이 성 중에 누각이 있으니 이름이 정법장(正法藏)이었다. 아승기 보배로 장엄하였는데 광명이 찬란하여 가장 훌륭하기가 비길 데 없어 보는 중생들은 싫은 줄을 모르며 대광왕은 그 가운데 있었다.

 
그 때 선재동자는 이 모든 보물이나 내지 남자· 여자나 여섯 대상[六塵境界]에는 조금도 애착이 없고, 다만 최고의 법을 생각하여 일심으로 선지식을 만나기만 원하면서 점점 다니다가 대광왕이 거처하는 누각에서 얼마 멀지 아니한 네 길거리에서 여의주 보배로 만든 연화장광대장엄사자좌(蓮華藏黃大莊嚴獅子座)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아청유리로 사자좌의 다리를 만들고 황금 비단으로 휘장이 되고, 여러 보배로 그물이 되고 썩 좋은 하늘 옷을 깔았는데, 그 위에 대광왕이 가부하고 않았다. 스물여덟 종의 거룩한 모습과 여든 가지 잘생긴 모습으로 몸을 장엄하였으니 진금산과 같이 빛이 치성하고 맑은 허공에 뜬 해와 같이 광채가 찬란하며 보름달과 같이 보는 이마다 시원해 하고 범천왕이 범천 무리 가운데 있는 것 같으며 큰 바다와 같아서 공덕의 보배가 한정이 없고 설산과 같아서 잘생긴 모습의 숲으로 꾸미었으며, 큰 구름과 같이 법의 우레를 진동하여 여러 무리를 깨우치고 허공과 같이 갖가지 법문의 별들을 나타내며, 수미산처럼 네 가지 빛이 중생의 마음 바다에 비치고 보배섬처럼 여러 가지 지혜 보배가 가운데 가득하였다.


왕이 앉은 평상 앞에는 금· 은· 유리· 마니· 진주· 산호· 호박· 보패· 구슬 등의 모든 보배와, 의복·영락과 모든 음식이 한량없고 그지없이 가득 쌓였다. 또 한량없는 백천만억 훌륭한 수레와 백천만억 하늘의 풍류와 백천만억 하늘의 묘한 향과 백천만억 병에 필요한 탕약과 살림살이 도구들의 모든 것이 훌륭하며, 한량없는 젖소는 굽과 뿔이 금빛이요, 한량없는 천억의 단정한 여인들은 기묘한 전단향을 몸에 바르고, 하늘 옷과 영락으로 가지가지 장엄하였으며, 64종의 기능을 모르는 것이 없고, 세상의 인정과 예법을 다 잘 알았다.


중생들의 마음을 따라 보시하여 주는데, 성중이나 마을이나 길거리에는 모든 필수품을 쌓아 두고, 길거리마다 20억 보살이 있어서 이런 물건으로 중생들에게 보시하였다. 중생을 두루 거두어 주기 위하며, 중생들을 기쁘게 하기 위하며, 중생들을 뛰놀게 하기 위하며, 중생들의 마음을 깨끗케 하기 위하며, 중생들을 시원케 하기 위하며, 중생들의 번뇌를 없애기 위하며, 중생들로 하여금 모든 이치를 알게 하기 위하며, 중생들을 온갖 지혜의 길에 들어가게 하기 위하며, 중생들이 대적하는 마음을 버리게 하기 위하며, 중생들이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나쁜 짓을 여의게 하기 위하며, 중생들의 나쁜 소견을 뽑기 위하며, 중생들로 하여금 모든 업을 깨끗케 하기 위한 연고니라.

 

이 때 선재동자는 땅에 엎드려 그의 발에 절하고 공경하여 오른쪽으로 한량없이 돌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옵니다. 듣자온즉 거룩한 이께서 잘 가르쳐 주신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저에게 말씀하여 주소서.”


왕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크게 인자한 당기의 행을 닦으며, 보살의 크게 인자한 당기의 행을 만족하였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한량없는 백천만억으로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님의 처소에서 이 법을 묻고 생각하고 관찰하고 닦아서 장엄하였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 법으로 왕이 되고 이 법으로 가르치고 이 법으로 거두어 주고 이 법으로 세상을 따라가고 이 법으로 중생을 인도하고 이 법으로 중생을 수행케 하고 이 법으로 중생을 나아가게 하고 이 법으로 중생에게 방편을 주고 이 법으로 중생을 이익하게 하고 이 법으로 중생이 행을 일으키게 하고 이 법으로 중생이 법의 성품에 머물러서 생각케 하며, 이 법으로써 중생들로 하여금 인자한 마음에 머물러서 인자함으로 근본을 삼아 인자한 힘을 갖추게 하며, 이리하여 이익하는 마음· 안락한 마음· 불쌍히 여기는 마음· 거두어 주는 마음· 중생을 수호하여 버리지 않는 마음· 중생의 괴로움을 뽑기에 쉬는 마음이 없게 하느니라.


나는 이 법으로써 중생들로 하여금 끝까지 쾌락하고 항상 기쁘며, 몸에는 괴로움이 없고 마음은 청량하며, 생사의 애착을 끊고 바른 법의 낙을 즐거워하며, 번뇌의 더러움을 씻고 나쁜 업의 장애를 깨뜨리며, 죽살이의 흐름을 끊고 진정한 법의 바다에 들어가며, 모든 중생의 길을 끊고 온갖 지혜를 구하며, 마음 바다를 깨끗이 하여 무너지지 않는 신심을 내게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 크게 인자한 당기의 행에 머물러서 바른 법으로 세간을 교화하느니라.

 

선남자여, 내 나라에 있는 모든 중생은 모두 나에게 공포함이 없느니라. 선남자여, 어떤 중생이 빈궁하고 궁핍하여 나에게 와서 구걸하면, 나는 고방 문을 열어 놓고 마음대로 가져 가게 하며 말하기를 “나쁜 짓을 하지 말고 중생을 해치지 말고 여러 가지 소견을 일으키지 말고 집착을 내지 말라. 만일 필요한 일이 있거든 나에게 오거나 네 길거리에 가면, 모든 물건이 갖가지 구비되어 있으니 마음대로 가져가고 조금도 어려워하지 말라'고 하느니라.”


선남자여, 이 묘광성에 있는 중생들은 모두 보살들로서 대승의 뜻을 내었으며, 마음의 욕망을 따라서 보는 것이 같지 아니하니라. 어떤 이는 이 성이 좁다고 보고, 어떤 이는 이 성이 넓다고 보며, 흙과 자갈로 땅이 된 줄로 보기도 하고, 여러 보배로 장엄한 줄로 보기도 하며, 흙을 모아 담을 쌓은 줄로 보기도 하고, 보배로 쌓은 담이 둘리었다고 보기도 하며, 돌과 자갈이 많아서 땅이 울퉁불퉁하다고 보기도 하고, 한량없는 마니보배로 장엄하여 손바닥처럼 평탄하다고 보기도 하며, 집들이 흙과 나무로 지어졌다고 보기도 하고, 궁전· 누각· 증대· 창호· 난간· 문들이 모두 보배로 되었다고 보기도 하느니라.


선남자여, 만일 중생이 마음이 청정하고 선근을 심었으며, 부처님께 공양하여 온갖 지혜의 길로 나아갈 마음을 내어서 온갖 지혜로써 끝까지 이르는 곳이라고 하거나, 내가 과거에 보살행을 닦을 적에 거두어 주었던 사람이면 이 성이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하였다고 보지만 다른 이들은 더러운 줄로 보느니라.


선남자여, 이 국토에 있는 중생들이 다섯 가지 흐린 세상[五濁世]에서 나쁜 짓을 많이 지었으므로, 내가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구호하여 보살들의 인자한 마음이 으뜸이 되어 세간을 따라 주는 삼매에 들어가게 하노라. 이 삼매에 들어가는 때에는, 중생들이 가졌던 무서워하는 마음· 해롭게 하는 마음· 원수로 생각하는 마음· 다투는 마음들이 모두 소멸되나니, 왜냐 하면 보살들이 인자한 마음이 으뜸이 되어 세간을 따라 주는 삼매에 들어가면 으레 그렇게 되기 때문이니라. 선남자여, 잠깐만 기다리면 마땅히 보게 되리라.”


이 때에 대광왕이 이 삼매에 들어가니 그 성의 안팎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며 보배 땅· 보배 담· 보배 강당· 보배 궁전· 누각· 섬돌· 창호 등 모든 것에서 묘한 음성을 내며 왕을 향하여 경례하며, 묘광성 내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한꺼번에 환희하여 뛰놀면서 왕이 있는 데를 향하여 땅에 엎드리고, 마을이나 영문(營門)이나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모두 와서 왕을 보고 환희하여 예배하며, 왕의 처소에 가까이 있던 새와 짐승들도 서로 쳐다보고 자비한 마음을 내어 왕에게 향하여 공경하고 예배하며, 모든 산과 들과 초목들도 두루 돌면서 왕을 향하여 예경하고 못· 물· 샘· 강· 바다가 모두 넘쳐 솟아서 왕의 앞으로 흘러 갔다.


십천의 용왕은 향기 구름을 일으키며 번개치고 뇌성하면서 보슬비를 내리고, 십천의 천왕이 있으니, 도리천왕(忉利天王)· 야마천왕(夜摩天王)· 도솔타천왕(兜率陀天王)· 선변화천왕(善變化天王)· 타화자재천왕(他化自在天王)들이 우두머리가 되어 허공에서 여러 가지 풍악을 잡히고, 무수한 천녀들은 노래하고 찬탄하면서 수없는 꽃 구름· 수없는 향 구름· 수없는 보배 화만 구름· 수없는 보배 옷 구름· 수없는 보배 일산 구름· 수없는 보배 당기구름· 수없는 보배 번기 구름을 비내리며 공중에 장엄하여 왕에게 공양하였다.


이라바나(伊羅婆拏) 큰 코끼리는 자유로운 힘으로 공중에서 무수한 큰 보배 연꽃을 펴 놓으며, 무수한 보배 영락· 무수한 보배 띠· 무수한 보배 화만· 무수한 보배 장엄거리· 무수한 보배 꽃· 무수한 보배 향 등의 갖가지 기묘한 것을 드리워 훌륭하게 장엄하고, 무수한 채녀들은 가지가지로 노래하고 찬탄하였다. 염부제 안에 또 한량없는 백천만억 나찰왕· 야차왕· 구반다왕· 비사차왕들이 있는데, 바다에 있기도 하고 육지에 살기도 하면서, 피를 마시고 살을 먹어 중생을 해치던 것들이, 자비심을 일으키고 이익한 일을 행하며, 뒷세상을 분명히 알고 나쁜 업을 짓지 아니하며, 공경하고 합장하여 왕에게 예배하였다. 염부제와 같이 다른 세 천하와 내지 삼천대천세계와 시방의 백천만억 나유타 세계에 있는 모든 악독한 중생들도 모두 그러하였다.


이 때 대광왕이 삼매에서 일어나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크게 인자함이 으뜸이 되어 세간을 따라 주는 삼매문을 알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은 높은 일산이 되나니 여러 중생을 두루 그늘 지어 덮어 주는 연고며, 행을 닦음이 되나니, 하품·중품·상품의 행을 평등하게 행하는 연고며, 땅덩이가 되나니 인자한 마음으로 모든 중생을 맡아 지니는 연고며, 보름달이 되나니 복덕의 광명이 세간에 평등하게 나타나는 연고며, 청정한 해가 되나니 지혜의 빛으로 모든 알아야 할 경계를 비추는 연고며, 밝은 등불이 되나니 모든 중생의 마음 속 어둠을 깨뜨리는 연고며, 물 맑히는 구슬이 되나니 중생들의 마음 속 속이고 아첨하는 흐림을 밝히는 연고며, 여의주가 되나니 모든 중생의 소원을 만족케 하는 연고며, 큰 바람이 되나니 중생들로 하여금 빨리 삼매를 닦아서 온갖 지혜의 성중에 들어가게 하는 연고니라. 그런 것이야 내가 어떻게 그 행을 알고 그 덕을 말하며, 그 복덕의 큰 산을 측량하고 그 공덕의 별을 우러르며, 그 서원의 바람 둘레를 관찰하고 그 깊은 법문에 들어가며, 그 장엄한 큰 바다를 보이고 그 보현의 행하는 문을 밝히며, 그 삼매의 굴을 열어 보이고 그 대자비한 구름을 찬탄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한 서울이 있으니 이름이 잘 머무는 데며, 거기 한 우바이가 있으니 이름이 부동(不動)입니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이 때 선재동자는 왕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수없이 돌고 은근하게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20) 부동(不動) 우바이를 찾다

 

그 때 선재동자는 묘광성에서 나와 길을 걸어가면서 바른 생각으로 대광왕의 가르침을 생각하고, 보살의 크게 인자한 당기의 수행하는 문을 기억하며, 보살의 세간을 따라 주는 삼매의 광명문을 생각하며, 그 부사의한 서원과 복덕의 자유자재한 힘을 증장하며, 그 부사의한 중생을 성숙시키는 지혜를 견고히 하며, 그 부사의한 함께 수용하지 않는 큰 위덕을 관찰하며, 그 부사의한 차별한 모양을 기억하며, 그 부사의한 청정한 권속을 생각하며, 그 부사의한 짓는 업을 생각하고서는, 환희하는 마음을 내고 깨끗한 신심을 내며 맹렬하게 날카로운 마음을 내고 즐기는 마음을 내며 뛰노는 마음을 내고 다행해 하는 마음을 내며 흐리지 않은 마음을 내고 청정한 마음을 내며 견고한 마음을 내고 광대한 마음을 내며 다함이 없는 마음을 내었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슬픈 듯이 눈물 흘리면서 “선지식은 진실로 희유하여 모든 공덕의 처소를 내며, 모든 보살의 행을 내며, 모든 보살의 깨끗한 생각을 내며, 모든 다라니 바퀴를 널리 내며, 모든 삼매의 광명을 내며, 모든 부처님의 법 비를 널리 내리며, 모든 보살의 서원한 문을 나타내 보이며, 생각할 수 없는 지혜의 광명을 내며, 모든 보살의 뿌리와 싹을 증장한다”고 생각하였다.


또 생각하기를 “선지식은 모든 나쁜 길을 널리 구호하며 여러 평등한 법을 널리 연설하며, 모든 평탄하고 험난한 길을 널리 보이며 대승의 깊은 이치를 널리 열며, 보현의 모든 행을 널리 권하여 일으키며, 온갖 지혜의 성에 널리 인도하여 이르게 하며, 법계의 큰 바다에 두루 들어가게 하며, 삼세의 법 바다를 널리 보게 하며, 여러 성인의 도량을 널리 주며, 모든 흰 법[白法]을 널리 증장케 한다”고 하였다.


선재동자가 이렇게 슬퍼하고 생각할 때에 항상 따라다니며 보살을 깨우쳐 주는 여래의 심부름하는 하늘이 공중에서 말하였다.
“선남자여, 선지식의 가르치는 대로 수행하면 부처님 세존이 모두 환희하며, 선지식의 말을 순종하면 온갖 지혜의 지위에 가까워지며, 선지식의 말에 의혹이 없으면 모든 선지식을 항상 만날 것이며, 마음을 내어 항상 선지식을 떠나지 않으려 하면, 모든 이치를 구족하게 되리라. 선남자여, 그대는 ‘잘 머무는 서울’에 가라. 부동 우바이 큰 선지식을 만나게 되리라.”


이 때 선재동자는 그 삼매의 지혜 광명에서 일어나서 점점 가다가 잘 머무는[安住] 서울에 이르러 “부동 우바이가 어디에 있습니까?”고 두루 물었다.


한량없는 사람들은 다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부동 우바이는 처녀로서 집에서 부모의 보호를 받으면서 한량없는 그의 친족들에게 묘한 법을 말합니다.”


선재동자는 이 말을 듣고 기쁘기가 부모를 본 듯하여 곧 부동 우바이의 집에 가서 집안으로 들어섰다. 그 집에서는 금빛 광명이 두루 비치는데, 이 광명을 받는 이는 몸과 뜻이 청량하였다. 선재동자는 광명이 몸에 비치매 곧 5백 가지 삼매의 문을 얻었으니, 이른바 모든 희유한 모양을 아는 삼매의 문· 고요함[寂靜]에 들어가는 삼매의 문· 모든 세간을 멀리 여의는 삼매의 문· 넓은 눈으로 모두 버리는 삼매의 문· 여래장 삼매의 문 등 5백 가지 삼매의 문이었다. 이 삼매의 문을 얻었으므로 몸과 마음이 부드럽기가 이레된 태와 같으며, 또 묘한 향기를 맡으니 하늘· 용· 건달바 등 사람과 사람 아닌 이에게 있는 향이 아니었다.


선재동자가 그의 처소에 나아가 공경하며 합장하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펴보았다. 그 용모는 단정하고 기묘하여 시방세계의 모든 여인들로는 미칠 수 없거늘, 하물며 그보다 지나갈 이가 있겠는가? 다만 여래의 정수리에 물을 부은 모든 보살은 제외할 것이다. 입에서 묘한 향기가 나오는 일과 궁전의 장엄과 그 권속들도 그와 같을 이가 없거늘, 하물며 그보다 지나갈 이가 있겠는가? 시방세계의 모든 중생이 이 우바이에게는 물드는 마음을 일으키는 이가 없으며, 잠깐 보기만 하여도 모든 번뇌가 스스로 소멸합니다. 마치 백만의 대범천왕은 정녕코 욕심 세계의 번뇌가 생기지 않듯이, 이 우바이를 보는 이의 번뇌도 그와 같으며, 시방 중생들이 이 여인을 보고는 싫은 생각이 없나니, 다만 큰 지혜를 구족한 이는 제외할 것이다.

 
이 때 선재동자는 허리를 굽혀 합장하고 바른 생각으로 관찰하였다. 이 여인의 몸은 자유자재하여 헤아릴 수 없으며, 빛깔과 용모는 그와 같을 이가 이 세상에는 없고 광명은 사무쳐 비추어 그를 장애할 것이 없어서 중생들을 위하여 많은 이익을 지으며, 털구멍에서는 묘한 향기가 항상 나오고, 권속이 그지없고 궁전이 제일이며, 공덕이 깊고 넓어서 끝닿은 데를 알 수 없으므로 환희한 마음을 내어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청정한 계를 항상 지키고
넓고 큰 참음 닦아 행하며
꾸준히 노력하여 물러가지 않으니
광명이 온 세계에 밝게 비치네.

 

선재동자는 게송을 마치고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옵니다. 듣자온즉 거룩한 이께서 잘 가르치신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말씀하여 주소서.”


이 때 부동 우바이는 보살의 부드러운 말과 뜻에 맞는 말로 선재동자를 위로하여 말하였다.
“훌륭하다,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는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도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꺾을 수 없는 지혜장(智慧藏) 해탈문을 얻었으며, 보살의 견고하게 받아 지니는 수행의 문을 얻었으며, 보살의 모든 법에 평등한 모두 지니는 문을 얻었으며, 보살의 모든 법을 밝히는 변재의 문을 얻었으며, 보살의 모든 법을 구하여 고달픔이 없는 삼매의 문을 얻었노라.”


선재동자가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보살의 꺾을 수 없는 지혜장 해탈문과 내지 모든 법을 구하여 고달픔이 없는 삼매의 문은 그 경계가 어떠합니까?”


아가씨[童女]는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그것은 알기 어려우니라.”


선재는 또 말하였다.
바라옵건대 거룩하신 이여, 부처님의 신통을 받자와 말씀하여 주소서. 저는 선지식을 인하여 능히 믿고 받아 지니고 알고 통달하오며, 나아가 관찰하고 닦아 익히며 순종하여 모든 분별을 떠나서 끝까지 평등하겠습니다.”


우바이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지난 세상에 때 여읜[離垢] 겁이 있었는데 부처님의 명호는 수비(脩臂)였고, 전수(電授)라는 국왕이 있어 한 명의 딸을 두었으니 그가 곧 나의 몸이다. 그 때 음악 소리가 그쳤을 밤중에 부모와 형제는 모두 잠에 들었고, 5백의 동녀들도 자고 있었다. 나는 누각 위에서 별을 보고 있다가 허공에 계시는 그 부처님을 뵈오니 보배산과 같았고, 한량없고 그지없는 하늘· 용 등의 팔부신장과 보살들이 둘러 모시었으며, 부처님 몸에서 큰 광명 그물을 놓아 시방세계에 두루하는데 나는 그 향기를 맡고 몸이 부드러워지고 마음이 환희하였다.

 

나는 누각에서 내려와 땅에 서서 열 손가락을 모아 부처님께 예배하였고, 또 부처님을 살펴보았으나 정수리를 볼 수 없었으며, 좌우를 살펴보았으나 끝닿은 데를 알 수 없었고, 부처님의 거룩한 모습과 잘생긴 모양을 생각하였으나, 만족하지 아니하였다. 나는 생각하기를 '부처님 세존께서는 어떠한 업을 지어서, 이렇게 훌륭한 몸을 얻었으며, 거룩한 모습이 원만하고 광명이 구족하며, 권속을 많이 두고 궁전이 장엄하며, 복덕과 지혜가 청정하고 다라니와 삼매가 부사의하며, 신통이 자재하시고 변재가 걸림이 없는가?’ 하였노라.


선남자여, 그 때 여래께서 나의 생각을 아시고 말씀하시기를 '너는 깨뜨릴 수 없는 마음을 내어 모든 번뇌를 없애라. 이길 이 없는 마음을 내어 모든 집착을 깨뜨려라. 물러가지 않는 마음을 내어 깊은 법문에 들어가라. 참고 견디는 마음을 내어 나쁜 중생을 구호하라. 의혹이 없는 마음을 내어 모든 길에 태어나라. 만족이 없는 마음을 내어 부처님 뵈오려는 생각을 쉬지 말라. 만족할 줄 모르는 마음을 내어 모든 여래의 법 비를 받으라. 옳게 생각하는 마음을 내어 모든 부처님의 광명을 내라. 크게 머물러 지니는 마음을 내어 여러 부처님의 법륜을 굴려라. 널리 유통하려는 마음을 내어 중생의 욕망을 따라 법보를 널리 베풀라' 하시었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그 부처님 계신 데서 이러한 법을 듣고, 온갖 지혜를 구하며 부처의 십력을 구하며 부처의 육신을 구하며 부처의 잘생긴 모습을 구하며 부처의 모인 대중을 구하며 부처의 국토를 구하며 부처의 위의를 구하며 부처의 수명을 구하였노라. 이런 마음을 내니 그 마음이 견고하기 금강과 같아서 모든 번뇌나 이승들로는 깨뜨릴 수 없었느니라.


선남자여, 내가 이 마음을 낸 후부터 염부제의 티끌 수 겁을 지내면서 탐욕을 생각하는 마음도 내지 않았는데, 하물며 그런 일을 행하였겠는가? 저러한 겁 동안에 나의 친족에게도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았는데 하물며 다른 중생에게 일으켰겠는가? 저러한 겁 동안에 나의 몸에도 나라는 소견을 내지 않았는데, 하물며 모든 도구에 내 것이란 생각을 내었겠는가? 저러한 겁 동안에 죽을 때·날 때·태에 들었을 때에 한 번도 미혹하여 중생이란 생각이나 기억이 없는 마음[無記心]을 내지 않았는데, 하물며 다른 때이겠는가? 저러한 겁 동안에 꿈 속에서 한 부처님을 뵈온 것도 잊지 않았는데, 하물며 보살의 열 가지 눈으로 본 것이겠는가?


저러한 겁 동안에 받아 지닌 여러 부처님의 바른 법을 한 글자 한 구절도 잊지 않았고, 내지 세속의 말까지도 잊지 않았는데, 하물며 부처님의 입으로 말씀한 것이겠는가? 저러한 겁 동안에 받아 지닌 모든 여래의 법 바다에서 한 글자 한 구절도 생각하지 않는 것이 없고 관찰하지 않는 것이 없으며, 내지 세속의 법도 역시 그러하니라. 저러한 겁 동안에 이러한 모든 법 바다를 받아 지니고 일찍이 한 법에서도 삼매를 얻지 못한 것이 없으며, 내지 세간의 기술의 법에서도 낱낱이 그러하였느니라. 저러한 겁 동안에 모든 여래의 법륜을 머물러 지녔으며 지니는 곳마다 한 글자 한 구절도 버린 적이 없으며, 한 번도 세상 지혜를 내지 않았으나, 오직 중생을 조복하기 위한 것은 제외할 것입니다. 저러한 겁 동안에 부처 바다를 뵈옵고 한 부처님에게서도 청정한 서원을 성취하지 못한 것이 없으며, 내지 여러 화신 부처님[化佛]에게서도 역시 그러하였느니라. 저러한 겁 동안에 여러 보살들이 묘한 행을 닦는 것을 보고 한 가지 행도 내가 성취하지 못한 것이 없느니라.


저러한 겁 동안에 내가 본 중생들 중에서 한 중생에게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도록 권하지 않은 적이 없으며, 한 중생에게도 성문이나 벽지불의 뜻을 내도록 권한 일이 없느니라. 저러한 겁 동안에 모든 부처의 법에 대하여 한 글자 한 구절에도 의혹을 내지 않고 두 가지 생각을 내지 않고, 분별하는 생각을 내지 않고 갖가지 생각을 내지 않고, 집착하는 생각을 내지 않고 낫다 못하다는 생각을 내지 않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생각을 내지 않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그 때부터 항상 부처님을 보고 보살을 보고 진실한 선지식을 보았으며, 항상 부처님의 서원을 듣고 보살의 행을 듣고 보살의 바라밀 문을 듣고 보살의 처지인 지혜의 광명 문을 듣고, 보살의 무진장 문을 듣고, 그지없는 세계의 그물에 들어가는 문을 듣고, 그지없는 중생계를 내는 원인의 문을 들었으며, 항상 청정한 지혜의 광명으로 모든 중생의 번뇌를 없애고, 항상 지혜로 모든 중생의 선근을 생장케 하고, 항상 모든 중생의 좋아함을 따라 몸을 나타내고, 항상 청정하고 훌륭한 말로 법계의 모든 중생을 깨우치노라. 선남자여, 나는 보살이 온갖 법을 구하여 싫음이 없는 장엄문을 얻었고, 나는 모든 법이 평등한 지위의 다 지니는 문[摠持門]을 얻어서, 헤아릴 수 없이 자재한 신통 변화를 나타내는 것을 그대는 보고자 하느냐?”


선재동자는 진심으로 보기를 원한다고 말하였다. 그 때 부동 우바이는 용장(龍藏)사자좌에 앉아서, 모든 법을 구하여 싫음이 없는 장엄삼매문[一切法無厭足莊嚴三昧門]과, 공하지 않은 바퀴 장엄 삼매문[不空輪莊嚴三昧門]과 십력의 지혜 바퀴가 앞에 나타나는 삼매문[十力智輪現前三昧門]과 불종무진장삼매문(佛種無盡藏三昧門)에 들어갔으며, 이렇게 만 가지 삼매문에 들어갔다.


이 삼매문에 들어갈 때에 시방으로 각각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며 다 청정한 유리로 이루어졌고, 낱낱 세계마다 백억 사천하와 백억 여래가 있는데, 어떤 이는 도솔천에 계시고, 혹은 열반에 들기도 하며, 낱낱 여래께서 광명 그물을 놓아 법계에 두루하니, 도량에 모인 대중이 청정하게 둘러 있으며, 미묘한 법륜을 굴리어 중생들을 깨우쳤다. 이 때 부동 우바이가 삼매에서 일어나 선재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것을 보는가?”


선재는 말하였다.
“예. 저는 모두 보았습니다.”


우바이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모든 법을 구하여 싫음이 없는 삼매의 광명을 얻고, 모든 중생에게 미묘한 법을 말하여 기쁘게 하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이 가루라처럼 허공으로 다니면서 걸림없이 모든 중생 바다에 들어가서 선근이 성숙한 중생을 보고는 곧 들어다가 열반의 저 언덕에 두며, 또 장사꾼들처럼 보배 섬에 들어가서 여래의 십력과 지혜의 보배를 구하며, 또 고기잡는 사람처럼 바른 법의 그물을 가지고 생사의 바다에 들어가 애욕의 물 속에서 중생들을 건져내되, 마치 아수라왕이 세 세계[三有]의 큰 성과 번뇌의 바다를 흔들 듯하느니라.

 

또 해가 허공에 뜨듯이 애욕의 진흙에 비추어 마르게 하며, 또 보름달이 허공에 뜨듯이 교화 받을 사람의 마음 꽃을 피게 하며, 또 땅덩이가 두루 평등하듯이 한량없는 중생이 머물러 있으면서 모든 선한 법의 싹을 증장케 하며, 또 큰 바람이 향하는 곳에 걸림이 없듯이, 모든 나쁜 소견의 나무를 뽑아 버리며, 또 전륜왕처럼 세간에 다니면서 네 가지 거둬 주는[四攝] 일로 중생들을 거두어 주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큰 성이 있으니 이름이 한량없는 도살라[無量都薩羅]요, 거기 한 출가한 외도가 있으니 이름이 변행(徧行)입니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그 때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예배하고 한량없이 돌고 은근하게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떠났다.


(21) 변행(徧行) 외도를 찾다

 

그 때 선재동자는 부동 우바이에게서 법을 듣고 일심으로 기억하여 가르친 것을 모두 믿어 받고 생각하고 관찰하면서 점점 나아가 여러 나라와 도시를 지나서 도살라성(都薩羅城)에 이르렀다. 해가 질 무렵에 성중에 들어가서 상점과 골목과 네거리로 다니면서 변행 외도를 찾았다.


성 동쪽에 산이 있으니 이름이 선득(善得)이었다. 밤중쯤 되어 선재동자가 산 꼭대기를 보니 초목과 바위에 광명이 환하게 비추어 마치 해가 처음 뜨는 듯하였다. 이것을 보고 기쁜 마음으로 생각하기를 “내가 아마 여기서 선지식을 만나려나 보다” 하고, 성에서 나와 산으로 올라갔다. 이 외도가 산 위의 평탄한 곳에서 천천히 거니는데, 생긴 모습이 원만하고 위엄과 광채가 찬란하여 대범천왕으로도 미칠 수 없으며, 십천의 범천들이 호위하고 있었다. 선재동자는 그 앞에 나아가 엎드려 절하고 한량없이 돌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자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치신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말씀하여 주소서.”

 

변행 외도는 대답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나는 모든 곳에 이르는 보살의 행에 편안히 머물렀고, 세간을 두루 관찰하는 삼매의 문을 성취하였고, 의지한 데 없고 지음이 없는 신통의 힘을 성취하였고, 넓은 문 반야바라밀을 성취하였노라. 선남자여, 나는 넓은 세간에서 가지가지 방소(方所)와 가지가지 형상과 가지가지 행과 이해로 온갖 길에 나고 죽나니, 이른바 하늘 길· 용의 길· 야차의 길과,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지옥· 축생의 길이며, 염라왕 세계와 사람과 사람 아닌 이들의 모든 길이니라.


여러 가지 소견에 빠지고 이승을 믿고 대승을 좋아하는 이런 중생들 가운데서 나는 가지가지 방편과 가지가지 지혜의 문으로 이익케 하노라. 혹 모든 세간의 갖가지 기술을 연설하여 온갖 공교한 기술 다라니 지혜를 갖추게 하며, 네 가지로 거두어 주는 방편을 말하여 온갖 지혜의 길을 구족케 하기도 하며, 모든 바라밀을 말하여 온갖 지혜의 지위로 회향케 하기도 하며, 보리심을 칭찬하여 위없는 도의 뜻을 잃지 않게도 하며, 보살의 행을 칭찬하여 부처의 국토를 깨끗이 하고 중생을 제도하려는 소원을 만족케도 하며, 나쁜 짓을 하며 지옥 따위에 빠져 여러 가지 고통 받는 일을 말하여 나쁜 업을 싫어하게도 하며, 부처님께 공양하고 선근을 심으면 온갖 지혜의 과보를 얻는다 말하여 환희한 마음을 내게도 하며, 모든 여래· 응공· 정등각의 공덕을 찬탄하여, 부처의 몸을 좋아하고 온갖 지혜를 구하게도 하며, 부처님의 위엄과 공덕을 찬탄하여 부처님의 무너지지 않는 몸을 좋아하게도 하며, 부처님의 자유자재한 몸을 찬탄하여 여래의 가릴 수 없는 큰 위덕을 구하게도 하노라.

 
또 선남자여, 이 도살라 성중의 여러 곳에 있는 여러 종류의 남녀들 가운데서, 나는 갖가지 방편으로 그들의 형상과 같이 나투고 그에게 알맞게 법을 말하거든, 그 중생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디서 왔는지를 알지도 못하거니와 듣는 이로 하여금 사실대로 수행케 하노라. 선남자여, 이 성에서 중생들을 이익케 하는 것처럼 염부제의 여러 성중과 도시와 마을의 사람이 사는 곳에서도 이와 같이 이익케 하노라. 선남자여, 염부제에 있는 96종 외도들이 제각기 야릇한 소견으로 고집을 세우거든, 나는 그 가운데서 방편으로 조복하여 모든 잘못된 소견을 버리게 하며 염부제에서와 같이 다른 사천하에서도 그렇게 하고, 사천하에서와 같이 삼천대천세계에서도 그렇게 하며, 삼천대천세계에서와 같이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의 중생 바다에서도 중생의 마음을 따라서 갖가지 방편· 갖가지 법문· 갖가지 몸· 갖가지 말로써 법을 말하여 이익케 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모든 곳에 이르는 보살의 행만을 알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의 몸은 온갖 중생의 수효와 같고, 중생들과 차별이 없는 몸을 얻으며, 변화한 몸으로 모든 길에 두루 들어가 모든 곳에 태어나되, 여러 중생의 앞에서 청정한 광명으로 세간에 널리 비추고 걸림없는 소원으로 온갖 겁에 머무르며, 제석의 그물 같은 비등할 이 없는 행을 얻어, 모든 중생을 항상 이익케 하고 항상 함께 거처하면서도 집착이 없으며, 삼세에 두루 평등하여 내[我]가 없는 지혜로 널리 비추고 크게 자비한 광으로 모든 것을 관찰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한 나라가 있으니 이름이 광대(廣大)요, 거기 향을 파는 장자가 있으니 이름은 우발라꽃[優鉢羅華]입니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 고 물으라.”


그 때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한량없이 돌고 은근하게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22) 향팔이 장자를 찾다

 

그 때 선재동자는 선지식의 가르침을 인하여 몸과 목숨도 돌보지 않고, 재물에도 집착하지 않고, 여러 사람들을 좋아하지도 않고, 오욕(五欲)을 탐하지도 않고, 권속을 그리워하지도 않고, 왕의 지위를 소중히 여기지도 아니하였다. 오직 모든 중생을 교화하고, 부처의 국토를 깨끗이 하고,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 법의 참된 성품을 알고, 모든 보살의 공덕 바다를 닦아 모으고, 모든 공덕을 닦아 행하여 물러가지 않고, 모든 겁마다 큰 서원으로 보살의 행을 닦고, 모든 부처님의 도량에 모인 대중 속에 들어가고, 한 삼매의 문에 들어가서 모든 삼매문의 자재한 신통의 힘을 나타내고, 부처님의 한 털구멍에서 모든 부처님을 보아도 만족함이 없고, 모든 법의 지혜 광명을 얻어서 모든 부처의 법장을 보호하고 유지하기를 원하였다.


이러한 모든 부처와 보살의 공덕을 일심으로 구하면서 점점 나아가 광대국(廣大國)에 이르러서는 장자의 앞에 가서 엎드려 발에 절하고 한량없이 돌고 합장하고 서서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고, 모든 부처님의 평등한 지혜를 구하려 하며, 모든 부처님의 한량없는 큰 서원을 만족하려 하며, 모든 부처님의 가장 높은 육신을 깨끗이 하려 하며, 모든 부처님의 청정한 법의 몸을 뵈오려 하며, 모든 부처님의 광대한 지혜의 몸을 알고자 하며, 모든 보살의 행을 깨끗이 다스리려 하며, 모든 보살의 삼매를 밝히려 하며, 모든 보살의 다라니에 머물고자 하며, 모든 장애를 없애려 하며, 여러 시방세계에 다니려 하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아서 온갖 지혜의 지혜를 내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장자는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가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도다. 선남자여, 나는 모든 향을 잘 분별하여 알며, 모든 향을 조화하여 만드는 법을 아노니, 이른바 모든 향·모든 사르는 향·모든 바르는 향·모든 가루향이며, 이런 향이 나는 곳도 아노라. 또 하늘 향·용의 향·야차의 향과, 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 등의 사람인 듯 사람 아닌 듯한 이들의 향을 잘 알며, 또 병을 다스리는 향·나쁜 짓을 끊는 향·환희한 마음을 내는 향·번뇌를 늘게 하는 향·번뇌를 없애는 향·함이 있는 법에 애착을 내게 하는 향·함이 있는 법에 싫은 생각을 내게 하는 향·모든 교만과 방일을 버리는 향·마음 내어 염불하는 향·법문을 이해하는 향·성인이 받아 쓰는 향·모든 보살의 차별한 향·모든 보살의 지위의 향들이니라.


이런 향의 형상과 생기는 일과 나타나고 성취함과 청정하고 편안함과 방편과 경계와 위덕과 작용과 근본의 모든 것을 내가 다 통달하노라. 선남자여, 인간에 향이 있는데 이름은 상장(象藏)이요, 용이 싸울 적에 생기며, 한 개만 살라도 큰 향 구름을 일으키어 서울에 덮으며, 이레 동안 가는 향 비[細香雨]를 내리나니, 몸에 닿으면 몸이 금빛이 되고, 의복이나 궁전이나 누각에 닿아도 금빛으로 변하며, 바람에 날려 궁전 안에 들어가면 그 향기를 맡은 중생은 이레 동안 밤낮으로 환희하고 몸과 마음이 쾌락하며, 병환이 침로하지 못하고 모든 근심이 없어져 놀라지도 무섭지도 어지럽지도 성내지도 않으며, 인자한 마음으로 서로 대하고 뜻이 청정하여지거든, 나는 그것을 알고 법을 말하여, 그들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하느니라.


선남자여, 마라야산(摩羅耶山)에서는 전단향(栴檀香)이 나는데 이름은 우두(牛頭)니라. 몸에 바르면 불구렁에 들어가도 타지 않느니라. 선남자여, 바다 속에 향이 있으니, 이름이 이길 이 없음[無能勝]이니라. 북이나 소라에 바르면 소리가 날 적에 모든 적군들이 모두 물러가느니라.

 
선남자여, 아나바달다(阿那婆達多) 못가에서는 침수향이 나는데 이름은 연화장(蓮華藏)이니라. 삼씨[麻子]만치를 태워도 향기가 염부제에 풍기며, 중생들이 맡으면 모든 죄를 여의고 계행이 청정하여지느니라. 선남자여, 설산에 향이 있으니 이름은 아로나(阿盧那)니라. 중생이 이 향을 맡으면 마음이 결정되어 물드는 집착을 여의며, 내가 법을 말하면 때 여읜 삼매[離垢三昧]를 얻지 못하는 이가 없느니라.


선남자여, 나찰 세계에 향이 있으니, 이름이 해장(海藏)이니라. 이 향은 전륜왕만이 사용하는데, 한 개만 피워서 풍겨도 전륜왕과 네 가지 군대가 모두 허공에 나르느니라. 선남자여, 선법천(善法天)에 향이 있으니 이름은 정장엄(淨莊嚴)이니라. 한 개만 피워서 풍겨도 여러 하늘들로 하여금 부처님을 생각하게 하느니라. 선남자여, 수야마천(須夜摩天)에 향이 있으니, 이름은 정장(淨藏)이니라. 한 개만 피워서 풍겨도 수야마천 무리들이 천왕의 처소로 모여와서 함께 법을 듣느니라.


선남자여, 도솔천에 향이 있으니 이름이 선타바(先陀婆)니라. 일생보처 보살이 앉은 앞에서 한 개만 피우면 큰 향 구름을 일으켜서 법계를 뒤덮고 모든 공양거리를 비내려 모든 부처와 보살들께 공양하느니라. 선남자여, 선변화천(善變化天)에 향이 있으니 이름이 탈의(奪意)니라. 한 개를 피우면 이레 동안에 모든 장엄거리를 비내리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향을 화합하는 법을 알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이 모든 나쁜 버릇을 여의어 세상 탐욕에 물들지 않으며, 번뇌 마군의 오랏줄을 아주 끊고 여러 길[趣]에서 뛰어나며, 지혜의 향으로 장엄하여 세간에서 물들지 않으며, 집착이 없는 계율을 구족하게 성취하며, 집착이 없는 지혜를 깨끗이 하고 집착이 없는 경계에 향하며, 모든 곳에 애착이 없고 마음이 평등하여 집착도 없고 의지함도 없음이야, 내가 어떻게 그 묘한 행을 알며, 그 공덕을 말하며, 그 청정한 계율의 문을 나타내며, 그 허물 없이 짓는 업을 보이며, 그 물들지 않는 몸과 뜻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큰 성이 있으니 이름은 누각(樓閣)이요, 거기 뱃사공이 있으니 이름이 바시라(婆施羅)라 하느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이 때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한량없이 돌고 은근하게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23) 바시라(婆施羅) 뱃사공을 찾다

 

이 때 선재동자는 누각성(樓閣城)을 향하면서 길을 살피니, 길이 높고 낮음을 보며, 길이 평탄하고 험함을 보며, 길이 깨끗하고 더러움을 보며, 길이 굽고 곧음을 보았다. 점점 나아가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마땅히 저 선지식을 친근(親覲)하리니, 선지식은 보살의 도를 수행함을 성취할 원인이며, 바라밀의 도를 수행함을 성취할 원인이며, 중생을 거둬주는 도를 수행함을 성취할 원인이며, 법계에 두루 들어가되 장애가 없는 도를 수행함을 성취할 원인이며, 모든 중생에게 나쁜 꾀를 덜게 하는 도를 수행함을 성취할 원인이며, 모든 중생에게 교만한 도를 여의게 하는 도를 수행함을 성취할 원인이며, 모든 중생에게 번뇌를 없애는 도를 수행함을 성취할 원인이며, 모든 중생에게 여러 가지 소견을 버리게 하는 도를 수행함을 성취할 원인이며, 모든 중생에게 온갖 나쁜 가시를 뽑게 하는 도를 수행함을 성취할 원인이며, 모든 중생에게 온갖 지혜의 성에 이르게 하는 도를 수행함을 성취할 원인이 되리라. 왜냐 하면 선지식에게서 모든 착한 법을 얻는 연고며, 선지식의 힘으로 온갖 지혜의 길을 얻는 연고며, 선지식은 보기 어렵고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니라.”


이렇게 생각하면서 점점 걸어가다가 누각성에 이르렀다. 그 뱃사공은 성문 밖 바닷가에 있으면서 백천의 장사꾼들과 한량없는 대중에게 둘러싸여서 바다의 일을 말하며, 부처님의 공덕 바다를 방편으로 일러 주는 것을 보고, 그 앞에 나아가 발에 절하고 한량없이 돌고 합장하며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자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쳐 주신다 하오니, 바라건대 말씀하여 주소서.”


뱃사공이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고, 이제 또 큰 지혜를 내는 인(因)과, 모든 생사의 괴로움을 끊는 인과, 온갖 지혜의 보배 섬에 가는 인과, 무너지지 않는 마하연의 인과, 이승들이 생사를 두려워하고 고요한 삼매의 소용돌이에 머무름을 멀리 여의는 인과, 큰 서원의 수레를 타고 모든 곳에 두루하여 보살의 행을 수행하되 장애가 없는 청정한 도의 인과, 보살의 행으로 깨뜨릴 수 없는 온갖 지혜를 장엄하는 청정한 도의 인과, 모든 시방의 법을 두루 관찰하되 장애가 없는 청정한 도의 인과, 온갖 지혜의 바다에 빨리 들어가는 청정한 도의 인을 묻는구나. 선남자여, 나는 이 성의 바닷가에 있으면서 보살의 크게 가엾이 여기는 당기의 행[幢行]을 깨끗하게 닦았노라.


선남자여, 나는 염부제에 있는 빈궁한 중생들을 보고 그들을 이익케 하려고 보살의 행을 닦으며, 그들의 소원을 모두 만족케 하는데, 먼저 세상 물건을 주어 마음을 채우고 다시 법의 재물을 보시하여 환희케 하며, 복덕의 행을 닦게 하고 지혜를 내게 하고, 선근의 힘을 늘게 하고 보리심을 일으키게 하고, 보리의 원을 깨끗케 하고,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견고케 하고 생사를 없애는 도를 닦게 하고, 생사를 싫어하지 않는 행을 내게 하고, 모든 중생 바다를 거둬 주게 하고 모든 공덕 바다를 닦게 하고, 모든 법 바다를 비추게 하고 모든 부처 바다를 보게 하고, 온갖 지혜의 지혜 바다에 들어가게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여기 있어서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뜻을 가지고 이렇게 모든 중생을 이익케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바다에 있는 모든 보배의 섬과 모든 보배의 처소와 모든 보배의 종류와 모든 보배의 종자를 알며, 나는 모든 보배를 깨끗케 하고 모든 보배를 연마하고 모든 보배를 내고 모든 보배를 만들 줄을 알며, 나는 모든 보배의 그릇과 모든 보배의 쓰임과 모든 보배의 경계와 모든 보배의 광명을 알며, 나는 모든 용궁의 처소와 모든 야차 궁전의 처소와 모든 부다(部多) 궁전의 처소를 알고 잘 회피하여 그들의 난을 면하노라.


또 소용 도는 데· 얕은 데· 깊은 데와 파도가 멀고 가까운 것과 물빛이 좋고 나쁜 것들이 여러 가지로 같지 아니한 것을 잘 분별하여 알며, 또 일월성신이 돌아가는 도수(度數)와 밤과 낮과 새벽과 신시 때와 시각과 누수(漏水)가 늦고 빠름을 잘 분별하여 알며, 또 배의 철물과 나무가 굳고 연한 것과 기관이 만만하고 거셈과 물이 많고 적음과 바람이 순하고 거슬림을 알며, 모든 편안하고 위태한 것을 분명하게 알고서 갈 만하면 가고 못갈 만하면 안 가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런 지혜를 성취하여 모든 중생을 이익케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안전한 배로 장사 무리들을 태우고 편안한 길을 가게 하며 다시 법을 말하여 기쁘게 하면서, 보배 있는 섬으로 인도하여 여러 가지 보물을 주어 만족케 한 연후에 염부제로 돌아오노라. 선남자여, 나는 큰 배를 가지고 이렇게 다니지만 한 번도 실수한 일이 없노라. 어떤 중생이 내 몸을 보거나 내 법을 들은 이는 영원히 나고 죽는 바다를 무서워하지 않고 온갖 지혜의 바다에 들어가서 모든 애욕의 바다를 말리고 지혜의 광명으로 삼세 바다를 비추며 모든 중생의 고통 바다를 끝나게 하며, 모든 중생의 마음 바다를 깨끗이 하고 모든 세계 바다를 빨리 청정케 하며, 시방의 큰 바다에 두루 가서 모든 중생의 근성 바다를 알고 모든 중생의 수행 바다를 순종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크게 가엾이 여기는 당기의 행을 얻었으므로, 만일 나를 보거나 내 음성을 듣거나 나와 함께 있거나 나를 생각하는 이는 하나도 헛되지 않게 하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의 생사의 바다에 다니면서도 모든 번뇌 바다에 물들지 않고 모든 허망한 소견 바다를 버리며, 모든 법의 성품 바다를 살피고 사섭법(四攝法)으로 중생 바다를 거두어 주며, 이미 온갖 지혜의 바다에 머물러서 모든 중생의 애착 바다를 소멸하고 모든 시간의 바다에 평등하게 있으면서 신통으로 중생 바다를 제도하며 때를 놓치지 않고 중생 바다를 조복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즐거운 성이 있고, 거기 장자가 있으니 이름은 무상승(無上勝)이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그 때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한량없이 돌고 은근하게 앙모하고 슬프게 울면서 선지식을 구하는 마음이 만족한 줄 모르며 하직하고 떠났다.

 

(24) 무상승(無上勝) 장자를 찾다

 

이 때 선재동자는 크게 인자하므로 두루하는 마음과 크게 가엾이 여기므로 윤택하는 마음을 일으켜 계속하여 끊이지 아니하고, 복덕과 지혜 두 가지로 장엄하며, 모든 번뇌의 때를 버리고 평등한 법을 증득하여 마음이 높고 낮지 아니하며, 착하지 않은 가시를 뽑아 모든 장애를 없애며 견고하게 정진함으로 담과 해자를 삼고 매우 깊은 삼매로 정원을 만들며, 지혜의 햇빛으로 무명의 어둠을 깨뜨리고 방편의 봄 바람으로 지혜의 꽃을 피게 하며, 걸림 없는 서원이 법계에 가득하고 마음은 항상 온갖 지혜의 성에 들어가서, 이렇게 보살의 도를 구하면서, 점점 앞으로 나아가 그 성내에 이르렀다.


무상승 장자가 그 성의 동쪽 크게 장엄한 당기 근심 없는 숲 속에 있었는데, 한량없는 장사꾼과 백천 거사들이 둘러쌌으며, 인간의 갖가지 일을 끊어 버리고 법을 말하여, 그들의 모든 교만을 아주 뽑고 나와 내 것을 여의게 하며, 쌓아둔 것을 버리고 간탐한 때를 없애며, 마음이 청정하여 흐리고 더러움이 없으며, 깨끗이 믿는 힘을 얻어 항상 부처님을 보고 법을 받아 지니기를 좋아하며, 보살의 힘을 내고 보살의 행을 일으키며, 보살의 삼매에 들어가 보살의 지혜를 얻으며, 보살의 바른 생각에 머물러 보살의 욕망이 늘게 하고 있었다.


이 때 선재동자는 그 장자가 대중에게 법을 말함을 보고, 몸을 땅에 던져 그의 발에 절하고 한참 있다가 일어나서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선재올시다. 저는 선재올시다. 저는 일심으로 보살의 행을 구하옵나이다.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나이까? 닦고 배울 적에 모든 중생을 항상 교화하며 모든 부처님을 항상 뵈오며, 모든 불법을 항상 들으며 모든 불법을 항상 머물러 지니며 모든 법문에 항상 들어가며, 모든 세계에 들어가서 보살의 행을 배우며 모든 겁에 머물러 있으면서 보살의 도를 닦으며, 모든 여래의 신통한 힘을 능히 알며 모든 여래의 생각하여 주심을 능히 받으며, 모든 여래의 지혜를 능히 얻을 수 있겠나이까?”


그 때 장자는 선재에게 말하였다.
“훌륭하다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이미 내었구나. 선남자여, 나는 모든 곳에 이르는 보살의 행하는 문과, 의지함이 없고 지음이 없는 신통한 힘을 성취하였노라. 선남자여, 어떤 것을 모든 곳에 이르는 보살의 행하는 문이라 하는가? 선남자여, 나는 이 삼천대천세계의 욕심 세계에 사는 모든 중생으로 이른바 모든 삼십삼천· 모든 수야마천· 모든 도솔타천· 모든 선변화천(善變化天)· 모든 타화자재천· 모든 마의 하늘과, 그외에 모든 하늘· 용· 야차· 나찰· 구반다·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 등의 사람인 듯 사람 아닌 듯한 이들의 마을과 성중과 도시의 모든 곳에 있는 중생들 가운데서 법을 말하노라.


그래서 그른 법을 버리고 다툼을 쉬고 싸움을 없애고 성냄을 그치고 원수를 풀고 속박을 벗고 옥(獄)에서 나와 공포를 없애고 살생을 끊으며, 내지 삿된 소견과 나쁜 짓과 하지 못할 일을 모두 금하게 하며, 모든 착한 법을 순종하여 배우고 모든 기술을 닦아 익히어 모든 세간에서 이익을 짓게 하며, 그들에게 가지가지 언론을 분별하여 환희심을 내고 점점 성숙하게 하며, 외도를 따라서 훌륭한 지혜를 말하며 모든 소견을 끊고 불법에 들어오게 하며, 내지 형상 세계의 모든 범천에서도 그들에게 훌륭한 법을 말하노라.


이 삼천대천세계에서와 같이 내지 시방의 열곱 말할 수 없는 백천억 나유타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에서도 내가 그들에게 부처의 법· 보살의 법· 성문의 법· 독각의 법을 말하며, 지옥을 말하고 지옥 중생을 말하고 지옥으로 가는 길을 말하며, 축생을 말하고 축생의 차별을 말하고 축생의 고통을 말하고 축생으로 가는 길을 말하며, 염라왕의 세계를 말하고 염라왕 세계의 고통을 말하고 염라왕 세계로 가는 길을 말하며, 하늘 세계를 말하고 하늘 세계의 낙을 말하고 하늘 세계로 가는 길을 말하며, 인간을 말하고 인간의 고통과 낙을 말하고 인간으로 가는 길을 말하노라.


보살의 공덕을 드러내 보이려 하며 생사의 걱정을 여의게 하며, 온갖 지혜를 가진 이의 묘한 공덕을 알게 하며 모든 세계에서 미혹하여 받는 고통을 알게 하며, 걸림이 없는 법을 보게 하며 모든 세간이 생기는 원인을 보이려 하며, 모든 세간의 고요한 낙을 나타내려 하며 중생들의 집착한 생각을 버리게 하며, 부처의 의지함이 없는 법을 얻게 하며 모든 번뇌의 둘레를 없애게 하며 여래의 법륜을 굴리게 하려고, 나는 중생들에게 이런 법을 말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모든 곳에 이르는 보살이 수행하는 청정한 법문과 의지함이 없고 지음이 없는 신통한 힘을 알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이 모든 자유자재한 신통을 갖추고 모든 부처의 세계에 두루 이르며, 넓은 눈의 지위[普眼地]를 얻어 모든 음성과 말을 들으며, 모든 법에 들어가 지혜가 자재하며, 다투는 일이 없고 용맹하기 짝이 없으며, 넓고 큰 혀로 평등한 음성을 내며, 몸이 훌륭하여 보살들과 같으며, 여래들과 더불어 끝까지 둘이 없고 차별이 없으며, 지혜의 몸이 광대하여 삼세에 두루 들어가며, 경계가 즈음이 없어 허공과 같은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한 나라가 있으니 이름이 수나(輸那)요 그 나라에 성이 있으니 이름이 가릉가숲[迦陵迦林]이요, 거기에 한 비구니가 있으니 이름이 사자빈신(獅子頻申)이니라. 그대는 거기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절하고 한량없이 돌고 은근하게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25) 사자빈신(獅子頻申) 비구니를 찾다

 

그 때 선재동자가 떠나가다가 저 나라에 이르러 이 비구니를 두루 찾았다. 한량없는 사람들이 말하기를, “그 비구니는 승광왕(勝光王)이 보시한 햇빛동산[日光園]에서 법을 말하여 한량없는 중생을 이익하느니라”고 하였다. 이 때 선재동자는 그 동산에 가서 두루 살펴보았다. 그 동산에 큰 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보름달[滿月]이요, 형상은 누각과 같고, 큰 광명을 놓아 한 유순을 비추었다. 또 잎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두루 덮음[普覆]이었고, 모양은 일산 같고 비유리 검푸른 광명을 놓았다. 또 꽃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화장(華藏)이었다. 모양이 높고 커서 설산과 같으며, 여러 꽃비를 내려 다함이 없는 것이 도리천의 파리질다라(波利質多羅) 나무와 같았다.


또 단 이슬 과실 나무가 있으니 모양이 금산과 같아서 항상 광명을 놓으며 갖가지 과실이 구족하였다. 또 마니보배 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비로자나장(毗盧遮那藏)이요, 형상이 비길 데 없으며 심왕마니보배[心王摩尼寶]가 맨 위에 있고 아승기 빛깔 마니보배가 두루 장엄하였다. 또 의복 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청정(淸淨)이요, 가지각색 의복이 널리어 장식하였다. 또 음악 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환희(歡喜)요, 음성이 아름다워 하늘 풍류보다 훌륭하였다. 또 향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두루 장엄[普莊嚴]이요, 항상 묘한 향기를 내어 시방에 풍기며 걸리는 데가 없었다.


동산에는 또 냇물과 샘과 못이 있으니 모두 칠보로 장엄하였고, 흑전단 앙금이 가운데 쌓이고 상품 금모래가 밑에 깔렸으며 팔공덕수가 가득히 찼는데, 우발라꽃· 파두마꽃· 구물두꽃· 분타리꽃들이 위에 덮이었다. 한량없는 보배 나무가 행렬을 지어 둘러서고 나무 밑에는 사자좌를 놓았으니, 갖가지 보배로 장엄하고 하늘 옷을 펴고 묘한 향기를 풍기며, 보배 비단을 드리우고 보배 휘장을 쳤으며, 염부단금 그물을 위에 덮었고 풍경은 바람에 흔들려 아름다운 소리를 내었다.


어떤 나무 아래는 연화장(蓮華藏) 사자좌를 놓고, 어떤 나무 아래는 향왕마니장(香王摩尼藏) 사자좌를 놓고, 어떤 나무 아래는 용장엄마니왕장(龍莊嚴摩尼王藏) 사자좌를 놓고, 어떤 나무 아래는 보사자취마니왕장(寶獅子聚摩尼王藏) 사자좌를 놓고, 어떤 나무 아래는 비로자나마니왕장(毗盧遮那摩尼王藏) 사자좌를 놓고, 어떤 나무 아래는 시방비로자나마니왕장(十方毗盧遮那摩尼王藏) 사자좌를 놓았는데, 낱낱 사자좌마다 각각 십만 사자좌가 둘리어 있고 각각 한량없는 장엄을 갖추었다.


이 큰 동산에는 여러 보배가 가득 찼으니 마치 바다 가운데 있는 보배섬과 같았고, 가린타(迦隣陀) 옷이 땅에 깔렸으니 보드랍고 아름다워 발이 편안하여, 밟으면 들어가고 들면 나오며, 한량없는 새들이 화평한 소리를 내며, 보배 전단숲에는 가장 훌륭하게 장엄하고 가지각색 꽃이 끊임없이 내리는 것은 제석천왕의 꽃동산 같고, 비길 데 없는 향기가 항상 풍기는 것은 제석천왕의 선법당(善法堂) 같았다.


여러 음악 나무와 보배 다라나무에서는 보배 풍경이 묘한 소리를 내는 것이 자재천의 선구천녀(善口天女)가 노래하는 것 같았고 여러 여의수(如意樹)에는 가지각색 옷이 드리워 장엄하여 큰 바다에 한량없는 빛이 있는 것 같았으며, 백천 누각에는 여러 보배로 장엄한 것이 도리천궁의 선견성(善見城)과 같았고, 보배 일산을 멀리 받은 것은 수미산과 같고 광명이 널리 비치는 것은 범천왕의 궁전과 같았다.


그 때 선재동자가 이 동산을 보니, 한량없는 공덕과 가지가지 장엄이 모두 보살의 업보로 이루어지고 세상에서 벗어난 선근으로 생기고 부처님들께 공양한 공덕으로 되었으므로 모든 세간에서 같을 이가 없었다. 이것이 다 사자빈신 비구니가 법이 눈어리와 같음을 알면서도 넓고 크고 청정한 복덕과 착한 업을 쌓은 원인으로 생긴 줄을 알았으며, 삼천대천세계의 하늘·용의 팔부신중과 한량없는 중생이 이 동산에 모여와도 비좁지 않았으니, 왜냐 하면 이 비구니의 부사의한 위덕과 신통으로 생긴 연고였다.


이 때 선재동자는 사자빈신 비구니가 모든 보배 나무 아래 놓인 사자좌에 두루 앉아 있음을 보았다. 몸매가 단정하고 위의가 고요하며 여러 감관이 조화하여 큰 코끼리왕 같고, 마음에 때가 없음이 깨끗한 못과 같으며, 구하는 대로 베풀어 줌이 화수분과 같고, 세상 법에 물들지 않음은 연꽃과 같으며, 마음에 두려움이 없기는 사자왕과 같고, 깨끗한 계율을 보호하여 흔들리지 않음은 수미산과 같으며, 보는 이마다 서늘케 함은 묘한 향과 같고, 여러 중생의 번뇌를 덜어 줌은 설산에 있는 전당향과 같으며, 보는 중생의 괴로움이 소멸함은 선견약(善見藥)과 같고 보는 이마다 헛되지 않음은 바루나(婆樓那) 하늘과 같으며, 모든 선근을 길러 줌은 기름진 밭과 같았다.


낱낱 사자좌에 모인 대중도 같지 아니하고 말하는 법문도 각각 달랐다. 어떤 자리에는 정거천 무리가 둘러 앉았는데 대자재천자가 우두머리가 되고,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다함이 없는 해탈[無盡解脫]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범천 무리가 둘러 앉았는데, 애락범천왕[愛樂梵王]이 우두머리가 되고,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넓은 문이 차별하고 청정한 음성바퀴[普門差別淨言音輪]였다. 어떤 자리에는 타화자재천의 천자· 천녀들이 둘러 앉았는데, 자재천왕이 우두머리가 되고,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보살청정심(菩薩淸淨心)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선변화천의 천자· 천녀들이 둘러 앉았는데, 선변화천왕이 우두머리가 되고,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모든 법을 좋게 장엄함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도솔천의 천자· 천녀들이 둘러 앉았는데, 도솔천왕이 우두머리가 되고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심장이 돌음[心藏旋]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수야마천의 천자· 천녀들이 둘러 앉았는데, 수야마천왕이 우두머리가 되고,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그지없는 장엄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삼십삼천의 천자· 천녀들이 둘러 앉았는데, 제석천왕이 우두머리가 되고,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싫어 떠나는 문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백광명(百光明)용왕· 난타(難陀)용왕· 우바난타(優波難陀)용왕· 마나사(摩那)용왕· 이라발난타(伊羅跋羅陀)용왕· 아나바달다(阿那婆達多)용왕 등의 용자와 용녀들이 둘러 앉았는데, 사가라(娑伽羅)용왕이 우두머리가 되고,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부처님의 신통한 경계 광명장엄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야차의 무리가 둘러 앉았는데, 비사문(毗沙門)천왕이 우두머리가 되고,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중생을 구호하는 광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건달바 무리가 둘러 앉았는데, 지국(持國) 건달바왕이 우두머리가 되고,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다함 없이 기쁨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아수라 무리가 둘러 앉았는데, 나후(羅) 아수라왕이 우두머리가 되고,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빨리 법계를 장엄하는 지혜의 문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가루라 무리가 둘러 앉았는데, 빨리 잡는 가루라왕이 우두머리가 되고,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모든 생사의 바다를 공포하게 동요함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긴나라 무리가 둘러 앉았는데, 큰 나무 긴나라왕이 우두머리가 되고,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부처 수행의 광명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마후라가 무리가 둘러 앉았는데, 암라숲 마후라가왕이 우두머리가 되고,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부처의 환희한 마음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한량없는 백천 남자· 여자가 둘러 앉았는데,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썩 훌륭한 행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나찰 무리들이 둘러 앉았는데, 정기를 항상 빼앗는 큰 나무 나찰왕이 우두머리가 되고,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냄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성문승을 믿고 좋아하는 중생들이 둘러 앉았는데,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훌륭한 지혜의 광명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연각승을 믿고 좋아하는 중생들이 둘러 앉았는데,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부처님 공덕의 광대한 광명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대승을 믿고 좋아하는 중생들이 둘러 앉았는데,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넓은 문 삼매 지혜의 광명문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처음으로 마음을 낸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모든 부처의 서원 덩어리였다.

어떤 자리에는 제이지(第二地)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때를 여읜 바퀴였다.

어떤 자리에는 제삼지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고요한 장엄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제사지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온갖 지혜를 내는 경계였다. 어떤 자리에는 제오지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묘한 꽃 갈무리였다.

어떤 자리에는 제육지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비로자나장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제칠지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두루 장엄한 땅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제팔지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법계에 두루한 경계의 몸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제구지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얻은 것 없는 힘의 장엄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제십지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걸림 없는 바퀴였다.

어떤 자리에는 금강저를 든 신장들이 둘러 앉았는데,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금강 지혜의 나라연 장엄이었다.


선재동자가 보니, 이러한 여러 길에 있는 중생들로서 이미 성숙한 이와 이미 조복한 이와 법그릇 될 만한 이들은 이 동산에 들어와서, 제각기 자리 아래 둘러 앉았는데 사자빈신 비구니가 그들의 욕망과 이해함이 승하고 못한 차별을 따라서 법을 말하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가지 않게 하였다.


왜냐 하면 이 비구니는 넓은 눈으로 모두 버리는 반야바라밀문과, 모든 불법을 말하는 반야바라밀문과, 법계가 차별한 반야바라밀문과, 모든 장애를 없애는 바퀴 반야바라밀문과, 모든 중생의 착한 마음을 내는 반야바라밀문과, 훌륭하게 장엄한 반야바라밀문과 걸림 없는 진실한 광반야바라밀문과, 법계에 원만한 반야바라밀문과, 마음 갈무리 반야바라밀문과, 모든 것을 내는 광반야바라밀문에 들어갔다. 이 열 가지 반야 바라밀문을 머리로 삼아 수없는 백만 반야 바라밀에 들어갔으며, 이 햇빛 동산에 있는 보살과 중생들은 다 사자빈신 비구니가 처음으로 권하여 마음을 내게 하였고, 바른 법을 받고 지니고 생각하고 닦아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가지 않게 한 이들이다.

 

이 때 선재동자는 사자빈신 비구니의 이러한 숲동산· 이러한 사자좌· 이렇게 거니는 것· 이러한 모인 대중· 이러한 신통· 이러한 변재를 보았고, 또 부사의한 법문을 듣고 광대한 법 구름이 마음을 윤택하게 하여 “내가 마땅히 오른쪽으로 한량없는 백천 바퀴를 돌리라”고 생각하였다. 이 때 이 비구니가 큰 광명을 놓아 그 동산과 모인 대중과 장엄에 비추니, 선재동자는 자기의 몸과 동산에 있는 나무들이 오른쪽으로 이 비구니를 도는 것을 보았다. 한량없는 백천만 바퀴를 돌고는 선재동자가 합장하고 서서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자온즉 거룩한 이께서 잘 가르친다 하오니 바라건대 말씀하여 주소서.”


비구니는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온갖 지혜를 성취하는 해탈을 얻었노라.”


선재가 말하였다.
“무슨 까닭으로 온갖 지혜를 성취한다 하나이까?”

“선남자여, 이 지혜의 광명은 잠깐 동안에 삼세의 모든 법을 두루 비추느니라.”

“거룩하신 이여, 이 지혜의 광명은 경계가 어떠하나이까?”


비구니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이 지혜의 광명문에 들어가서 모든 법을 내는 삼매왕을 얻었으며, 이 삼매를 인하여 뜻대로 태어나는 몸을 얻게 되어, 시방 모든 세계의 도솔천궁에 있는 일생보처 보살의 처소에 나아가고, 그 낱낱 보살의 앞에서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몸을 나타내고, 낱낱 몸으로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공양을 하였으니, 이른바 천왕의 몸과 내지 인간왕의 몸으로 꽃 구름을 들고 화만 구름을 들며, 사르는 향· 바르는 향· 가루향· 의복· 영락· 당기· 번기· 비단· 일산· 보배 그물· 보배 휘장· 보배 광· 보배 등의 모든 장엄거리를 받들어 공양하였느니라.


도솔천궁에 계시는 보살에게와 같이, 태에 들어 있고 태에서 탄생하고, 집에 있고 출가하고, 도량에 나아가서 바른 깨달음을 이루고, 바른 법륜을 굴리고 열반에 들며, 이러는 중간에 천궁에 있기도 하고, 용궁에 있기도 하고 사람의 궁전에 있기도 하는 그 여러 여래의 계신 데서 이렇게 공양하였느니라. 어떤 중생이나 내가 이렇게 부처님께 공양한 줄을 아는 이는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가지 않았으며, 어떤 중생이나 나에게 오면 나는 반야바라밀을 말하여 주었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모든 중생을 보아도 중생이란 분별을 내지 않으니 지혜 눈으로 보는 연고며, 모든 말을 들어도 말이란 분별을 내지 않으니 마음에 집착이 없는 연고며, 모든 여래를 뵈어도 여래라는 분별을 내지 않으니 법의 몸을 통달한 연고며, 모든 법륜을 머물러 가지면서도 법륜이란 분별을 내지 않으니 법의 성품을 깨달은 연고며, 한 생각에 모든 법을 두루 알면서도 모든 법이란 분별을 내지 않으니 법이 눈어리 같음을 아는 연고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온갖 지혜를 성취하는 해탈을 알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이 마음에 분별이 없어 모든 법을 두루 알며, 한 몸이 단정하게 앉아서도 법계에 가득하며, 자기의 몸에 모든 세계를 나타내며, 잠깐 동안에 모든 부처님 계신 데 나아가며, 자기의 몸 안에 모든 부처님의 신통한 힘을 나타내며, 한 털로 말할 수 없는 부처의 세계를 두루 들며, 내 몸의 한 털구멍에 말할 수 없는 세계의 이루어지고 무너짐을 나타내며, 한 생각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중생들과 함께 있으며, 한 생각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모든 겁에 들어가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한 나라가 있으니 이름이 험난(險難)이요, 그 나라에 보배장엄이란 성이 있고, 그 성중에 한 여인이 있으니 이름을 바수밀다(婆須蜜多)라 하느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이 때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수없이 돌고 은근하게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26) 바수밀다(婆須蜜多) 여인을 찾다

 

그 때 선재동자는 큰 지혜의 광명이 비치어 마음이 열리며 생각하고 관찰하여 법의 성품을 보고, 모든 음성을 아는 다라니문을 얻었으며, 모든 법륜을 받아 지니는 다라니문을 얻었으며, 모든 중생의 돌아가 의지할 데가 되는 크게 가엾이 여기는 힘을 얻었으며, 모든 법의 이치를 관찰하는 광명의 문을 얻었으며, 법계에 가득한 청정한 서원을 얻었으며, 시방의 모든 법을 두루 비추는 지혜의 광명을 얻었으며, 모든 세계를 두루 장엄하는 자유자재한 힘을 얻었으며, 모든 보살의 업을 널리 발기하는 원만한 서원을 얻고서, 점점 가다가 험난국(險難國)의 보배로 장엄한 성에 이르러 간 데마다 바수밀다 여인을 찾았다.


성중의 어떤 사람은 그 여인의 공덕과 지혜를 알지 못하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동자는 여러 감관이 고요하고 지혜가 명철하며, 미혹하지도 않고 산란하지도 않으며, 앞으로 한 길쯤을 자세히 보면서 게으르지도 않고 집착함도 없으며, 눈을 깜박이지도 않고 마음이 흔들리지도 않으며, 너그럽고 깊기는 큰 바다와 같으니, 이 바수밀다 여인에게 사랑하는 마음이나 뒤바뀐 마음이 없을 것이며, 깨끗하다는 생각을 내거나 욕심을 내어서 이 여인에게 반하지도 아니할 것이다. 이 동자는 마(魔)의 행을 행하지도 않고 마의 경계에 들어가지도 않고 탐욕의 수렁에 빠지지도 않고 마의 속박을 받지도 아니하여, 하지 아니할 것은 능히 하지 아니할 것이어늘, 무슨 뜻으로 이 여인을 구하는가?”


그 사람들 중에는 그 여인이 지혜가 있는 줄을 아는 이가 있어서 선재에게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제 이 바수밀다 여인을 찾으니, 그대는 이미 광대한 좋은 이익을 얻었도다. 선남자여, 그대는 정녕코 부처의 자리를 구할 것이며, 정녕코 모든 중생의 의지가 되려는 것이며, 정녕코 모든 중생의 탐애의 화살을 뽑을 것이며, 정녕코 모든 중생이 여자에게 대하여 가지는 깨끗하다는 생각을 깨뜨리게 할 것이다. 선남자여, 바수밀다 여인은 이 성중의 저자 북쪽에 있는 자기의 집에 있느니라.”

선재동자는 이 말을 듣고 즐거워 뛰놀면서 그의 문 앞에 이르렀다. 그 집을 살펴보니, 크고 훌륭하여 보배 담과 보배 나무와 보배 해자가 각각 열 겹으로 둘려 있고, 그 해자에는 향수가 가득하고 금 모래가 깔렸으며, 하늘의 보배 꽃과 우발라꽃· 파두마꽃· 구물두꽃· 분타리꽃들이 물 위에 덮여 피었다. 궁전과 누각이 여기저기 세워졌는데, 문과 창호가 간 데마다 마주 섰고, 모두 그물과 풍경을 베풀었으며, 번기와 당기를 세우고 한량없는 보배로 훌륭하게 꾸미었다. 유리로 땅이 되었는데 여러 보배가 사이사이 장식되었고, 침수향을 피우고 전단향을 발랐으며, 보배 풍경은 바람에 흔들려 소리를 내고 하늘 꽃을 흩어 땅에 깔았으니, 가지가지로 아름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으며, 모든 보물 고방은 그 수가 백천이고, 열 군데의 숲 동산으로 장엄하였다.

 
이 때 선재동자는 그 여인을 보았다. 용모는 단정하고 모습이 원만하며, 살갗은 금빛이요, 눈매와 머리카락이 검푸르러 길지도 짧지도 않고 크지도 작지도 않아서 욕심 세계의 사람이나 하늘로는 비길 수 없었다. 음성이 미묘하여 범천보다도 뛰어나며, 모든 중생의 갖가지 말을 모두 구족하여 알지 못함이 없었으며, 글자와 문장을 잘 알고 언론이 능란하며, 눈어리 같은 지혜를 얻어 방편의 문에 들어갔고, 보배 영락과 장엄거리로 몸을 단장하고 여의주로 관을 만들어 머리에 썼다.

 

또 한량없는 권속들이 둘러 모셨으니, 선근이 같고 행과 소원이 같고 복덕의 큰 갈무리가 구비하여 다함 없었다. 그 때 바수밀다 여인의 몸에서 광대한 광명을 놓아 그 집의 모든 궁전에 비추니, 이 광명을 받는 이는 모두 몸이 서늘하고 상쾌하였다. 선재동자는 그 앞에 나아가 발에 엎드려 절하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자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치신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말씀하여 주소서.”


그녀는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은 ‘탐욕의 짬을 여읨’[離貪欲際]이니라. 그들의 욕망을 따라 몸을 나타내노니, 하늘이 나를 볼 적에는 나는 천녀의 형상이 되어 광명이 훌륭하여 비길 데 없으며, 그와 같이 내지 사람이나 사람 아닌 이가 볼 적에 나도 사람이나 사람 아닌 이의 여인이 되어 그들의 욕망대로 나를 보게 하노라. 어떤 중생이 애욕에 얽매여 나에게 오거든, 내가 그에게 법을 말하면 그는 법을 듣고는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집착 없는 경계의 삼매를 얻느니라. 어떤 중생이 잠깐만 나를 보아도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환희한 삼매를 얻느니라. 어떤 중생이 잠깐만 나와 말하여도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걸림없는 음성 삼매를 얻느니라. 어떤 중생이 잠깐만 내 손목을 잡아도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모든 부처 세계에 두루 가는 삼매를 얻느니라. 어떤 중생이 내 자리에 잠깐만 올라와도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해탈한 광명의 삼매를 얻느니라.

어떤 중생이 잠깐만 나를 살펴보아도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고요하게 장엄한 삼매를 얻느니라. 어떤 중생이 잠깐만 나의 활개 뻗는 것을 보아도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이 외도를 굴복시키는 삼매를 얻느니라. 어떤 중생이 나의 눈이 깜짝이는 것을 보기만 하여도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부처 경계에 광명 삼매를 얻느니라. 어떤 중생이 나를 끌어안으면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이 모든 중생을 거두어 주고 떠나지 않는 삼매를 얻느니라. 어떤 중생이 나의 입술만 한 번 빨아도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이 모든 중생의 복덕을 늘게 하는 삼매를 얻느니라. 무릇 중생들이 나에게 가까이 하면 모두 탐욕이 여의는 짬에 머물러 보살의 온갖 지혜가 앞에 나타나는 걸림없는 해탈에 들어가느니라.”


선재동자가 여쭈었다.
“거룩한 이께서는 어떠한 선근을 심고 무슨 복업을 닦았사온대 이렇게 자재함을 성취하였나이까?”


바수밀다 여인이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지난 세상에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고행(高行)이셨고, 그 나라의 서울은 묘문(妙門)이었느니라. 선남자여, 그 고행여래께서 중생을 불쌍히 여기시고 서울에 들어오시어 성문의 턱을 밟으니, 그 성안에 있던 모든 것이 진동하며 갑자기 넓어지고 모든 보배로 장엄하며, 한량없는 광명이 서로 비추고, 가지각색 보배 꽃을 땅에 흩으며 하늘 풍류를 한꺼번에 잡히고 모든 하늘이 허공에 가득하였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그 때에 장자의 아내가 되었는데 이름은 선혜(善慧)였다. 부처님의 신통을 보고 마음이 깨달아졌다. 남편과 함께 부처님 계신 데 가서 보배 돈 한 푼으로 공양하였더니, 그 때 문수사리 동자가 부처님의 시자가 되었다가 나에게 법을 말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하였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탐욕의 짬을 여읜 해탈을 얻었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이 그지없이 교묘한 방편의 지혜를 성취하여 그 광대한 광의 경계가 비길 데 없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성이 있으니 이름이 선도(善度)요, 그 성에 한 거사가 있는데 이름이 비슬지라(琵瑟祗羅)니, 그가 항상 전단좌부처님[栴檀座佛] 탑에 공양하느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 고 물으라.”


이 때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한량없이 돌고 은근하게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떠났다. (계속)

 


Anugama - ‘Eternal Traveller’ (영원한 방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