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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회담 회의록

[NNL대화록] 박대통령 발언으로 다시 재점화

잠용(潛蓉) 2013. 8. 11. 19:02

꺼져가던 'NLL대화록 실종논란’ 뜬금없는 언급으로 재점화
중앙일보 | 김경진 | 입력 2013.08.07 01:34 | 수정 2013.08.07 08:58

 

대통령 '사초 증발' 처음으로 언급
문재인 "대선공작 악용한 게 본질"

박근혜 대통령의 사초(史草) 증발 발언으로 사그라졌던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태 논란이 재점화될 조짐이다. 박 대통령이 5일 국무위원회의에서 사초 증발 사태를 처음으로 언급하면서 그동안 검찰로 넘어가 있었던 사초 실종 논란이 여야 갈등의 중심에 다시 서게 됐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25일 사초 실종과 관련해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고, 민주당이 고발 취하와 특검을 요구했지만 사초 문제를 놓고 여야가 정면으로 충돌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날 박 대통령의 발언에 민주당이 반발하면서 꺼져가던 불씨가 되살아났다. 김관영 대변인은 논평에서 "또다시 사초 증발을 정쟁화해 국정원 국정조사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입장표명 요구를 물타기하려는 시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당내 한 전략통은 "야당에 대한 전면전 선포이자 검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라고 반발했다.

 

문재인 의원은 이날 침묵을 깨고 트위터를 통해 "NLL(서해 북방한계선) 논란의 본질은 안보를 대선 공작과 정치 공작의 수단으로 악용한 것으로 그래서 국기문란 아닌가요"라며 "박 대통령이 나서서 풀어야 할 것은 국정원 대선 개입과 함께 바로 그 문제"라고 반박했다. 친노 진영은 '문재인 죽이기'로 우려하고 있다. 문 의원 측 인사는 "국민들은 박 대통령의 사초 거론을 정적인 문 의원에 대한 견제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이 특검을 관철시키기 위해 박 대통령의 발언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광수)가 진행 중인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 수사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정부 문서관리시스템인 '이지원(e知園)'에 대한 분석이 끝나지 않은 데다, 민주당과 노무현재단 측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당시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일단 신중한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강제수사 계획이 없지만 시스템에 대한 파악이 끝나고 나면 대인(對人)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진·이윤석 기자 kjinkjoongang.co.kr]

 

촛불시위, 국정원, NLL? 차라리 외신 보세요
한겨레21 | 입력 2013.08.09 00:10 | 수정 2013.08.09 16:30

 

[한겨레21] [정치]

외국 보수지도 "NLL 논란 본질은 국정원 선거 개입 가리기"…
국내 현안을 외신 통해 알수 있다니 다시 유신시대인가?

큰 그림을 감상할 때 너무 가까이 있으면 제대로 볼 수 없다. 한발 두발 물러서며 거리를 두다보면, 전체 윤곽이 점점 뚜렷해진다. 그래도 충분치 않을 땐, 아예 실눈만 뜬 채 그림을 보면 시각이 단순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국가정보원 관련 사건을 보도하는 최근 외신 기사가 꼭 그렇다. 한국 상황을 잘 모르는 자국의 독자시청자를 위해 한발 떨어져 사안을 단순화해놓으니 오히려 본질이 명확해진다.

 

 

[외신 타이틀] (위) Les servires de renseignement sud coreens Impliques dans plu sieurs scandales politiques (한국 국가정보원이 정치 스켄들에 개입했다)

(아래) Bultiger Aufstand Sudkorea (한국의 거센 봉기)


◇ 단순화 해놓으니 명확해지는 본질
최근의 국정원 사건 관련 현안은 댓글 사건과 북방한계선(NLL), 검경의 수사와 국정조사 등이 난마처럼 얽혀 있다. 날마다 터져 나오는 뉴스를 조각조각 보도하는 국내 언론 기사만으론 전체 그림을 읽기 힘들 때도 많다. 외신 기사들은 사뭇 다르다. 미국 온라인매체 < 글로벌포스트 > 7월18일치 기사는 미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적 정보 수집에 빗대,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스캔들은 그런 국내 첩보 활동이 얼마나 쉽게 민주주의를 훼손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사의 얼개는 다음과 같다.

 

① 촛불시위를 촉발한 이번 사건은 두 가지가 하나로 합쳐진 것이다.
② 6월 말 국정원은 민감한 문서인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유출시켰다. 대화록은 야당에 불리할 수 있는 내용이다.
③ 그러나 이 문건을 공개한 목적은 다른데 있어 보인다. 국정원이 지난해 12월 대선에 개입한 사건에서 대중적 관심을 돌려놓으려는 의도로 보는 시각이 있다.
④ 국정원 직원들은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수많은 게시물·댓글을 작성했다. 좌파에 대해서는 북한에 동조하는 공산주의 선동 세력이라고 비방했다. 그러나 선전 활동은 오래지 않아 발각됐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이를 지휘한 혐의로 기소됐다. 전직 서울지방경찰청장도 최초 조사 결과를 왜곡한 혐의로 기소됐다.
⑤ 국정원은 "국가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대화록을 합법적으로 공개한 것이라고 했지만, 이런 문서는 15년 동안 기밀로 보관돼야 하며 국회의원 3분의 2가 동의해야만 공개할 수 있다.
⑥ 지난해 대선에서 3%포인트 차이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은 전혀 모르는 일이고 혜택을 본 것도 없다며, 전임자인 이명박 정부가 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⑦ 독재자인 박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는1960~70년대 국정원의 전신(중앙정보부)을 투표 조작 등 '어두운 일'에 동원했다.

⑧ 국제위기그룹(ICG)에선 "박 대통령은 전혀 흠집이 생기지 않을 수도 있지만, 최악의 경우엔 탄핵을 당할 수 있다"고 한다. 국정원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 <WP>, "박정희도 정치 탄압에 정보기관 활용"
국정원 사건에 대해 미국의 주요 매체들이 지적하는 것은 대동소이하다. NLL 논란 자체가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에서 관심을 돌려놓으려는 국정원과 새누리당의 무리한 시도라는 부분이다. "국정원은 기밀문서인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면서 위태로운 정치적 대립을 촉발했다. …문건을 보면, 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국이 NLL을 포기해야 한다는 확실한 언급을 한 적이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해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국정원이 공격받는 시점에 전문을 공개한 것은 국정원의 반칙이라고 야당 의원들은 주장한다."( < 월스트리트저널 > , 6월25일)

 

"보수파 의원들은 대화록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이 안보를 지키기보다는 북한과 협력하는 쪽을 선호했다는 게 입증됐다고 한다. 진보파 의원들은 국정원이 하나의 문제(선거개입)로부터 주의를 흩뜨려놓기 위해 새로운 논란을 만든 것이라고 한다. …권위주의 지도자였던 박정희는 1961년 쿠데타로 집권해, 학생 시위를 탄압하는 데 정보기관을 활용했다. 야당은 정보기관이 이번엔 비슷한 방식으로 (딸인) 박근혜 대통령을 돕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선거 개입 사건이 대화록 관련 논란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한다."( < 워싱턴포스트 > , 7월7일)

 

경찰 수사 발표, 원세훈 전 원장 기소, NLL 대화록 공개 등 주요 국면을 빠짐없이 보도해온 < 뉴욕타임스 > 는 6월25일치 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여전히 인기가 좋지만, 정치적 논란이 거세지면서 그의 새누리당이 반격을 시작해야 할 정도가 됐다"며 NLL 논란을 다뤘다. 기사에선 NLL 논란의등장을 이렇게 묘사한다. "야당은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 관련) 검찰 수사가 왜곡됐다며 국회 국정조사를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자 갑자기 지난주 여당이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주장을 되살렸다. 그러나 6월25일 공개된 대화록에 '폭탄'은 없었다."

 

프랑스의 < 르몽드 > 또한 6월29일치 기사에서 국정원의 대화록 공개와 관련해, "이런 결정은 정치 중립 의무에 위배돼 불법일 수도 있으며, 정치에 개입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신문은 7월18일치에서 "보수파 지도자(박근혜 대통령)는 줄곧 (국정원의) 지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한편, 대다수 언론과 새누리당 지지층의 지원 속에서 이를 덮느라 고생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 외신의 한국 기사 돌려 읽던 그 시절의 추억
대화록의 논란이 아닌 내용과 관련한 외신 보도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일본 언론이다. < 아사히신문 > 은 6월26일치 기사에서 대화록 내 일본 관련 발언을 조목조목 상세히 전했다. 특히 두 정상이 아베 신조 총리에 대해 미덥지 못하다는 감정을 공유한 것과 관련해, "일본 정부는 당시 남북 정상회담을 기회로 북-일 관계를 진전시키려는 계획이었고, 이를 위해 노 전 대통령이 중개자 역할을 맡아주기 원했지만 실제론 남북 양쪽에서 냉담한 취급을 받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공개였던 대화록 내용이 이웃 나라에까지 공개되면서 외교관계에 파장을 가져올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다만 중국 매체에서는 국정원의 선거 개입 논란에 대해 보도한 내용을 찾아보기 힘들다. 중국에선 워낙 외국의 선거 부정에 대한 보도가 이뤄지지 않는다고들 한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해 선거제의 문제점을 지적받는 중국에선, 아무리 외국 선거에서 부정이 있었다 해도 관영 매체들이 좀처럼 비판하기 힘든 탓이다.

 

과거 국내 소식을 외신을 통해 접하던 시절이 있었다. 언론 환경이 자유롭지 못해 정부 비판성 기사가 드물던 군사정권 시절이었다. 당시 국내에 공식적인 경로로 수입된 외국 주간지의 한국 관련 기사는 먹물이 칠해지거나 칼로 잘려나가 읽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사람들은 다른 경로로 기사를 입수해 돌려보곤 했다. 지금은 그런 시절도 아닌데 외신의 보도로 사건의 실체가 제대로 알려지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다. 언론이 자유롭지 못한 걸까, 아니면 언론에 자유가 필요치 않은 걸까?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민주, 역습 기회 잃고 개인기 부리다 자책골
한겨레21 | 입력 2013.08.02 18:10

 

[한겨레21][특집1]
야권 참패로 마무리된 NLL 대화록 1개월 공방…
새누리 '치고 빠지기'와 민주 '사분오열'이 낳은 합작품

새누리당이 7월26일 북방한계선(NLL)과 관련한 정쟁의 중단을 공식 선언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의 일방적인 승리요, 민주당과 야권 전체의 완전한 패배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제부터 새누리당은 NLL과 관련한 일체의 정쟁을 중단하겠다. 검찰 수사에 모든 것을 맡기고 민생 현장으로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이 거론한 '육성 파일'의 공개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전날 새누리당은 대화록 실종 사건과 관련된 인사 전원을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단독으로 고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관련될 수밖에 없는 국가정보원의 댓글 공작, 정치 개입, NLL 대화록 유출과 정치적 활용 등의 문제와 달리 대화록의 '실종'은 박 대통령이 비교적 자유로운 이슈다. 홍지만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문재인 등 참여정부의 기록물 담당자, 이명박 정부의 국가기록원 담당자 등에 대한 수사를 검찰이 철저히 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NLL 포기' 발언이 있었다면 정계 은퇴하겠다"고 배수의 진을 쳤던 문재인 의원 역시 7월23일 "대화록이 없더라도 정상회담 전후의 기록들만으로도 진실을 규명하기에 충분하다. 이제 NLL 논란을 끝내야 한다"고 밝힌 만큼 '대화록 정국'은 사실상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단독으로 검찰 고발을 강행한 새누리당과 달리 야권에선 특검 등을 거론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추진할 동력은 없어 보인다.

 

◇ 백령도 가려다 평택 2함대로 간 민주 지도부
논란이 진행되는 동안 내내 새누리당에 끌려다니다가 결국 '원문 공개'를 주도함으로써 결정적 패착을 저지른 민주당은 여전히 자중지란에 빠져 있다. 김한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7월26일 서해 평택에 위치한 2함대를 방문했다. 백령도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기상 악화로 급히 변경된 일정이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우리 민주당이 집권했던 당시에 용감한 젊은 해군들의 피와 죽음으로 NLL을 지켜냈다. 지금도, 미래도 NLL을 사수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새누리당은) NLL 논란으로 쓸데없이 국론을 분열시키고 NLL을 오히려 흔드는 못난 짓을 그만두기 바란다. NLL을 사수하고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자는 제안을 넘어 NLL 논란의 영구 종식을 선언하자"고 했다. 여야 공동의 'NLL 수호 선언'과 '논쟁의 종식'은 새누리당 쪽이 앞서 여러 차례 언급한 논란의 '출구전략'이기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일단 이에 호응하는 모양새를 취한 셈이다.

 

 

반면 문재인 의원은 같은 날 'NLL 진실과 대화록 규명은 별개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새누리당의 책임론을 다시 거론했다. 그는 지금까지 확인된 대화록의 내용만으로도 'NLL 포기'가 아니었음이 확인됐으므로 의혹을 제기한 쪽에서 사과하고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지를 펴며 이렇게 주장했다. "대화록이 없다는 상황의 규명은 별도로 하면 될 일이고, 대화록이 없다고 하는 이유를 내세워 'NLL 포기' 논란의 진실을 덮어서는 결코 안 된다. 혹여 내가 몰랐던 나의 귀책 사유가 있다면 내가 비난을 달게 받고 상응하는 책임을 질 것이다.

 

그러나 NLL 포기 논란을 일으켜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덮듯이 또다시 대화록이 없다는 것으로 NLL 포기 논란의 진실을 덮어선 안 된다. (중략) 그렇게 주장한 사람들이 응당 책임져야 한다. 사과할 사람은 사과하고 사퇴를 약속한 사람은 약속대로 사퇴하거나 용서를 구해야 한다." 정성호 원내 수석부대표는 "일방적으로 검찰에 고발해놓고 다음날 정쟁을 그만하자는 건 있을 수 없는 행태다. 병 주고 약 주는 꼴이다. 우리가 좋다고 받으면 국회의 위상과 야당의 존재 이유는 뭐가 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같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화록 정국은 이대로 종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새누리당의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와 민주당의 '사분오열'이 낳은 합작품이다.

 

정치권의 논란과 별도로 학계와 전문가 집단은 대통령기록관에 대화록 원본이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기록관리단체협의회, 한국국가기록연구원, 한국기록학회 등 7개 단체는 7월24일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기록물을 둘러싼 정쟁 과정에서 기록 관리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대화록 원본이 '실종'되거나 '폐기'된 것이 아니라 아직 찾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이들은 별도의 설명 자료를 통해 "대통령 지정·비밀 기록의 보존과 관리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해진 기한 내에 이뤄진 검색의 결과로 대화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짓는 것은 성급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여야 열람위원들의 열람 과정에선 노무현 정부 시절 사용된 이지원 시스템에 대한 검색이 이뤄지지 않았고, 전자 자료가 아닌 녹음테이프나 CD가 보존된 서고도 검토되지 않았다. 이들은 특히 "대통령 지정·비밀 기록은 장기보존포맷파일(XML) 단위로 암호화되어 저장되며 (검색을 위한) 인덱스 데이터베이스도 생성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본문에 등장하는 키워드를 검색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전문가들 여전히 "대화록 못 찾았을 가능성"
누구보다 독립적이어야 할 국가기록원과 대통령기록관의 수상한 행태도 여전한 논란거리다. 지난 7월15일과 17일 이뤄진 1·2차 예비열람에서 국가기록원은 "해당 문서를 찾을 수 없다"는 답변을 여야 의원들에게 내놨다. 기록원 쪽은 "여야가 제시한 '남북 정상회담' 등 7개 키워드를 입력해 검색했지만 회의록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이 7월18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확인됐다.

 

운영위에 출석한 기록원 소속 실무자는 "전자문서의 경우 본문을 검색하기 위해서는 문서에 설정된 암호를 풀어야 하는데, 이같은 방법을 이용한 본문 검색은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자리에서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박경국 국가기록원장은 "사과드린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명박 정부 시절 기록원장에 임명된 그는 "대화록을 찾지 못했다"고 여야가 최종 발표한 뒤 페이스북을 통해 "마치 어둠의 긴 터널을 지나온 느낌이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내 주변에도 나의 손을 잡아주는 따뜻한 손길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황당한 소회를 남기기도 했다. 대통령기록관장은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김선진씨가 물러난 이후 현재까지 공석으로 남아 있다.

 

이번 논란은 대통령기록물이 정략에 따라 이용된 최악의 사례다. 해방 뒤 55년 동안 8명의 전직 대통령이 남긴 기록물은 모두 합쳐도 33만여 건에 불과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만8천여 건,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만2천여 건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5년간 모두 825만 건의 기록을 남겼다. 그중 36만 건이 지정기록물, 9700건이 비밀기록물이었다. 대통령기록물은 일반·비밀·지정 기록물의 세 단계로 구분된다.

 

비밀기록물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지만, 차기 대통령과 국무총리, 장관들은 볼 수 있다. 외교안보와 관련된 이슈가 불거졌을 때 전임 정부의 대응을 일종의 매뉴얼로 참고하기 위한 목적이다. 지정기록물은 기록물 생산의 주체인 해당 대통령 본인과 대통령이 지정한 대리인은 열람할 수 있지만, 후임 대통령은 볼 수 없고 15년부터 최대 30년까지 봉인된다. 최근 NLL 대화록의 원본 공개 합의처럼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있거나 검찰 등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열람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엄격하게 보호받는다.

 

◇ 대통령기록물조차 정략에 이용된 최악 사례
이명박 정부는 집권 4년 동안 불과 54만 건의 기록물만을 생산했을 뿐이다. 양으로만 놓고 봐도 전임 정권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수치다. 그러다 집권 마지막 해 '기록물 폭탄'이 떨어졌다. 이명박 정부는 퇴임과 함께 모두 1088만 건의 기록물을 국가기록원에 이관했다고 발표했다. 4년 동안 매년 십수만 건에 불과하던 기록물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셈이다. 전진한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소장은 "참여정부에서 825만 건의 기록을 생산했다는 것과 비교해 숫자를 끼워맞췄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5년 내내 관심도 보이지 않다가 1천만 건의 기록을 생산했다고 자랑하는 대목에서는 소화불량에 걸린 것처럼 불편하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후임 정부가 유사시 참조할 수 있는 비밀기록물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이 전 대통령은 민감한 기록물 전체를 '지정기록물'로 묶어버렸다. 본인 외에는 아무도 볼 수 없게 만든 것이다.

 

파렴치한 일은 또 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출범과 함께 전임자를 향해 대통령기록물 논란을 제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과 함께 대통령기록물을 봉하마을로 가져갔다며 공세를 퍼부었다. 당시에는 전직 대통령이 온라인으로 자신의 재임 기간 중 생산한 기록물을 열람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 회고록 집필 등의 이유로 법률에 명시된 전직 대통령의 열람권을 보장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봉하마을로 가져간 기록물을 모두 반환해야 했다.

 

◇ 퇴임 앞서 전 대통령 '온라인 열람권' 신설한 MB
현재 대통령기록관에는 동일한 이지원 시스템이 두 개 존재한다. 퇴임과 함께 기록관으로 이관한 시스템과, 논란 끝에 봉하마을에서 2008년 7월 기록관으로 반환한 시스템이 그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쪽은 기록물 논란이 자신들에게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음을 알았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전직 대통령의 '온라인 열람권'과 관련된 조항이 2010년 2월 추가됐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는 2012년 7월부터 연말까지 6억원의 예산을 들여 전직 대통령의 온라인 열람 시스템을 구축했다. 전임자 상처 내기에 혈안이 돼 '기록물 전쟁'을 벌였던 이 전 대통령은 현재 자신의 사저에서 기록물을 마음껏 열람하며 측근들과 함께 회고록을 집필하고 있다.

 

'선의'가 늘 좋은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악의'를 정당화할 것인가. 기록물을 남기는 행위에 대해 과도할 정도의 집착을 보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관리와 사후 활용 문제로 전임 정권을 범죄집단으로 몰아가거나 아예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덮기 위해 활용한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물고 물리는 '기록물 잔혹사'를 역사는 어떻게 평가하게 될까?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NLL 정쟁 43일, 패자뿐인 혈투

중앙일보 | 권호 | 입력 2013.08.02 01:38 | 수정 2013.08.02 10:04

 

광장으로 뛰쳐나온 민주당
새누리는 비전 제시 못 해 나라 망신시키고 민생 실종

 


[사진] 민주당이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국정조사 파행에 반발해 대여 장외투쟁을 선언하고 거리로 나섰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일 오전 서울광장에 설치된 '천막 상황실'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모두가 '루저(loser·패자)'인 게임이다. 국가정보원이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을 국회에 보고하면서 촉발된 '대화록 정국'의 현주소다. 1일로 43일째를 맞은 대화록 정쟁은 주역들의 오판이 되풀이되며 빚어낸 어이없는 반전(反轉)의 연속이었다. 남재준 국정원장의 기습적인 대화록 발췌본 공개(6월 20일)→민주당 문재인 의원의 대통령 지정기록물 열람 제안(6월 21일)→남 원장의 전격적인 대화록 전문(全文) 배포(6월 24일)→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합작해 밀어붙인 대통령지정기록물 열람(7월 2일)→초유의 사초(史草) 실종 확인(7월 22일).

 

공방은 급기야 민주당의 장외투쟁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이 거리로 나간 이유는 국정원 댓글 국정조사에서의 증인(원세훈 전 국정원장,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 등) 채택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따른 것이지만, 수세에 몰린 대화록 정국에서 국면을 전환하려는 시도란 시각이 많다.

 

남재준 원장은 도발적으로 이번 국면을 만들었다. 그가 문건의 보안등급까지 낮춰가며 대화록 전문을 내놓는 바람에 정상회담 상대방의 숨소리까지 드러나게 되는, 국제적으로도 유사한 예를 찾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남 원장은 대화록 공개가 "국정원 조직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당 내에서조차 "정치적 분란만 일으켰다"(하태경 의원)는 공개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의원은 43일 전투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지난해 대선 때부터 계속되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북방한계선) 발언에 대한 공세를 종식시키기 위한 승부수로 '대화록 열람'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의 부적절한 제안에 국회는 대화록 열람 결의라는 국제적으로 유사한 예가 없는 결정으로 응수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지난달 28일 "정말 정치가 해선 안 될 일을, 우리나라 외교에 장기적으로 치명적으로 손해인 결정을, (여야가) 아예 동조해서 그렇게까지 진전시키더라"고 비판했다. 문 의원의 승부수는 결과적으로 부메랑이 됐다. 오히려 사초 실종 논란만 새로 점화시켰다. 대화록 작성과 관리에 책임 있는 위치에 있던 그는 사초 실종 문제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도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강경론엔 브레이크를 걸면서, 합리적 해법을 모색해 나가야 할 여야 수장들(새누리당 황우여·민주당 김한 길 대표)의 리더십 부재는 정국을 강경파가 이끄는 가파른 강경 대결로 몰아넣었다. 황 대표에 대해선 당내에서 "모습이 안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지난 주말 갑자기 여야 대표회담을 제안하긴 했지만 울림은 약했다. 김 대표도 43일 동안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 취임 때는 '혁신하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결국 장외투쟁을 지휘하는 '거리의 대표'가 됐다.

 

국익도 승자도 보이지 않는 소모적 공방만 난무하는 대화록 정쟁의 끝은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새누리당이 국정조사의 파행을 초래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이 장외로 나간 것은 폭넓은 지지를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NLL 대화록 공개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상당히 궁색한 입장에 몰리니까 궁지를 벗어나기 위한 방법이라는 인식을 국민에게 준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이연호(정치학) 교수는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돼가면서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 성과를 내야 할 시점인데, 이를 뒷받침해야 할 여당이 NLL 대화록 이슈에만 매몰돼 있다"고 비판했다.

[글=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