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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대선

[대선당일] '문재인이 이긴 것 같다' 라는 메시지는?

잠용(潛蓉) 2013. 12. 7. 21:04

‘문재인이 이긴 것 같다’ 라는 메시지…

대선 당일 무슨 일이 벌어졌었나?
[경향신문] 2013-12-07 14:11:50ㅣ수정 : 2013-12-07 16:05:48


이정현 선대위 공보단장의 ‘당선 무효 투쟁’ 엄포…
대선 투표일을 전후에 벌어진 의아한 상황들,
도대체 무슨 곡절이 있었던 걸까?

 

‘문재인 50.4%, 박근혜 48.1%.’ 2012년 12월 19일 오후 기자가 받은 문자메시지다.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 캠프쪽 인식도 비슷했다. 107만 표에서 160만 표까지. 당시 문 캠프 전략기획팀에서 제시한 숫자다. ‘문재인 승’이라는 것이다. 트위터 등 SNS에서는 출처가 불명확한 ‘소문’이 돌았다.

 

“언론사 차량이 문재인 후보의 집쪽으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 문재인이 이긴 것 같다.”

 

때이른 축하 메시지가 문 캠프 관계자들에게 답지했다. 그리고 멘붕.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YTN 한국리서치를 제외한 방송 3사의 출구예측은 ‘박근혜 당선’이었다. ‘혹시나’ 하며 역전을 기대했던 문 후보측 지지자들의 바람은 이렇게 이뤄지지 않았다. 방송사 개표 진행 내내 단 한 차례의 역전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오후 늦게까지도 ‘정권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한 것은 새누리당 보수쪽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자청한 이정현 당시 선대위 공보단장은 “문재인 명의의 불법 선거운동 문자가 전국적으로 뿌려지고 있다”며 기자들에게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상대방은 (우리가) 총을 완전히 내려놓은 상태에서 무차별적으로 총격을 가하는 무자비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냐? (이러면) 설령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당선무효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도 이날 5시 30분 넘어 ‘한 공무원’으로부터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받을 때까지 낭패한 기분에 사로잡혔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날의 기록을 <우리 생애의 가장 길었던 날>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남겼다. 조 전 편집장에 따르면 투표 이틀 전, 새누리당 쪽에서는 갖고 있던 ‘노무현·김정일 회의록 전문 공개’를 검토하는 회의를 가졌지만, “모험할 필요 없다”는 결론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다. 조 전 편집장은 출구조사 발표 시간이 다가오면서 “만약 문재인이 당선되면 회의록을 일찍 공개하지 않은 이명박 정부가 일등공신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고 책에 적고 있다. 

 

 
[사진]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12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던 도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박민규 기자

 

지지율 ‘골든크로스’ 서로 엇갈린 주장

1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돌아보면, 선거 막판에 ‘문재인 승리’가 기정사실화되었던 이유가 의아스럽다.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 이전 지지율 추이를 살펴보면 전체 대선 레이스 기간 내내 문재인 후보는 한 번도 박근혜 후보를 앞선 적이 없다. 문 후보 쪽에서는 선거 막판, 이른바 골든크로스, 즉 박 후보와 문 후보의 지지율이 교차하는 순간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골든크로스가 있었다는 데 모든 여론조사 기관이 동의한 것은 아니다. 한국갤럽이 대선 결과를 종합해 발간한 책 <’2012 제18대 대통령선거 투표행태>에 공개된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의 지지율 추이에서는 서울(12월 13~14일)과 인천·경기(12월 17일) 지역에서만 해당 현상이 나타났을 뿐 전국적 범위에서 ‘박 후보 우세’ 경향은 끝까지 지속됐다. 장덕현 한국갤럽 기획조사실 부장은 “선거일에 임박하면서 차이가 좁혀졌을 뿐 역전현상은 적어도 갤럽의 여론조사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의원이 이번에 낸 책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그 근거로 제시한 것은 리얼미터의 선거 여론조사 결과다(본문 275쪽). 책에서 인용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골든크로스가 나타난 날은 12월 15일 토요일이다. 그러나 이 골든크로스는 오래 가지 않았다. 12월 17일 다시 박근혜 후보가 재역전하여 앞섰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12월 16일 밤 11시, 경찰은 이른바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의 중간수사 결과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다. 그날 있었던 후보토론에서 12월 11일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발생한 ‘사건’을 두고 시각차를 보였다. 경찰의 발표는 이날 TV토론에서 “선거 승리에 혈안이 된 민주당이 사건을 조작한 것이며, 젊은 여성을 장시간 감금한 인권 유린이었다”는 박근혜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것이었다.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경찰의 편파적인 수사 발표는 선거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 것이었을까? 문 의원은 이번에 발간한 책에서 리서치뷰의 지난 8월 인천시민 1000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예시하고 있다.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던 응답자 중 13.8%는 “경찰이 사실대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면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를 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같은 여론조사기관이 전국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박 후보 지지자의 약 8.3%가 문 후보를 찍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 그랬다면 선거 결과가 뒤집힐 수치다. 역사에서 가정은 헛된 것이다. 문 의원은 책에서 이렇게 못을 박고 있다. “12월 19일, 저는 선거에서 졌습니다. 공정하지 못한 선거였습니다. 선거에서 진 것이 그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선거가 공정하지 못한 덕으로 박 대통령이 당선됐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 논란은 의미 없는 일입니다. 바람직하지도 않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문 의원이 이번에 책을 낸 것 역시 대선불복의 프레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문 의원의 회고록 발간과 관련,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김대중 전 대통령도 1992년 대선 패배 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 가 계시면서 선거 결과에 승복하고 새 정부(김영삼 정부)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성원하고 지켜봐줬다고 저는 기억하고 있다”며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것이 품격인지는 모르겠다”고 발언했다. 문 의원 측 관계자는 이 수석의 발언과 관련, “이미 대선 직후에도 선거 결과에 승복한다고 입장을 밝혔을 뿐만 아니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성명서 등을 통해 충분히 이야기했는데도 왜 ‘대선불복’을 꺼내드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비망록에 여당은 ‘대선 불복이다’ 공세
사실 야권과 시민사회에서 나오는 ‘부정선거-정권 퇴진론’에는 여러 주장이 섞여 있다. “지난 대선에서 총체적 선거부정이 있었다”는 주장의 핵심은 국정원, 군 사이버사령부 등의 관권 선거개입이지만 더 엄밀히 따지고 들어가 지난 대선 당시 유권자 개개인의 투표권 행사나 투표 결과에 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반면, 지난 대선 직후부터 ‘대선 무효소송’ 등의 활동을 벌여온 일각에서는 국정원의 광범위한 개입뿐 아니라 선관위가 개입된 개표부정이 있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주장은 박창신 신부가 부정선거의 근거로 제시했던 ‘부정선거 백서’의 핵심 내용이기도 하다.

 

지난 대선에서 관권개입 사건의혹 진상규명을 위해 289개 시민사회단체가 결성한 ‘국정원 사건 시국회의’의 핵심 실무자는 “일부에서 그런 주장을 내놓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 스스로 의혹을 제기할 근거를 갖고 있지 않다”며 “개인적으로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한 운동을 벌여나가는 데 그런 주장을 펴는 것이 과연 도움이 되는 일인가 신중하게 생각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시국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한 시민사회단체 공동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 당시 이회창 후보 쪽에서 개표조작을 주장했다가 근거없다는 지적을 이미 받지 않았느냐?”며 “(개표조작 주장은) 지난 대선이 결코 질 수 없는 싸움이었는데 졌다는 데서 오는 인지 부조화에서 비롯된 주장”이라고 말했다.

 

시국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이근용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잘 알다시피 닉슨 미국 대통령이 결국 물러나게 된 것은 워터게이트 사건 때 도청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자신은 모른다, 관련되지 않았다는 거짓말을 되풀이했기 때문”이라며 “광범위한 관권 개입이 사실로 판명난 지금 박근혜 정부가 계속 모르쇠로 일관하기 때문에 정권퇴진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의 정당성 위기는 대선 전 관권 개입 선거를 자행한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가 대선 이후 지금까지 보여준 태도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대선불법'에 불복한 朴 아무것도 하지 않은 1년
경향신문 | 박송이 기자 | 입력 2013.12.07 14:14

 

12월 19일이면 18대 대선이 치러진 지 정확히 1년이다. 하지만 정치 시계는 2012년 12월 19일에 멈춰 서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은 간데 없이 정치권은 대선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모두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가 부른 자업자득이다. 임기 첫해, 김영삼 대통령은 금융실명제를 단행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밀어붙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첫해 무엇을 했을까. 박근혜 대통령 집권 1년의 가장 큰 특징은 '아무것도 한 게 없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정책의 타당성이나 정책의 성패 여부를 떠나 각 대통령은 집권 1년차에 자신만의 정책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건다. 집권 첫해에 일을 시작하지 않으면 임기 내내 그 정부만의 정책을 추진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사진] 2012년 12월 19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여의도 당사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박민규 기자

 
복지 공약 등 잇단 후퇴 속 '정책공백'
정책을 입안하고 예산을 받아내는 데만 1~2년이 걸린다. 집권 1년차 때 각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기틀을 잡아놓지 않으면 임기 내내 정책을 추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전임 정부와는 달리 새롭게 시작한 정책이 아무것도 없다. 복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지만, 기초노령연금 논란으로 공약 후퇴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이를 책임지는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는 전임 정부와 차별화된 정책으로 전혀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정책적 리더십'이 전혀 보이지 않는 집권 1년차였다는 것이다.

 

12월 19일이면 18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지 정확히 1년이다. 하지만 정치 시계는 1년 전인 2012년 12월 19일에 머물러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별다른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 '정책 공백' 상황이 지난 1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은 1년을 꼬박 대선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개입 문제는 의혹만 눈덩이처럼 증폭된 채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권 1년차에 정책은 간 데 없고, 후유증만 남았다는 것이다. 이는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에서 온다는 지적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 연구소장은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문제는 여야 모두에게 책임이 있지만, 대통령에게 막중한 권한이 있는 우리나라 정치제도에서 궁극적으로는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불법 털고 갈 기회 계속 놓쳐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1년 동안 정치권의 태풍이었던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문제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응을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고 있는 격'이라고 빗댔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문제를 털어내고 갈 수 있는 몇 번의 시점이 있었는데도 박근혜 정부가 이를 실기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전선은 꼬여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장하는 것처럼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문제가 전임 정부 때의 일이라면 박 대통령은 이를 진작에 단호하게 털고 가야 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런 맥락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북송금 특검' 수용은 전임 정부의 문제를 과감하게 털고 갔던 하나의 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대북송금 특검 수용은 당시 노무현 정부에는 전 정부인 김대중 정부와 각을 세우는 정책이라 큰 부담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야권의 지속적인 공세를 끊어내고 새 정부의 정책을 강하게 추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학과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의 일이라고 선을 명확하게 긋는다면 관련 책임자들에게 강도 높게 책임을 물어야 했다. 이렇게 1년 동안 문제를 끌기 전에 조치를 취하고 해결했어야 했다"고 말하며 "역대 정권에서 전 정권의 문제가 있으면 이와 선긋기를 했고, 노무현 정부 때의 대북송금 특검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아 해명은 없이 의혹만 키워오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2012년 12월 12일 민주통합당 의원들과 당원들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오피스텔 앞을 지키고 있다. 민주당은 국정원 요원들이 문재인 대선후보에 대해 악성댓글을 조직적으로 달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김문석 기자

 
은폐ㆍ축소 드러나면 예측불허 상황
그러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의혹에 근거한 음모론만 무성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된 원전비리 문제 등에 칼끝을 겨누는 시늉은 했지만, 그야말로 시늉에 불과한 것이었다"며 "살짝 건드리기만 하고 핵심은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에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모종의 커넥션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전임 정부의 문제를 털고 가기보다는 '종북 프레임'으로 국면을 전환하거나, 검찰 수사에 외압을 행사하는 모양새를 보이며 의혹을 더욱 부풀려 왔다. 그러다보니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문제와 연관되었다는 의혹을 사는 인물들이 현 정권의 핵심에게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전 정부의 책임자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대선을 사흘 앞두고 국정원 선거개입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발표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넘어 남재준 국정원장까지 의혹의 대상자로 더해졌다.

 

남재준 국정원장이 제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논란이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문제를 물타기하려는 국면전환용이라는 지적이다. 'NLL 포기 발언 논란'은 단기적으로는 국면을 전환하는 데 효과가 있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의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어버렸다. 현 정권의 핵심인 남재준 국정원장까지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는 의혹을 살 수밖에 없는 정황이 만들어진 셈이다.

 

특히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자식 논란으로 물러나게 되면서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문제는 더 복잡하게 꼬여갔다. 채 전 검찰총장의 사퇴를 계기로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문제는 국정원 개혁에서 검찰 개혁으로까지 전선이 넓어지게 됐기 때문이다. 한상익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물러나기 전까지만 해도 '국정원 개혁'만이 전선이었다. 그러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정권에 밉보여 물러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여기서 검찰 개혁 이야기까지 나오게 된 것"이라며 "결국 남재준 국정원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을 걸고 넘어지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끊어내면서 박근혜 정부가 이 일을 풀어나가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채 전 검찰총장이 이끄는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검찰 조사 결과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정도로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문제를 매듭지을 수 있었던 시기를 또 한 차례 놓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남재준 국정원장을 넘어 여기에 더해 황교안 법무부 장관까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책임자 처벌 등 탈출구 서둘러야
특히 채 전 검찰총장 문제는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문제가 이명박 정부의 책임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주장에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파괴력도 크다. 채 전 검찰총장을 청와대가 '찍어내기' 했다는 것이 증명된다면 이는 박근혜 정부가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려고 했다는 문제로 비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2월 3일 청와대 조모 행정관이 서초구청 조이제 국장에게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군의 개인정보 열람 요청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검찰의 수사를 방해한 것이 아니냐는 야권의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 1219 끝이 시작이다 > 를 발간하면서 "(박근혜 정부가) 국정원의 불법 대선공작과 사실규명을 막기 위해 사법방해 행위들이 저질러지고 있다. 이는 과거 독재정권도 하지 못했던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닉슨 대통령이 사임하게 된 시발은 도청사건이 아니라 '전혀 모르는 일'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는 거짓말 때문"이라고 박근혜 대통령을 공격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역설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김진태 검찰총장이 이끄는 수사팀이 수사를 잘해주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12월 6일 여야가 국회 국가정보원 개혁특별위원회 인선을 마무리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갈 전망이지만, 정치권에서는 특위에서 쉽게 결론을 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특위가 국정원 문제를 매듭짓고 결론을 내기는 힘들 것이다. 특히 특위에서는 특검문제를 계속 제기해 나갈 것이고, 검찰수사가 미진하게 나올 경우에는 특검 이야기는 반드시 나올 수밖에 없다"며 "특히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낮은 상황에서 쉽게 특검 이야기가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문제를 털고 갈 수 있는 마지막 시기는 내년 1월에 있을 예정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1심 공판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때 검찰이 국민 여론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고, 박근혜 정부에서 강도 높게 책임자 처벌을 한다면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도 일단락될 수 있다는 것이다.

 

18대 대선이 치러진 지 1년이 지났지만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문제는 의혹만 더욱 커지고 국민들의 피로감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막다른 상황에서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이 최고지도자가 갖춰야 할 리더십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년 동안 문제를 막다른 상황으로 더 몰고 가고 있고, 결국 그것이 박근혜 정부마저 막다른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송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