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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대선

[공공부채] '정부가 키워놓고 기관이 알아서 줄이라?'

잠용(潛蓉) 2013. 12. 21. 08:25

공공기관 빚, 정부가 키워놓고...

알아서 줄이라는 정부
한겨레 | 입력 2013.12.11 21:20 | 수정 2013.12.17 08:50


'정상화 방안' 발표… 실적 미흡하면 기관장 해임

금융 부채 절반 이상이 정부 정책 수행하다 발생
 [한겨레] 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공공기관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무부처 감독권한을 강화하고, 방만경영 근절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공공기관 부채 원인 가운데 상당 부분이 정부 탓이라는 분석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기획재정부(기재부)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295개 공공기관 중 부채과다·방만경영 공공기관에 대해 개선 실적이 미흡하면 기관장을 해임한다는 내용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확정했다. 정부는 한국토지주택(LH)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공사(한국수력원자력 등 발전자회사 포함) 등 12곳의 부채를 집중 관리하기로 했다. 이들 기관은 내년 1월 말까지 모든 사업을 원점 재검토하고 부채감축 계획을 주무부처와 협의한 뒤 기재부에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또 사업 부문별로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구분회계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하고, 모든 기관장과 부채감축 노력, 방만경영 관리가 담긴 '경영성과협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현재 220%인 공공기관의 부채비율을 2017년까지 200%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정부는 또 1인당 복리후생비가 많은 한국마사회,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거래소 등 20개 기관도 정상화 계획을 제출하도록 했다. 또 기관장 경영평가에 '보수 및 복리후생 관리' 평가지표를 신설하고 평가비중을 8점에서 12점으로 높였다. 또 임원 보수를 삭감하고 일반 직원의 임금 동결도 추진한다. 

 

그러나 공공기관 부채 현황을 꼼꼼히 살펴보면, 정부 책임을 공공기관에 돌리거나 위험성을 침소봉대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정부의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대상인 41개 공공기관의 부채가 472조9000억원으로 295개 전체 공공기관 부채(493조4000억원)의 96%에 이른다. 문제되는 몇몇 공기업이 공공기관 부채를 주도하고 있는데, 전체 '공공부문 군기잡기'가 진행되는 셈이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 부채 규모를 뛰어넘은 공공기관 부채가 재정건전성과 국가신용도를 위협할 지경이라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기업 채무를 대신 짊어지고 있는 수출입은행을 제외한 전체 공공기관 부채는 2008년 290조원에서 2012년 493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부채비율도 크게 늘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한전 등 재무관리계획 대상인 41개 공공기관의 부채비율(부채/자산)은 220.6%에 이르고, 전체 공공기관의 부채비율도 207.5%로 200%를 넘어섰다.

 

올 신규 임명 44%가 낙하산…

정상화 대책 발표 날에도 '친박 김학송' 도공 사장에 취임
295곳중 41곳에 빚 96% 몰렸는데 전체 군기잡기식 진행 논란도

정부는 이런 '과잉부채'의 뿌리에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방만경영과 도덕적 해이가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공기업 직원들의 1인당 평균 연봉은 7200만원으로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포함한 근로소득자 평균 연봉의 2배를 훌쩍 넘어선다. 원전비리로 수사를 받았던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4년 동안 성과급으로만 5970억원을 지출했고, 한국석유공사와 한전은 중간관리자급도 국외출장 때 항공기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공공기관이 빌미를 제공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공공기관 부채를 미시적으로 따져보면 정부의 현실 인식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기관 부채는 국가재정을 지원받은 정부차입금, 일반 금융부채로 나뉜다. 이 가운데 이자가 발생하는 금융부채가 문제의 핵심이다. 그런데 금융부채 규모는 260조1000억원으로 전체 공공기관 부채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또 금융부채 상위 20개 공공기관이 짊어지고 있는 금융부채는 253조9000억원으로 전체 공공기관 금융부채의 97.6%에 달했다.

 

특히 공공기관 부채 문제를 '방만경영' 탓으로 돌린 건 '적반하장'에 가까웠다. 감사원이 2007~2011년 금융부채 10대 공공기관의 부채 원인을 분석한 내용을 보면, 정부정책사업과 공공요금(전기·수도·가스 등) 통제로 발생한 금융부채가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이명박 정부 들어 강하게 밀어붙였던 해외사업 부채까지 정부 몫으로 돌린다면, 공기업이 자체 사업을 진행하면서 진 금융부채는 전체의 29.0%에 그쳤다.

 

더구나 공공기관 경영효율의 큰 걸림돌로 손꼽히는 '낙하산 기관장' 문제는 정상화 대책에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한겨레>가 2013년 들어 임명된 공공기관장을 분석한 결과, 전체 77명 가운데 34명(44%)이 낙하산 인사로 꼽혔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인 2008년 신규 임명된 공공기관장 180명 중에 78명(43.3%)이 낙하산 인사로 꼽힌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부채 규모 상위 10개 공공기관 인사를 보면, 2008년 이후 25명이 기관장으로 인선됐는데, 그 가운데 19명(76%)이 낙하산 인사로 꼽혔다. 특히 이날 김학송 전 의원은 한국도로공사 사장으로 취임했고,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주주총회를 열어 김성회 전 의원을 사장으로 내정했다. 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을 발표한 당일, 친박계 인사들이 탄 낙하산이 공공기관에 안착한 셈이다.

 

사회공공연구소의 김철 연구위원은 "전문성 없는 낙하산 기관장이 논공행상식으로 기관장 자리를 차지하고 정부 시책을 밀어붙이는 행동대장 노릇을 하면,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경영에 대해 무책임해질 수밖에 없다"며 "낙하산 인사는 정치적으로도 문제되는 일이지만, 공공기관 방만경영의 원인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오건호 연구실장은 "기획재정부 주도로 공공기관이 나랏빚을 대신 짊어졌는데, 부채의 이유를 공공기관 내부에서 찾으려 한다면 답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며 "공공기관의 부채 문제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기재부의 그간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을 반성하고, 논공행상이 되어버린 기관장 인사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현웅 권은중 기자golok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