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KBS는 왜 스스로 수신료 인상방안에 반대하나?"
노컷뉴스 | 입력 2014.03.07 10:09 | 수정 2014.03.07 11:06
국민부담은 1,500원이지만
KBS에는 380원만 돌아가는 구조이기 때문
[CBS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 김현정의 뉴스쇼 > 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KBS 수신료가 2,500원에서 1,500원 인상하는 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국회가 인상안을 의결하면 KBS의 수신료는 33년 만에 인상된다. 그런데 KBS 내부에서 방통위에서 통과시킨 수신료 인상안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비록 30년 숙원사업이긴 하지만 지금과 같이 1,500원을 올리되 광고 2,100억 원을 줄이는 인상안은 올리나마나 똑같다는 여론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KBS는 왜 수신료 인상방안에 반대하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KBS의 수신료 인상이 33년 숙원사업이라고 하지 않았나?
= 그렇다. KBS의 수신료는 1981년 2,500원이었는데 지금도 2,500원이다. 그러니까 33년째 동결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역대 KBS 사장들은 수신료를 올리는 일을 가장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6월 KBS 이사회는 2500원인 수신료를 4000원으로 인상하기로 의결했다. 구) 방송위원회를 거쳐서 국회에 제출됐지만 끝내 통과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 길환영 사장이 지난해 12월 11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KBS 수신료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KBS는 지난 10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월 2500원 수신료를 4000원으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11월 KBS 이사회가 월 2천5백 원인 수신료를 3천5백 원으로 1000원 올리는 안에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대신 상업광고는 현행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이 인상안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다시 정권이 바뀌어 2013년 12월 KBS 이사회는 여권 추천이사들만으로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의결했고 방송통신위원회가 2월 28일 이를 그대로 의결해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1,500원을 인상하는 대신 방송광고 중 연간 2,100억 원을 줄이기로 했다.
▶그런데 이 숙원사업인 수신료 인상안에 대해 KBS 내부에서 부정적인 기류가 확산된다는 건 무슨 얘기냐?
= KBS 내부에서는 이번에 방통위에서 의결돼 국회에 제출된 수신료 인상안에 대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왜냐하면 인상률로 보면 2,500원에서 4,000원이 되니까 60%가 인상되는 셈인데 실제로는 2,100억 원의 광고를 축소하니까 500원 밖에 인상하지 않는 셈이 되는 것이다. 방통위 양문석 상임위원은 "수신료를 1,500원 인상하면서 광고를 2,100억 원 줄이고 공적부담을 늘리면 KBS는 실질적으로 380원의 인상효과 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KBS 내부에서는 욕은 1,500원 인상하는 만큼 먹는데 실제로는 500원 인상 밖에 안 되는 수준이니 이럴 바에는 차라리 인상하지 않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KBS의 한 중견간부는 "KBS는 수신료 인상이라는 명분만 남고 실질적인 이득은 광고축소로 반사이익을 얻게 될 종편만 누리게 되는 셈"이라며 "이럴 바에는 5백 원만 인상하는 것이 국민들에게도 피해를 덜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수신료 인상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버는' 그런 경우가 되는 셈이다. KBS 노조나 내부 구성원들은 지금과 같은 방식의 인상에는 반대하면서도 공개적으로는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어차피 국회에서 통과되기도 어려울 텐데 미리 수신료 인상에 반대했다가는 덤터기를 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KBS 수신료 인상안이 KBS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냐?
=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셈이다. 대외적인 명분은 KBS의 수신료를 인상해서 공영체제로 가자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속내는 KBS의 광고를 빼서 민영방송 다시 말해 조중동 종편으로 나눠주자는 그런 속셈을 갖고 있는 것이다. KBS는 수신료 인상안을 제출하면서 처음부터 광고 축소안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런데 이경재 방통위원장이 광고 축소안을 들고 나오면서 사안이 복잡해진 것이다.
물론 KBS의 광고를 줄이는 문제는 이경재 위원장이 처음 들고 나온 건 아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조중동 신문에 종합편성채널PP라는 선물을 안겨준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도 종편의 먹거리 확보를 위해 KBS의 수신료를 6,500원으로 인상하고 광고를 없애는 방안을 제시한 적이 있다.
↑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송은석 기자/자료사진)
최 전 위원장은 2010년 1월4일 방통위 출입기자 간담회를 가졌는데 그 자리에서 "KBS 수신료는 상식선인 5000~6000원에서 인상될 것이다. 수신료를 인상하면 7000억~8000억 원 규모의 광고가 미디어 시장에 풀려 여파가 엄청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KBS의 수신료를 현실화하는 이유가 KBS의 공영성 강화에 방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광고를 빼는데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취임한 뒤 KBS 수신료 인상에 매진했다. 특히 수신료 비중을 점차 높여서 2019년에는 KBS를 광고 없는 청정방송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 5일 방통위 월례회의에서는 "난제였던 KBS 수신료 문제도 여야 간 입장 차는 분명히 있었지만 원만하게 대화와 타협으로 처리한 데 대해 위원들에게 박수를 보내달라"며 자신의 '업적'으로 여기고 있음을 내비쳤다.
KBS의 수신료를 올리고 광고를 줄여서 종편의 먹거리로 하겠다는 발상은 이명박 정부 시절의 최시중 전 위원장이나 박근혜 정부의 이경재 위원장이나 속도에서 차이가 날뿐 내용적으로는 하나도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방통위 양문석 상임위원은 "광고를 축소하면 KBS가 수신료를 올려 얻는 효과는 달랑 500원뿐"이라면서 "왜 광고를 불온시하고 다른 상업방송, 종합편성채널 먹여 살리려고 1500원 인상안을 밀어붙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이원창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이 기자간담회를 가졌는데 그 자리에서 '광고를 사랑합시다'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광고를 통해 내수시장을 진작시켜 창조경제 달성에 협조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경재 방통위원장의 말대로라면 광고를 안 하면 청정방송이 되고 광고를 하면 오염방송 저질방송이 되는 셈이니까 이율배반적인 논리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KBS의 수신료는 이번에는 국회에서 통과되는 거냐?
= 국회에서 논의를 해봐야 하겠지만 이미 야당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서 국회통과는 어려울 전망이다. 우선 KBS 이사회에서 수신료 인상안을 의결할 때 야당 추천이사 4명이 이사회에 불참하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방통위 전체회의에서도 야당추천인 김충식 부위원장과 양문석 상임위원이 반대하면서 3:2로 여권추천 위원들의 찬성만으로 통과됐다. 야당추천 KBS 이사들이나 야당추천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반대한 건 결국 야당에서는 지금의 상황에서 KBS의 수신료 인상은 불가능하다는 걸 분명히 하는 것이다.
↑ (사진=JTBC 방송 캡처)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방통위에서 수신료 인상안을 통과시킨 직후 논평을 내고 KBS에 "수신료 인상안을 스스로 철회하라"고 촉구하면서 "이제 수신료 인상안이 국회로 넘겨졌지만, 우리는 이번 수신료 인상안을 제대로 논의해야 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최 의원은 "'친여방송 KBS'를 정상화시킬 수신료가 아니라 방송장악을 더욱 악화시킬 수신료 인상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극심한 불공정보도와 정권홍보방송으로 인해 심지어 '종박방송'이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듣는 KBS가 수신료 인상을 운운할 자격이 없다"고 까지 말했다. 국민여론도 KBS 수신료 인상에 부정적이다. JTBC가 방통위에서 KBS 수신료 인상안을 의결한 뒤 현대리서치에 의뢰해 최근 성인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신료 인상 찬성은 19.8%, 반대 73.4%로 반대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정말 궁금한 건 광고를 줄이거나 없애면 공영성이 강화되는 것이냐?
= 그런 점이 전혀 없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광고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는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 KBS 길환영 현사장.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KBS 길환영 사장은 KBS이사회가 수신료 인상안을 의결한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에서 "주재원(수신료)보다 광고수입이 더 많다. 이 때문에 원치 않은 시청률 경쟁으로 내몰려 공영성이 훼손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언급을 했다. 길 사장은 "수신료 현실화를 통한 재정 안정을 기반으로 KBS는 상업주의 범람 속에서 방송 청정지대로서 국민의 정서함양을 위한 공익적 책무를 다하고, 글로벌 콘텐츠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고품질·고품격 콘텐츠를 만들겠다" 강조했다.
그렇지만 광고를 없애고 수신료만으로 KBS를 운영한다고 해서 공영성이 자동적으로 회복되는 건 아닐 것이다. 방통위 김충식 부위원장은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30년 이상 KBS 수신료가 오르지 않은 이유는 국민들이 공영성과 공정성에 대해서 의심을 하고 수신료를 낼 수 없다는 것"이라면서 "누가 집권하더라도 KBS가 국민을 위한 방송으로 남을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KBS의 광고 폐지가 방송시장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있는데?
= 그렇다. KBS의 공영성을 어떻게 강화할 것이냐 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지만 방송시장이 큰 틀에서 재편되는 엄청난 파장이 일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의 방송시장은 KBS, MBC, SBS의 지상파 방송과 종편을 비롯한 다양한 PP로 구성된 유료방송 PP로 구분된다. 지상파방송에서 TV3사외에도 라디오방송과 지역민방 지역MBC 등이 결합돼 있다.
이들 중소방송과 지역방송들은 미디어렙체제에 따라 지상파TV와 결합돼 광고를 판매한다. 그런데 KBS의 광고를 폐지하면 지금의 미디어렙 체제가 붕괴할 수밖에 없고 기존의 KOBACO체제도 사라지게 된다. 양문석 상임위원은 "KBS가 매년 2100억 원씩 5년 동안 1조 이상 광고를 빼고 19년 이후에 광고 없는 체제로 가면 현재 미디어렙 체제는 5년 뒤에 없어지는 것이다. 당장 내년부터 EBS 포함 5개 방송사는 직접적인 경영의 타격이 온다"고 지적했다.
양 위원은 "KBS의 광고 2100억 원을 줄이면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기본적으로 광고 제도에 얼마나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지 고민해야 하는데 너무 생각이 없는 것 같다"면서 "결합고시부터 줄줄이 다 바뀌어야 하고, 코바코는 MBC렙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대안이 없다"고 질타했다. 중소방송사와 지역방송만 타격을 받는 것이 아니라 지상파 방송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숭실대 김민기 교수는 "KBS에서 광고를 폐지하게 되면 지상파TV들도 영향을 받게 된다"면서 "결국은 MBC와 SBS도 종편PP들과 한 덩어리로 묶이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이경재 방통위원장의 연임이 무산되는 것도 수신료와 연관이 있는 거냐?
= 아직 연임이 완전히 무산됐다고 하기에는 조금 이른 것 같다. 이경재 위원장을 대신할 새 방통위원장 후보를 찾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아직 뚜렷한 후보를 확정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적당한 후임이 없을 경우 이경재 위원장을 연임시킬 것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2기 임기를 시작한 지 1년이 안 된 시점에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하면서 공직에서 물러났다. 그 때도 최 위원장 후임을 물색하면서 애를 먹었다. 결국 '올드보이의 귀환', '고목나무에도 꽃이 핀다'는 말을 만들어내면서 이계철 전 정통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 이경재 방송통위원회 위원장.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인물난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지금도 이경재 위원장 후임을 찾고 있지만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하고 있어서 방통위원장 자리는 지난번 감사원장 때처럼 당분간 공석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일각에서는 법조인까지 후보군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후보를 낙점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재 위원장이 수신료 인상에 매진해왔던 이유 중 하나가 방통위원장 연임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게 나돌았다. 수신료 인상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서라도 3선 의원 출신인 이경재 위원장이 필요하고 또 수신료 인상 이후의 일관성 있는 정책을 위해서라도 이경재 위원장이 필요하다는 그런 인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수신료 인상 정책을 추진하면서 다소간 무리했던 점이 있었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사전 교감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점도 있고 전국선거를 앞두고 준조세인 수신료 인상안을 추진한 것이 마이너스가 됐다는 얘기다. 수신료 때문만으로 연임에 제동이 걸린 건 아니겠지만 수신료 인상안의 여파가 상당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bamboo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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