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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외교] '빵점'인 이유 있었네… ㅋ

잠용(潛蓉) 2014. 3. 20. 07:50

'울분 삼키는 태극전사'... 스포츠 외교력은 '빵점'
출처 노컷뉴스 | 입력 2014.03.20 06:03

 

[CBS노컷뉴스 이전호 선임기자] 소치 동계올림픽이 폐막한 지도 벌써 한달이 지났다. 체육단체들은 이번 대회에서 드러난 여러 문제와 정부의 특별감사 폭풍 속에도 아직까지 진지한 자기개혁의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CBS 노컷뉴스는 모두 3차례에 걸쳐 체육단체들의 무능을 지적하고 '평창 올림픽' 준비상황을 점검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포스트' 김연아-이상화-이승훈…"이미 늦었다"
② '울분 삼키는 태극전사'…스포츠외교력은 '빵점'
③ "평창올림픽, 어떻게 유치한 것인데…"

 

↑ 13일 베이징올림픽 당시의 우생순. 여자 핸드볼은

번번히 편파판정의 희생양이었다. /김수희기자

 

◈ 96년 애틀랜타 하계올림픽 여자핸드볼 결승전
심판들의 편파판정 속에 덴마크에 아깝게 패해 금메달을 놓친 선수들과 코치진은 서로 부둥켜안고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이를 뒤에서 지켜보던 대한핸드볼협회 신 모 회장 역시 눈물이 훔치며 울분을 삼키고 있었다. 이날 저녁에 기자를 만난 신 회장은 "xx들, 받을 거 다 받아처먹어놓고선"하며 다시 분통을 터뜨렸다. 물론 결승전 심판들에 대한 얘기다.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1980-2001까지 IOC위원장 역임) 시절엔 이러했다. '참가하는데 의의가 있다'는 올림픽에서 '돈과 접대'의 심판매수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올림픽 정신'은 개회식 때 선수, 심판들의 선서 이후 바로 사라졌다. 금메달이 걸린 결승전이면 각 국의 선수단장이나 연맹회장들은 배정된 심판 만나기에 혈안이 된다. 일부 종목이긴 하지만 상대팀의 배팅 액수 알기에 촉각을 세운다.

 

신 회장의 '푸념'은 상대국보다 베팅이 적었다는 자책일 지도 모른다. 특히 개최국들의 심판과 IOC위원들에 대한 로비는 심했고, 이런 점에서 서울올림픽도 자유롭지 못하다.

 

↑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통의동 당선인 접견실에서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을 접견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이러한 분위기는 2001년 '미스터 클린' 으로 불리던 자크 로게 IOC위원장이 취임하면서 많이 나아진다. 자크 로게 IOC위원장의 당선은 IOC위원 24명이 뇌물을 받았던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유치 뇌물 스캔들 직후였고 2013년까지 재임하면서 '클린IOC'의 업적을 남기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번 소치올림픽 김연아의 '피겨'처럼 올림픽의 판정시비는 끊임없이 재연되고 있다. 뇌물은 많이 없어졌지만 심판 배정 등에서 국제연맹이나 IOC위원들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 편파판정에 언제까지 한탄만?
사마란치 당시의 경기력 외 주 변수가 '뇌물'이었다면 이젠 '스포츠 외교력'이다. 이번 소치올림픽 김연아의 은메달에 외신과 전문가들이 일제히 편파 판정을 비난하면서 심판진 구성이 '짜여진 각본'이었다는 의혹을 제기됐다.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심판진 9명 가운데 미국과 한국 심판이 제외된 대신 그 자리에 '판정 조작으로 징계를 받은 우크라이나 심판'과 '러시아 피겨스케이팅협회장의 부인'이 배정된 것이 밝혀졌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수영의 박태환과 유도의 조준호, 펜싱의 신아람의 경우도 단순한 오심이라고 보기에 석연치않은 부분이 많았다. 국제양궁연맹은 올림픽 마다 금메달을 휩쓰는 한국 양궁의 기세를 꺾기 위해 1988년 이후 6차례나 룰을 바꾸는 변칙을 썼다. 국제연맹들은 룰을 바꾸거나, 심판 배정 등 구조적인 개입으로 오심을 유도해오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스포츠는 언제까지나 '편파판정'에 한탄만 할 것인가? '사후약방문' 격으로 항의와 재심을 되풀이하지만 IOC나 국제연맹에서 이를 받아들인 적은 없다.

 

↑ 소치 동계올림픽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건희 IOC 위원. /윤창원기자

 

◈ 한국 스포츠외교력 무능, 이젠 '좌절'
한 때 최강의 스포츠 외교력를 자랑했던 한국은 최근 몇 년간 크게 뒷걸음질쳤다. IOC 내에서도 영향력이 컸던 IOC위원 3명을 보유했던 한국은 2005년 김운용씨가 IOC위원에서 제명되고, 2007년 박용성위원이 자격정지를 당함에 따라 현재 한국은 이건희 IOC위원과 문대성 IOC선수위원 뿐이다.

 

유일하게 남은 이건희 IOC위원 조차 지난 2월 5일 IOC총회에 불참한 5명의 IOC 위원 중 한 명이고 명색이 IOC위원이면서 소치동계올림픽에도 모습을 드러내지않는 등 최근 활동이 미미하다. 유도, 배드민턴, 태권도 등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국제연맹 회장을 4명까지 보유했던 한국스포츠는 현재 국제연맹 회장은 단 한 명도 없다.

 

국내 경기단체장 등 체육계나 재계 인사들이 국제 무대에 도전하지않는 것은 한국체육 현실과도 무관치 않다. 주로 대기업이 경기단체를 맡으며 운영재원 대부분을 협회장에게 의지했던 과거와는 달리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경기단체 지원금이 최근 크게 늘면서 자금의 여유가 생긴 단체에서 경기인 출신과 정치인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대한체육회 산하 경기단체 가운데 9곳이 정치인, 8곳이 경기인 출신 단체장이 차지하고 있다. 각 단체에서 경기인 출신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최근 몇 년간 '경기인 스스로의 개혁'을 외쳤지만 이번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에서도 나타났듯이 승부조작·입시비리·심판 매수 등 부정부패는 여전하다.

 

↑ 2018년 동계올림픽 후보도시 실사를 위해 평창을 방문중인 IOC 위원들. /박정호기자

 

◈ 선수 경기력에 외교력 합쳐져야
국제스포츠계의 '영향력 인사'나 국제심판은 양성하는 덴 오랜 시간이 걸린다. 현재 대한체육회에서 국제스포츠인재전문과정을 개설하고 있지만, 보다 정책적이고 중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IOC위원이나 국제연맹 회장의 경우, 정부의 뒷받침도 필수다. 중장기적으로는 스포츠외교인과 스포츠마케팅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외국어를 중시한 스포츠 영재학교와 심판 아카데미의 개설도 방안이다.

 

상임 심판제를 마련해 질을 높이며 국제연맹과의 교류를 확대해 국제심판을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한다. 한국 스포츠외교력을 되찾는데는 IOC총회 등 국제회의가 집중되는 2018년 '평창'이 기회다. 그러기 위해선 체육계, 정부, 연구기관이 지금부터 함께 움직여야 한다. 어린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할 때 어른들도 경기장 밖에서 힘을 다해야 한다. 또다시 한국스포츠외교력의 무능으로 인해 태극전사들이 흘린 땀방울이 헛되이 되는 일은 없어야할 것이다. [j1234@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