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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불교·죽음

[한국판 에밀리] 남편 시신과 7년 가까이 동거한 아내

잠용(潛蓉) 2014. 5. 27. 18:11

[단독] 남편 시신과 7년 가까이 동거한 아내, 법의 판단은...
국민일보 | 입력 2014.05.22 02:25

 

아내는 남편의 시신을 집 거실에 두고 6년9개월을 '함께' 생활했다. 남편은 '미라'가 된 채 발견됐다. 남편이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아내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검찰 판단은 '죄가 없다'였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안권섭)는 사체유기 혐의로 입건된 약사 조모(47·여)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고 21일 밝혔다. 사회적·종교적 측면에서 용인되는 통상의 절차에 따라 장례를 치르지는 않았지만, 그간 정성을 다해 남편 시신을 보존해 온 사실이 인정된다는 취지에서다.

 

검찰에 따르면 고위 공무원이던 남편 신모(당시 42세)씨는 2006년 11월 간암 말기로 6개월 시한부 진단을 받고, 가족들의 간병을 받다가 이듬해 3월 사망했다. 그러나 조씨는 장사를 지내지 않고 서울 서초구 자택 거실에 남편을 그냥 눕혀 뒀다. 남편이 갑자기 움직이지 않고 음식물도 먹지 않아 평소와 다르다고 여기긴 했지만,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리고 체온이 남아 있는 것 같아 사망했다고는 생각지 않았다고 한다. 조씨는 신씨의 친누나(시누이)와 매일 시신의 손과 발을 씻겨 줬고, 정기적으로 옷을 갈아입히거나 목욕을 시켰다. 한 집에 사는 두 아들과 딸 역시 거실에 누워 있는 시신 옆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식사를 하는 등 아버지 사망 이전과 다를 바 없이 생활했다.

 

 

이들의 '기묘한 동거'는 '시체를 집안에 유기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지난해 12월 26일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막을 내렸다. 경찰이 집안으로 들어갔을 때 시신은 거실 카펫 위에 이불을 덮고 누운 채로 발견됐다. 사망한 지 7년 가까이 지나도록 부패하지 않고 수분이 모두 빠져 미라가 된 상태였다. 경찰은 시신을 부검한 뒤 장례를 치르도록 했다. 부검 결과 명확한 사인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신씨 사망과 이후 사체 관리 과정 등에 배후가 있는지 여부도 조사했으나 역시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신씨가 병사한 것으로 결론내고, 다만 조씨를 형법 161조 1항의 사체유기 혐의로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조씨는 검찰 조사에서 "경찰이 올 때까지 단 한번도 남편이 죽었다고 생각한 적 없다. 다시 깨어나길 바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누이나 자녀들 역시 비슷한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최근 이 사건을 검찰시민위원회에 회부해 조씨의 처벌 여부를 물었다. 시민들이 죄가 안 된다고 결론내자 검찰도 이를 수용했다. 사체유기에 대한 범의(犯意)가 없었으며, 특별한 약품 처리를 하지 않고도 부패하지 않을 정도로 시신이 양호하게 보존됐다는 점도 중요 판단 근거가 됐다. 검찰 관계자는 "사체 발견 당시 현장 모습과 사체 보존 상태 등을 종합하면 아내가 그동안 사체를 지극히 돌보며 보존·관리한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며 "사체를 유기하거나 방기·은닉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남편은 죽지 않고 살아있다" 7년간 시신과 '수상한 동거'
[조선일보] 2014.02.13 03:01

 

자녀들, 시신에 인사하고 지내… 약사 아내 "방부 처리 안했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숨진 남편의 시신을 7년 가까이 집 안에 그대로 유기한 약사 조모(여·47)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조씨는 2007년 초 간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남편 신모(1963년생)씨의 시신을 장례를 치르지 않고 방배동 한 빌라 거실에 계속 뒀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발견된 남편 신씨의 시신은 거실 카펫 위에 이불이 덮인 채 눕혀 있었고, 깔끔한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은 바싹 건조된 상태였고, 조금 부패한 냄새가 나긴 했지만 7년이 지났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깨끗했다"며 "아내 조씨가 정기적으로 옷을 갈아 입혔다"고 말했다.

 

조씨는 "남편은 죽지 않고 살아 있다"고 말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반응을 보였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약사인 조씨가 시신을 방부 처리했을 가능성도 수사했지만, 본인도 부인하는 데다 부검 결과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씨의 자녀 3명과 시누이는 등교·외출 할 때마다 '잘 다녀오겠다'고 인사하는 등 시신을 살아 있는 듯 대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조씨의 한 이웃은 "7년 전쯤 피골이 상접한 모습의 남편이 주차장에 친척 마중을 나온 것을 봤는데, 오래 못 살 모습이었다"면서 "그 후로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숨진 신씨는 행정고시 출신으로, 환경부에서 3급 부이사관까지 지냈다고 경찰은 밝혔다. 주민들은 "몇 년 전부터 남편이 아프다는 소식을 들은 공무원 동료, 선후배들이 문병을 왔는데 조씨가 집에 들이지 않고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서울 동부이촌동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조씨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계속 기도하면 남편이 부활(復活)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서울대 법의학과 이윤성 교수는 "간암을 오래 앓았다는 남편이 사망 전 극도로 야위어 신체에 물기가 없고, 가을·겨울 등 건조한 계절에 숨졌다면 '미라'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12일에도 조씨는 약국에 출근했으나 취재진의 물음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원선우 기자 김경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