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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대참사

[사고공화국] 자고나면 사건사고… '불안해서 못살겠다'

잠용(潛蓉) 2014. 5. 29. 05:11

한달 동안 대형사고만 8건... 대한민국 '패닉'
세계일보 | 입력 2014.05.28 19:05 | 수정 2014.05.29 00:42

 

이번엔 방화 참사… 대한민국 ‘패닉’
지하철 도곡역서 70대 홧김 방화
역무원 신속 진화로 대참사 막아

올 들어 대형 사건·사고가 꼬리를 물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마우나리조트 붕괴, 세월호 침몰, 서울 지하철 추돌사고에 이어 28일 하루에만 전남 장성 요양병원 방화를 비롯해 4건의 방화 및 화재가 발생했다. 국민들은 도대체 정부가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강한 불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오전 9시6분쯤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홈플러스 동대문점 지상 5층 주차장에서 차량화재가 발생해 매장 직원 81명과 방문객 10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사진] 뼈대만 남은 자동차28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홈플러스 동대문점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불에 탄 차량이 시커멓게 그을린 채 흉물스럽게 서 있다. /김범준 기자

 

소방당국에 따르면 동대문구에 근무하는 권모(50)씨가 주차장으로 차를 몰고 진입하던 중 엔진과열로 연기가 발생했다. 권씨는 5층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소방서에 신고하고 불을 끄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그의 차는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주차장과 매장이 분리돼 있고 연결 통로의 방화셔터도 정상 작동해 권씨가 화상을 입었을 뿐,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매장 측은 화재 3분 뒤 방문객을 대피시키고 매장 입구를 봉쇄했다.

 

오전 10시18분쯤에는 종로구 서린동 SK그룹 본사 지하 3층 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차량에서 불이 났다. 불은 4분 만에 진화됐지만 건물 내부에 있던 직원 150여명(소방서 추산)이 밖으로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경찰은 청소업체 직원 최모(50)씨의 차량에 실려 있던 청소도구 가운데 물을 데우는 기구의 전선이 합선돼 불이 났다고 밝혔다.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화재현장을 바로 파악한 결과 큰불이 아니라는 판단에 일부 층에 대해서만 대피 방송을 했다"며 "이어 전체 방송을 통해 화재 진화 소식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대형 사고가 잇따르자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진모(38)씨는 "사고가 끊이지 않으니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인터넷에는 누군가 사고를 일부러 낸다는 음모론이 떠돌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시커멓게 변한 객실- 28일 서울 강남구 자곡동 수서차량기지에 방화로 의자가 불탄 전동차가 서 있다. 작은 사진은 서울 수서경찰서가 공개한 인화물질을 담은 플라스틱 통. /이제원 기자, 연합뉴스

 

안전수칙을 스스로 숙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부산에 거주하는 직장인 신모(31·여)씨는 "자꾸 흉흉한 일이 발생하니 TV 켜는 것도 무섭다"며 "얼마 후 여름에 여행을 가려고 준비 중인데, 불안한 마음에 비행기를 탔을 때 안전수칙을 미리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자고나면 불 불 불... 불안해서 어디 살겠나?
국민일보 | 입력 2014.05.28 23:55 | 수정 2014.05.29 03:31

 

지하철 대형마트 등 서울 도심 곳곳의 다중이용시설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불은 곧바로 꺼졌지만 시민들은 방화와 화재가 점철된 사고 소식에 '위험하고 불안한 하루'를 겪었다. 특히 서울 강남 한복판 지하철역에선 70대 남성이 전동차 안에서 불을 질렀다. 자칫 '제2의 대구 지하철 참사'가 재연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28일 지하철 3호선 도곡역 부근에서 전동차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지른 혐의로 조모(71)씨를 검거했다. 조씨는 오전 10시54분쯤 매봉역에서 도곡역으로 진행 중인 전동차 안에서 불을 질렀다. 전동차가 도곡역 승강장으로 막 진입하던 순간이었다.

 

조씨는 앞에서 네 번째 객차 노약자석에 앉아 있다가 가방에서 시너 5병을 꺼내 뚜껑을 열고 발로 차 흩뿌린 뒤 불을 붙였다.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던 방화는 우연히 맞은편에 앉아 있던 서울메트로 권순중(46) 대리의 발 빠른 대처로 진화됐다. 객차 안은 소화기 분말과 검은 연기로 가득 찼지만 승객들은 비상벨을 눌러 전동차를 정지시키고 다른 객차로 대피했다. 곧이어 달려온 기관사와 역무원까지 가세해 불은 6분 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불이 난 객차에는 50여명, 전체 열차에는 540여명이 탑승해 있었다.

 

조씨는 경찰에서 전남 광주의 유흥업소를 운영하다 지난달 건물주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패한 뒤 불만을 알리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그는 "최근 발생한 지하철 2호선 열차 추돌 사고 때 언론이 크게 보도하는 걸 보고 범행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9시6분쯤에는 서울 용두동 홈플러스 동대문점 5층 주차장에 있던 쏘렌토 차량에서 불이 났다. 엔진룸에서 시작된 불은 차를 완전히 태우고 인근에 주차된 차량 1대를 그을린 뒤 진화됐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홈플러스 매장에 있던 90여명을 밖으로 대피시켰다. 스프링클러와 화재경보가 정상적으로 작동했고 매장 손님이 10여명뿐이어서 인명피해는 없었다.

 

오전 10시18분쯤에는 서울 종로구 SK그룹 본사 지하 3층 주차장에서 청소업체 직원 최모(50)씨의 스타렉스 차량 안에서 불이 났다. 주차장 스프링클러가 작동돼 불은 4분 만에 꺼졌다. 경찰은 차 안에 있던 물을 데우는 청소기구의 전기 합선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건물 안에 있던 직원 15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27일 오후 9시52분쯤에는 서울 강동구 명일동 아파트에서 불이 나 주민 수십명이 한밤중에 대피했다. 12층 아파트의 3층 거실에서 난 불은 56㎡를 태우고 1750여만원 재산 피해를 냈다. [김유나 김동우 기자 spring@kmib.co.kr]

 

무늬만 '안전 인증'... 요양병원에 '세월호의 그림자'
한국경제 | 입력 2014.05.29 03:43 | 수정 2014.05.29 05:15

 

안전점검 5개월 만에 참사

255곳 중 '불인증' 全無 지자체 현장점검도 허술

[고은이 기자]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이 최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이미 안전점검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요양병원에 대한 정부의 관리실태가 지나치게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구 고령화 추세로 해마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전국 수천개의 요양병원이 안전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는 우려다.

 

28일 정부에 따르면 효사랑병원은 지난 9일 보건복지부, 21일 전라남도의 안전점검을 받고도 이번 참사를 막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복지부의 경우 현장방문 없이 서면으로 안전관리 점검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관계자는 "세월호 사고 이후 점검이 필요하다고 생각돼 안전관리 점검표를 병원에 내려보냈는데 점검결과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병원에 자체점검표만 제공하고 추후관리도 없이 점검을 완료한 셈이다. 전라남도 보건소는 현장을 방문해 안전관리실태를 점검하고도 별다른 문제를 찾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효사랑병원은 또 지난해 12월 의료기관평가인증원으로부터 의료기관 인증을 받은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 인증은 안전관리, 진료시스템 등 203개 항목을 조사받은 뒤 80% 이상 기준을 충족할 때 주어진다. 하지만 인증원 관계자는 "정부가 요양병원 인증을 의무화할 때 요양병원계의 항의가 워낙 심해 인증기준을 매우 낮게 잡았다"며 "이 정도 기준으로는 환자와 직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고 실토했다. 실제 인증원의 화재 관련 조사항목은 '화재 안전관리 활동 계획이 있다' '금연에 대한 규정이 있다' 등 대부분 계획과 규정 여부만 따지는 수준으로 구성됐다. 지금까지 인증원의 조사를 받은 요양병원 255곳 중 '불인증'된 병원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한편 전국의 노인요양병원은 2001년 28곳에서 현재 1262곳으로 13년 만에 40배 넘게 급증했다. 현재 입원환자만 14만명에 육박한다.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의료인력 기준 등 설립 기준이 일반병원보다 느슨해 요양병원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의료법상 일반병원은 환자 20명당 의사 1명이 필요하지만 요양병원은 40명당 1명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불어나는 요양병원 수에 비해 안전관리는 미흡한 상황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2년도 요양병원 입원진료 적정성 평가'에 따르면 전체 요양병원의 69.7%만이 응급장치인 호출벨을 모든 병상·욕실·화장실에 두고 있었다. 3.8%는 욕실 바닥의 턱을 제거하지 않거나 안전손잡이를 설치하지 않았고 산소공급장비를 갖추지 않은 곳도 있었다. 평일 야간이나 휴일에 당직의사가 상주하는 요양병원도 44%뿐이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장성 요양병원... 스프링클러-방화셔터 건축규정에도 빠져
동아일보 | 입력 2014.05.29 03:09 | 수정 2014.05.29 03:11

 

왜 인명피해 컸나… 유독가스 고스란히 병실로 퍼져

[동아일보]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는 신고가 접수되고 불길을 잡는 초기 진화까지 6분이 걸렸다.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지만 순식간에 21명이 질식해 숨지고 말았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화재로 퍼진 연기를 피해 신속히 건물 밖으로 나갈 수 없었고, 침대 매트리스 등이 불에 타며 나온 유독가스가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은 점이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보인다.

 

불이 나자 당직을 서던 간호사는 요란한 화재경보 소리에 휴대전화로 119에 신고했다. 이후 불은 신속하게 진화됐지만 화재가 난 별관 2층에서 자력으로 빠져나온 환자는 입원환자 34명 중 7명에 불과했다. 70대 이상인 환자가 23명일 정도로 고령층이 많았고 와상환자(누워 지내야만 할 정도로 거동이 어려운 환자)가 5명, 치매 환자가 25명이었다.

 


불길이 솟은 3006호는 매트리스와 침구류, 링거병 등을 쌓아 둔 비품창고로 쓰였다. 매트리스가 타면서 발생한 유독가스는 복도를 거쳐 여닫이 블라인드로 문을 대신한 병실로 고스란히 퍼졌다. 유리창도 닫혀 있어 연기가 빠져나갈 곳이 없었다. 직원 수도 모자랐다. 2층엔 불을 끄려다 숨진 간호조무사 김귀남 씨(53·여)가 혼자 근무하고 있어서 34명의 환자를 대피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별관에서 구조된 한 60대 남성 환자는 "직원들이 유리창만 열었어도 이렇게 피해가 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경보는 울렸지만 병원에 스프링클러와 방화커튼 등 화재 발생 시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방재시설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민호 담양소방서장은 28일 오전 브리핑에서 "일정 규모 이상에 설치하는 방화셔터와 스프링클러는 화재가 난 건물의 설치의무 기준에 해당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소방법상 요양병원은 스프링클러 적용 의무대상이 아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장도리] 2014년 5월 29일 '사고 공화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