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가 오도다 비가 오도다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울음과 같이 슬픔에 잠겨있는 슬픔의 가슴 안고서 가만히 불러보는 사랑의 탱~고. (2) 지나간 날에 비오던 밤에 그대와 마주 서서 속삭인 창살 가에는 달꼼한 꿈 냄새가 애련히 스며드는데 빗소리 조용하게 사랑의 탱~고.
'비의 탱고'(1956)/ 도미
가수출신 작곡가 나화랑(羅花郞)이 군예대(軍藝隊) 시절 빗방울을 보고 감흥을 얻어 만든 곡
이 노래를 부른 가수 도미(都美)는 대구출신으로‘사도세자’, ‘청포도 사랑’, ‘추억에 우는 여인’ 등을 나화랑의 작곡으로 발표하였고, ‘오부자의 노래’, ‘청춘 부라보’, ‘신라의 북소리’ 등을 박시춘의 작곡으로 발표하였다. 이곡 ‘비의 탱고’는 나화랑이 한국전쟁 중 군예대(軍藝隊)로 종군하던 시절, 부대 막사에서 장마철 하염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을 쳐다보면서 문득 감흥을 얻어 곡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이 노래는 선배가수 현인(玄仁)이 먼저 취입하였으나 대중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후배 가수인 도미(都美)가 리바이벌 하여 폭발적인 반향을 얻었다. 남미 탱고풍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듯 경쾌하면서도 부드럽고, 발랄하면서도 아련하게 옛 추억의 여운을 자아내는분위기가 남다른 매력을 주고 있다. 한편 도미는 70년대에 미국으로 이민하여 2천년대 초에 사망하였다.
빗소리를 제대로 들으려면 아무래도 양철지붕이나, 양철로 물받이를 뽑아낸 한옥 집이 좋을 것이다. 그 함석 철판 위에 투닥투닥 떨어지는 빗줄기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먼 원시의 태고적 감수성으로 되돌아간다. ‘사르릉’거리는 가랑비 소리도 좋고, 마구 투닥거리는 굵은 소낙비 소리도 좋다. 죽은 듯이 가라앉아 있던 삶의 의욕이 한순간 싱싱하게 펄떡이며 살아나는 듯한 느낌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한때 이 노래의 가사에서 착안하여 “비의 온도가 몇 도이지?”라는 넌센스 퀴즈가 유행한 적도 있었다. 정답은 물론 ‘5도’이다. 마지막 소절인 사랑의 탱고를 부를 때 “사랑의 탱”까지만 발음하고, 맨 마지막 음절인 “고”를 소리내지 않고 묵음(默音)으로 처리함으로써 이 노래의 맛을 훨씬 멋스럽게 살려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작곡가 나화랑은 원래 가수로 데뷔한 경력이 있다. 1943년 태평레코드社에서 주최한 제21회 레코드 예술상 최종 결선이 서울 종로5가의 제일극장에서 열렸다. 전국 예선에서 선발된 신인가수들이 모여 결선을 겨루는 자리인지라 긴장감은 극도로 팽팽하였다. 이때 조광환(趙光煥)이란 신인가수가 무대에 나왔는데, 그는 노래를 부르기 직전 피아노의 키를 잠시 두드려 정확한 음정을 잡고 나서 노래를 불렀다. 이 광경이 심사위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고, 그는 마침내 입상을 하게 되었다.이 신인가수 조광환이후일의 나화랑이었다.
나화랑은 태평 레코드社 문예부장으로 있던 고려성(조경환)의 막내 동생이었다. 가수보다 작곡 쪽에 더욱 뛰어난 재질이 있어서 포리돌레코드社의 전속 작곡가로 발탁되었다. 그의 작곡으로 발표된 ‘삼각산 손님’은 백년설(白年雪)에 의해 크게 히트하였다. 자료를 뒤적거리다 보면 ‘고려성(조경환) 작사, 나화랑(조광환)’ 작곡이란 노래를 적지 않게 발견할 수가 있는데, 이는 모두 이들 두 형제의 각별한 우애 속에서 나온 곡들이다. 나화랑은 1983년에 세상을 떠났다. [李東洵選 '가요 20'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