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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게이트

[성완종 리스트] 하나하나 밝혀지는 구체적 정황

잠용(潛蓉) 2015. 4. 15. 07:00

[성완종 단독 인터뷰]

2013년 4월4일 오후 4시30분 이완구 부여 선거사무소

성완종 측 "차에서 비타500 음료수 박스 꺼내 전달"

경향신문 | 이기수·유정인 기자  | 입력 2015.04.15 06:01 | 수정 2015.04.15 06:11  
 

“성 전 회장·이 총리, 칸막이 안서 1시간여 만난 뒤 박스 놓고 나와”
이 총리 “다녀간 것 기억 못한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전 새누리당 의원)이 2013년 4·24 재선거를 앞두고 서울에서 승용차에 '비타 500 박스'를 싣고 이완구 총리의 부여 선거사무소를 방문해 전달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제기됐다. 성 전 회장은 지난 9일 숨지기 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번 재·보궐선거 때 이 총리의 선거사무소에 가서 한나절 정도 있으면서 이 양반한테 3000만원을 현금으로 주고 왔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 측 인사는 지난 12일 경향신문과 만나 "(성 전 회장) 일정표에 '4월4일 오후 4시30분 부여 방문'으로 돼 있는데 그보다는 앞서 오후 4시 조금 넘어 선거사무소에 도착했다"며 "성 전 회장은 1시간 넘게 선거사무소에 들러 이 총리를 만났고, 전체적으로는 2시간 정도 부여에 머물다 해지기 전 떠났다"고 말했다. 4일은 후보 등록 첫날이었다.

 


[사진] 출판기념회 간 성완종… 활짝 웃는 이완구2012년 4월 총선 전인 1월6일 충남 홍성에서 열린 이완구 국무총리(오른쪽)의 출판기념회에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왼쪽)이 손짓을 섞어 이야기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 총리가 활짝 웃고 있다. 이 총리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 이후 성 전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소원하지도 않았지만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다"고 밝힌 바 있다. /jtbc 뉴스화면 캡처

 

성 전 회장이 방문한 이 총리의 부여 선거사무소는 부여읍 구교리 부여천막사 건물 2층에 있었다. 그는 "(성 전 회장이 서울에서 타고 간) 승용차에 비타 500 박스가 하나 있었다"며 "회장님의 지시에 따라 그 박스를 꺼내 들고 (선거사무소가 있는) 건물 계단을 올라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시 선거사무소는 넓은 홀에 여직원 둘이 있었던 기억이 나고, 한쪽 칸막이 안에 이 총리와 성 전 회장 둘만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성 전 회장은 홍○○ 도의원 등과도 현장에서 인사를 나눈 기억이 나고, 칸막이 안에서 이 총리를 만났다"며 "(회장 지시로) 비타 500 박스를 테이블에 놓고 나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성 전 회장이 이 총리 선거사무소를 방문한 것은 부여뿐이고, 청양에서는 사무실(선거연락소)에 들르지 않고 유세 현장에만 갔다고 전했다. 이 총리는 1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성 전 회장과 돈거래는 없었다"고 거듭 부인한 뒤 "돈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 물러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 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성 전 회장이 (선거사무소에) 다녀간 것은 기억 못한다. 한 분이 근거 없이 말한 건데 막중한 자리를 사퇴할 수 없다. 총리부터 수사를 받겠다"며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기수·유정인 기자 kslee@kyunghyang.com>


[성완종 리스트 파문]

성완종 금고지기 韓 부사장, 비자금 인출 때마다 기록 남겼다

조선일보 | 전수용 기자  | 입력 2015.04.15 03:00 | 수정 2015.04.15 04:41 

 

경남기업 韓 부사장의 USB, 판도라 상자 되나… 檢 "32억원 사용 내역도 알고 있을 것"

韓 부사장은 경남기업 자금담당 임원… 성완종 일가 집사 역할

韓 부사장 또 입 열까 " 洪 캠프 윤승모에 1억 줬다" 검찰서 진술한 적 있어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하는 여권 핵심 실세들의 금품 수수 의혹을 해결할 '키맨'으로 경남기업 한모(50) 부사장이 떠오르고 있다. 한씨가 성완종 전 회장의 회사 돈 횡령 자금의 일부인 전도금(前渡金·회사가 공사 현장에 내려 보내는 자금) 명목의 32억원 입출금 내역이 담긴 USB(이동식 저장 장치)를 통째로 검찰에 넘기면서 이 자료와 한 부사장의 진술, 경남기업 자금 흐름 정황 등을 조합한다면 '성완종 리스트'의 '퍼즐'을 맞추는 데 결정적인 증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등에 따르면 한 부사장은 성 전 회장 일가(一家)의 '집사' 역할을 하면서 비자금 조성 등에 직접 개입했던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1994년 11월부터 경남기업 상무로 일했고, 최근 7년 동안에는 최고재무책임자(CFO)였다. 또 경남기업의 핵심 계열사인 대아레저 대표도 지냈다. 성 전 회장의 자금 흐름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 수 있는 위치였다. 그런 그가 검찰 조사에서는 성 전 회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면서 관계가 틀어졌다. 성 전 회장은 검찰 소환 조사 때 "(32억원에 대해) 나는 모르는 자금이다. 회계 책임자(한 부사장)에게 전권을 줬기 때문에 보고도 받지 못했다"고 진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사장 자신이 이 돈을 빼돌려 놓고선 자신(성 회장)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정치권에 불법 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수사가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회사 돈 횡령을 부인하면서 한 부사장에게 떠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한 부사장은 이미 성 전 회장이 그때그때 지시했던 내용을 상기시키는 진술을 해 놓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수백 차례에 걸쳐 100만~수천만원까지 현장 전도금을 모았다가 32억원을 현금화해 성 전 회장에게 전달했고, 이는 성 전 회장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한 부사장 진술 등을 근거로 성 전 회장의 횡령 혐의에 포함시켰지만 이 돈의 구체적인 사용처에 대해서는 일일이 밝혀내지 못했다. 다만 32억원 중 절반이 넘는 17억원이 한나라당 전당대회와 총선·대선이 겹쳤던 2011~2012년에 인출된 점 등을 감안할 때 이 돈의 상당액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 갔을 것으로 의심해왔다.

 

검찰은 한 부사장이 32억원의 구체적인 사용 내역을 상당 부분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예로 한 부사장은 성 전 회장이 2011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 때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한 1억원의 중간 전달자 역할도 했다. 한 부사장은 성 전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홍준표 (당시) 의원에게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은 뒤 현금을 마련해 당시 홍 지사의 공보특보였던 윤승모씨에게 전달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한 부사장이 32억원의 사용처뿐만 아니라 성 전 회장이 횡령한 회사 돈 250억원 중에서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은 상당액도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 전 회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2013년 이완구 총리에게 3000만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면서 그 자금에 대해 "회사 돈 빌려다가 이렇게 한 것이죠"라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의 말이 맞는다면 성 전 회장이 횡령 혐의를 받았던 계열사 '대여금' 189억원 중 일부가 불법 정치자금으로 사용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전도금뿐 아니라 대여금도 불법 정치자금으로 사용됐다면 성 전 회장이 정·관계에 뿌린 불법 자금은 '성완종 리스트'에 언급된 내용 이상으로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여금은 말 그대로 빌려온 돈을 뜻한다. 성 전 회장은 검찰 수사에서 5년 동안 대아레저산업, 대아건설, 대원건설 등 경남기업의 3개 계열사로부터 189억원을 개인 명의로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금품 공여자인 성 전 회장이 사망한 상황에서 주변 자료와 관련자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수사팀으로서는 한 부사장의 입을 열게 할 수 있다면 '성완종 리스트'의 실체 규명에 상당히 접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