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용의 타임머신... 영원한 시간 속에서 자세히보기

코미디·마술

[NYT] 감투 좋아하는 한국인 미국 가서도 감투 싸움

잠용(潛蓉) 2015. 5. 26. 18:24

NYT '뉴욕에 한인회장이 둘이다'

막장 드라마로 대서특필
뉴시스 | 노창현  | 입력 2015.05.26. 14:17 
 
[뉴욕=뉴시스] 노창현 특파원 = "뉴욕 한인회장을 만날 일이 있다구요? 그럼 60세의 남성 민승기씨를 만나세요. 그 다음에는 54세의 여성 김민선씨를 만나세요. 두 사람은 자기가 유일한 뉴욕 한인회장이라고 소개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서로 상대가 회장을 사칭한다고 말한답니다." 이보다 더 웃길 코미디는 없다고 보도한<뉴욕 타임스> 최악의 막장 드라마라는 비아냥을 들은 뉴욕 한인회 사태는 25일 인터넷판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이 기사는 26일 종이신문 14면에도 그대로 특필됐다. 두 명의 뉴욕 한인회장이 서로가 '내가 진짜'라며 벌이는 민망한 싸움을 대서특필함으로써 한인사회의 얼굴을 못들게 하고 있다.

 

↑ NYT 웹사이트  /2015.05.25. robin@newsis.com 

 

↑ NYT 웹사이트 /2015.05.25. robin@newsis.com

 

↑ 김민선씨의 길거리 취임식 /2015.05.25. robin@newsis.com

 

<뉴욕 타임스>는 이날 "한인 이민자들의 미국사회 안착을 돕고 있는 55년 역사의 뉴욕 한인회가 무보수에 의전 기능이 대부분인 회장자리를 놓고 피터지게 다툼을 벌여 그 중요성이 희석되고 있다"고 비꼬았다. 이와 함께 지난 2월 회장 선거를 앞두고 선관위가 김민선 후보의 자격을 박탈함으로써, 법정소송이 제기되고 민승기 회장에 대한 탄핵으로 비화됐다며 저간의 과정을 소개했다.

 

김민선 후보를 지지하는 전직 회장단 협의회가 4월 7일 뉴욕 한인회관에 들어가서 자물쇠를 바꾸고 한인회 건물을 인수 선언한 후 사태는 꼬여만갔다. 이틀 후 경찰은 쿠데타 지도부를 퇴거조치했지만 전직 회장단은 새로운 선거를 통해 김민선씨를 회장으로 선출했다. 민승기씨 역시 적법한 선거에 의해 회장에 당선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두 사람이 5월 1일 각각 취임식을 거행한 웃지 못할 해프닝도 상세히 소개했다. 김민선씨는 이날 오전 10시께 수십 명 지지자들과 함께 한인회관에 몰려와 6층 한인회 사무국 진입을 시도했으나 민승기씨 직원들과 변호사에 의해 가로막혔다. 이 과정에서 양 측은 몸싸움을 벌이고 입에 담지못할 욕설을 하는 등 거칠게 맞섰다.

 

신고를 받고 달려온 뉴욕경찰이 물었다. "누구가 이곳 책임자지요?" 김민선씨가 대답했다. "접니다. 저는 취임식을 불법적으로 방해받고 있습니다." 뉴욕경찰은 혼란에 빠졌고 "우리가 개입할 문제가 아닌것 같다"며 돌아갔다. 김민선씨는 "언제까지 여기서 기다릴 수 없다"고 한국 기자들을 이끌고 재진입을 시도했다. 김민선씨와 한 여성 지지자가 선봉에 섰다. 이모 전직회장이 작전을 지시했다. "누군가 몸에 손만 대면 바로 넘어지세요." 6층 엘리베이터가 열리며 김민선씨와 지지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몸싸움이 벌어졌고 모국어와 영어가 함께 뒤섞여 욕설이 난무했다. 이때 김민선씨가 "내 몸에 손대지 마, 손대지 마"라고 외쳤다.

 

그때 쓰러진 것은 민승기씨 지지자인 녹색바지의 나이 많은 여성이었다. 그녀는 미동도 없었다. 이때 누군가 6층 비상구 문을 열자, 김민선씨 지지자들이 사무국 연결 복도로 우루루 밀려 들어왔다. 쓰러진 녹색바지 여성이 다쳤다고 생각한 사람은 없는 듯했다. 팽팽한 대치 속에서 민승기씨측 존 로비 변호사가 마지막 보루의 수호자로 버티고 섰다. 취임식을 위해 사무국 문을 열라는 김민선씨측 요구에 그는 "가짜 단체와는 회관을 공유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변모 전직 회장이 "우리는 한국인이야. 나는 전직 회장이라구"라고 고함쳤지만 로비 변호사는 "그래서요?"라고 응수했다.

 

드디어 구급대가 들어와 쓰러진 녹색바지 여성에게 다가갔다. 그들 중 한 명이 "정신을 잃지 않은 걸 알아요. 일어날 수 있죠?"라며 휠체어에 앉혔다. 이번엔 또다른 경찰들이 등장했다. 그 순간 복도의 불이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했다. 경찰이 고함을 쳤다. "누가 스위치에 손을 대는 거야?" 경찰은 김민선씨와 양측 변호사를 빼고 모두 건물 밖으로 나가도록 명령했다. 잠시 후 밖으로 나온 김민선씨는 미소를 띈 채 '한인회 규정상 건물 앞에서 취임식을 해도 무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모 전직 회장은 린든 존슨이 존 F 케네디 암살 후 공군 1호기(대통령 전용기)에서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우리도 존 F 케네디의 룰(규정)을 따릅시다."

 

김민선씨는 "오늘은 우리 모두에게 아주 기쁜 날입니다. 이런 모습을 다른 커뮤니티에 보여줍시다"하고 말했다. 이렇게헤서 길거리에서 일곱 개의 화환을 배경으로 김민선씨의 회장 취임식이 거행되었다. 그리고 몇시간 후 이번엔 민승기씨의 취임식이 한인회 강당에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뉴욕 타임스>는 당초 5월 13일로 예정됐던 김민선씨 자격 박탈건에 대한 재판이 6월 중순으로 연기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재판을 주재하는 마가렛 챈 판사는 이보다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리하여 '한 지붕 두 회장'의 블랙 코미디는 당분간 그대로 계속될 전망이다. [robin@newsis.com]'